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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훈 검사는 정지훈과 정지연 남매를 만나 술을 마시는 중이었다. 청담동 자택에 가보았자 이미 멀어진 부인을 보면 또 손이 올라갈 것 같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대학 후배를 만나 진탕 마시는 중이었다.
정씨 남매는 황태자 박철언과 이건개 대전고검장을 구속시킨 슬롯머신 사건의 주역 정덕진씨의 아들과 딸이었다. 둘 다 아버지가 연일 신문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고 극도로 지인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대학 때 죽이 맞았던 선배가 괴로워서 술 한 잔 먹자는 말에 둘은 망설이지 않고 하검사를 만났다.
대학 때 가난한 형편의 하검사를 남모르게 짝사랑한 동생 정지연과 한 학년 후배였던 정지훈은 자연스레 어울리며 친해졌다. 하검사가 교회에서 만난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찢어졌던 정지연이었다. 고시에 합격했을 때 자신의 사랑을 밝히며 다가서려 했지만 선배는 벌써 금융가의 여식과 혼담이 오간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가슴이 산산 조각났다.
그런 동생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지훈이었다. 학교 일 년 선배는 누가 보아도 잘생기고 키도 큰데다가 매너까지 좋았다. 그런 선배를 좋아하는 동생의 마음을 이해했다. 다만 정지훈이 하검사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는 교회의 그 여자와 사랑하는데도 헤어진 점이었다.
흔히들 사랑과 결혼은 별개라고들 했다. 자신 역시 부모님이 정해준 여자와 결혼할 입장이라 이 말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꼭 조건을 보고 결혼했어야 했나. 선배란 남자는 가슴에 심장이 없는 것일까. 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인생의 답이 없듯 선배가 자란 환경을 알고 있기에 비난할 마음은 없었다. 다만 사랑을 버리고 돈만을 따라간 하선배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자신 역시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하선배처럼 했을 것이라고 가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행이도 동생의 안타까운 마음을 알았는지 선배가 이혼애기를 꺼낸다는 점이다. 꽃처럼 아름답고 쭉 빠진 몸매를 가진 동생에게는 잘된 일이었고 정재계에 수없이 로비를 했지만 결국 중요한 시점에 배신을 당한 아버지는 좋아할 것이다. 검사란 타이틀을 가진 사위가 생기기에 말이다. 물론 이혼이라는 꼬리표를 달겠지만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오빠! 그만 마셔요."
"그래, 선배. 오늘은 그만하고 들어가요."
"아니야. 이 걸레 같은 년이 오늘도 말도 없이 나가버렸어. 모르는 녀석들하고 시시덕거리겠지."
정지훈이 하검사의 손에 들린 잔을 빼앗으며 말했다.
"많이 취했어. 선배! 가요."
"좋아, 가자고. 오늘 그년 친구들 있는데 가보자고."
"어딜 간다는 거야! 선배, 그냥 집으로 가요. 내 차로 바래다줄게."
"이 새끼야. 나도 차 있어. 내차로 그년 친구 집으로 가자고. 딸꾹."
자리에서 쓰러지려는 하검사를 정지연이 부축했다. 하지만 연약한 여자 몸으로 180이 넘는 남자를 지탱하기란 힘겨워 보였다. 다행이도 정지훈이 어깨를 잡으며 부축했다.
"지연아, 가서 술값 계산 하고 따라 나와."
"응, 오빠!"
"먼저 밖으로 갈게."
"응!"
밖으로 나온 하검사는 자신의 차를 보자 후다닥 뛰어가 운전석을 열고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지훈이 재빨리 따라갔지만 차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하검사는 이혼하자고 말하고 집을 뛰쳐나간 선혜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끝났다고 말하기 전에는 아직 결혼 생활이 끝난 게 아니었다. 그것을 모르는 선혜는 돌로 쳐 죽일 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친구 집에서 기다리며 선혜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작정했다. 차키를 돌리며 시동을 거는 하검사였다. 부릉 소리와 함께 차는 술집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검사의 눈에 도로의 불빛이 선혜의 눈동자를 닯아 보였다. 모조리 없애버리고 싶었다.
하검사의 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 정지훈은 걱정이 되었다. 동생이 올라오자마자 차에 태워 하검사의 차를 뒤쫓았다. 하선배의 눈에서 분노의 광기를 본 정지훈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동생 정지연 역시 하검사가 걱정이 되어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네온사인이 켜져 있는 새벽의 도로를 지그재그로 달리던 하검사의 차는 신림사거리에서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구급차의 빨간 불빛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부인 선혜가 올 테면 와봐! 이 미친 자식아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가슴 속에 활화산처럼 분노가 들 끊었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차로 짓밟고 싶어졌다.
구급차를 최대 속도로 몰며 한 기사는 다급했다. 여자 셋을 성추행하는 것을 막은 용감한 시민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굴과 옷 전체가 피로 범벅이어서 제발 살아나기만을 바라며 급하게 몰았다. 조수석에 있는 동료 박씨도 재촉하고 있었다.
"빨리 가!"
"알았어. 내가 더 급하거든."
"가까운 양지 병원으로 가!"
"그럴 생각이야."
성기 곁에는 간호사 한명이 산소마스크를 대주고 있었다. 신림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려는 순간 맞은편에서 직진하던 차가 방향을 틀고 구급차를 들이받았다.
콰앙! 소리와 함께 구급차는 옆이 심하게 찌그러지며 옆으로 굴렀다. 승용차는 구급차를 받고 인도로 뛰어들었다. 모서리 벽과 충돌한 승용차는 가운데 보네트가 양쪽으로 쪼개지고 나서야 멈췄다. 승용차 운전자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핸들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운전자의 머리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 나오고 있었고 운전자는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지 중얼거렸다.
"선혜! 이 년아! 자알.....으윽.... 가라. 개같은......년......갈보.....년......으윽......"
승용차를 뒤쫓던 정지훈은 충돌사고를 보고 깜짝 놀라며 순간 앞을 보지 못했다. 콰앙! 충돌 소리가 엄청나게 울려 퍼지며 트럭과 정지훈의 차가 부딪치며 사방으로 차량의 파편들이 튀어 올랐다. 잠시 후 앞 유리 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정지훈은 도로 한 복판으로 튕겨나가 쓰러져 있었다.
동생 정지연은 다행이도 안전벨트를 맨 덕분인지 부서진 차기둥에 끼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주변의 차들이 누가 신호를 보낸 것도 아닌데 비상들을 켜고 섰다. 성기의 구급차를 따르던 순찰차 두 대 역시 멈췄다. 순찰차에 있던 세 여자와 성기의 친구들은 구급차를 향해 뛰어갔다.
성기가 친구들과 만나는 날 저녁에 한아름 중령은 귀국했다. 부족한 의약품 문제를 성기의 도움으로 해결했지만 일시적이었다. 더군다나 한국군도 귀국하는 마당에 이역만리에서 고생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국민도 의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데 타국인들을 위해 일한다니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남 마산에서 조그만 병원을 운영하시는 의사의 막내딸로 태어난 한아름 중령은 지금 양지병원의 사무실에서 쉬는 중이었다. 휴가를 반납하고 내일 복귀하려면 친척이 운영하는 병원의 사무실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고모부인 김병원장은 집으로 오라고 성화였지만 그 집 아들 셋과는 앙숙이어서 가고 싶지가 않았다.
차끼리 충돌하는 소리가 들리고 사이렌 소리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한 중령의 귀에 들렸다. 이어 차들이 급정거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도로 앞에 난리가 났는지 사람들이 비상들을 켜고 멈춰선 차에서 내려 구경하고 있었다. 도로 여기저기에 깨진 플라스틱과 유리 조각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들이 사고 현장을 보며 수군거렸다.
"에고, 죽지는 않아야 할 텐데."
"아까 봤는데 저 승용차가 구급차를 향해 돌진하더만."
"새끼, 미친 거 아냐. 받을 데가 없어서 구급차를 받게."
"그러게나. 말이야. 내가 보기에 음주운전이야."
"씨발, 미친 놈 때문에 교통이 아주 마비구만."
"저런 놈들에게 면허를 주면 안 된다고."
"맞아. 그나저나 어쩐다냐. 저 사람들 가족도 있을 텐데......."
"허허. 경찰 새끼들 뭐하는 거야. 빨리 교통정리 안하고."
"저거도 경찰이라고. 내가 해도 저놈보다는 났겠네."
"아따, 무슨 소리를 고로케름 한다냐. 너는 절대 경찰감이 아니여."
============================ 작품 후기 ============================
***** 이제 서서히 성기가 돈을 벌 수단이 나오네요. 후후후. 수수께끼!
*****절대자 2는 절대자 1이 완결되면 연재할 겁니다. 저 직장인입니다. 글만을 쓸 수는 없거든요.
*****제 이상형은 폭유입니다. 거유 아님 폭유!!!!! 그래서 여성 히로인은 죄다!!!!
혹시 여성 독자분이 있으시다면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바다와 같은 넓고 풍만한 가슴으로다, 속 좁고 편견에 사로잡힌 저를 이해해주시기를.....
저 개인의 취향이거든요. 글로라도 만나고 싶습니다. 130 이 넘는 폭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