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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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두잔 먹다보니 맥주 다섯 병은 금방 동이났다. 김미희는 여동생의 죽음을 잊으려는 듯 잔에 담긴 맥주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웠다. 성기는 여동생을 떠올리게 만든 자신을 탓하며 맥주를 더 시켰다. 맥주라도 그녀가 편히 먹어 시름을 잊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짧은 치마가 벌어져 허벅지의 은밀한 속살과 팬티를 보며 성기는 욕정이 치솟았다. 성기는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고 그녀들의 얼굴 아래로는 시선을 내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

갑자기 문이 드륵 열리며 색기어린 아줌마가 고개를 내밀었다. 곧바로 맥주가 빈 것을 보고 아줌마는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 같았다.

"학생! 이제 연애해야지?"

"아줌마, 됐다니깐 몇번을 말합니까. 지겹지도 않으세요. 맥주나 더 주세요."

"이제부터는 서비스가 아니라서 돈을 내야돼!"

"알았어요. 주면 되잖아요."

"다섯 병 갖다줄까?"

"적은데. 더 주세요. 열 병줘요."

아줌마는 여태 가게를 운영하면서 여자와 할 생각을 않고 맥주만 먹어대는 손님을 본 적이 없었다. 맥주를 주문하는 것은 아줌마에게 더 많은 돈을 안겨다주는 결과로 이어져 결코 기분나쁠 일은 아니었다. 아줌마는 색기가 철철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성기에게 윙크를 했다.

"그래? 아예 맥주 한 상자로 마시는 게 어때? 싸게 줄게, 학생! 15만원에 줄게."

"15만원이요. 잠깐만요."

성기는 급히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열어보았다. 집을 나올 때 200만원을 몰래 가지고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늘은 맥주를 원없이 먹어야겠다고 다짐한 성기였다.

"주세요."

"역시 학생은 잘 생겨서 그런지 화끈해. 호호호. 학생, 맥주 다 마시고 생각나면 나도 불러줘."

"왜요?"

"왜긴, 나도 학생같은 젊은 사람하고는 자고 싶거든."

말을 마친 아줌마는 다시 한번 성기에게 윙크를 하고는 문을 닫았다. 잠시 후 아줌마가 맥주 한상자를 갖고 왔는지 문을 두드렸다. 김미희와 배수진이 일어나려고 해서 성기가 제지하며 나섰다. 문을 열자 아줌마가 한상자를 들고 서 힘이드는지 얼굴에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있었다.

성기는 황급히 받아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맥주 상자를 내려놓고 문을 닫으려하자 아줌마가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방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짧은 치마여서 그런지 다리가 벌어지며 허벅지 안쪽의 속살이 언뜻 보이자 성기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심각하고 오싹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욕정이 치밀자 성기는 내심 부끄러워졌다.

자신을 믿고 한국으로 올 부인들을 생각하면 더 더욱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이 정도의 남자밖에 안되나 자괴심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내쫓은 여자들에게도 복수하는 것이 다른 여자와 자는 것이라는 악마의 유혹이 끊이질 않았다.

"학생! 뭐 해? 빨리 잔 받아."

고개를 돌려보니 벌써 자신 앞에 맥주가 가득 채워진 잔이 놓여있었다. 그 앞에는 소주 다섯 병이 덩그라니 놓여져 있었다. 아줌마가 대뜸 성기의 옆에 앉더니 색기어린 붉은 입술을 나불거렸다.

"오늘 처음이라니깐 내가 서비스로 소주 다섯 병 갖고 왔어. 뭐해? 이거 소맥이야. 남자는 단숨에 마셔야지."

"네? 소맥이요?"

아줌마는 성기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고 오래된 연인처럼 쓰다듬기 시작했다.

"왜? 소맥 못 먹어? 이런 것도 잘 먹어야 정력이 센거야. 남자가 되가지고 소맥도 못먹는다면 세상 살이 힘들어."

아줌마는 짐짓 제자를 훈계하는 선생처럼, 후임을 가르치는 선임처럼 다그쳤다. 성기는 사창가를 운영하는 아줌마한테 그런 말을 듣자 내심 불쾌해졌다.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낼 수도 있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러나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아줌마의 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마실테니까 손좀 치우세요. 아줌마!"

"뭘 치워? 좋으면서. 남자들은 여자들마냥 내숭떨더라."

순간 성기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줌마!"

"에구, 깜짝이야!"

다른 손에 쥐고 있던 잔을 놓치며 아줌마는 기겁했다. 그것은 앞에 앉은 김미희와 배수진도 마찬가지였다. 소리에 놀라 잔을 떨어뜨려 바닥은 물론이고 옷까지 맥주로 흠뻑 젖어버린 두 여자였다. 아줌마도 잔에서 흘러나온 맥주가 치마와 허벅지를 적셨다. 되레 그 모습이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애마부인을 떠올리게 했다. 

"뭐야? 놀랐잖아."

"진작 손을 떼면 이런 일도 없잖아요."

"어휴, 학생! 참 답답해. 내가 학생이 좋아서 그런거지. 싫으면 내가 접근하겠어! 이렇게 가까이 앉지도 않아."

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뭐, 학생이 처음이라 잘해주고 싶어서 그런거지. 왜 나한테 그래!"

"미안해요. 아줌마. 울지 마세요."

"흑흑흑. 이제 와서 미안하면 다야."

성기는 아줌마가 우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자들의 눈물을 보면 더욱 짜증이 났다. 가뜩이나 집에서 쫓겨나 심란한 마음인데 말이다. 우는 아줌마의 등을 감싸 안으며 성기는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제가 처음이라서 그런 것을 싫어해요."

"이제 나한테 소리 안지를거지?"

"네, 안 그럴게요."

아줌마는 돌연 성기에게 가슴을 밀착하며 안겨들었다. 이어 성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성기는 미친 개한테 물린 심정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는 잔에 맥주를 다시 채웠다. 아줌마도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는 잔에 술을 따랐다. 두 여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아줌마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으면 젖은 옷을 벗고 새옷으로 입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아줌마가 두 여자에게 짜증을 부렸다.

"신경쓰지 말고 어서 먹어. 우리 일이란 것이 원래 벗고 일하는 거잖아. 그리고 여기 이 학생이 오늘 손님인데 뭘 가려. 신경쓰지 말고 먹어."

"네? 네!"

두 여자는 젖어서 축축한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잔에 술을 따랐다. 그렇게 네 사람은 술을 먹었고 한쪽 구석에서 박정희가 벽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다. 자는 것인지 아니면 명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박정희는 조용했다.

자는 것이라고 해도 성기는 깨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따라와 정장을 입은 채로 산에 올랐고 이렇게 사창가까지 끌려온 것이었으니 되레 성기는 미안한 감을 가졌다. 

술이 한창 들어가니 성기가 자신의 고객이란 까먹은 미희와 수진은 여동생 사건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성기는 조용히 술은 마시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아줌마는 성기에게 끊임없이 건배를 외치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수진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건장한 성기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여동생의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2개월 뒤에 자신을 전직 형사라고 밝힌 사람이 김미희네 집을 방문했다는 것이었다. 낯선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던 가족들을 인근에서 수사를 하던 경찰들이 나서며 이 분을 믿어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직 형사는 자신은 수원경찰서 강력계 형사 조광식이라고 밝히며 가족들에게 낯선 사진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조광식은 수원 여고생 살인 사건을 김미희 가족에게 이야기했다.

지난 1988년 1월 4일 수원시 화서동 193번지 논바닥에서 하의가 벗겨진 한 여성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피살자는 현장에서 10분 거리에 살던 여고생 김이순 양(당시 19세)이었는데 양 손과 목이 스타킹으로 결박돼 있었고 팬티로 재갈이 물려 있었다. 또 얼굴은 부어 있었고 강간당한 흔적이 있었다. 

수사결과 김 양은 87년 12월 24일 저녁 어머니와 다투고 집을 나선 후 실종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부검결과 그날 밤 11시에서 다음날 새벽 2시 사이에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섯 번째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반년이 조금 지난 때였다. 수사에 투입돼 현장 주변을 탐문하던 조 씨는 한 주민에 의해 '동네 불량배 이항구군(17)이 친구들과 현장 인근을 돌아 다니며 본드도 흡입하곤 한다'는 제보를 듣는다. 

이항구군을 조사하던 수사팀은 "저녁 9시가 지난 무렵 현장에서 명 군과 정 군이 논바닥 쪽에서 불을 피우며 놀았다"는 진술을 확보한다. 대질결과 명 군으로부터 사실이라는 대답을 들은 조 씨는 나머지 한 명인 정 군의 소재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 300m 거리에 살고 있던 정 군은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12월 29일부터 용인에 있는 외숙모댁에 가 있었다. 수사팀은 둘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행적을 캐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건발생 이후 갑자기 사라진 또 다른 동네 불량배이자 명 군의 친구인 이항문 군(18)을 조사하던 중 조 씨는 충격적인 증언을 듣게 된다. 

명 군은 친구 이항문 군에게 12월 28일 밤 10시경 화서동의 오락실 앞에서 "사람을 죽였다. 수원을 떠나 도망가야겠다. 절대 얘기하면 안된다. 내가 입던 빨간 점퍼를 가져가 입으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확인을 하는 조 씨에게 당시 명 군은 "내 점퍼를 이항문 군이 입으면 범인으로 몰려 내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고 한다.사건은 의외로 쉽게 풀리는 듯했다. 당시 수사팀은 명 군과 정 군을 분리해서 자술서를 받았다. 우선 이들이 그린 사건현장 약도는 김 양이 피살된 곳과 일치했다. 

또 이들은 범행방법이나 과정에 대해 공통된 진술을 했다. "귀가하는 김 양을 칼로 위협, 입을 막고 각목으로 때리고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짚더미에 숨겨놓고 도주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김 양이 입고 있던 옷과 운동화에 대해서도 같은 진술을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정민수 군은 "목을 조르고 강간한 것도 명 군이다. 나도 강간하려했으나 기분이 좋지 않아 못했다"고 했으나 명노식 군은 "정 군이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자백이 확보된 이상 남은 것은 증거확보였다. 그리고 추궁 끝에 수사팀은 김 양을 위협하는 데 사용된 칼과 스타킹을 자른 칼을 정 군의 외숙모 집과 정 군의 집 근처에서 발견했다. 이 정도로도 증거는 충분했지만 수사팀은 쐐기를 박기 위해 더욱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바로 피해자 김 양이 차고나간 시계였다. 조 씨는 명 군에게 시계의 행방을 캐물었다. 이때 명 군은 "증거물을 찾으려는 거지요? 근데 우리가 범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장 근처인 화서동 숙지산 중턱에 파놓은 비트(땅굴)에 대해 명 군은 "범행 후 숨어서 먹고 자고 본드도 마시고 그랬죠"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지나가는 여자를 상대로 범행을 했으며 정남면 쪽에서 한 명을 죽였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또 화서동에 살면서 화성까지 어떻게 갔느냐는 질문에는 "기찻길을 따라 가서 범행 후 기찻길로 되돌아오곤 했어요. 경찰 검문·검색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는 것. 명 군이 무심코 내뱉은 말들은 조 씨가 명 군 등을 미제로 남아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정 군은 조 씨를 붙들고 "교도소 가면 어떻게 돼요?"라고 물었고 명 군은 "그 시계 안 찾으면 안되나요?"라고도 했다.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을 막기 위해서는 김 양이 차고 있던 시계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수사팀은 결국 명 군을 추궁해 시계를 묻었다는 수원시청 근처 88공원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시계'에 대한 집착은 수사팀원들의 운명을 갈라놓고 말았다. 시계를 찾던 중 명 군이 수갑을 찬 상태로 산 밑으로 도망쳐버린 것이었다. 쫓아간 동료 형사가 명 군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를 잡던 중 두 손으로 밀쳤는데 명 군은 울퉁불퉁 꽁꽁 얼어붙은 땅 위에 후두부를 부딪히며 나자빠졌다. 

명 군은 이날 밤부터 유치장에서 심하게 앓았는데 수사팀은 1월 12일 아침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명 군을 방치해뒀다.결국 명 군은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이 사건은 '청소년에 대한 고문·가혹수사'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때가 공교롭게도 박종철 군이 사망한 지 1년이 되던 날로 인권침해 고문경찰에 대한 소식은 사회의 공분을 샀다.결국 경찰 간부들이 줄줄이 직위해제됐으며 조 씨를 포함한 형사 3명이 실형에 처해졌다. 

조광식은 그 이야기를 하며 김미희 식구들에게 내 양심을 걸고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끌어낸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명 군의 사인은 그날 도주하다 잡히는 과정에서 후두부를 부딪힌 것이다. 당시 부검을 실시한 서울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가 '폭행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명 군을 붙잡을 때 협조했던 건설회사 간부의 증언도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고 주장했다. 어쨌거나 명 군은 37일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다 사망했고 조광식 등은 '악질 고문 수사관'이라는 치욕스런 오명하에 죽은 듯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조광식이 여전히 명 군과 정 군을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조사 당시 조 씨가 이들에게 직접 들었다는 진술만으로 이들을 범인으로 단정지을 순 없다. 조광식은  이들은 범죄지능도 남달랐을 뿐 아니라 현장 지리를 잘 알아 충분히 완전범죄를 노릴 만했다고 말했다. 

또 사건현장에는 범인의 대변과 모발, 음모가 발견됐는데 추출된 혈액형은 B형이었다. 이들의 혈액형도 B형이었는데 이러한 것들은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확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외에도 너무 많다. 명 군이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기소에 문제가 없었을 거라고 했었다.

실제로 당시 형사계장이었던 하승균 씨도 "서장 과장 계장이 모두 직위해제되고 관련 직원들이 사법처리되면서 수사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범인과의 싸움에서 완패한 꼴이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또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이들의 연관성에 대해 조광식은 이렇게 주장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았던 이들은 야산에 은신처를 만들어놓고 본드흡입 등을 하며 생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화성사건 수사는 악질 전과자나 변태성욕자 등에만 집중됐다. 전과경력이 노출되지 않는 10대 불량배들을 배제했던 것이다. 설마 10대가 그랬을까 싶겠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당시 형사계장도 "김이순 양 사건의 범인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른 동일범"이라며 "범인은 화성시 태안읍과 정남면 일대에서 범행을 저지르다가 수사를 피해 수원 화서동에서 김 양을 살해한 것"이라며 범인이 화성사람이 아닌 수원거주자라고 확신했다. 또 화성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범인은 2~3명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있다. 

조 씨가 명 군 등을 범인으로 보는 또 다른 정황도 있다. 고문치사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조광식은 재소자 김민수로부터 "명노식 군과 정민수 군이 범인이오. 우리가 알고 있소"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87년 12월 중순에 발생한 떼강도 사건으로 수원교도소에 수감됐던 C 씨는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이었던 정 군과 함께 미결수 방인 1동상 18방에 같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방에는 18명의 미결수들이 함께 있었는데 정 군은 이들 앞에서 "명 군과 함께 여고생을 흉기로 위협, 논바닥으로 유인해 강간했고, 스타킹으로 목을 조르고 각목으로 머리를 때렸다. 피묻은 각목과 팬티는 야산에서 태워버렸다"고 자세히 털어놨고 재소자들은 "형사들이 폭행, 고문해서 허위자백한 것이라고 우겨야 한다"고 '코치'해준 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결국 정 군은 검찰조사과정에서 돌연 범행사실을 부인했고 이후 무혐의로 풀려났다.조 씨는 "이들이 화서역 인근에서 땅굴을 파놓고 은신했다는 점, 검문을 피해 화서역 철길을 따라 태안읍과 병점역·정남면 등을 오갔으며 지나가는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했다는 자백, 범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범행 수법과 정황 등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주변인들의 진술과 발견된 흉기, 현장에서 채취한 혈액형, 또 명 군의 집에서 발견된 의문의 여성 손목시계줄들이 그들이 범인임을 밝혀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광식은 김미희와 부모님에게 사진 한장을 건넸다고 한다. 그 사진은 정 군의 사진으로 혹시 이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조광식은 경비업체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며 연락처가 적인 명함을 주었다고 했다. 자신의 조사가 철저했더라면 따님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광식은 떠나기 전에 부모님께 사죄의 절을 올렸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성기는 속에서 열불이 났다. 수진은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서 성기와 함께 술을 마셨고 미희도 눈물을 거두고 잔을 들이켰다. 아줌마도 소맥을 권하며 성기에게 연신 술을 권했다.

"나도 도와줄게. 그런 살인마를 나라에서 못 잡으면 우리라도 나서서 잡아야지."

"정말이죠? 오빠!"

술에 취해 혀가 돌아간 미희와 수진은 이구동성으로 성기에게 물었다. 그러자 성기역시 온통 벌게진 얼굴로 가슴을 치며 당당히 말했다.

"그럼, 내가 누구냐? 오빠잖니. 그런 놈은 잡아서 혼을 내줘야지. 오빠 믿지?"

"네! 오빠!"

"오빠 한 번 믿어 봐! 나만 따라 오라고."

"네, 오빠!"

그렇게 남자 한 명과 세 여자는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셨고 이윽고 성기는 술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방바닥으로 고개를 쳐박고 의식을 잃었다. 

============================ 작품 후기 ============================

*****180회군요. 어제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연쇄 살인마를 다루는 내용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큰 틀에서 성장과 함께 살인마를 쫓는 것이 들어간 것이지. 형사추리물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 살인자들을 계속해서 만나서 징벌한다는 겁니다.

*****제 글이 어두울 수는 있습니다만, 결코 어둡지만 않다는 것은 완결까지 가봐야 아는 겁니다. 초반이니 함부로 속단하지 마시고. 

인기에 연연해서 내용을 처음 생각했던 내용과 다르게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누군가가 강력범죄를 저지를 지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울러 여자들은 집에 일찍 일찍 들어가세요.

남자들은 여자친구 집에 반드시 데려다 주고. 아셨습니까?

*****그리고 본 글에 등장하는 피해자의 가족분들께 다시 한번 애도를 표합니다. 이 사건이 언급되실 때마다 얼마나 속이 터지겠습니까. 반드시 잡는다고 말해놓고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도 어렵습니다.

***** 공소시효가 없어져야 합니다. 왜 안 없앨까요? 바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이권때문입니다.

노태우가 김영삼에게 비자금 주었다고 밝혔죠. 왜 밝히죠? 공소시효 만기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이제야 입을 연겁니다.

아주 나쁜 놈들이죠. 단군 때부터 1억씩 모아도 모으기 힘들다는 노태우의 비자금, 그렇게 된 내용이더군요. 

이것을 아주 밝게 쓰라고요. 죽어도 그렇게 못합니다.

개허접 판타지 처럼 쓸까요? 마법으로, 발을 헛 디뎠더니 동굴 속에서 고대의 유물을 발견해 놀라운 힘을 발견해서 이런 놈들을 까부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창조했다고 쓸까요.

그런 글을 원하시면 그런 분들에게 가세요.

전 설정과 개연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하나씩 까나가겠습니다.

살인자를 까든. 정치인을 까든. 범죄자를 까든, 동료를 배신한 놈을 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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