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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는 자매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2층 방으로 올라가 그녀들을 재웠다. 통 자려고 하지 않아 성기도 어쩔 수 없이 누워 잠을 청해야 했다. 이미선에게 자매에 관한 사정을 들었다. 병원비가 많이 나왔는데 보호자인 성기가 나타나지 않아 어제 강제퇴원시켰다는 것이다.
다행이도 이미선이 입원비를 냈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매의 상황은 차수연과 다를 바가 없어 성기의 집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물론 어머니가 불같이 화를 냈지만 아름답고 예쁜 처녀가 아빠라고 말하는 것이 불쌍해서 성기의 어머니는 묵는 것을 허락했다.
자매를 재우는 동안 여자들이 성기의 어머니를 모시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자매가 잠에 빠져든 것을 확인하고 성기는 내려왔다. 어머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양 옆으로 여자들이 쭉 앉아 있어 성기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빨리 고백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성기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엄마, 말씀 드릴 게 있어요."
"뭔데? 딸 이야기 말이냐?"
"딸이 아니란 것은 엄마도 알잖아. 내가 나이가 몇인데 벌써 저만한 딸이 있겠어."
"뭔데?"
"엄마, 실은 내가 여자가 더 있어. 조만간에 여기로 다 들어올 거야."
"몇명인데 그러냐. 이제 한 두명으로는 놀라지도 않아."
"한 300명 가량 되거든. 엄마 진짜 더는 없어."
"뭐? 300명? 이 놈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네."
앉아 있던 성기의 어머니가 일어나 성기에게 달려들었다. 머리칼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가만히 있던 이미선과 김순경, 양순경도 기가찼는지 달려들었다. 그것에 더해 여태 순종적이던 일본여자 두 명과 두 명의 러시아 금발 여자도 달려들었다. '
한 두명도 용서할까 말까인데 300명이라니 자식 중에 이런 불효막심한 놈이 태어난 것이 자신의 부덕이라고 여기며 성기의 어머니는 성기의 머리칼을 잡아 뜯을 듯 움켜잡았다.
"아악! 엄마! 이제 더는 없어....아악!"
"흥! 뭐가 어째고 어째!"
"성기씨, 우리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성기씨, 진짜에요?"
"이런 바람둥이!"
"아예 들어오지 말고 나가서 다른 여자들이랑 살아요."
"흑흑흑. 전 성기씨만 믿고 사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입이 있으면 말해봐요."
"저는 대한민국을 몰라요. 다만 성기씨를 믿고 사는데 어떻게 어떻게.....흑흑흑."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성기의 어머니는 며느리같이 생각한 여자들이 울먹이자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성기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당장 나가! 이놈아!"
"그래요. 나가요. 당장! 그래서 그 여자들하고 잘 살아봐요."
"나가요. 나가서 그 여자들하고 살아요. 흑흑흑."
이미선을 비롯한 여자들이 어머니를 따라서 빽 소리를 질렀다. 참으로 난감한 성기는 미안한 마음에 입을 열지 못했다. 자신에게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엄마! 잘못했어요. 이제는 다시 안 그럴게."
"나가! 당장!"
"정말?"
이번에는 이미선이 성기 어머니를 대신해 말했다.
"그래요. 빨리 나가요."
"정말이지?"
"그래요."
순간 성기는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잘못했다고 사죄하는데도 나가라니 더군다나 모든 여자들이 그렇게 나오니 부글부글 끓었다.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말이 없던 차수연만이 성기의 손을 붙잡았다. 눈을 보니 가지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너무 화가 치민 성기는 차수연의 손을 뿌리치고 안방을 나가버렸다.
저택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저기서 도나까와와 경호원이 보였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 대문을 나서려는데 도나까와가 경호원을 데리고 제지했다.
그들 가운데 이쁘장한 외모의 여자가 한 명 있었다. 도나까와가 말을 하는데 그 젊은 여자가 한국말로 해주었다.
"성기님, 걱정했습니다. 그동안 어디서 무얼 했습니까?"
진심으로 걱정하는 도나까와를 보자 성기는 울컥하던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래서 외박했던 이유와 병실에 입원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도나까와의 경호원들의 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 칼에 찔렸을 때 찌른 놈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가만 놔두지 않겠습니다. 성기님을 건들이다니."
"나 지금 나가야 돼!"
"왜요?"
성기는 어머님과 여자들이 나가라고 말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도나까와는 잘 되었다며 자신의 경호원들이 묵는 호텔로 가자고 했다. 그말에 성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어디로 가실 겁니까?"
"몰라!"
"좋습니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아니야. 여기서 여자들이나 지켜줘."
"네에?"
"세상이 무섭잖아. 내 말대로 여기나 지켜!"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성기님이 그렇게 칼에 찔리고 다니는 데 안심은 되지 않습니다. 믿을만한 경호원 데리고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따라갈테니 말입니다."
"아, 알았어. 그렇게 해."
도나까와가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 하나에게 손짓을 하며 불렀다. 젊은 사내는 기껏해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애로 보일 정도로 동안이었다. 도나까와가 공수도 4단이니 성기님을 모시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을 나가는데 무슨 경호라고 생각한 성기는 귀찮아서 더는 따지지 않았다. 자칫했다가는 도나까와 이 놈이 따라온다고 떼를 쓸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에 군말없이 수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