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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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는 더는 경마에 베팅을 하지 않았다. 처음인데다가 엄청난 돈을 따니 겁이 더럭 들었기 때문이었다. 승희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베팅을 했다. 더러 맞기는 했는지 같이 앉아 있는 진아랑 같이 환호하며 좋아했다. 

대충 머릿 속으로 계산을 해보니 5억이 넘는 돈을 딴 것 같았다. 물론 여기서 세금을 제한 후에 준다고 하니 못해도 3억 이상은 경마 베팅으로 벌어들인 것이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성기가 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일요일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데다가 베팅 금액도 몰리기에 말이다. 4시간째 말을 보려니 배가 고팠는지 승희가 입을 열었다.

"성기야! 배고프지 않니?"

성기는 대답대신 미희와 수진이를 쳐다보았다. 미희와 수진이도 배가 고픈지 자신들의 배를 어루만지며 성기를 보았다. 성기가 승희에게 대답했다.

"응, 여기 동생들도 배고프다고 하는데. 나도 배고프고 말이야."

"진아! 넌 배고프지 않아?"

"실은 나도 아까부터 배고팠거든."

"그럼, 여기서 먹을래? 아니면 식당에서 먹을래?"

"여기도 식사가 나와?"

"그런데 가격이 좀 비싸! 맛은 떨어져. 일층도 맛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가격은 저렴해."

"넌 한국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애가 잘 아는데...."

"으이구, 울 아빠가 개인마주협회 회장이거든. 잘 알아야 나도 우리 아빠의 일을 물려받지."

"다른 일은 안하고?"

"하면서 할 수 있거든. 마주란 것이 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니깐 말이야. 사람두고 하는 일이라 괜찮아."

"그럼, 여기서 먹자. 맛이 형편없다면 사람많은 곳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는 것도 신경쓰이고 말이야."

"알았어. 여기 있다."

탁자 밑에 보니 식당 연락처 같았다.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를 들어 승희는 버튼을 눌렀다.

"여기 3번 방인데요. 지금 식사 되죠? 그러면 도시락으로 6개 갖다주세요."

20분도 되지 않아 카트를 밀고 들어온 직원이 도시락 6개를 놓고 나갔다. 계산은 승희가 지갑에서 꺼내서 현금으로 지불했다. 밥을 먹으며 성기가 물었다.

"승희야! 이거 마권 바로 바꿔야만 하는거야?"

"아니야. 나중에 바꿔도 되는데."

"아! 그래!"

"너 아까부터 베팅을 안하던데 왜 안해?"

"너무 많은 돈을 따서 걱정이 되거든. 마사회에서 요주의 인물로 볼까 봐 말이지."

성기의 말에 승희가 수저를 놓고 깔껄거렸다.

"호호호, 여기가 뭐 북한인줄 아니. 그리고 우리 아빠가 너한테 그거 줬잖아. 그 카드만 보여도 마사회 사람들은 너한테 함부로 못해."

"정말이야?"

"그럼. 예전에나 깡패들이 기수를 협박해 승부조작했다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라고. 아빠가 하신 말씀이 있는데 너한테 해줄게. 어느 나라나 돈이 있는 곳에 쓰레기들도 꼬인다고 하는데 특히 도박과 관련된 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는 거야. 하지만 유럽 선진국에서도 마권을 가지고 장난치는 깡패는 없다는 거지. 그만큼 외국은 이미 경마가 하나의 레저라는 거야.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어. 그니깐 너무 걱정하지마. 밥 먹고 베팅해! 환급은 내가 해줄테니까!"

"아니야! 내가 할게. 고마워. 승희야!"

진아가 끼어들었다.

"성기야! 너무 경마에 빠져들지마! 걱정된다고."

"알았어."

도시락을 먹은 후에 성기는 다시 베팅을 했는데 아까와는 달리 성기가 찍은 말들이 곡선주로까지는 잘 달리다 직선주로에 접어들면서 잡히는 바람에 따지는 못했다. 그래도 후착으로 들어와 2위를 해서 복승을 가까스로 맞춘 것이 1개가 다였다. 

그 1개가 똥말이 들어오는 바람에 11경주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무려 674. 5배를 터뜨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후반 경주로 가면서 1600m 넘는 거리여서 축이 대박이 터질 확률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검증된 말과 기수가 혼연일체가 되었을 때 터지는 것이 경마의 고배당인데 이것을 생초보 성기가 맞추었으니 승희가 놀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가 있었다.

승희와 진아는 이번에도 허탕을 쳤다. 축이 되는 말은 맞추었지만 후착을 놓쳐서 모두 날린 것이었다. 성기가 맞추었다는 사실에 미희와 수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기를 껴안고 난리부르스를 연출했다. 정희도 축하해주었고 승희와 진아도 같이 환호했다.

그렇게 일요일 경마는 끝이 났고 경마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경주로의 불빛도 어두운 밤을 따라 어두워졌다.

경주가 끝나고 승희와 성기가 같이 가서 환급을 받는데 엄청난 금액이라 내일 지점으로 방문을 해주시면 바로 돈을 드리겠다고 직원이 말했다. 한 경주가 끝날 때마다 환급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직원은 단말기로 환급 금액을 쳐다보며 깜짝 놀라고 있었다.

"총 18억 9천 5백만원인데 여기에서 세금을 제하고 바로 내일 오전 11시까지 현금으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일단은 사무실에 있는 현금 5억을 먼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다시 오겠습니다. 현금 5억은 너무 많으니깐. 1억만 주시고 내일 다시 주세요. 밖에 사람들 이목도 있으니 말이죠."

"알겠습니다. 고객님! 상자에 넣어드릴까요?"

"그냥 가방에 넣어주세요. 쇼핑백이라든가."

"네, 고객님!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아닙니다. 내일 오전에 오면 되는데요. 뭘!"

"여기 환급 영수증을 드릴 테니 오실 때 제출하시면 바로 현금과 바꿔드릴게요."

"네!"

창구에서 멀어지면서 승희는 성기의 팔을 꼬집었다.

"야! 너, 언제 그렇게 걸었어?"

"악! 아파! 미안, 아까 도시락 먹고 나서 걸라고 했잖아. 그래서 될 만한 말에 쌍승 열장, 복승 열장 여러번 샀어."

"맛있는 거 사줄거지?"

"평생 사줄게."

"평생?"

그 말에 승희는 당황했다. 혹시 성기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고 말이다. 딱히 승희도 성기가 싫지는 않았지만 여동생이라 불리는 미희와 수진이랑 붙어있는 모습을 보면 바람끼 많은 사내같기도 해서 망설여졌다.

"사준다는데 먹어야지. 평생! 고맙게 먹을게!"

"내가 고맙지. 너희 아버님이 차까지 주셨는데."

"아! 그차!"

"응! 너희 아버님께 선물을 사드리고 싶은데...."

"성기야, 울 아빠 돈 많아. 그리고 웬만한 선물은 들어오지 않아. 말이면 몰라도."

"말? 말을 좋아하시면 해드려야지. 오늘 이렇게 딴 것도 알고보면 너희 아버지 덕일 수가 있는데....."

"빨리 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응, 나중에 알려 줘. 아버지가 좋아할 만한 말로 말이야. 내가 꼭 사드려야지."

"약속했다."

일행은 방을 나와 과천 근교의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그곳에서 편히 저녁을 먹고 헤어졌는데 진아는 피곤했는지 눈이 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승희와 진아랑 헤어지고 정희가 모는 차로 성기는 청량리로 향했다.

저녁에 잠은 자는데 미희와 수진이가 어찌나 달라붙던지 성기는 욕구를 발산하지 않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다. 미희와 수진이가 자신들은 매력이 없냐고 울먹거렸다.

"아니야! 좀만 기다리자. 이곳 사창가에서 너희를 안고 싶지가 않아서 그런거야."

"알았어. 오빠. 기다릴게요."

다음날 아침 씻고 미희와 수진이가 차려준 아침을 먹다가 걸려온 전화를 받으니 나검사였다.

"네, 검사님!"

"성기야! 빨리 나와! 그날 폭행사건에 연루된 녀석들도 나온다고 하니 말이야. 그리고 그날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학생도 나온다고 했어."

"네! 알겠습니다."

옷을 차려입고 나가려는데 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미희가 대신 받았다.

"여보세요, 거기 천성기씨 있나요? 여기 서울대병원인데요."

"잠깐만요. 오빠! 서울대병원이래."

"그래? 여보세요. 제가 천성기인데요.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

"미희라는 환자의 보호자가 연락이 되지 않아서 부득이 전화드렸습니다. 병원 기록을 뒤져보니 응급실에 환자분을 데려다 놓으신 분이 천성기씨로 나와 있어서요."

"네, 저 맞습니다."

"부모님이 어제 아침부터 보이지 않아서 환자분이 많이 걱정을 하고 있거든요."

"네, 그럼 제가 이따가 병원으로 가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가족은 아니었지만 병원기록에 남아 있는 성기의 연락처를 보고 직원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 과천 경마장에 마주들의 전용 공간은 일요일만 오픈합니다. 게다가 1인당 동반 인원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저도 몇번 마주님을 따라서 들어가보곤 했습니다.

식사는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만, 그곳의 여직원들은 창구 여직원들과 달리 예쁘고 몸매가 죽이더군요.

***** 제가 자주 연재를 못햇던 이유는 회사 생활의 여유가 없어져서요. 최대한 일일연재가 되도록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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