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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얼굴이 부딪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려고 했다. 하지만 박흥식은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성기의 발이 그의 팔굽을 걷어찼기에 바닥에 얼굴이 콰당하고 부딪쳤다. 재수없게도 코와 이가 바닥에 부딪치며 고통은 이루 말할 수없이 컸기에 박흥식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려 했다.
"악!"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정희가 재빠르게 입을 막고는 준비해 둔 휴지 뭉치를 입에 쑤셔넣었다. 아픈 와중에도 똥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이 용변을 본 후 닦은 휴지임에 틀림없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가 흔들리고 코가 깨질듯한 고통보다는 분노가 솟구치는 박흥식이었다. 누가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한다는 말인가. 부모님은 지방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병원을 소유하고 계신 분이기에 그 의혹은 더 커졌다. 하지만 더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박흥식의 몸에 올라 탄 성기가 주먹은 마구잡이로 내려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희도 군데군데 중요 급소자리를 죽지 않을 정도로 후려치고 있었다. 건장한 두 남자의 폭행에 박흥식은 정신을 잃었다.
입술이 터졌는지 혼절한 그의 입에서는 붉은 선혈이 턱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성기는 박흥식도 졸부의 자식이라고 여겼다. 좀 전에 헤어진 지영의 말에 의하면 배일도 말고도 나머지 두명이 더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 찾아 온 것을 보니 틀림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개새끼들! 돈 자랑을 하고 다녀."
성기도 가난했기에 돈자랑을 하는 녀석들이 싫었다. 하지만 눈 앞의 녀석들만큼 이유도 없이 싫어지는 녀석들은 처음이었다. 쓰러진 박흥식의 주머니를 뒤져보니 배일도와 마찬가지로 돈이 두둑했다.
생활을 겪는데 어려움이 없으니 가난한 자들이나 돈 때문에 곤란한 경험을 한 자들의 심정을 모를 것이라 여겨졌다. 오늘 한번 된통 당해보라고 성기는 그 둘의 지갑을 모조리 털었다.
삶은 늘 가난한 자를 이용해 정치에 투신하지만 결국은 가진 자들의 오른 편에 선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기가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울러 그가 고등학교 때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난장이와 거인으로 상징되는 가지지 못한자와 가진 자의 대립적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꾸짖었다.
소유한 땅이 개발돼 돈을 버는 자, 그 땅에 얹혀 살다 쫓겨나 세상을 증오하는 자, 쫓겨나는 자의 집을 부수며 먹고 사는 또 다른 가난한 자, 개발 붐이 한창인 우리 나라에서 매일 그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성기도 예전에는 기독교 신자였다. 중학교때까지 성가대에 들어가고 싶어 열심히 다니던 교회를 때려친 것은 그 교회의 있는 집 아이들이 가난한 아이들을 따돌리고 지들끼리 어울린다는 것을 목격한 이후부터였다.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을 실천해야 할 목사님의 아들이 그런 행동을 하자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교회에서 각종 행사를 할 때도 그 아이들이 우선이었다.
출애굽기 22장 25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네가 만일 너와 함께한 나의 백성 중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이거든 너는 그에게 채주같이 하지 말 것이며 변리를 받지 말것이며......"
아무리 저축해도 월급으로는 아파트를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 같았다. 성기 자신이야 어찌하다 보니 큰 저택에 살지만 말이다.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산 것이 아니라 일본인이 자신을 좋아해 장만해 준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성기는 알거지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수많은 여자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직업도, 돈도 없었는데 최근에 그의 상황이 바뀐 것 뿐이었다.
경마를 해서 일확천금을 벌었지만 성기의 가슴에는 가난한 시절에 겪었던 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졸부들이 활개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는지 모른다. 바닥에 쓰러진 둘은 뼈를 부러뜨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당분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것이었다.
정희와 성기는 대충 얼굴을 씻고는 신속하게 빠져 나갔다. 밤의 차가운 공기가 쓰러진 둘에게 다가왔다. 그 위로 떠 있는 달이 교교하게 둘을 비추었다.
박흥식을 내 보낸 한상득은 룸에 지영이를 앉혀 놓고 설명했다. 너의 친구들은 자발적으로 술을 먹다가 저렇게 뻗은 것이라고 말이다. 그의 말에 지영의 얼굴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애들은 술이 세거든요. 가게에서 매일 같이 술을 먹는데......아차,"
"뭐라고? 매일 술 먹는다고."
"직장 스트레스로 술을 먹는다고요. 말을 잘못한 것 뿐이에요."
"그래요? 그럼 가게란 말은 뭐냐고! 이것들이 지금 보니 술집 여자들이구만."
한상득은 기가 찼다. 자신들도 음흉한 계획을 품고 있었지만 이년들은 신분을 속이고 자신들에게 접근한 것이라 생각하자 열이 뻗쳤다. 가뜩이나 일을 진행하는데 뜬금없이 나타나 방해를 하고 있으니 더욱 화가 치솟았다.
"야! 그냥 말해. 똑바로 말이야. 누굴 바보로 아나!"
"아니라니깐. 말을 실수했다고 하잖아."
지영은 그의 반말에 참을 수 없었는지 말을 놓았다. 보기에도 어려 보이는 녀석들이 한참 누나뻘인 자신들에게 반말이나 찍찍 해대는 꼴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허, 참. 어이가 없네. 오늘 더럽게 운수가 안좋네. 더러운 년들 만나서 사기나 당하고 말이야."
"뭐라고? 더러운 년들이라니! 보자보자 하니깐 말을 막하네."
"야! 술집 다니면 몸을 함부로 굴렸을 거 아니야. 그러니 더럽지."
히죽이며 한상득은 말했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지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그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자신은 술집을 다니지만 아직까지 처녀였다. 몸을 함부로 굴리지 않았던 것이다.
돈을 더 주겠다고, 네가 원하는 것은 다 해주겠다고 매번 남자들이 꼬드겼지만 그녀는 결국 지켜낸 것이다. 그렇기에 한상득의 말에 억울함과 함께 분노가 치솟은 것이다.
"뭐라고? 더럽다니. 야! 이 새끼야!"
그녀는 한쪽으로 치워진 맥주 잔을 그에게 던졌다. 갑작스럽게 날아 온 잔에 한상득은 기겁했다. 고개를 재빨리 숙여서 피하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따 던지는 거야! 이 년이!"
"놔! 안 놔!"
"너 같은 년은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지."
쫘악!
"악!"
한상득의 큼직한 손바닥이 그녀의 뺨에 작렬했다. 따귀를 맞은 지영의 얼굴이 한쪽으로 휙 돌아갔다. 그 후로 수차례나 더 갈긴 한상득은 그녀의 상의를 찢어버렸다.
소담스런 젖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와는 달리 가까이 보니 처녀처럼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이년부터 처리한 다음 다른 년들도 처리하겠다고 작정한 그는 맞아서 아파하고 있는 지영의 얼굴을 잡고 입을 벌리더니 강제로 양주를 부었다.
"으음.....뭐야.....악!"
반항하는 그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겨하자 그녀는 잠잠해졌다. 눈 부위를 맞았는지 급격하게 부어 올랐지만 지영은 이미 양주 한 병을 다 마신 상태라 정신이 오락가락해지기 시작했다.
한상득은 남은 양주는 따서 또 다시 그녀의 입에 부었다. 이번에는 그렇게 심한 반항이 없었다. 그녀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떠 있는 것이 술기운이 머리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
"더러운 년! 너희 같은 년들은 양주를 강제로 먹여주는 것도 영광으로 생각해야 돼! 솔직히 지금 마음 같아서는 맨정신으로 범하고 싶은데 너희들이 깨어나서 신고할까봐 이리 대우해 주는 것 뿐이니까."
입꼬리를 올린 한상득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그의 눈에 세 여자는 구멍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욕정의 배출구이자 정액의 하수구일 뿐이었다.
술기운에 괴로워하는 지영을 탁자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하의도 찢어버렸다. 팬티가 보였지만 한상득의 손아귀 힘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것 봐라. 털이 아주 밀림이구만. 흐흐흐."
한상득은 무얼 그리 만족하는지 혼잣말을 또 다시 중얼거렸다.
"이거 또 카메라로 찍어야지. 역시 난 이런 운은 타고났어."
지영의 그곳은 기네스에 올라가도 전혀 이의제기를 하지 못할 정도로 무성했다. 무성한 여자들도 그녀의 그곳을 보면 한 수 양보할 정도로 지영의 밀림은 빽빽했다.
그곳에 사는 동굴은 햇빛을 한번도 본 적이 없을 거라고 여기는 한상득이었다.
"이거 봐라! 죽인다. 죽여! 태어나서 처음으로 빛을 보는 것 같구만. 에구, 불쌍한 것!"
그녀의 밀림 속에 자리한 동굴을 보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다리를 강제로 벌렸다. 아무리 술을 먹었다지만 처녀 특유의 방어막이 발동한 지영은 몸을 뒤척였다. 눈에는 초점이 없었지만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하디...마....하디 말라....구....."
"야! 그냥 자! 깨어나면 극락일거야."
지영이 엉덩이를 빼며 움찔거리자 한상득은 남은 양주를 따서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콸콸콸 소리가 크게 들리며 그녀는 먹기 싫다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머리칼을 강제로 잡은 한상득이 그것을 허락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얌전히 있을 것이지. 꼭 이런 수고를 하게 만드네. 아주 짓이겨 주마. 이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