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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에서 훔쳐보는 여자가 있었는지 문틈으로 검은 머리가 보였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게 성기에 의해 아픔을 호소하던 빅토리아는 한참동안이나 몽둥이에 시달려 정신을 놓고 쓰러졌다. 이 소령과 로타쉐린은 빅토리아의 팔다리를 붙잡고 성기 침대 옆에 마련한 간이침대위에 눕혔다.
이어 이 소령이 성기위로 올라가 진하게 환희를 맛보고 기진맥진해졌다. 로타쉐린이 그녀를 안고 빅토리아 옆에 눕히고 로타쉐린이 성기위에 주저앉아서는 뜨겁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세 여자는 성기의 몽둥이를 맛보며 죽을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지독한 환희를 느껴야만 했다. 성기는 끝내 폭발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제를 한 것이었다. 성기 역시 피곤했던지 로타쉐린을 안고 잠이 들었다.
곤히 잠들었던 이 소령이 하복부의 쩌릿한 아픔을 느끼며 깨어났다. 곧 있으면 간호사가 올 텐데 걱정하며 빅토리아를 깨웠다. 빅토리아는 동굴이 잔뜩 부어있어 일어나면서도 아미를 찡그렸다. 팬티와 옷을 입으면서도 로봇처럼 뻣뻣하게 입는 빅토리아였다. 로타쉐린을 깨워 서두르라고 이 소령이 말했다.
세 여자는 모두 하복부가 아팠지만 특히 빅토리아가 죽을 것 같은 통증에 시달렸다. 그녀들은 빅토리아를 간이침대에 눕히고 옆에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질투하는 사이였지만 여인의 파과로 인해 서로는 한층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간호사와 함께 한 중령이 아닌 남자 군의관이 방문해서는 상태가 괜찮다고 점심 무렵에 퇴원하라고 말하고 휙 가버렸다. 성기는 고맙다고 말하려 했지만 벌써 사라진 그들이었다. 그만큼 한국군 의료지원단에 환자가 몰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제도 간간히 폭탄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이 전투를 벌이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성기와 그녀들은 짐을 챙기고 아침 식사를 했다. 환자식이라 부족하게 나왔지만 성기와 이 소령이 한국군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두 여자도 특별히 식사가 나왔다.
식사를 마친 후 성기와 이 소령은 빅토리아와 로타쉐린에게 인사했다. 빅토리아는 파과의 고통으로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었다. 헤어지는 것이 서러워 간신히 참고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침대에 눕고 싶은 빅토리아였다. 빅토리아가 아픔을 참고 억지로 입을 떼었다.
“조만간 성기씨에게 유엔평화유지군 사령부에서 훈장이 수여될 예정이에요.”
“왜? 내가 뭘 했다고?”
성기가 의아한 듯 묻자 로타쉐린이 다정하게 성기의 볼을 쓰다듬으며 설명해주었다.
“당신이 우리 스웨덴군을 구했잖아요. 그것도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 그랬으니 당연히 훈장감이죠.”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을 한 건데. 뭘 그런 걸 가지고 훈장을 주나.”
“그런 걸이라니요? 흥, 요즘 자기 살겠다고 동료도 팽개치는 세상인데.”
“하긴 그래.”
“암튼 그렇게 알고 있어요.”
“알았어. 그리고 당신 너무 아픈 것 같은데 여기서 좀 더 쉬다가. 나는 귀대해서 보고해야 하는 것도 있고 해서 지금 부대로 돌아가야 될 것 같아.”
성기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끝까지 배웅하지 못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로타쉐린이 이 소령을 보고 물었다.
“정말 그래야 돼? 이소령!”
“나도 부대에서는 눈치 봐야하는 중간 지휘자야. 내 위에 이 중령님이 계시는데 여기 같이 있게 한 것도 많이 봐 준거라고. 그리고 병원에서 퇴원하라고 했으면 벌써 부대에도 연락을 했을 거야. 여기서 뭉기적거리다 성기씨가 혼나면 네가 대신 혼날 거니?”
“아, 알았어.”
성기는 아쉬워하는 로타쉐린과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이어 눈물이 그렁한 빅토리아에게도 깊은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곧 다시 만날 것이라고 애기해주었다.
짐을 챙겨 성기는 빨리 나왔다. 더 있다가는 울먹이는 빅토리아 때문에 나오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소령은 밖이어서 그런지 절도 있게 행동했다. 그녀의 행동에 성기 역시 보조를 맞추어 병사답게 처신했다.
차량에 탑승한 후 그들은 한국군 부대를 향해 출발했다. 점점 작아지는 차량을 보며 창가에 선 김간호사가 눈물을 흘렸다. 애석하게도 병실에 있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죽을 것 같은 상사병에 시달리고 있는 김간호사였다.
한국군 기지에 도착한 후 얼굴이 쥐여 터져 여기저기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이경규 대위에게 귀대보고를 했다. 이 대위는 성기에게 자신이 폭행을 방조했던 점을 사과하며 거듭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덧붙여서 이 중사는 병원에서 치료가 끝나는 대로 한국으로 귀국한다는 말도 해주었다.
더 좋았던 것은 이 대위가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작업 나가는 것은 무리라며 숙소에서 쉬라고 했던 점이었다. 작업은 내일부터 나가라고 했다. 성기는 이 대위와 헤어진 후 숙소로 돌아와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이 대위의 말대로 피곤하기는 했는지 바로 잠에 빠져버렸다.
동기들이 깨워서야 저녁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성기는 동기들에 둘러싸여 이런저런 질문을 받았다.
“몸은 어때?”
“괜찮아. 너희들이 나를 업어다 줬다면서. 고마워.”
“새끼야. 고맙기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그나저나 그때 너 죽는 줄 알았어.”
은 일병이 말을 하자 나 일병이 분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이중사 개새끼! 들리는 말로는 수송부의 기름도 빼돌렸다고 하던데. 아주 질이 더러운 새끼야.”
“내가 듣기로는 짬의 부식도 틈날 때마다 가져갔다는데.”
“그럼 어쩌다가 우유 없이 햄버거 먹은 게 이 중사 그 새끼 때문이야?”
특히 먹는 것에 민감한 은 일병이 분개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다는데, 짬은 너희가 더 잘 알잖아.”
“야, 그런 말 하지 마. 서글퍼진다. 여기에서는 너희랑 같이 작업하고 있잖니.”
나일병이 미안한 듯 말했다.
“미안하다. 여기 이상한 게 너무 많아. 퍄병 음식 책임지는 놈들 조리사 자격증이 딱 한 명 있데. 여기 우리 동기는 둘 다 양식과 한식이 있는데 말이야.”
“씨발, 애기 하면 뭘 해. 가슴 찢어지게.”
“빽이 좋은가 보지.”
그러자 평소 음담패설에 관심이 많은 나 일병이 웃으며 말을 받아쳤다.
“좋은가보지? 좋은가보지? 그 보지는 어떤 맛이야?”
성기가 나서며 나 일병의 장난을 제지했다.
“그만해. 새끼는 유치하게 그게 뭐냐!”
“이 새끼는 나서고 지랄이야. 그럼, 여기 유치하게 시간 보내지 않으면 어떻게 보낼 건데. 너희들 기분 풀어주려고 농담한 걸 가지고.”
“미안하다. 미안해. 화풀어.”
“알았어. 새끼야. 좋은가보지 먹으러 우리 언제 함 나갈까?”
“미친 새끼. 끝까지 유치하네.”
“야, 성기야. 넌 입원해서 모르나 본데. 우리도 주말에 외박을 나갈 수 있게 지시가 내려왔어. 그동안 너무 부대내에서 타이트하게 조여놨다고 이 중령님이 어제 훈시하면서 말을 했거든. 히히히, 좋지 않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외박 나가면 어디 갈 데 있냐?”
성기의 말에 나 일병이 버럭 화를 냈다.
“몰라! 이 새끼는 초를 치네. 처음부터 아는 새끼 몇이나 되겠어.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그럼 계속 여기 죽치고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 갈 거냐? 계획대로 흑인 년들 따먹어 봐야지. 안 그러냐?”
은 일병과 이 일병이 맞장구쳤다. 그들도 여자 생각이 간절한 20대 초반의 뜨거운 남자였다.
“옳소! 나 일병 말이 맞아. 여기 언제까지 있을지는 몰라도 여자 맛은 봐야지. 걔네들이 그렇게 살결이 죽인다는데.”
“암, 남자가 칼이라도 베야지.”
“알았다. 알았어.”
“성기 넌 어떻게 할 건데.”
“새끼 넌, 빠지면 의리 없는 거야.”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