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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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근처의 커피숍에서 나검사와 만난 성기는 어제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정희가 사진관에 맡겼으니 내일 찾으면 된다고 말을 해주었다. 피해 학생의 이름과 나이는 병원에 부모님이 계시니 찾아뵈면 된다고 했다. 

"아우디를 타고 도망갔다고?"

"네, 검사님!"

"집이 산다는 건데......왜 그곳에서 일을 벌이다 그렇게 된 거지? 그곳은 인적도 드문 곳인데."

"저도 모르니까 나검사님에게 말하는 거에요."

"그래? 일단 피해자가 깨어나야 사건의 윤곽이 잡힐 것 같아. 용의자가 세 명인 것과 아우디를 타고 있다는 점만 빼면 아는 것이 거의 없잖아. 미궁으로 빠질 것 같은데......"

"사건 장소로 같이 가 보실래요?"

"그러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런 후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 가 보자. 이런 사건은 빨리 듣는 것이 나을 때가 있거든. 시간이 지나면 환자의 기억이 떨어져 긴가민가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해."

"아항, 그래요? 몰랐던 사실인데요."

미희와 수진이는 나오지 않아 같이 나오지 않아서 성기와 나검사는 차에 탑승해 과천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나검사는 매의 눈으로 이곳 저곳을 살폈다. 성기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용의자들이 사용했던 흔적으로 보이는 영수증을 발견했다.

물건을 산 날짜와 시간은 찍혀있지 않았지만 현대백화점에서 물건을 산 내역은 확인할 수 있었다. 영수증이 바람에 날려와서 이곳에 떨어졌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제발 그 놈들 것이기를 성기는 바랬다. 

나검사는 사건 현장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도로 위에서 내려볼 뿐이었다. 가봐야 국과수도 아니면 괜히 사건 현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성기는 아까 이곳을 정희와 함께 살폈던 것을 말했다. 나검사는 왜 나서서 일을 어렵게 만드냐며 핏대를 올렸지만 이내 곧 수그러뜨렸다.

성기가 그렇게 나선 것은 결국을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인데 현장 보존을 모르는 성기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성기는 미안해 하며 나검사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병원에 도착한 나검사는 성기가 안내하는 병실로 들어갔다. 가는 도중 성기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나직히 물어보았다.

"나검사님, 아까 말씀하신 서울대병원 성폭행범은 뭐에요? 아직도 잡히지 않은 거에요?"

"당한 여자들이 입을 열지를 않아서 힘들어."

"어떻게 그런 일이? 진짜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강간범들이 아직도 이 사회를 활보하는 거라고. 정의의 심판을 보여줘야 하는데 말이지."

"나검사님 저도 가만두지 않을게요. 그런 놈은 확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야 되야. 거시기 다리를......."

나검사는 애기하다 말고 성기가 말끝을 흐리자 되물었다.

"뭔데? 거시기 다리라니?"

"몰라요."

"뭔데? 말 하지 않으면 나 안간다."

엘리베이터가 보이는 곳에서 나검사는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할 수없이 좀 전에 하던 말을 내뱉었다.

"그 가운데 다리를요."

"그래 거기를 잘라야지. 왜 부러뜨리냐! 가위로 싹둑 잘라야지."

"네? 그러면 안되잖아요. 남자의 생명인데......"

"안되긴 뭐가 안돼!"

그곳에서 이야기하던 도중 지나가던 기획 실장의 눈에 성기가 들어왔다. 퇴원했다고 하더니 가끔 병원에 들르나 싶었다. 성기의 얼굴을 보자 바로 거대한 몽둥이가 연상되는 기획실장이었다.

자신도 처녀는 아니지만 저 거대한 물건으로 매일 여자 친구와 하다니 부럽기도 하면서도 그곳이 아주 너덜너덜 해질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그런지 나검사를 바라보는 기획 실장의 눈길에는 부러움과 함께 연민이 서려 있었다.

성기와 나검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기획 실장은 성기의 가운데 물건을 상상한 자신이 망측한 상상을 다 한다며 자책하고는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이도 병원이 국내 최고라 그런지 환자였던 미희는 의식을 찾고 있었다. 그 옆에 어머님이 손을 꼭 잡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안녕, 어제 널 병원으로 데려온 사람인데, 기억나니?"

"네, 기억나요. 고마웠어요."

"날 좋아하는 여자도 미희라는 이름이 있는데, 너도 날 좋아할 것 같은데......아름다운 미희도 빨리 나아야지."

"킥킥....."

"웃으니깐 훨씬 예쁘다."

"정말이요?"

붕대로 감긴 코와 눈을 제외하고도 나머지 부분은 시퍼런 멍이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어 아름다웠던 모습을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아는 미희 어머니와 미희는 살갑게 대하는 성기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럼."

"내가 왜 왔냐면 어제 일은 너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잖아. 그래서 네가 그 놈들을 잡고 싶다고 원하면 잡아주려고 왔거든. 여기 검사님이셔. 중부지검에 계시는데 인사해, 미희야!"

"아, 안녕하세요!"

"아니야, 일어나지마. 그냥 그렇게 누워 있어. 불쑥 찾아온 내가 미안하지."

코뼈가 부러지고 눈가도 깊이 찢어져 자칫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천운이었는지 별 탈이 없다고 의사들이 말했었다. 이제는 잘 먹고 환자의 나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빨리 낫는다고 했다.

같은 여자인 나검사가 보아도 미희의 상태는 보통 성폭행을 당한 여자와는 상태가 심각했다. 대부분 성폭행범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첫번째 부류는 여자를 살려두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여자를 노예로 두었다고 생각하는 정신을 용의자들이 갖고 있었다.

두번째 부류는 여자를 잔인하게 죽이는 경우인데 이 경우가 위험했다. 여자를 극도로 증오하는 무리들로 여자의 성기조차도 형태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게 짖이겨놓는 경우가 많았다. 화성 연쇄 살인마의 경우도 여자의 음부에 갖가지 물건을 놓거나 무언가를 꽃아놓는 행태를 보였었다.

성기가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미희란 학생은 아마 차디찬 땅바닥에서 음부를 벌린 채 죽어 있을 것 같았다. 나검사는 자신의 여동생이 마치 당한 것 같아 미희의 연약한 손을 꼭 잡아주었다.

"가만 있어. 미희라고 여기 써 있네. 이름이 무척이나 예쁘네."

"네, 고마워요."

"아프지 않니?"

"아까 깨어났을 때 아팠는데요. 진통제 주사 맞아서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 다행이다. 미희야! 내말 들어볼래?"

"네!"

곁에서 지켜보던 성기가 그런 미희의 앳된 모습에 속에서 울컥했다. 성기는 미안함에 말을 바로 했다.

"이런 애기해서 미안한데, 어제 그 일 기억나니? 한두 명이 아닌데다가 너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그 놈들을 쫓아가지 못했거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아니에요. 아니에요. 고마워요. 어제 일은.....흑흑흑......"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미희였다. 공포와 잔인한 기억을 떠올린 미희는 눈물을 마구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미희야! 엄마 여기 있어.!"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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