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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쾌락이 버무려진 한바탕의 시간이 흘러 소연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휴지비닐을 꺼내 자신의 동굴을 닦더니 성기의 몽둥이를 입으로 정성스럽게 핥았다. 성기는 폭발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는 중이었다.
소연이 성기의 몽둥이에 묻은 체액들을 부드럽게 핥아먹었다. 그 바람에 몽둥이는 목욕을 마치고 나온 것마냥 깨끗하게 보였다. 서둘러 옷을 입고 휴지 묶음을 들어올려 원래의 위치로 만들었다. 이어 문을 열고 나갔다.
다행이도 두 사람을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기는 소연을 데리고 병원 매점으로 갔다. 그곳에서 볼펜을 사서 연락처를 주고 받은 후 헤어졌다. 소연이 헤어지기 전에 성기의 입에 키스를 남기고 떠났다.
성기는 부활 형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허겁지겁 뛰어갔다.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앉아있던 나검사와 부활 형들은 반가움과 걱정이 서린 표정으로 맞아 주었다.
"어디 갔다 온거야?"
"제 일행에게 전화하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일을 보는데 너무나 아파서요. 미안해요."
"그래? 그런 줄도 모르고 안 보이는 곳에서 쓰러진 줄 알았잖아."
"죄송해요. 형님들. 그리고 나검사님 미안해요."
"괜찮으니깐 빨리 들어가서 진료보고 나와요. 다른 분들은 모두 끝났으니깐."
"네, 알겠습니다."
시간이 흘러 병원 정문에서 김태원과 말을 나누었다. 추후 재조사가 필요한 경우에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나검사가 말했다. 김태원은 알겠다고 말한 뒤에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더니 성기에게 주었다. 받아보니 연락처였다. 성기는 감사히 받으며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인사를 했다.
김태원은 성기의 어깨를 토닥이며 어제 정말 용감했다고 칭찬을 했다. 그리고는 부활 음반 작업과 어제 만나기로 했던 보컬 지원자를 오늘 만나러 가야한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김태원에게 성기는 거듭 인사를 했다.
"형님, 꼭 전화드릴게요."
"알았다. 기달릴테니 연락해. 오늘 고마웠습니다. 검사님."
나검사는 뜻밖의 말에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고맙긴요. 제가 오히려 영광이죠. 한때 좋아했던 그룹도 만나뵙게 되어 좋았어요."
"음반 녹음 잘 되서 대박 나세요."
"응. 고맙다."
점점 작아지는 김태원과 부활 멤버의 등을 보며 성기도 등을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나검사는 성기 옆에서 조용히 걸었다. 횡단보도가 보여 성기가 건너려는데 나검사가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어느 쪽으로 가는데?"
이미 말을 놓기로 해서 나검사는 편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성기는 겸연쩍은 듯 말을 했다.
"청량리로 가려고요. 근데 검사님! 할 애기가 더 있나요?"
"없지. 그렇지만 이렇게 보내면 쓰나? 우리 어머니가 너 밥 사주라고 했는데."
"어머님이요? 저를 아세요?"
"그럼, 그때 차도둑 사건 알지? 그 차가 바로 우리 차거든."
"아하, 그렇게 된 거였어요. 어머님 덕분에 파출소에서 나왔네요. 안 그랬음 오늘도 갇혀 있어야 했을 뻔했는데. 고맙습니다라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성기의 말에 나검사가 피식 웃었다.
"괜찮아. 내가 아까 전에 전화 드렸거든."
"아, 그래요? 고마워요. 나검사님."
횡단보도 앞에서 손목을 잡고 두 남녀가 서 있자 건너는 사람마다 한번씩 쳐다보는 중이었다. 물론 성기의 얼굴을 본 것이 아니라 나검사의 얼굴과 몸매를 힐끔거리는 남자들과 여자들은 강력한 라이벌의 출현에 경계하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봐야 하는데요."
"데려다 줄게. 너 차 없잖아. 청량리 어디라고? 그곳에 가서 밥먹고 헤어지자."
"그래도 되요? 한가할 것 같지는 않은데?"
"연차야. 다음주 일요일까지는 푹 쉬어도 돼. 빨리 가자. 나 배고프거든."
"네!"
성기는 그대로 나검사가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성균관대로 가는 길에 음식점 골목을 지나는데 나검사가 참지 못하겠는지 볼멘 소리를 했다.
"여기서 먹고 가면 안될까? 나 무지 배고픈데. 아침을 너 때문에 못 먹었거든."
"아. 그래요? 배고프시겠네요. 지금 거의 점심 시간인데."
"그럼 우리 엄마랑 가끔 가던 곳으로 갈래? 이 근방인데."
먹는다는 말에 활기를 되찾은 나검사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더니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소리를 질렀다.
"아, 저기 있다. 저기야. 저기."
"네? 바람과 별이 쉬는 곳? 우와! 무슨 음식점 이름이 시같네."
"저기 육이오때 부터 하던 곳인데 무지 유명해. 가자. 가면서 설명해줄테니깐. 그리고 너도 배고프면 먹어."
둘은 바람과 별이 쉬는 곳이라는 한식집에 들어갔다. 오래된 한옥을 음식점으로 개조한 탓인지 고풍스런 맛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와 성기의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었다. 개발로 인해 사라진 한옥과 예쁜 양옥들이 성기의 기억 속에는 자리 잡고 있었기에 옛 집에 대한 향수가 남달랐다.
단아한 한복을 입은 중년의 아줌마가 들어오더니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나검사는 성기에게 보여주려다 성기가 자신은 한정식을 잘 모른다고 알아서 시켜달라는 말에 나검사가 빠르게 메뉴를 훑어보더니 시켰다.
중년 아줌마는 주문을 받고 미소 띤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나검사가 맞은 편에 앉은 성기를 보며 말했다.
"여기가 세검정 근처에 있는 석파랑 음식점 사장님과 형제분이거든."
"석파랑이요? 거기도 음식점이에요?"
"흥선대원군 별장이었지. 그곳이 지금은 음식점으로 바뀌어서 몇번 가봤거든. 그래서 내가 알지."
"아, 그래요. 세검정이면 우리 집하고 가깝네요."
"너희 집이 그 근처니? 우리 집은 그때 차가 세워진 곳이야. 그러면 너랑 나랑 같은 동네주민인데."
"아, 지금은 잠시 제가 나왔거든요."
"왜? 가출할 나이는 아니잖아. 너 기록에 보니깐 방위라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된 거야 방위는 보통 출퇴근하는데."
그말에 성기는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소말리아 파병은 빼고 포상 휴가를 연달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아는 동생들이 일이 생겨 그 일을 봐주느라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설명했다.
나검사는 예의 그 날카로운 눈으로 미심쩍게 성기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성기가 전혀 거짓말이 아니라고 나오자 그제야 나검사는 믿어주었다. 역시 검사라 그런가 눈치가 보통이 아니라고 여긴 성기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벌써 시간이 지났는지 주문했던 음식들이 나왔는데 전통 궁요리라고 설명을 해주는 나검사였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며 먹는 성기를 귀엽게 느끼는 나검사였다.
주방에 있던 사장의 여동생이자 주방장, 아울러 전통 궁중 요리 전문가인 채미연은 비싼 궁중 요리를 주문한 손님들께 특별식을 쟁반에 받쳐들고 방으로 들억갔다. 요즘 여름 방학에다 뜨거운 여름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어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다만 오래된 손님들만 간간이 찾아오고 있어 그나마 시름을 덜을 뿐이었다. 채미연 그녀는 몇달 전에 오빠와 다투고 나서 수원과 안양에서 음식점을 해볼까 하고 전철을 탔었다. 그때 까까머리 방위병이 아직도 그녀의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남편과 이혼하고 나서 수년 간을 혼자 지새웠던 밤이었다. 그동안 별 일 없이 잘 지내던 채미연의 가슴을 뜨겁게 지핀 것이 그 방위병의 손길이었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가만히 있었는데 점점 하다보니 자신도 빨려들어가 지금까지도 그를 꿈 속에서나마 만나고픈 그녀였다.
오빠의 음식 사업만 아니었으면 그녀는 벌써 안양 박달동 근처에 음식점을 차리고 그를 찾기위해 무진장 노력했을지 모른다. 그나마 오빠의 간청으로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서 자신과 그와의 나이 차를 곰곰히 생각했던 그녀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채미연은 방문을 드르륵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학생인지 까까머리 차림의 젊은 남자와 세련된 차림의 성숙한 여자가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손님, 여기 특별식입니다. 이것 드시고 여기 자주 들러주세요."
"전 여기 자주 오는데. 애가 오늘 처음이라네요. 애가 마음에 들면 자주 올게요."
나검사의 말에 성기는 손사래를 쳤다.
"네? 고맙긴 한데요. 학생이 이런 곳에 자주 오면 미안하죠."
곁에서 듣고 있던 채미연은 성기의 옆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고 느꼈다. 어디서 한번 본듯한 모습이라고 여기며 그녀는 쟁반을 놓고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원래라면 음식을 놓고 나가야 하는 것이 정석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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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잘 보내셨죠? 제 독자님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