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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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경주는 끝이 났으니깐 여기 마권을 줄게. 내 말 잘 듣고 해봐. 혹시 아니? 네가 맞출지?"

성기는 승희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내가 어떻게 맞히냐? 경마장에 오늘 처음 왔는데."

"선머슴이 사람잡는거야. 복승과 연승, 쌍승도 있고, 복연승도 있어. 그 중에 제일 맞히기 어려운 것은 쌍승인데 이건 1위와 2위 말을 정확히 맞혀야 돼. 그것은 어려우니깐 천천히 해도 되고, 복승은 순서에 상관없이 1위와 2위 말을 맞히기만 하면 되는거야."

"잠깐, 순서에 상관없이 내가 찍은 말이 2위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되는거야?"

승희는 성기의 질문에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리고 복연승은 쉬워. 연승도 쉽고 여기 종이란에 설명있거든. 이것 보고 찍어봐."

"그럼 왜 설명을 한거야? 진작 이것대로 하면 되는거네."

"복승과 쌍승은 설명을 해줘야 이해가 빠르거든. 그리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뛰는 말 수가 적어. 외국 프랑스나 영국 같은 경우 대상경주에 뛰는 말이 20마리도 넘거든. 우리나라는 아직도 멀었어. 경마 후진국이라 보통 경주에 10마리에서 14마리밖에 안 뛰지. 게다가 1000미터 경주가 많아. 외국은 2000미터가 넘는 경주가 많거든."

"우와! 재미있겠다. 보통 말을 본 것은 동물원 아니면 영화나 드라마밖에 없었는데."

"성기야. 베팅은 절대 알려주는 법이 없어. 잘 해봐. 따는 사람이 저녁 사기 어때? 너희 일행도 좋아할 것 같은데...."

"오케이! 좋았어."

미희와 수진이도 끼어들었다.

"좋아요. 우리도 도박은 싫지만 내기가 걸린 것은 피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빠! 우리 꼭 따요."

"오케이!"

성기는 승희의 표정에서 그날 일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굳이 괜찮냐고 묻고 싶지는 않았다. 벌써 이렇게 쾌활하게 웃고 있는데 분위기를 다운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승희의 말에 성기는 남모를 승부욕이 발동되는 것 같았다. 각자의 의자에 앉아 유리창 밖의 경주로를 내다보았다. 장내에서는 벌써 다음 경주를 준비하는 기수와 말에 대해서 설명하는 방송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마감 10분전입니다. 지정된 장소에서 마권을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승희가 건네 준 경마에 대한 설명서와 예상지를 펼쳐서 보는데 12마리가 뛰는 것이라 누굴 찍어야 할지 난감했다. 미희와 수진이는 성기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진아는 성기와 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미희와 수진의 경계어린 눈빛을 보고는 잠시 그 뜻을 접어야했다. 할 수없이 승희와 예상지를 보며 마권에 색을 칠해나갔다.

성기의 눈에 들어온 예상지에는 5마리가 각축을 펼칠 것으로 예상이 나왔는데 그 중에 2마리로 성기는 줄여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성기가 보건대 모두 결승선을 놓고 필사의 승부를 겨룰 것 같았다. 그런 성기의 눈에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예상지에서도 기껏해야 완주할 말로만 평이 나와 있는데 성기의 눈에는 발걸음이 활기차 보였고 무엇보다도 다른 말과 달리 말의 눈에서 힘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것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여자들과 자서 좋아진 점은 화장실에 자주 안간다는 점과 더불어 시력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망원경을 동원해서 봐야할 정도로 관람석과 경주대기석의 거리는 상당했지만 성기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아직까지 그 능력이 십분의 일조차도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성기였다. 시바의 뜻에 따라 더 많은 여자들을 파괴해야만 진정한 능력이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마감 4분전, 이미 승희와 진아는 마권을 사러 문을 열고 나가는 중이었다. 설명서를 보니 단승식도 있었다. 예상지를 보니 단승은 베당이 적다고 나와 있었다. 성기는 순식간에 머리를 정리했다.

좀 전의 그말에 단승으로, 그리고 그 말을 축으로 나머지 말들을 다 찍었다. 복승도 쌍승도 그렇게 칠했다. 금액을 보니 100원부터 100000원까지 가도록 되어 있었다.

성기는 지갑을 보니 45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을 모두 가기로 했다. 모두 잃는다면 쫓겨난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단승에 10만원, 복승에 만원씩 가니 14만, 쌍승에도 똑같이 만원씩을 체크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미희와 수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지 왜 이렇게 많이 가냐고 따졌다.

"오빠! 여기 백원부터 거는데 백원만 해봐! 좀 더 알고 나서 팍 걸어요."

"너무 세요. 오빠!"

"아니야. 느낌이 왔어. 너희들은 모르는 그 느낌!"

성기의 말에 미희와 수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기를 사랑해서인지 더는 조르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뜻보다는 성기의 의지와 뜻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둘이었다.

"오빠, 알았어요. 오빠 하고 싶은대로 해 보세요."

"잃어도 괜찮아요."

둘의 응원에 성기는 미희와 수진이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왜 오빠가 잃을 것 같니? 믿어 봐!"

말을 하고 성기는 나갔다. 마주들의 관람층에도 마권 발매소는 있지만 다른 층들과는 달리 번잡하지가 않았다. 승희와 진아는 이미 했는지 마권을 들고 여보란듯이 흔들거렸다.

"내가 이길 것 같은데....."

그 말에 성기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이거든. 그리고 승희야! 너 치마가 넘 짧은 것 같은데."

성기 앞에 있는 승희의 치마는 너무나도 짧아서 밑에서 올려다보기만 해도 속옷이 보일 것 같았다. 그 바람에 튼튼하고 날씬한 허벅지가 적나라하게 성기의 눈에 들어왔다. 다른 마주들도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승희의 다리를 힐끗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 원래 짧은 치마 좋아해. 걱정해줘서 고마워."

"성기야! 걸었어?"

"응, 진아 너는?"

진아의 환한 미소가 하얀 치아와 함께 성기의 눈을 즐겁게 했다.

"나도 처음이라 승희가 거는대로 따라했어."

"많이 걸었어?"

"몰라. 승희가 금액을 칠했거든."

그렇게 말하고는 승희와 진아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얀 허벅지와 함께 진아의 달라붙은 청바지가 성기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진아의 탱글탱글한 엉덩이는 남자가 보기에 무척이나 섹시해 보였다.

문이 닫힐 때까지 보는 바람에 겨우겨우 마권을 살 수 있었다. 사고 나서 보니 경주는 시작하려는지 수많은 모니터는 말들을 비추고 있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성기는 허겁지겁 일행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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