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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연씨라고 오늘 새벽에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 몇호실인가요?"
"잠깐만 확인하고 알려드릴게요."
"네."
김현철은 1층 접수및 안내 창구 앞에서 서성였다. 잠시 후 간호사가 나오더니 504호 병실에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보좌관이 말해 준 내용에 따르면 정덕진은 교통사고를 모른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차량에 대한 경찰 조사가 끝나는대로 저녁 늦게 정덕진에게 통보될 터였다. 김현철은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정덕진을 만날 예정이었다.
504호를 열고 들어가니 여섯 명의 환자가 각자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의식을 차린 환자는 양복을 입은 김현철을 보며 혹시 교회에서 왔나. 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일주일 내내 교회에서 나왔다며 양복을 입은 중년사내가 입원한 환자들을 번갈아 방문하며 불신지옥 예수천국이라고 떠들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다들 자는 저녁 늦게 나타나 찬송가를 우렁차게 부르다 간호사가 나타나자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어제는 수법을 바꿔 환자 보호자인 것처럼 꾸며 혼자인 환자에게 나타나 회개하면 낫고 주 예수를 믿지 않으면 낫지않는다며 침을 튀어가며 설교를 늘어놓기까지 했다. 나중에는 환자 보호자들이 병원측에 항의해 병원을 방문하는 교회나 단체를 되도록이면 제한하겠다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또 뭐야?"
다들 식사를 일찍 마치고 잠들어 있는 가운데 트럭을 몰았던 환자가 험상굿게 말했다. 이런 놈은 맞아야 정신차리지라고 트럭 운전사는 생각했다. 아픈 환자들을 방문해 위로한답시고 떠들다가 결국은 교회를 다니라는 말이었다. 좋은 이야기도 한두번이지. 더군다나 아픈 환자들한테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뭐냐고? 아까 그렇게 떠들었으면 됐잖아."
"제가 뭘요?"
머리에 붕대를 대고 인상도 깡패처럼 보이는 환자가 크게 소리치자 김현철은 얼결에 대답했다. 환자는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아픈 몸을 일으켜 바닥에 발을 디뎠다. 덩치가 산처럼 보이는 사내가 인상을 쓰자 김현철은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이 새끼. 이거 야당 놈들이 보낸 조폭아냐. 아버지에게 패해서 분풀이를 하려고 김대중이 보냈나. 여차하면 튀어야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경호원을 데리고 오는건데.'
"또 설교하러 왔잖아. 이 시발 놈아! 내가 한때는 충청도에서 날라 다녔어. 불타는 오작교라고 알아 몰라?"
김현철은 앞의 환자가 갑자기 화를 내다 뜬금없이 깡패이야기를 꺼내자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여겼다. 이런 정치 깡패한테는 추호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자신의 위치는 곧 아버지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이어서 깡패에게 굴복당하면 대통령인 아버지도 굴복당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김현철은 입술을 깨물고 가슴을 쭉폈다. 당차게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뭐야? 존댓말하니 우습게 보여?"
"어쭈, 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이런 쳐죽일 놈! 그러고도 네가 하나님의 사자냐. 이 불타는 오작교를 모르다니."
절뚝거리며 환자가 달려들었다. 김현철은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둘의 떠드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바람에 피할 틈이 없었다.
환자의 팔이 김현철을 잡고 그대로 들어올리더니 침대로 던져버렸다.
"이 씨발 놈아. 오작교의 필살기다. 맛이 어떠냐?"
"환자분! 제 정신이세요? 지금 뭐하는 거에요?"
"뭐하긴. 내가 혼내주고 있잖아. 하나님을 사칭하는 무리를 말이야. 또 받아라. 오작교의 핵 펀치를."
김간호사는 아이처럼 말하고 깡패처럼 행동하는 환자를 보며 기겁했다. 순간 그녀의 머리에 좀 전의 의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이상해. 트럭 운전사는 충돌의 여파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말이야. 내일까지 지켜보고 호전되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보내야 될 것 같아.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말이야. 김간호사도 조심해서 행동해."
"네, 선생님."
"그나저나 새벽에 환자들이 밀려오는 바람에 병실이 부족해서 남녀구분없이 병실에 입원시켰는데 불상사나 없었으면 좋겠어."
"설마요?"
"그렇지. 내가 괜한 걱정하는 거지. 내일 오후에는 퇴원하는 환자가 있으니 남녀구분해서 격리할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아무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럴 거에요."
던져진 김현철이 침대에 부딪치며 침대가 옆으로 밀려났다. 그 바람에 자고 있던 성기가 침대와 함께 그 옆의 침대와 충돌했다. 콰앙 소리와 함께 간호사는 정신을 퍼뜩 차렸다. 무지막지한 힘으로 김현철을 들고 또 다시 침대로 팽개치는 환자를 보며 간호사는 비명을 질렀다.
"도와줘요. 빨리요."
복도에 김간호사의 비명이 울려퍼져 나갔다. 병실에 있던 간호사와 행정실에 있던 남자 직원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김간호사의 눈에 양복 입은 사내의 머리가 산발로 헤쳐졌고 구두와 양말을 벗겨져 병실 바닥을 굴러다녔다. 이미 양복은 여기저기 찢어져 너덜너덜 해진 상태였다.
다시 한번 환자는 김현철을 들고 오작교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리라 다짐하며 침대로 팽개쳤다. 침대에 부딪친 김현철은 고통에 찬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으악! ....아아......"
환자가 다가오자 김현철은 무서움에 구석으로 밀려난 침대쪽으로 기어갔다. 그곳에는 성기가 정지연의 위에 엎어져 신음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아픈 성기는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침대가 가로막혀 있어 환자는 눈을 번득이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곧바로 김현철에게 다가갔다.
"으악!"
비명 소리와 함께 공포에 질린 김현철은 성기와 정지연 사이로 파고들어갔다. 성기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나오며 턱을 타고 김현철의 머리로 떨어졌다. 한방울 두방울이 순식간에 범람하는 강물처럼 흘러내리더니 김현철의 머리를 지나 정지연의 목덜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하시는 겁니까?"
"빨리 저 환자 말려."
병원의 남자 직원들이 미쳐 날뛰는 환자에게 달려들었다. 미친 놈이 힘이 세다는 이야기가 있다. 딱 그 상황에 맞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남자 셋이 환자 한명을 당해내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진 것이다. 의사들과 힘을 합쳐 도합 7명이 달려들어 겨우 환자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환자를 끌고 나간 후 침대와 병실을 간호사들이 치우기 시작했다. 그제야 무서움에 떨던 김현철이 환자들 틈에서 기어나왔다. 간호사 한명이 김현철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다른 간호사들이 김현철을 보더니 얼굴을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몸이 아픈 환자들 틈으로 피하면 어떡해요."
"아, 미안합니다."
"미안하면 다에요. 지금 저 환자 보세요. 당신 때문에 피를 흘리고 있잖아요."
"고의가 아니잖아요."
"흥! 경찰이 곧 도착하니깐 병실의 난동에 대해서 조사를 받으실 거에요."
"네? 난동이라뇨?"
"댁이 나타나고나서 저 환자가 난동을 부렸으니 당연히 책임을 가려야죠."
김현철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일방적 피해를 당한 입장이라 무서울 것은 없었지만 괜한 구설수로 아버님을 어렵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난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조사는 두렵지 않지만 받고 싶지는 않네요."
말을 마친 김현철은 서둘러 나갔다. 간호사들이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야, 애기를 해줫어야지."
"얄미워서 애기 안해줬어."
"그사람 되게 민망할 텐데."
간호사들이 얼굴을 돌린 이유는 김현철의 바지 옆선과 엉덩이 부분이 터져 속옷이 적나라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내답지 않게 빨간 색 속옷이라니 간호사들 모두는 변태라고 생각했다.
김현철을 혼냈던 간호사가 핏물이 나오는 성기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간호사들과 힘을 합쳐 원래의 침대로 조심스럽게 옮겼다, 눕히는 과정에서 간호사의 팔에 성기의 핏물이 묻었지만 간호사는 더럽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성기의 몸을 체크한 후 간호사들은 세면대로 가서 팔에 묻은 성기의 핏물을 닦아냈다.
성기를 돌보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던 혜자매는 거울을 보며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거울 속에서 한 남자의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근육질 남자의 얼굴에 성기의 얼굴이 겹쳐버린 것이다. 그를 위해 풍만한 젖가슴과 은밀한 부위에 향수를 뿌렸다. 여태 하지 않던 행동을 하면서도 전혀 깨닫지 못하는 혜자매였다.
지혜, 선혜, 다혜는 각자 성기를 생각하며 오늘 밤 뜨겁게 불타오를 준비를 마쳤다. 성기의 몽둥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녀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학원을 나섰다.
쭉 뻗은 다리와 풍만한 젖가슴이 도드라져 보였지만 주위의 시선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들의 관심사는 오직 성기뿐이었다. 어제까지만해도 남편 잘 만나 편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그녀들이었다.
지혜는 도톰한 입술로 성기의 그것을 빠는 생각에 열중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내내 성기의 그것을 아이스크림처럼 빨아주겠다고 다짐하는 지혜였다. 택시에서 내리며 지혜와 선혜는 혀로 붉은 입술을 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