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3 회: 5 -- >
"성기야! 몇 번에 걸었어?"
승희의 물음에 성기는 손을 내저었다.
"쉿! 비밀이거든."
"알았어. 이제 시작하려나 봐!"
성기가 의자에 앉자 미희와 수진이가 찰싹 달라붙었다.
"오빠, 몇번이에요? 응원하게."
"빨리 말해줘요."
"아이고, 좀만 기다려. 천기를 누설하면 안되거든."
"피이, 오빠가 무슨 도사야?"
잠시 소란스럽자 경주에 집중하던 승희가 다그쳤다.
"조용히 해요!"
"거봐! 조용히 해!"
"알겠어요. 오빠!"
1200m 경주라 그런지 출발하자마자 벌써 반을 말들이 돌파하고 있었다. 곡선을 지나서 직선코스로 이어지는 코스에서 성기가 찍었던 말이 예상을 깨고 뛰쳐나왔다.
각층의 관람석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들 입을 벌리고 쳐다보았다. 어떤 이들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관람석에 있던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는지 벌떡 일어나 저마다 외쳤다.
"저기, 뭐야?"
"엥? 저게 왜 뛰어?"
"미쳤나?"
"똥말이 가네."
"시발, 또 짰냐?"
충격을 받은 것은 마주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주 관람층은 베란다처럼 경주로를 볼 수 있게 해놔서 방에 들어간 특급 마주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마주들은 그곳에서 담배를 피며 보기도 했다. 그곳에서 보던 마주들은 담배를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뭐야? 저 말? 원래 저렇게 잘 뛰었나?"
"마주가 아주 좋아하겠구만."
"부럽다! 부러워."
결승선을 통과하는데 성기가 찍은 말이 제일 먼저 들어왔다. 콧김을 불어가며 힝힝거리는 모습이 더 뛸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말이었다.
그 말이 1위임을 확인하자 성기는 냅다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오우! 나이스!"
넋이 나가있던 승희가 물었다.
"너 좀전 그말에 걸었어?"
"응!"
"배당이 얼마인지 알아? 모르긴 몰라도 999는 넘을 것 같은데."
그러면서 승희는 전광판에 써있는 배당을 보았다. 축이 되는 말이 아닌 아주 형편없는 말이어서 그런지 지금 1위한 말에 건 것은 모두 배당이 단승이 515배, 그리고 복승과 쌍승이 999배를 넘었다.
"우와! 성기야! 배당이 끝내주게 좋아! 처음 와 본 사람이 이런 걸 맞추다니. 너 놀랍다!"
승희의 말에 성기는 미소지었다. 덩달아 미희와 수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기를 껴안았다.
"오빠! 우리가 딴거야?"
"그래! 그것도 엄청나게 땄나봐!"
진아도 축하해주었다.
"성기야! 이따 맛있는 거 사줘!"
"알았어. 원하는 거 다 사줄게."
승희가 자신의 마권을 보이며 울상을 지었다.
"야아, 성기야! 좀전에 10만원 걸었단 말이야. 얼마 걸었니? 설마 백원 걸지는 않았겠지?"
그녀의 말에 미희와 수진이는 뜨끔했다. 자신들 말을 오빠가 들었다면 정말이지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성기는 승희에게 마권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승희는 입을 떠억 벌렸다. 자신도 가끔 아버지를 따라서 가곤 했지만 오늘 처음이라는 성기처럼 세게 걸지는 못했다.
점점 익숙해지고 아버지의 권유로 점점 금액을 늘렸던 것이지, 결코 일확천금을 바라고 베팅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 자신이 찍은 말이 들어올 때의 그 환희는 결코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대상 경주인 개선문상이 열리는 곳에서 승희는 우연찮게 맞혀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배당금도 꽤 되었지만 그것은 모두 아버지에게 드렸던 승희였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승희는 말을 참 좋아했다. 말과 함께 들판의 거친 바람을 가를 때의 그 느낌. 그것은 차를 타고 고속으로 달리면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을 때의 기분과 흡사했다. 그런 승희조차도 성기처럼 과감하지는 않았다.
"우와, 금액이 얼마야?"
단승만 따져도 10만원의 515배이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잠시 멍한 상태의 승희대신 진아가 보더니 재빠르게 머리로 계산해 주었다.
"성기야! 51, 500, 000 원인데. 이거 정말 네가 맞춘거야?"
"보고도 몰라!"
"믿기지가 않아서 그래. 이런 거액에 네가 베팅을 하다니."
성기는 다른 마권은 차마 내밀지 못했다. 단승 마권에도 이렇게 놀라는데 복승과 쌍승 마권을 보여줬다간 모두들 입에 게거품을 물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정희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정희씨는 놀랍지 않아?"
"놀랍긴 놀라운데. 일본에서는 더 배당이 크고 경마가 활성화되어서요. 많이 봤거든요."
"아하, 그래요? 일본이 우리보다는 앞서는구나."
성기의 말에 진아와 승희가 깔깔 웃었다.
"성기야, 일본이 우리보다 10년은 앞서간다고 하잖아. 괜히 있는 말이 아니거든. 그나저나 그 많은 금액에서 세금 제하고 줄텐데...."
"아니, 이것하고 세금이 무슨 상관이야? 들어올 때 입장료 냈잖아."
"나도 모르는데 아버지에게 들었어. 마주제를 실시하면서 환급율을 높인다고 했거든. 전에는 그런 것도 없었나 봐. 유럽이나 미국도 환급율은 높은데. 25%를 떼고 줄거야."
"그래? 그래도 그게 어디야?"
"이궁, 너 바보구나. 다른 나라는 이렇게 세금이 높게 책정되어 있지 않아. 아버지도 그 문제로 마사회와 정부에 항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어.
"몰랐어. 내가 언제 외국을 나간 적이 있어야지!"
성기는 차마 아프리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잘 사는 나라들과의 비교인데 분위기가 썰렁해질 것 같기도 했다. 성기의 말에 승희는 눈을 껌벅였다.
"아하, 그래? 그럼 다음 주에 가까운 일본이라도 우리 함께 갈래?"
승희의 말에 성기는 다급히 소리쳤다.
"야! 나 아직 방위라구. 어떻게 갈 수 있겠냐!"
"그래? 가고는 싶니?"
"가고는 싶지. 무척이나 말이야."
"방법이 있지."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들어가면 되거든. 여권이나 만들어 둬!"
"그래? 여권은 어떻게 만드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성기의 질문에 승희는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야! 그냥 사진이나 찍어 둬! 내가 연락해서 만들어 줄테니깐."
"정말 고맙다. 승희야!"
그러면서 성기는 승희를 껴안았다. 덥썩 안긴 승희는 경황중에 당해서인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성기는 순수한 마음에 껴안았지만 안긴 승희의 가슴이 자신의 가슴을 짖누르자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너무나 물컹한 것이 성기의 몽둥이를 일으키게 만들어 버렸다.
딱딱하게 솟은 몽둥이는 바지를 뚫을 듯 일어나 승희의 허벅지를 건들였다.
============================ 작품 후기 ============================
저는 이북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들 마시길...
노블 1세대인데 제가 거기까지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의 의지의 표현!!!
이북으로 갈 글들이 가는 것은 찬성하지만, 현재의 이북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가는 것은 반대하는 1인입니다.
저 역시도 이북으로 보는 입장이었던지라 많이 불편합니다.
북큐브에서 이원호씨 소설은 편당 200원, 이수영씨 소설은 편당 100원입니다.
그에 비해 노블레스는 1200원 하루 결재로 편수 제한없으니 걱정들 마시기
바랍니다.
*** S 로 시작되는 사이트에서도 관심을 가져준 데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연재는 모두 조아라 독점으로 할 겁니다.
제가 조아라 올드여서 떠났던 올드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여기에서 뼈를 묻어야죠.
언젠가 제가 역사 소설인 <복수전기>에서도 언급했듯이 중국을 통일했던 유방보다는 사랑하는 여자와 죽음을 택한 항우를 존경한다고.
남자는 지조! 의리죠!
여자는 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