소설리스트

12화 (13/22)

정지영은 자신의 애마인 빨간색 마티즈를 몰고 시청 부근의 회사로 출근한다.

동거하고 있는 준석이는 요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수업이 없는 날이면 더 부지런을 떤다.

기대에 부풀어 있는 듯한 표정을 보면  지영이까지도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대학을 졸업하고 4년째 광고 기획사에 다녀 이제는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캐리어

우먼이다.

신호 대기 중에 타이트한 베이지 색 미니스커트 밑으로 쭈욱 뻗은 다리를 보고 스스로 만족

한 표정을 짓다.

동거하고 있는 준석이와 구체적으로 미래에 대한 설계는 없었지만 한 남자의 여자라는 소속

감이 느껴진다.

자신에 대한 별다른 배려 없이 젊은 기분에 힘만 앞세워 씩씩거리고는 떨어져 나갔다가 어

느새 기운을 차리고는 다시 올라오는 준석이 귀엽기까지 하다.

그런 섹스에 대해 불만도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 생각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좋은 아침입니다."

밝게 인사하며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의 눈길이 자신에게 쏟아진다.

자리에 앉을 때까지 집요하게 따라오는 남자 직원들의 눈길에 엉덩이가 근질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늘 있는 일이어서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한 동안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남자들이란 예쁜 여자만 보면 쳐다보고 만지고 비벼보고 싶어 

환장한 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무리해서 자가용을 장만한 그녀지만 남자들의 시선이야  어떻

게 할 수 있겠는가.

오늘은 S 전자 TV 광고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는 날이다.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을 모아 광고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소감을 토론하여 추후의 광고에 대

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전과 달이 요즘은 남성이 대부분인 직장인들이 좀체로 토론에 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출근 이후부터 전화통에 매달려 무작위로  시청 근처의 직장에 전화를 걸어  섭외를 

하는 것이 일 스러워 졌다.

벌써 20통화째를 했지만 온다는 사람이 한 명 뿐이다.

'아..어떻하지...최소한 5명은 돼야 되는데..'

짜증스러워 하던 지영이 문득 준석의 형 준영을 생각해 낸다.

준석이와 함께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준영은 결혼만 하지 않았다면 지영이 부끄러움을 무릅

쓰고라도 프로포즈 해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다.

회사가 이 근처라고 했는데....

명함 철을 뒤져보니 다행히도 중간쯤에 있었다.

전화를 거니 여직원이 받아 연결해 준다.

"네..김준영입니다."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가 송화구를 통해 들려온다.

"네..저...정지영인데요...."

"네? 누구시라고요?"

자신을 몰라보는 준영이 문득 얄미워져서

"정.지.영.인데요..."

또박또박 이름을 밝힌다.

"네에....그럼...혹시 보스 룸싸롱...정마담?"

기가 막혀 수화기를 팽개치려다 다급한 용건이 있어 가까스로 참는다.

"정 마담이 아니고요....저기..준석씨하고..."

그제서야 눈치챈 듯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제수씨....하하....이거...미안합니다....못 알아봐서...."

어색한 웃음소리를 듣자 그의 당황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화를 풀고 픽!하고 웃어버린

다.

"웬일이십니까? 전화를 다 주시고.."

정중한 목소리로 묻는 준영에게

"왜..전화하면 안 돼요.."하고 쏘아부쳐 버린다.

"하하 안되긴요...뜻밖이라서....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네에..사실은 부탁좀 드리려고요..."

"그래요?...뭐든지 말만 하세요..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어떤 부탁이라도 다 들어줄

께요.."

시원스럽게 말하는 준영이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호호..고마워요...저기....다름이...아니라.."

전화로 상황을 얘기했더니 그런 일이라면 언제라도 불러달라고 너스레를 떤다.

"호호...정말...고마워요...역시 시아주버님이  최고야...근데...저...오늘...한..네명정도  사람을 더 

데려오실 순 없어요?"

어렵사리 말을 꺼내자 호쾌하게

"말만 하세요...40명이라도 데리고 갈테니까..."

"어머...정말요...그렇게까진 필요 없고..네명만 데리고 같이 오세요...."

"그런데..혹시..맨입?"

"네?...호호..물론 아니죠..점심식사..간단하게 드리고..사례비도 2만원 드려요..."

"뭐요?...겨우 그거...에이..다시 생각해 봐야겠네..."

하는 말에 다급해진 나머지

"어머!...더..있어요...."하니

"뭔데요?"하며 뜨악하게 물어온다.

"제가 맛있는 거 대접할께요...나 좀...살려줘요..."

"그렇다면야...그런데 그 약속 확실히 지켜야 합니다..."

"호호호...걱정마세요..."

"하하...좋아요...12시까지 가면 돼요?"

"네에...12시까지 회의실로 오시면 돼요.."

"그럼 이따 보시죠.."

전화기를 내려놓으니 걱정거리가 없어진 탓인지 저도 모르게 후우! 하고 한숨이 나온다.

12시 5분전에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빨리들 들어와 임마..."하는 굵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준영의 건장한 모습이 쑤욱 들어왔

다.

"어머..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자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 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을 가

리키며

"하하...얘들 쓸모 있겠어요? 애들이 좀 수준이 떨어져서...."하자..

"참나...밥 먹으로 가는 놈 붙잡아 다짜고짜 끌고 와 놓고는...김대리님...이거...이래도 되는 겁

니까?"하고 한 남자가 항의한다.

그 모습에 다짜고짜 끌고 가는 준영에게 끌려오는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터지려 한다.

'정말 무대포야...못 말려...후후"

남자들에게 자리를 일일이 지정해주는 준영의 모습이 참으로 듬직하다.

준영에게 꽂힌 눈동자가 아련하게 변해간다.

회의를 마치고 사례비 2만원 씩을 주려하자 준영이 덥썩 빼앗더니

"이걸로 오늘 저녁 소주 파티다...."하고 소리친다.

"으으 저 날강도...."하고 직원들이 불평하는 척 하나 준영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다.

'저런 것이 남자의 멋 아닐까...정말 괜찮은 남자야....'

토요일..

일주일동안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지치는 날이다.

준영도 자리에 앉아 원두커피의 향긋한 맛을 음미하며 나른한 표정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

다.

"때르릉"

직통전화 벨 소리에 수화기를 들어 귀에 가져간다.

"저..정 마담인데요..."

"네?"

"어머...저 모르세요?..보스 룸싸롱 정마담이예요....아이 사장님 미워지려그 그러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한참을 생각해 보다가 

"혹씨 제수씨?"하니

"호호호...딩동댕....맞았어요..지영이예요"한다.

싱그러운 목소리에 밀려오던 권태감이 씻은 듯 사라진다.

"하하...놀랐잖아요..."

"호호...정말요?...미안해서 어쩌나..."

"...."

"저기...오늘 시간 있으세요?"

"아..뭐...저야...워낙 인기가 없으니까요.."

"잘됐네요..저..지금 종로거든요..."

"오늘 출근 안했어요?"

"어머! 주 5일 근무예요?..."

"와..역시 좋은 회사라 다르네...."

"호호...지난 번 약속 지키려고요..."

"네?...아아....그거...좋죠...지금 종로 어디예요?..내가 금방 같테니까..."

"그래도 돼요?"

"그럼요..."

"여기 쉘부르거든요..어디냐...하면.."

"아! 거기 나도 알아요..."

"어머..그래요...."

"기다려요...곧 갈테니까..."

수화기를 내려놓고 여직원에게 

"나 지금 출장 나갔다가 집으로 간다..."하고 사무실을 나와 택시를 타고 종로로 갔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창가에 자리잡고 지영이 고즈녁하게 손바닥으로 턱을 고이고 앉아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긴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드리우고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오똑 솟은 코가 앙증맞아 보인다.

"무슨 생각하느라 사람오는 것도 모릅니까?"

정지영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건네자 흠칫 놀라며 벌떡 일어난다.

"어머!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엉덩이를 걸치자 지영이도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는다.

"제수씨 보고 싶어서 날아왔죠..하하"

"치잇...입술에 침도 없는 거 같은데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어! 정말인데..."

"어머...그러지 마요...지혜 언니 들으면 머리채 뽑혀요..."

"허어...그럼 제수씨는 나 보고 싶지 않았나 보죠?"

"됐네요!"

짐짓 눈을 흘기며 째려보는 눈길이 너무 섹시하다.

"근데..뭐 사줄건데요?"

"뭐가 드시고 싶으세요?"

"그거야 사주는 사람 마음이지 뭐...얻어먹는 주제에..."

"어머...우리 시아주버니 이제 보니 피해의식이 상당하네..."

"하하하...그렇게 되는 건가...."

"호호호...그래요..."

밝은 분위기에서 종업원이 가지고 온 차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영의 등에 한 손을 대고 손 끝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했다.

카운터에서 지영이 계산을 하는 동안에도 준영의 손길은 그녀의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

지영은 그 손길을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오며 언뜻 뒤따라오던 준영의 손길이 등을 타고 내가가 엉덩이를 스치듯 만져갔

다.

모르는 체 올라가는 지영이의 엉덩이를 쳐다보며 따라 올라간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청색 계통의 비치는 듯 얇은 옷감의 바지를 입고 있다. 

허벅지 아래로는 비교적 풍성한 바지는 엉덩이에 쫙 달라붙어 있었다.

밖으로 나와서 준영이 한쪽 팔을 들자 지영이 자연스럽게 어깨를 밀어 넣는다.

꼬옥 끌어안아 주는 준영의 팔 속이 참으로 아늑하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요?"

"저 건너편에 일식 집 잘 하는 데 있어요...일식 괜찮죠?"

"일찍도 물어보네...이미..결정해 놓고 물어보는 게 어딨어.."

"어머...그렇게 됐나...호호호..."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지영을 뒤에서 살며시 껴안는다.

지영의 등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준영의 가슴에 밀착된다.

좀더 세게 끌어안자 터질 듯한 엉덩이가 사타구니에 닿는다.

이미 커질대로 커진 준영의 자지가 지영의 엉덩이를 자극한다.

'어머...나..몰라...내..팔뚝보다 더 큰 거..같애..."

엉덩이에 닿는 딱딱한 느낌에 놀라고 만다.

일식집에 들어가니 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텅 비어 있다.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방으로 안내한다.

칸막이가 되어 아늑한 방에 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간단한 술을 시킨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고 술잔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지영의 얼굴이 보기 좋게 붉게  물든

다.

붉게 물든 지영의 얼굴이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저기 제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드릴께요..."

"하하...그래..어디..들어봅시다."

"어느 날 아빠하고 아들이 목욕탕에 갔대요...."

목욕탕 시리즌가 보다..

'언제 적 얘기를....'하고 생각이 들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준다.

"그런데 아들이 아빠 거기를 보더니 너무 큰 거예요..그래서 엄마한테 가서 '엄마 아빠 그게 

너무 크던데...꼭 그랜져 같아'하니까..."

"그게 뭔데요?"

"어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정확하게 얘기를 해야 알아듣죠..."

"짖궂어 정말...."하며 눈을 흘기고는 얘기를 이어간다.

"엄마가 글쎄 '야! 자...지만 그랜져 만하면 뭐하냐! 터널 속에만 들어가면 시동이 꺼지는데' 

하더래요...호호호...그래서 아들이 다시 아빠한테 '아빠! 엄마가  자지만 그랜져만 하면 뭐하

냐고 그러던데..터널 속에만 들어가면 시동이 꺼진다고' 그러자 아빠가 '터널도 터널 나름이

지. 나도 2호 터널, 3호 터널에 들어가면 쌩쌩해' 하더래요...호호호...정말...우습죠?"

"하하하...재미 있네....그러니까 아빠 자지가 엄마 보지 구멍만 들어가면 힘을 못쓰다가도 다

른 여자 보지 구멍은 잘 쑤셔 준다는 얘기네..."

일부러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지영의 얼굴을 바라보자 지영의 얼굴이 더욱 붉어진다.

지영은 이런 분위기가 웬지 전혀 싫지 않았다.

"어머! 너무 야하다...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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