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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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희는 어쩔 수 없이 입속에 들어온 물건을 빨았다. 속이 메스껍고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글픔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상득은 미희의 벌려진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배일도는 젖가슴의 꼭지를 마구 빨고 씹어댔다. 미희는 난생 처음 당하는 일에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날카로운 칼이 사내의 손에서 덜렁거리며 눈 앞에 보였기 때문이다.

"추읍.....읍....."

"하아!....좋아! 서툴지만 잘하는데......하아....."

박흥식은 물건을 휘감는 입술과 혀로 인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보다 입이 작아 그의 물건은 더욱 자극을 받았다. 절정에 벌써 도달했는지 박흥식은 엉덩이를 바짝 조였다. 그러더니 하얀 물이 미희의 입 속에서 분출되었다. 

하얀 물이 물건에서 나오자 미희는 깜짝 놀라며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그 바람에 고스란히 그녀의 볼과 귓볼과 머리카락에 하얀 물이 덕지 덕지 달라붙었다. 끈적거리는 액체의 느낌에 미희는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하아...... 혀가 착착 감기는 게 죽이는데......."

성기는 남승희의 아버님이 왔다는 말에 이제 돌아갈 수가 있겠구나 싶었다. 성기는 중후하게 생긴 중년 사내에게 인사를 했다. 성기 옆에 있던 미희와 수진이도 같이 인사를 했다. 박정희는 그저 고개만 까딱했을 뿐이었다.

"진아에게 오늘 이야기 들었네. 자네들 덕분에 승희가 큰 일을 당하지 않았나 싶네. 밤이 늦었으니 오늘 저녁까지 먹고 가면 어떻겠나?"

진아가 곤란한 성기를 위해 나섰다.

"아버님, 저도 가야되고. 여기 성기씨하고 일행분도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까보니 일찍 가야한다고 하는 것을 제가 기다리게 했거든요."

남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아의 말에 수긍하는 것 같았다. 개인 마주제를 시행하면서 반대를 했던 사내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더 많은 수익금과 안정적인 소득으로 인해 처음과는 달리 그다지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딸에게 죽은 쥐를 던졌다는 사실은 자신에게 던진 것보다 더 심각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부인과 사별해서 오로지 경마와 딸만 보고 살았던 남승현이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딸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보석같은 존재였다.

다행히 큰 말썽없이 자란 덕분에 얼마다 고마운지 몰랐다. 죽은 아내에게도 면목이 서는 것 같았다. 그런 소중한 딸에게 위험한 일이 생겼고 진아와 난생 처음 보는 젊은이들이 도와줬다니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일행 중에 보스처럼 보이는 성기에게 건네 주었다. 아까보니 미희와 수진이도 성기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고 정장입은 정희도 성기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자리에 있거나 리더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받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선물일세."

"네? 오늘 처음 보는데 선물이라뇨?"

성기는 극구 손을 내저으며 사양했다. 그러자 남승현이 부드러운 어조로 부탁했다.

"내 하나밖에 없는 딸이 어려웠을 때 도와줬는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걸세. 오히려 부족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내가 날이 밝는대로 진아에게 연락해서 자네들이 필요한 것을 해주겠네. 내가 재벌은 아니지만 그들 못지않게 돈은 있다네."

"정말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을 했는데 이런 식으로 사례를 받다니요?"

"받아주게. 이것은 돈이 아니고 경마장 마주 평생 입장권일세. 나한테 20장 정도는 있으니 자네에게 한장을 줘도 괜찮아. 그것만 있으면 개인 마주실 옆에 작은 방에서 조용히 경마를 관람할 수 있을 걸세. 아직까지 우리 한국에서는 경마가 도박으로 취급받지만 조만간 선진국처럼 레져로 인정받을 날이 올 걸세. 난 그것 때문에 귀국한 것이고 말이야."

"네? 저는 경마를 잘 모릅니다. 여기 진아한테나 주시죠."

"허허, 여기 진아한테도 내 따로 줄 걸세. 그러니 부담갖지 말게."

"알겠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렇지만 성기는 자신이 그렇게 경마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이런 것을 바라고 도운 것이 아니었지만 주겠다는데 자꾸 거절하는 것도 시간만 끌 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럼, 식사나 간단히 하고들 가게."

"너무 늦었습니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버님, 승희는 내일 깨어날 것 같아요. 놀래서 그런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이만 가볼게요. 집에 어머니 혼자 계시거든요."

"알겠네. 진아 공주도 어서 가보게. 내 욕심 때문에 붙잡아 둘 수만은 없지."

"네, 안녕히 계세요."

"잘 가게!"

"아참, 자네는 차가 없지?"

"네? 여기 진아씨 차에 얻어타서 사당역까지 갈려고 합니다."

"그러지 말고 여기 못쓰는 차가 있으니 쓰고 나중에 돌려주게."

성기가 생각해보니 진아 차에 네 사람이 탑승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다. 무슨 봉고차도 아닌 다음에야 벤츠가 넓기로 운전 기사를 포함해서 여섯 명이 탄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진아에게 눈짓으로 양해를 구했다. 차키를 받기 전에 정희에게 물었다.

"한국 면허증 있어요?"

"네, 국제 면허증으로 있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네, 잘 됐네요."

그러더니 성기는 남승현에게서 차키를 넙죽 받아들었다. 진아에게 신세를 지는 것도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자신이 한때 이상형으로 생각했던 여자가 너무나도 부자였기에 말이다. 자신은 차도 없고 운전 면허증도 없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말이다. 당장 면허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빨리 돌려드리겠습니다."

"아니야. 천천히 줘도 돼. 거의 쓰지 않으니 말일세. 나가서 빨간 색 자동차일세. 잘들 가게."

"네, 안녕히 계세요."

"아버님, 갈게요. 내일 승희에게 연락할게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진아는 벤츠에 올라 타기 전에 메모지에 자신의 주소와 연락처를 적어 성기에게 주었다. 그러더니 손으로 성기의 주소와 연락처를 적어달라고 보챘다.

"집 주소는 이사를 가서 나도 잘 모르는데. 평창동 어디라고만 알고 있어. 지금 잠시 머무는 곳도 청량리 어디쯤인데 정확히 주소는 알지 못해. 내가 나중에 너한테 꼭 연락할게."

"알았어. 꼭 연락해. 꼭이다."

"알았어. 그럼 잘 가."

"응! 너도! 그런데 여기 나가는 길 알아?"

"모르는데. 너는 어디로 갈건데?"

"기사님이 운전하지만 사당으로 갈건데. 너희는 그렇게 오면 늦어.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나가서 양재 대로로 나가서 경부고속도로를 타서 한남대교로 빠지라고. 한남대교에서 다시 올림픽 대로로 빠져서 내부순환로를 타라는 표시가 나와. 그 길이 제일 빨라. 알았지?"

"응, 알았어."

성기는 진아가 한 말을 빠짐없이 적었다. 성기가 자신의 말을 받아 적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마치 제자가 스승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보였고 또 어찌보면 병아리가 어미 닭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 같아 무척이나 진아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잘 가!"

"알았어. 꼭 연락할 게. 진아야!"

진아는 인사를 하고 벤츠에 올라 탔다. 집 안에서 승희 아버님을 기다리는 동안 진아와 성기는 말을 놓기로 했다. 나이가 비슷한데 높이기가 어색했던 것이다. 좀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기사는 벤츠에 시동을 걸고 저택의 문을 벗어났다. 차가 세워진 주차장에 빨간 색 차라고는 대우 르망 레이서였다. 이 차는 문이 두짝이어서 조수석을 뒤로 밀고 미희와 수진이가 뒤에 탔다. 당연히 성기는 조수석에 박정희가 운전석에 탔다. 

차를 깨끗하게 몰았는지 내부는 깨끗했다. 아마도 승희가 몰았던 차인 듯 싶었다. 박정희가 시동을 걸고 조심스레 출발했다. 진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했기에 조금만 지나자 어두운 빗속에 논길이 보였는데 무슨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길처럼 느껴졌다. 

비닐하우스처럼 화훼 농사를 하는 곳이 곳곳에 있었고 도로 주변에 꽃이라는 나무 간판이 곳곳에 보였다. 한참을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 완만한 경사를 이룬 도로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둡고 비까지 내려 박정희는 바짝 긴장하며 운전했다.

박정희의 눈에 헤드라이트 불빛 끝에 걸리는 승용차가 보였다. 왕복 1차선 도로라 길이 좁아 박정희는 사고 차량인 듯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뒤에 붙었다. 성기도 고급 승용차가 길가에 팽개쳐진 채 가만히 있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싶었다. 

게다가 비까지 내려 무슨 사고가 나지 않았나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전조등으로 자세히 보니 조수석 문이 열려 있었다. 이슬비처럼 내리는 상황이지만 조수석을 열고 차를 세워 두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희씨 생각은 어때?"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요."

"미희하고 수진이 너희 둘은 여기 꼼짝말고 있어. 알았지?"

"응, 오빠 멀리 가지마."

"알았어. 조심할테니깐."

"정희씨, 같이 나가서 살펴보자고."

나가기 전에 정희가 몸을 숙여 글로브박스를 열어보았다. 그안에는 자동차 관련 서류와 휴지 그리고 랜턴이 들어있었다. 박정희는 안도하며 랜턴의 불을 켜 보았다. 다행이도 불이 들어왔다. 성기와 정희는 동시에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가까이서 보니 차는 고급 외제차인 아우디였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성기가 주변을 돌아보며 소리쳐 불러보았다.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두 차례 목놓아 부른 성기의 눈에 도로 구석에 쳐박힌 검은 물체가 들어왔다. 박정희에게 손짓을 해 랜턴으로 비추어보았다. 불빛으로 자세히 보니 쓰러진 자전거였다. 성기와 정희는 가서 보니 교복을 입을 때 쓰는 리본이 떨어져 있었다. 여학생 신발로 보이는 구두도 한 짝이 뒹굴고 있었다.

자전거는 폐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한 상태였다. 그것은 곧 자전거를 탔던 학생이 변을 당해서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성기의 머리는 무섭게 회전했다.

아마도 아우디 승용차가 빗길에 교통사고를 내고 그 시체를 유기했을 가능성을 말이다. 주변을 랜턴으로 이리저리 비추어보았다. 

"학생?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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