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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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는 그녀의 말에 울컥했다. 참지 못하고 다투었다가는 방에 들어간 배일도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가까스로 목구멍까지 넘어 온 화를 억누르고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꽤나 예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간 억누른 화가 활화산처럼 뿜어질까 두려웠다.

시선을 내렸더니 짧은 치마 밑으로 쭉 빠진 다리가 보였다. 허벅지도 탄탄한 것이 그렇게 육감적일 수 없었다. 허리 위로 잠시 스쳤더니 아까는 보지 못했던 풍만한 가슴이 성기 눈에 들어왔다.

미희와 수진이 정도나 될까. 그 정도만 되어도 한국 여성의 평균 사이즈보다는 큰 사이즈였다. 성기가 말없이 자신의 몸을 더듬자 예나는 더욱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야, 이 새끼야! 꼴에 눈은 달렸냐? 한번 줄까?"

그녀의 거침없는 말에 성기는 기가찼다. 이런 막말을 할 정도면 그녀도 보통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면 막가는 인생을 살았거나 말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이예나는 성기 뿐만 아니라 뒤에서 지나가는 남자들이 자신의 몸매를 힐끗거리고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런 시선을 예나는 일찍부터 즐겼다. 내세울 것 하나없는 삶이었지만 자신의 몸을 마치 여신처럼 떠받드는 그런 시선을 말이다.

욕망에 굶주린 남자의 시선을 그녀는 그런 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였다. 눈 앞의 젊은 녀석도 자신의 잘 빠진 다리를 보고 헤벌레 하는 것이 한번 자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여겼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성기는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안해요."

"흥! 내가 특별히 봐주는 거야. 똑바로 보고 다녀. 알았지? 꼬맹아!"

예나는 성기를 뒤로하고 보란듯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웨이터를 따라 룸으로 들어갔다. 서 있던 성기는 무지 열을 받았지만 참았다. 저런 여자 하나로 인해 일을 그르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웨이터에게 빨리 가자고 말하는 것이 자기도 모르게 가시 돋힌 말투가 되어 튀어나왔다. 멍하니 사라지는 예나의 엉덩이를 쳐다보던 웨이터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알았어요. 소리치지 말아요. 놀랬잖아요."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소리친 거니까."

웨이터를 따라 가다 배일도가 들어간 방은 가장 안쪽이었다. 그 방과 가장 가까운 방으로 잡으려 하자 웨이터가 말렸다. 옆방이 있지만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막무가내로 들어간 성기는 웨이터가 왜 말렸는지 그제야 알았다.

방이 너무나 작았고 네모난 형태가 아닌 삼각형 모양으로 복도와 복도가 만나는 지점이라 형태가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고 웨이터가 미안한 듯 설명했다.

"괜찮아요. 여기 이방으로 할게요."

"손님, 룸은 기본이 양주인데요. 좀 비쌉니다."

그 말에 성기는 흔쾌히 수락했다.

"좋아요. 양주 뭐 있죠?"

"시바스리갈하고 조니워커 블랙이 있습니다."

"시바스 줘요. 맥주는 서비스로 줄거죠?"

"아이, 그럼요. 서비스로다 맥주 5병 넣어드리고 안주도 넣어 드리죠. 그리고 참한 아가씨들로 부킹해드리죠."

웨이터의 부킹이란 말에 성기는 애써 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있으면 하는 거고 없으면 말라고 했다. 정희는 성기의 맞은 편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정희씨가 좀 도와줘. 안쪽에 들어간 녀석이 아까 신발을 던졌던 놈인데. 아무래도 낯이 익어."

정희가 설명을 해주었다. 다름아닌 술집에서 싸웠던 녀석이라고 말이다. 그 말에 성기는 화가 더욱 치밀었다. 모르는 녀석이 했으면 똑같이 해주고 그냥 가려고 했지만 폭행 사건의 그 녀석이라고 하니 잠자던 화까지 깨어나는 것 같았다.

"아, 그래! 열받네. 개새끼!"

욕을 하고 화가 가라앉지 않은 성기는 앞에 놓인 양주를 따고는 벌컥벌컥 마셨다. 식도가 타들어가는 듯 하며 흥분한 이성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방에 들어간 배일도는 한상득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자 짜증을 부렸다.

"야아, 좀 마시자. 속상해서 그래."

"원래 기분 풀러 왔지. 술 마시러 온 거 아니잖아."

"오빠, 저 오빠 신경쓰지 마세요. 그냥 우리끼리 애기하고 놀아요."

옆에 있던 아가씨의 말에 한상득은 그녀의 허벅지를 살살 어루만졌다. 룸살롱도 아니고 부킹한 여성을 이렇게 남자들이 만지면 대부분이 그냥 나가거나 화를 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법이었다. 그런 경우는 남자가 돈이 많거나 의사 등의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면 대다수의 여자들이 가만 있었다.

그곳에서 만나 하룻밤의 운우지락을 나눌 지언정 차버리지는 않는 것이 여자들의 심리였다. 보통 이런 곳에 다니는 여자들 심리가 그러했다.

"아잉......오빠는 짓궃어."

한상득의 옆에 있던 아가씨가 코먹은 소리를 내지르며 탁자 밑에서 건드리고 있는 한상득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손이 허벅지를 빠져나가지 않게 조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더욱 깊이 누르며 안쪽의 팬티를 어루만졌다.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까칠한 감촉이 한가득 그의 손에 느껴졌다. 의외로 한상득은 나이트를 많이 다녀서 여자들을 다룰 줄 알았다. 특히 그는 여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대충 감을 잡았다. 

말로는 조그만 회사의 경리직원이라고 하는데 화장한 것으로 보나 행동하는 것, 말하는 투로는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가 틀림이 없었다. 이런 년들은 거침없이 다뤄줘야 좋아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일하는 코드와 맞았기 때문이었다.

"거기가 너무 복실복실한데....."

"아웅......오빠 거기는 좀더.....살살.....좀 털이 많아....으응......"

이미 오른 쪽 중앙에 있던 박흥식도 자신의 파트너의 몸을 더듬고 있는지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들어 와!"

"저기 부탁하신 여자 분의 친구분이 도착해서 모셔왔습니다."

"수고했어. 여기."

"고맙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그리고 필요한 것 있으시면 여기 벨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웨이터는 문을 닫고 나갔다. 짧은 치마를 입어 날씬한 다리를 뽐내고 있는 예나가 어둔 구석에서 조명이 켜져 있는 테이블 가까이 다가왔다. 그제야 알아 본 여자들이 소리쳤다.

"용케 잘 찾아왔네. 저기 저 오빠 옆에 앉아."

"벌써 부킹한거야?"

"응! 빨리 가서 네 파트너 옆에 앉아."

"알았어. 저는 애네들 친구 이예나라고 해요. 일단은 앉아서 이야기 할게요."

그러면서 앉는데 한상득의 눈이 빛났다. 자신과 박흥식의 파트너보다도 가슴이 월등히 컸기 때문이었다. 이예나의 가슴이 말이다. 앉으면서 상체를 쭉 내밀 때도 가슴이 파도처럼 출렁출렁 너울 짓는 것이 한상득의 음탕한 마음을 자극시켰다.

오늘 거사는 저년으로 해야겠구나, 마음 먹은 한상득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이예나는 자신 옆에 앉아서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배일도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반가워요. 오빠들은 뭐하시는 분이세요?"

"푸훗, 우리들? 그냥 의사인데."

"에이, 의사요? 정말?"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반문하는 그녀의 말에 배일도는 지갑에서 학생증을 보여주었다. 

"어머! 정말이네. 오빠 공부 잘했겠네요."

"그냥 조금 했어."

"오빠아~~~ 저도 술 한잔 줘요. 저는 조그만 회사에서 경리를 하고 있어요."

"그래? 월급은 많이 받니?"

"조그만데 무얼 많이 받겠어요. 빨리 건배해요."

"뭘 건배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자아, 사랑의 러브샷해요, 우리. 빨리요."

적극적인 그녀에 비해 배일도는 툴툴거렸다. 싸운대다가 검사에게 불려간 것이 계속 그의 기분을 잡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좀 전의 나이트에서 일도 그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어디 칼이라도 있었으면 그 놈의 낯짝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배일도였다.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르는 이예나는 이 녀석이 순진하게 여자들과 어울리지 않고 공부만 한 샘님이라고 여겼다.

그렇지 않고 발랑까지 녀석이 자신의 몸매를 보고 달려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 앞의 배일도 이 녀석은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술만 먹고 있으니 그녀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생기고야 말았다.

"아잉, 오빠! 빨리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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