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7 회: 5 -- >
화장실가서 씻고 온다던 배일도와 지영이를 기다리던 그들은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특희 세희와 예나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제안했다.
"오빠들! 기다리는 동안 우리하고 게임해요."
"뭔 게임인데?"
한상득이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속으로는 둘로도 쇼를 진행할까 하다가 그냥 꾹 참았다. 오분 정도 참으면 한 명의 나체를 더 볼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5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짜증이 나려는데 세희가 게임을 제안하자 기다리는 동안 괜찮을 것 같았다.
술잔을 기울이던 박흥식도 흥미를 나타냈다.
"어떤 게임?"
"369게임해서 지는 사람이 벌주를 마시는 게임인데...."
그 말에 박흥식이 언짢은 듯 말했다.
"야! 우리가 어린애도 아닌데, 그리고 여기가 엠티냐? 늦게 오려나 보다. 그냥 너희들끼리라도 해."
"짜증난다. 그냥 너희들끼리 해! 저희들끼리 화장실서 애기하나보지."
한상득과 박흥식의 말에 세희와 예나는 그 말에 응하자는 생각과 지영에 대한 걱정이 공존하며 갈등을 나타냈다. 그러자 한상득이 한마디 툭 던졌다.
"안하면 돈 없어. 어떻게 할거야? 빨리 정해!"
"음, 알았어요. 지금 우리 둘 가운데 한명으로 정할게요."
그녀들이 하겠다고 하자 웨이터를 불러 양주 6병을 갖고 오라고 시켰다. 웨이터는 주문이 늘어나자 기분이 좋은 듯 함박 웃음을 지었다. 냉큼 갖고 온 웨이터는 허리를 공손히 구부리며 필요한 것은 뭐든지 말만 하라며 자리를 떠났다.
돈에 굴복한 그녀들은 순식간에 양주 한병을 입에 털어 넣었다. 한 병이 싹 비워지는 순간 식도와 아랫배에서 불길이 확 치솟는 것 같아서 이마에 주름이 잡히는 그녀들이었다.
"아흑......타네!"
둘은 서로를 보며 애써 참았다. 속이 쓰린 것보다는 돈을 자신이 가져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두번째 양주를 따게 만들었다. 한상득과 박흥식은 깔깔거리며 보고 있었다.
그들은 돈이 아깝지가 않았다. 어차피 의대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왔기에 돈은 아낌없이 줄 수도 있고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둘이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이트를 온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오는 허탈감과 공허함이 무서웠다. 그것이 비록 여자를 능욕하는 데서 오는 잘못된 짓이라 할지라도 서슴치 않고 저지르고 싶은 마음이 큰 둘이었다.
"잘 마시네! 내 파트너 파이팅!"
박흥식은 자신의 파트너를 응원하는 한상득을 보며 배일도의 파트너를 응원했다.
"파이팅! 꼭 이겨라!"
양주 두병을 따서 마시고 반쯤 비운 순간 세희가 먼저 테이블에 고개를 떨구었다. 남자들도 하기 힘든 병째 나발을 불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더군다나 소주도 아닌 양주였으니 말이다.
잠시 뒤에는 예나도 머리를 흔들거리며 푹 쓰러졌다. 그녀들은 잘 몰랐지만 평소에도 술로 단련된 그녀들이 먹기 힘든 비싼 양주에 뻗은 것이다. 바로 가짜 양주를 웨이터에게 부탁한 한상득이었다.
몇년이 지난 후에 언론에 기사로 실린 가짜 양주 문제가 이때부터 발생한 것이다. 수입 양주가 늘고 92년만 해도 십만원을 넘어가던 시바스리갈이 93년 접어들면서 수만원에 불과한 양주로 전락했기에 몇몇 비양심적인 업체에서 가짜 양주를 만들어 시중에 내다 팔았다.
이것의 맛은 진짜 양주와 비슷하지만 머리가 뽀개질 듯 아파오고 다음날이 되어도 숙취 해소가 잘 되지않는 단점을 갖고 있는 것이 가짜 양주였다.
양주를 마신 그녀들도 평소와는 다르게 일찍 뻗어버리 자신을 믿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각에 불과한 것이었다.
둘이 쓰러지자 한상득은 문을 걸어 잠그려 했다. 박흥식은 일어나서 바닥에 쓰러져 비몽사몽인 두 여자를 차례로 테이블에 뉘였다. 둘을 눕히기 전에 테이블을 치워서 눕히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만족스런 웃음을 띠며 한상득이 문고리를 잡았다.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상기된 표정의 지영이 문 앞의 한상득의 음산한 미소를 보자 겁이 더럭 들었다. 빠르게 한상득의 뒤를 보았다. 그녀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친구들이 테이블에 가지런히 누워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뭘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랫배를 문지르며 머리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파악한 지영이었다. 그녀는 겁을 잔뜩 먹은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지금 친구분이 화장실에서 피를 흘리고 있어요."
그 말에 박흥식과 한상득은 깜짝 놀랐다. 화장실에서 구역질하다 술기운에 이기지 못하고 잠들 수는 있다고 생각했던 그들이었다. 아니면 지금 문 앞에 서 있는 지영이란 여자와 즐기고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보기좋게 예상을 벗어난 그녀의 말에 둘은 충격을 받았다.
"진짜야? 무슨 일인데?"
한상득이 지영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저도 몰라요. 씻고 나왔는데 바닥에 쓰러져 잔뜩 피를 흘리고 있었어요. 무서워서 바로 두 분한테 말하는 거에요."
"빨리 갔다올까? 어떻게 할래?"
한상득의 말에 박흥식이 말했다.
"먼저 하고 있어. 내가 올라가서 배일도의 상태를 보고 구급차를 부를지 여기로 데려올 지 판단할게."
"고맙다. 흥식아!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지영은 둘의 말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뭘 먼저 하겠다는 것인지 몰랐지만 아무튼 안 좋은 일이란 예감이 드는 지여이었다. 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
"저도 갈까요?"
"아니야. 여기서 친구들이 마시지 못했던 양주나 먹으라고. 상득아! 갔다 올게."
"빨리 갔다와!"
박흥식은 지영이 가리키는 문을 열고 안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암흑천지로 바뀌어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담 위로 보이는 네온 사인을 보자 그 생각이 사라졌다.
그는 어서 빨리 배일도를 챙기고 들어가서 한상득과 광란의 난교를 즐기고 싶었다. 역시 여자는 강제로 범하는 것이 재밌고 자신의 취미와도 상통하는 것을 최근에 깨달은 박흥식이었다.
박흥식이 오른 쪽으로 꺽어지며 소리쳤다.
"일도야! 일도야!"
화장실 조명이 켜져있고 그 앞 땅 바닥에 배일도가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는 다급하게 뛰어갔다. 아니 뛰어가려고 했지만 몇 발자국 뛰지도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성기가 발을 걸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 박흥식은 바닥으로 넘어졌다.
"아악!"
============================ 작품 후기 ============================
내 글은 중간부터 읽으시면 이해가 어렵습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 사건별도 등장하는 경우도 있으나 계속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또한 역사적 사건에 허구를 가미하는 것이라 헷갈릴 소지도 있습니다.
더불어 소제목도 붙이지 않고 있기에 더욱 그럴 겁니다.
이런 경우 휴일에 편하게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늘 건강에 유의하시고 행복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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