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혜는 요즘 정말 살 맛 났다.
대출팀의 실세 김준영 대리가 동생 혜정이의 시동생이라니
그의 도움으로 웬만한 대출 건은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작년에 연도대상을 받았고, 올해에도 이변이 없는 한 연도대상은 지혜 차지가 될 것이다.
월 평균 수입이 1천만원을 훨씬 웃돌자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남편도 이제는 자
신의 일에 반대하지 못하고 집안 일을 제법 잘 해낸다.
단지 지혜에 대한 열등의식 때문인지 요즘은 밤일이 영 시원치 않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았다. 종마처럼 씩씩한 준영이 이따금 혜진의 열정을 식혀주고 있고, 보
험계약자 중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를 골라 간식으로 따먹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게 아니다.
요즘 같으면 차라리 남편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느 눈먼 여자와 바람이라도 나서 보따리 싸
고 나가 줬으면 할 때도 있다.
이제는 굳이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계약자가 계약자의 꼬리를 물고 보험을 들겠다고 아우성
이다.
한 달에 굵직한 대출 두세 건만 처리하면 월 수입 1천만 원은 우습다.
이런 행운을 안겨준 혜정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선물을 한아름 안고 혜정의 아파트를
찾아가는 중이다.
"딩동"
"누구세요?"
벨소리와 함께 혜정이 특유의 달짝지근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언니야...문열어"
문을 열어주는 혜정이를 보니 가슴이 움푹 파인 나시티에 간신히 사타구니만 가리고 있는
핫팬티를 입고 있다. 배꼽이 훤히 드러난 나시티는 혜정이의 커다란 젖가슴 때문인지 밑 부
분이 들떠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젖무덤 아랫부분이 보일 듯 하다.
"야..넌...가정주부가 옷차림이 그게 뭐니..."
"뭐..어때...시원해 보이고 좋잖아.."
"이년아!..그게 반바지냐...팬티지...그리고 윗도리는 그게 뭐냐..잘못하면 젖통 홀랑 보이겠
다.."
"언니두...참...오랜만에 찾아와서 왜 그렇게 갈궈..."
"하여튼..."
눈을 흘겨주고 나서 소파에 앉았다.
"언니 이거 내 선물이유?"
혜정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그래...요즘 내가 니 덕분에 돈이 좀 되잖니?"
"무슨 소리야..그게"
"얘. 김준영이가 니 시동생 맞지?"
"응..맞아..우리 준호씨 바로 밑에 동생이야..언니가 어떻게 알어?
"으응..요즘 내가 보험 영업 하잖니..."
"그게 준영씨하고 무슨 상관이야?...또 내 덕분이라니?"
"으응..내가 일하고 있는 보험회사가 니 시동생이 다니는 회사잖니...그리고 얘..그 사람 회사
에서 엄청나게 파워 있더라.."
"그래서?..."
"손님이 대출 받아 달라고 하면 내가 연결해주고 보험 받잖니?..그 수수료가 꽤 돼.."
"아아...언니..잘 됐다..형부도 노는데..그런데 준영씨가 내 시 동생인 거 어떻게 알았어? 걔가
얘기해?"
"시동생한테 걔가 뭐니?"
"어때 우리 대학 동창인데..."
"어머..그러니..."
"으응..그래..그런데 어떻게 알았냐니까?"
"너희 남편이 얘기 안 하든.."
"아니..안 하던데.."
"이상하다...얘기 해 줄게...준영씨하고 술 한잔하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니 신랑을 만났잖아...
그래서 알게 됐지 뭐..."
"으응...그렇구나...근데...언니..혹시 준영씨하고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지?"
혜정의 말에 얼굴이 빨개지며 머뭇거린다.
"일?..일은 무슨...아무일...없어...얘!"
"왜? 내가 준영씨를 모를까 봐?..솔직히 얘기해...아니면.."
"어머..얘는...무슨 일이 있었다고 그래..."
"언니..요즘도 준영씨 가끔 만나지..얼마나 자주 만나?"
"자주는...1주일에 한번 정도 만날까?..어머"
여우같은 혜정의 유도심문에 넘어갔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혜정이 눈을 반짝이며 바짝 다가앉는다.
"솔직히 말해...준영씨하고 했지?..."
내려치듯 단호하게 묻는 혜정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만다.
"호호호...내 참...하여간 김준영이 알아 줘야 돼..."
"무슨 소리야?"
"대학 다닐 때 걔가 따먹은 애가 몇 명인지 몰라...여자애들이 걔만 보면 서로 대주려고 줄
을 섰다니까..."
"그럼..너도..그런거야...그럼..너하고 난..말뚝 동서네..."
"미쳤어...정말...나는 아니야...내 친구하고 준영이가 죽고 못 살았잖아...그래서 나도 한번 꼬
셔보려다 포기하고 말았지...그런데 언니 재주 용하다...그 잘난 김준영이 방망이 맛도 다보
고..."
"어머....얘는 ...근데 너 이거 비밀이다..."
"걱정 마..내가 사랑하는 언닌데 비밀은 지켜 줘야지..내신..가끔..선물 사 줘야 돼..헤헤"
"알았어..이것아.."
"근데...맛이 어때? 소문대로 정말 죽여줘?"
"뭐가?"
"아이 참...준영씨 방망이 말이야.."
"얘도 못하는 소리가 없네....그래...너도..알 거...다 아는 아줌마가 됐으니....궁금하기도 하겠
지..그래...야...죽여 주더라..."
"형부하고 비교해서 어땠어?"
"얘...너는 반딧불하고 보름달하고 비교하는 미친년 봤냐?"
"어머! 그 정도야..좋았겠다...크기는 얼만해..?"
"이년이 별걸 다 묻네..."
"궁금하잖아..."
"몰라 니 형부도 물건은 꽤 쓸만한데 꼭 그 두배는 돼 보이더라..결혼한지 10년이 다 된 나
도 밀고 들어오면 도저히 감당이 잘 안될 정도야...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테크닉이 예술
이잖니...."
"어머머....그 정도야?...그래 얼마나 좋았어?"
"미친년...그걸..어떻게 말로 표현하냐...정. 궁금하면 너도 한번 해 달래 봐라..."
"헤헤헤...정말 나도 그래 볼까나?"
"이년이 지금 미쳤나...시동생하고...그럴 생각이 나냐?"
"에이...언니도 차암..농담도 못해.."
언니가 돌아간 후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도 색정적이다.
핫팬티 밑으로 쭈욱 뻣어 있는 다리가 미끈하다. 앙증맞은 발톱에는 빨간색 매니큐어가 칠
해져 있다.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의 팔 밑에서 커다란 유방이 찌부러져 나시티를 뚫고 삐져 나올 것만
같다.
증권회사 지점 과장으로 근무하는 남편 준호.
과장이면 뭐하는 가. 평직원과 똑같이 영업사원으로 약정고를 올려야 귀여움 받는 걸...
요즘의 남편은 주식시장의 오랜 침체로 꼴이 말이 아니다.
축 처진 어깨..가뜩이나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라서 좋지 않은 여건에서는 더 기가 죽
어지낸다.
작전이라나...뭐라나 어떤 중견회사의 주식에 고객 돈을 몽땅 쓸어 넣었다가 작전이 실패한
뒤로는 한여름에 축 늘어진 소 부랄처럼 맥이 빠진 모습이다.
남편과의 섹스가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이다.
아랫동서인 지혜가 부러워 미치겠다.
활달한 성격의 준영이 준호의 경우에 처했더라면 어떨까?
만약 준영이라면 껄껄걸 웃으며 "에이 씨팔..좆같네" 한번 욕설을 퍼붓고는 마치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을 거야..
식지 않는 정열로 불도저처럼 지 처를 못살게 굴겠지...
온갖 상념에 기분이 몹시 상한다.
문득 전화기가 보이자 준영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지난번 구정때 보고는 못 보았다.
망설임 끝에 전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