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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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가 호전되었던 성기가 또 다시 응급실로 들어오자 수술을 했던 의사는 어이가 없었다. 듣기로는 병실에 누워 안정을 취해야하는 환자가 칼에 찔려 이렇게 왔으니 얼마나 황당한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급히 응급 처치를 하고 다른 환자를 봐야 하기에 외과 선생님을 불렀다. 외과 선생도 2층에서 진료를 보는 바람에 시간이 비어있던 성형외과 의사를 불러 칼에 찔려 잘린 피부를 꼬맸다. 한땀 한땀 정성스레 꼬매는 모습을 크리스티나와 아이들은 손을 꼭 쥐고 지켜보았다.

다행이도 장기를 건드리지 않아 무사히 끝날 수가 있었다. 성기와 병원에서 뜨거운 살을 불살랐던 여자들은 아직도 쉬는 중이어서 부득이 크리스티나와 아이들이 침대에 누워 이동하는 성기를 따라갔다. 504호에 도착해보니 담당 간호사는 황당한 눈빛으로 성기를 쳐다보았다.

좀전까지 웬 사내와 함께 나갔다가 이렇게 시체마냥 누운 채 병실로 옮겨지는 것은 병원 생활을 오래한 간호사로서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어제 보았던 세 여자와는 전혀 다른 외국 여자가, 그것도 엄청 미인인 금발 여자가 아이들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대단한 바람둥이 생각했다.

어제 같이 있었던 한국 여자들도 엄청난 미인인데다 몸매도 죽여주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외국 여자를 불러들이다니 쳐 죽일 놈이라고 성기를 노려보았다. 더군다나 아이들인지 아니면 성숙한 아가씨인지는 몰라도 성기 침대에 착 달라붙는 꼴이 아주 못마땅한 간호사였다.

여자는 모름지기 자기만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알콩달콩 살아야 하는데 저 바람둥이 놈이 뭐가 좋다고 여자들이 매달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오빠처럼 평생 한 여자를 짝 사랑하다 쉰이 넘었음에도 잊지 못하는 노총각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여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 간호사는 병실로 들어가 소리를 빽 질렀다.

"안정을 찾아야 한데요. 이따 오후에 오세요. 보호자분들은."

크리스티나는 간호사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간호사를 향해 파란 눈을 껌벅거렸다. 두 자매는 한국말을 할 줄 알아서 크리스티나에게 간호사의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기의 뺨에 뽀뽀했다. 자신을 구해 준 왕자님에게 이따 다시 오겠다고 마음 속으로 대화를 나누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 

키가 훤칠한 크리스티나와 여자 아이들이 나가자 땅딸보 간호사가 중얼거렸다.

"미친 년들. 저 바람둥이 놈이 뭐가 좋다고. 흥이다!"

한편 봉고차를 타고 달아나던 지존파 일당은 순찰차가 쫓아오지 않음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김기환이 동생들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뭐한거야? 새끼들아! 한명을 당해내지도 못하다니, 병신 새끼들!"

"죄송합니다. 형님!"

"됐어. 더 연습해야겠다. 그리고 시흥으로 빨리 가자."

"네! 형님!"

"형님, 지난 번 버스에서 만났던 그 방위새끼 있잖아요."

"어, 왜? 우리가 죽였잖아."

"죽은 놈이 아니고 이번에 팬티 입었던 녀석이 그 새끼 같아요."

"그래? 확실해?"

"네, 형님. 그 방위 새끼 특유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거든요. 양아치라고 할 때의 목소리가.....악!"

"야, 이 새끼야. 남들이 양아치라고 해도 우리 스스로가 양아치라고 하면 어떡하냐."

"제가 말한 것이 아니고 그 방위 새끼가 말했다니깐요."

"송봉우 녀석을 죽이고 그 방위 새끼를 죽여야 합니다. 형님! 방위 새끼를 죽이자고요."

동생들의 재촉에 김기환이 고심했다. 방위 새끼를 죽인다고 해봤자 자신들의 진정한 목적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김기환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모든 일을 이루고 나서 죽여도 된다. 그리고 새끼들아. 그 놈 혼자한테 당한 놈들이 뭐가 어째? 그 녀석 죽이려다 너네가 먼저 죽겠다. 새끼들아! 정신 차려!"

김기환의 질타에 조직원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특히 성기의 눈빛에 제압당한 문섭은 성기의 얼굴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시흥에 도착한 김기환과 일당은 차를 세워두고 골목길을 걸어갔다. 한참을 걷자 허름한 대문 옆에 송항구라는 문패가 걸려있는 집이 나타났다. 대답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김기환이 부드럽게 말했다.

"계세요? 저 송봉우의 동네 형입니다. 다시 예전처럼 지내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안쪽 문이 열리며 중년 사내가 걸어나왔다. 

"뉘시우? 봉우는 지금 자고 있는데."

"아, 네. 전 봉우랑 같은 현장에서 일도 했던 사람입니다. 지금 분당에 좋은 일거리나 나와서 함께 일하고 싶어서 이렇게 방문했습니다."

"그려? 잠시만 기다리시우. 내가 봉우 깨울테니."

"네."

잠시 후 건넌 방에서 잠을 자던 봉우가 투덜거리며 나왔다. 부시시한 얼굴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봉우는 중년 사내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이, 삼촌. 찾아 올 사람이 없다니깐."

"마당에 가 봐! 있다니깐.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찾아왔어. 젊은 놈이 일해야지. 이렇게 종일 자면 되겠냐!"

"알았어. 삼촌. 아이, 누구야? 시발."

눈을 비비는 송봉우의 눈에 함께 지냈던 지존파 일당의 모습이 들어왔다. 순간 당황한 송봉우의 귀에 김기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봉우야, 우리 지난 일은 모두 다 잊고 새 출발하자. 다 용서해줄께!"

"정말이요, 형님!"

"그럼. 다른 동생들도 다 용서하기로 했다. 너희들도 말해."

그러자 강동은과 김현양이 나섰다.

"새끼야. 괜찮아. 잊고 우리 나가서 화합의 술 한잔 어때?"

"야, 남자는 뭐 그럴 수도 있어. 빨리 나가자."

"정말이지요, 형님들?"

"속고만 살았나. 새끼가. 내가 누구냐! 나 지존무상을 좋아하는 남자라고. 한입으로 두 말하지 않는다."

"네, 형님. 제가 잘 알지요."

"봉우야, 빨리 나와. 지금 차 안에 개 한 마리 있다. 너와 함께 개고기 먹으려고 사 왔다."

"아따, 내가 개고기 겁나게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알고."

송봉우는 그대로 신발을 신고 지존파 일당과 함께 봉고차에 몸을 실었다. 삼촌에게는 나가서 술 한잔 먹고 오겠다고 말했다. 삼촌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문을 닫았다. 

봉우의 양 옆에 김현양과 강동은이 앉아 봉우를 압박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칼을 꺼내들고 송봉우를 위협했다.

"개새끼야. 조직의 가입과 탈퇴는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맹세를 잊은 거냐?"

"형, 형님.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흠, 용서하지. 다만 너가 죽어야지."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이요."

"개새끼! 조용히 안해! 확 모가지 따버릴까 보다."

"십쌔끼야. 조직의 운영자금을 훔쳐가!"

그렇게 일당의 위협에 굴복한 송봉우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하지만 지존파 일당은 송봉우의 입을 테이프로 봉하고 팔과 다리도 테이프로 묶어 봉고차의 맨 뒤에 밀어넣었다. 불편한 자세로 쑤셔박힌 송봉우는 흔들리는 차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늦게 전남 영광의 불암산에 도착한 일당들은 봉고차에서 송봉우를 꺼내 짐짝처럼 들고 산 정상으로 걸어갔다. 산 정상에 도착한 일당은 '배신한 자는 죽는다.'라는 수없이 되뇌이며 야구방망이, 각목, 쇠파이프를 움켜잡고 무자비하게 송봉우를 폭행했다. 숨이 간신히 붙어있는 송봉우의 목을 김기환이 칼로 그으며 일당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조직을 배신한 자는 죽음 뿐이다."

목이 잘린 송봉우의 시신에서 피가 홍건히 흘러나와 주변의 흙을 검게 만들었다. 동생들에게 땅을 파라고 시킨 뒤 김기환은 담배를 꼬나물었다.

"다 죽일거다. 그리고 기다려라. 방위 새끼! 감히 우리를 건드려!"

============================ 작품 후기 ============================

*****<우리는> 이것 강추합니다.

소소한 이야기로 투베를 석권하다니. 

깽판, 양산형 판타지, 로맨스물, 팬픽, 패러디를 모두 물리치고 장합니다.

우리 모두 읽으러 고고씽!!!!!

제 글을 읽는 분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리만족은 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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