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 157 회: 5 -- > (157/230)

< -- 157 회: 5 -- >

성기는 미안하기도 하고 황당했지만 여승무원에게 변명을 하려 해도 영어가 통하지 않을뿐더러 원인제공자인 이 소령이 자고 있어 그냥 잊고 넘어가기로 했다. 더군다나 일이 커져 자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창피했다. 

시간이 지나 한국군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1993년 8월 11일 수요일 오전 11시에 드디어 고국에 발을 디딘 그들은 한국의 땅이 그토록 반가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뻐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그들은 구석에 정렬해 이 중령의 귀국 인사 겸 작별의 말을 들었다.

이 중령이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며 병사들에게 오늘부터 이번 주 내내 휴가로 처리할 테니 다음 주 월요일에 정상적으로 부대로 출근하라는 말을 하자 병사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좋아했다. 병사들은 헤어지기 전 이 중령을 비롯한 장교들에게 경례를 하고 삼삼오로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성기는 가려는데 이 중령이 따로 부르자 같이 가던 동기들의 의아한 눈빛을 한 몸에 받았다. 성기는 특별한 지시가 있을 것으로 직감하고는 동기들에게 먼저 가라고 말했다. 동기들은 같이 버스를 타고 가지 못해 서운했지만 성기에게 다들 조심히 집에 들어가라며 말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이 중령이 성기에게 흰 편지봉투를 건넸다. 성기는 무슨 봉투인지 몰랐지만 최고 지휘관이 주는 것이기에 말없이 받아들었다. 만져보니 두툼한 봉투가 두 개나 되었다. 각각의 편지봉투에는 제법 많은 양의 종이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성기는 뭐 길래 이 중령이 주나 의아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유엔 평화유지군에서 주는 특별 포상금이야. 거기다가 스웨덴군이 특별히 자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며 별도의 포상금을 주었다네. 내가 진작 전해주고 싶었는데 다른 병사들의 눈도 있고 해서 말이야. 괜한 일로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놈들이 많거든.”

“네! 고맙습니다.”

이 중령이 손을 내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고맙긴. 천일병! 오히려 내가 자네한테 고맙지. 자네 덕에 내 진급이 더 잘될 것 같거든. 조만간 내가 진급하거든 자네를 따로 부를 테니 기다리고 있게나.”

“아닙니다. 전 다만 할 도리를 한 것일 뿐입니다.”

“아니야. 어디 세상이 그런가. 은원은 확실히 해야지. 자네를 부른 두 번째 이유는 국방부와 수방사에서 자네에 대한 포상 휴가가 결정되었다네. 국방부에서 14박 15일이 나왔고 수방사에서 14박 15일, 그리고 52사단에서 7박 8일 휴가가 결정되었으니 당분간 집에서 푹 쉬게나.”

“네? 포상휴가 말입니까?”

“그래! 휴가가 끝나고 부대에 복귀하면 자네에 대한 포상이 또 있을 걸세. 자네 덕에 우리 한국군의 위상이 올라갔거든. 현역도 하기 힘든 국위선양을 단기 사병인 자네가 해주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자네 덕에 단기 사병을 지휘하는 장교들이 고무되어 있다네.”

“네? 벌써 소식이 들어갔습니까?”

“이례적으로 CNN이 아닌 바람의 언덕방송에서 자네의 활약과 훈장 장면을 전 세계 방송에 내보냈거든. 들리는 소문으로는 대통령이 자네를 부를 지도 모른다더군.”

“네에?”

“놀라지나 말고 어서 집으로 가보게. 그동안 수고 많았어.”

“네! 알겠습니다.”

성기는 차렷 자세를 취하고 경례를 최대한 큰 소리로 했다.

“충~ 성!”

그 소리가 어찌나 큰 지 2층과 3층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깜짝 놀라 마시던 커피 잔을 떨어뜨릴 정도였다. 바로 앞에 있던 이 소령은 양 귀를 움켜잡고 고통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고 뒤에 있던 장교들도 고통을 호소하며 귀를 막고 있었다. 주위의 승객들도 귀를 막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것 같았다.

갑작스런 반응에 성기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장교들과 김포 공항의 모든 승객들은 귀를 막았던 손을 내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중령이 성기에게 호통 쳤다.

“천일병, 자네! 목소리가 원래 컸나?”

“저도 처음 겪는 일입니다.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성기 역시 이런 소리가 나왔다는 것에 놀라며 죄송스러워했다. 뒤에 있던 이 소령과 김중위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여서 고막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저런 특이한 능력이 있다니, 여태 살을 섞었던 그녀들도 몰랐기에 그 놀라는 감정은 남달랐다.

“알았네. 그냥 가보게. 경례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성기는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에 허리를 숙여 구십도 각도로 인사를 드린 후 등을 돌렸다. 곧바로 전력질주로 공항버스가 서는 곳까지 뛰어갔다. 장교들은 모두 차를 가지고 왔기에 서둘러 이 중령에게 인사한 후 각자의 집을 향해 떠났다. 

이 소령과 김중위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두리번거리던 그녀들은 버스를 타려던 성기를 발견하고는 크게 소리 지르며 뛰어왔다.

“성기씨! 타지 마요.”

“성기씨!”

성기는 누군가 자기를 부르는 것 같아 뒤를 돌아보니 그녀들이어서 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얼마나 뛰어왔는지 흐르는 땀으로 얼굴과 이마는 범벅이었다. 이 소령이 헉헉거리며 말했다.

“차 있으니 내 차타고 가요.”

“당신도 피곤하잖아.”

“괜찮아요. 그리고 가는 김에 어머니한테 인사도 드리고.”

이 소령이 성기의 팔을 잡고 매달렸다.

“저도요. 어머니에게 인사드리고 싶어요.”

김중위도 남은 한팔을 잡고 떼를 썼다. 두 여자의 풍만한 젖가슴이 팔을 통해 충분히 느껴졌다. 

“아니, 갑자기 왜 그래?”

두 여자가 한꺼번에 방문한다면 어머니의 얼굴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놀람과 경악, 충격의 해일을 겪으시고 몸져누울 것이 뻔했다. 한 번도 여자를 집으로 데려간 적도 없었거니와 어머니에게 인사를 시켜드린 적도 없던 성기로서도 놀랄 일이었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날씬하고 풍만한 젖가슴의 이 소령과 아름답고 쭉쭉빵빵인 김중위가 별 시덥지 않은 놈한테 달라붙어 매달리는 꼴을 본 주변의 어른들은 못마땅한 시선으로 쳐다보았고 일부 여자들은 저 남자보다는 내 남자친구가 더 잘생겼지. 라며 성기에게 매달린 두 여자를 깔보았다.

그렇지만 두 여자는 그런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더욱 성기를 졸랐다. 성기는 주변의 시선을 느끼며 그녀들을 이끌고 정류장을 벗어났다. 사람들 가운데 질투와 시기의 눈빛으로 성기를 노려보는 대머리 아저씨가 있었다. 50대 중반의 그는 담배를 꼬나물며 성기를 쫓아 고개를 움직였다.

“영관아! 참한 베트남 처녀 데리고 와!”

칠순 넘으신 노모가 영관이라 불리는 대머리에게 말을 붙였다. 그제야 담배를 끄고 주위 사람들에게 들린 것이 창피했는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구석으로 끌고 갔다.

“어머니도 참. 걱정하지 말라고.”

“이놈아! 언제 정신 차릴 겨! 나는 이제 더는 못 기다린다.”

“알았어. 베트남가서 데리고 온다니깐.”

성기를 시기심어린 눈빛으로 노려 본 사내는 그렇게 공항 한 귀퉁이에서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성기는 두 여자가 안내하는 주차장으로 가서 이 소령의 차를 탔다. 가는 내내 성기에게 졸라 방문을 허락받은 이 소령과 김중위는 휘파람을 불며 행복을 만끽했다.

============================ 작품 후기 ============================

***** 성인 판타지를 보는 미성년들에게 자꾸 경고를 하고 독하게 말하는 것은 

누구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운영진 조차 막기 어렵기 때문에 

글을 쓰는 작가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말을 하는 겁니다.

읽으시는 성인분들께!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애들이 본다고 제보를 받거나 그런 사실을 확인 했을 경우

지체하지 마시고 야구방망이를 드십시요.

어린 놈들 보라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니기에

마지막 경고다!!! 미성년 애들은 보지마라! 보다가 걸리면 존나 맞는거다.

인기를 안끌어도 좋고, 선작수나 추천이, 조회수가 줄어도 좋다.

애들은 보지 말기를 바란다. 이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말하는 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