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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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는 최일도 목사가 퍼준 라면을 들고 바닥에 철퍼덕 앉아 먹기 시작했다. 경호원으로 따라온 젊은 남자는 정장이 지저분해질 것을 염려해 무릎을 구부리고 쪼그려서 먹었다. 정장 입은 남자가 쪼그려 먹자 가운데 부분이 불룩 나와 성기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본 성기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뭐가 그리 웃기세요?"

경호원인 사내가 기분 나쁜듯 웃었다.

"어, 한국말 할 줄 아네요?"

"네, 재일교포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일본 사람 밑에서 일을 하네요."

"일본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이 어때서요. 일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같은 한국인이 먹여 살려준답니까?"

"아니죠.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성기는 라면을 후루루 불어가며 먹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물어볼 것이 있어요."

"물어보세요. 이미 조직의 보스도 당신에게는 최대한 공손히 대하라고 지시를 받은 상태입니다."

"그래요? 이름은 어떻게 되는데요? 그리고 왜 조직에 들어간 겁니까?"

"제 이름은 한국이름 박정희, 일본 이름 다카키 마사오입니다."

소개를 한 박정희는 라면 국물을 먹더니 입을 떼어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해방 후 일본사회는 동포들에게 여러가지 차별을 만들어 그들의 사회 진출을 막았다. 그 차별이 3가지로 구별된다고 한다. 법적 차별, 사회적 차별, 마음적 차별이 그것이라고 했다.

법적 차별이란, 법으로 한국사람이니까 외국인이니까 할수 없는 일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한국사람이니까 외국인이니까 공무원을 할 수 없다, 는 것도 법적 차별인 것이다.

사회적 차별이란, 사회가 한국사람이니까 이 일은 할수 없다, 라며 만들어 놓은 차별을 말한다. 한국사람이니까 우리회사에 취직 할 수없다, 한국사람이니까 집 빌려줄 수 없다, 라는 차별을 말한다.

마음적 차별이란, 마음속에서 나오는 차별을 말한다. 너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은 한국사람이니까 결혼시킬수 없어, 저 사람은 한국 사람이니까 앞으로 만나지 마, 조센진이니까 발로 차버리는 것, 등등의 차별이다.

마음의 차별은 각 개인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차별이므로, 이런 차별을 없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성기는 박정희의 말을 들으며 우리 마음속에도 이런 차별이 있는지 되물어 보았다.

법적 사회적 차별은, 그 사회가 그 나라가 마음먹기로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도 있다. 또한 차별을 하는 사회도 손해이다. 능력있는 사람을 제외시켜서 사회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교육을 받고, 명문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건만, 회사는 취직을 시키지 않았으며, 옆집 일본 사람은 교제를 하지 않으려고 해 왔으며, 조센진이라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일본의 직업가운데 동포가 가장 많은 직업이 의사와 야쿠자는 그런 차별때문에 생긴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사람으로 살려면, 항상 차별과 동거동락을 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동포들은 차별, 또 「차별」이란 단어에도 아주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국적과 관계없이 할수 있는 직업은 야쿠자와 의사이다. 야쿠자는 존경은 받을수 없지만,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사는 존경까지 받으면서 할수 있는 직업이다. 그러나 공부를 잘해야 될 수 있는 직업이다. 싸움 잘 하는 것과 공부 잘 할수 있는 것을 택일하는 동포들은 오늘도 선택을 하며 잠을 잘지도 모른다.

박정희의 말이 다 끝나자 성기의 가슴에 뜨거운 불이 치솟았다. 분노라는 단어의 이름을 가진 불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불어터진 라면을 먹으면서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성기였다.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성기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미안함을 느껴야 했다. 그동안 너무 몰랐던 것에 대해서 또 미안하고 미안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재일교포가 사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제기랄! 생각을 해보니 성기는 욕밖에 나오지 않았다. 돈을 많이 가진 것도 아니고 명문 대학을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노숙자들 대부분이 그릇을 최일도 목사에게 주고 자리를 떴기 때문이었다. 지금 라면 그릇을 받아쥐고 남은 사람은 성기와 경호원 박정희밖에 없었다.

"잘 먹었습니다. 목사님."

"오히려 고맙지. 잘 먹었다니깐."

"다음에는 봉사하러 올게요."

"그래. 무슨 일로 방황하는지는 묻지 않겠네. 어서 끝내고 돌아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말이야."

"선문답 같으신데요. 알겠습니다. 목사님."

"잘 생각해서 결정하게. 그나저나 이 설것이 할 것들을 두 사람이 도와줬으면 하는데......교회 건물까지 옮기면 되는데 어떤가?"

"라면 먹은 값은 해야죠."

성기가 나서자 경호원 박정희도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일을 도왔다. 두 사람이 그릇이 담긴 고무 통을 들고 날라서 사창가를 지날 때였다. 문앞에 고개를 빼꼼히 내민 아까의 그 아줌마가 색기 어린 눈으로 성기를 불렀다.

"학생! 학생!"

"왜요?"

"쉬다 가라고."

"지금 나르고 있는 거 안보여요."

"빨리 나르고 와. 기다릴게."

"미치겠네. 정말."

"왜 꼴려서 미쳐? 그니깐 빨리 와!"

성기는 말을 해도 뻔뻔하게 나오는 아줌마 때문에 말을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교회 앞에다 커다란 고무통을 놓고는 허리를 쭉 폈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 나오려는데 아줌마가 성기의 팔을 잡아챘다.

"학생, 이리 와!"

"이거 놔요. 아줌마! 저 지금 갈거에요."

"그래, 가야지. 가더라도 물은 빼고 가. 싸게 해 준다니까."

"안 간다고요."

버럭 성질을 냈지만 전혀 안중에도 없는 아줌마였다. 짧은 치마를 입어서인지 하얀 허벅지 속살이 적나라하게 성기의 눈에 들어왔다. 성기의 마음과는 달리 몽둥이는 본능에 충실하고자 마음을 먹었는지 무럭무럭 커나가기 시작했다.

"봐! 물건이 싫데잖아."

그러면서 아줌마가 성기의 바짓 가운데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아줌마의 손 바닥 가득이 만져지는 굵기와 길이는 여태 상대하던 녀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우, 실하네."

"아, 아줌마! 놓고 애기해요."

"좋으면서 왜 빼!"

"이거 놓으라고요."

"싫은데. 난 학생 물건이 좋거든."

그러면서 성기의 바지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바지 위로 만질 때와는 달리 두툼한 크기를 어떻게 설명할 지 난감한 표정을 지은 아줌마는 아예 남은 손 마저도 집어넣고 떡 주무르듯 성기의 몽둥이를 주물렀다.

지나가는 사람들 가운데 한 두 사람이 신기한 구경거리를 발견한 사람마냥 넋을 잃고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줌마, 그만 해요."

"이렇게 실한 물건을 가졌으면서 딸딸이로 만족하면 어떡해. 내가 학생한테 특별 봉사할게. 어서 들어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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