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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가 간 후 두 여자는 성기 옆에 빨리 낫기를 기원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지만 성기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그녀들은 행복했다. 그 순간 김중위가 들어오며 왜 커텐이 쳐져있지 의아했다. 성기에게 혹시 나쁜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커텐을 젖히자 바비 인형의 외모의 여자 두 명이 성기 곁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구세요?”
김중위는 침착하게 영어로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로타쉐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타난 여자가 군복을 입었고 외모역시 자신들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사람과 결혼할 사람인데요. 그러는 당신은 누구세요?”
김중위는 성기와 함께 뜨겁게 밤을 보낸 사이였지만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나마 이 소령이 그녀가 깨어났을 때 대충 말해주어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소령도 자신도 곧 성기와 결혼할 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자신이 두 번째로 하겠다고 이 소령에게 약속을 했던 것인데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몰랐다.
그야말로 개그맨들이 하는 말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남자는 내꺼지 너희들이 넘 볼 남자가 아니라고 말이다.
“나도 이 남자와 결혼할 사이거든요.”
김중위는 물러서지 않고 고개를 쳐들고 당당히 말했다. 그러자 로타쉐린과 요한나가 황당했다. 자신들이 알기로 성기는 결혼할 여자가 없는데 말이다. 어디서 굴러먹던 뼈다귀인지는 몰라도 성기에게 매달리는 스토커라고 생각했다. 잠든 성기를 대신해 혼내주겠다고 다짐하는 두 여자였다.
“뭐라고? 이 남자는 나와 결혼할 거라고.”
요한나가 빽하니 소리쳤다. 그 바람에 잠든 성기가 깨어났다. 상체를 세우고 자세히 보니 금발의 여자들은 그때 모가디슈에서 뜨겁게 살을 섞었던 여자들이 아닌가. 성기는 깜짝 놀랐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김중위가 눈을 퍼렇게 뜨고 두 여자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하게 자신과 자버리면 여자들이 자신에게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된 성기였다.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회피했다가는 나중에 큰 불씨를 남길 것 같아 성기는 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두 여자와 김중위는 성기가 깨어나자 다툼을 그만두고 성기에게 다가가 어깨를 만지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김중위가 물었다. 이미 그녀에게 있어 성기는 일반 남자들과 다른 위대한 첫 남자이자 마지막 남자로 여겼기에 존대를 했다. 그것은 다른 두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두 여자가 무어라 말했지만 하나도 알아듣지를 못하는 성기였다. 그래서 부득이 김중위에게 부탁을 했다. 그녀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성기의 부탁으로 그녀들과 성기 사이의 대화를 통역했다.
“그날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고마워요. 갑작스럽게 나만 뒤떨어져서 헤어지게 되었죠. 걱정 끼쳐드렸다면 미안해요.”
“아니에요. 당신이 그곳에 남아 모진 고초를 당할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이렇게 살아있어줘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로타쉐린과 요한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볼 아래로 흘러내렸다. 미추를 떠나 여자의 눈물은 성기를 무지 괴롭게 만들었다. 힘없는 손으로 그녀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울지 말아요. 지금 당신들 곁에 있잖아요.”
“흑흑흑.......”
로타쉐린과 요한나가 울다가 갑자기 성기의 품에 안겼다. 난감했지만 안기는 두 여자를 거절할 수 없어 성기는 그대로 놔두었다. 두 여자의 눈물이 성기의 가슴을 적셨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김중위의 눈에는 불꽃이 튀었다. 아니 이것들이 기껏 통역을 해주었더니 내 남자의 품에 안겨 눈물 흘리고 지랄이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말하려는 순간 성기가 그녀를 보고 눈짓을 한다. 가만히 있으라고 말이다. 한참을 울던 두 여자는 성기의 품에서 일어나 눈가를 훔쳤다.
“보기 흉하게 울어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그러니 더는 울지 말아요. 알았죠?”
“네!”
“당신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여기 김중위도 들어요.”
김중위는 통역하다 말고 무슨 말일까 호기심이 들었다. 성기의 입이 힘겹게 떨어졌다. 그로서도 이런 고백은 너무나 힘이 들었다.
“저기 제가 결혼을 했어요. 그렇지만 두 분들이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면 두 분들도 체가 책임을 질게요. 김중위도 제가 책임을 질겁니다. 남자가 되가지고 숯 처녀를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야죠. 두 분과 김중위의 생각은 어떤지 말해 봐요.”
갑작스럽게 결혼했다는 말에 세 여자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말을 잃었다. 자기들끼리 그냥 공상만 켠 꼴이어서 무지 기분이 나빴다. 자신만의 남자인 줄 알고 있었는데 다른 여자들이 먼저 채가다니 그녀들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들은 울면서 생각했다. 그를 떠나 살 수 있을 지를 말이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노였다. 그가 다른 여자들과 있어도 여전히 그를 원하는 마음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성기와 헤어진다면 자신들은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이라고 여겼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이고 그것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좀비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한 시간 동안 울던 그녀들을 주변의 환자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흑흑흑......”
“흑흑흑.....”
세 여자가 우는 모습을 보며 성기를 죽일 듯 노려보는 환자들이었다. 게다가 김간호사와 다른 간호사도 와서 소란스럽게 뭐하는 거냐고 항의했다. 성기는 몸도 아팠지만 마음역시 아팠다. 자신으로 인해 그녀들이 고통 받는 것이 미안했다.
로타쉐린이 붉게 물든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그녀의 코도 빨개져서 콧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알았어요. 전 죽어도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니깐.”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당신이 헤어지자고 하지만 않는다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같이 있을 거니깐.”
잠자코 있던 김중위도 말했다.
“저도 같이 있을 거에요. 당신이 어느 누구와 결혼을 했던 중요하지 않아요.”
“알겠어요. 그러니 이제 울지 말아요. 당신들이 울면 제 마음이 아파요.”
성기는 그녀들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눈에 귀여운 외모의 김간호사가 들어왔다. 카트 손잡이를 잡고 있던 그녀가 대뜸 소리쳤다.
“진통제 맞을 시간이에요. 흥! 흥! 흥!”
“그래요?”
“빨리 엎드려요. 흥! 흥! 흥!”
옆에 있던 김중위가 그녀에게 물었다.
“코가 막혔어요. 왜 자꾸 흥흥거려요.”
“그래요! 코 막혀서 그래요. 흥! 흥! 흥! 사막의 모래바람이 매일 불어서 코가 막혀서 그렇다구요.”
그녀는 소리치다 말고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김중위는 자신이 괜히 말을 붙여가지고 콤플렉스를 건드린 것 아닌가 미안함을 느꼈다. 성기 역시 김중위가 괜히 남의 콤플렉스를 건드린 것 아닌가 걱정했다. 하지만 김간호사가 운 것은 자신이 호감을 갖고 있던 남자 곁에 같은 여자가 보아도 감탄할 정도의 여자들이 즐비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성기를 위해 눈물 흘리는 것이 무지 사랑하는 연인들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온 이 남자를 접어야 한다는 것이 무지 괴롭고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흥흥거렸던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도 아픈 판에 솔로인 그녀가 보았을 때 얼마나 배가 아픈 장면인가. 세 여자가 한 남자를 위해 울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또 김간호사가 오해한 것이다. 세 여자가 서글퍼서 운 것을 걱정해서 울었다고 여기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서글펐기 때문에 그녀도 울어버린 것이다.
한참을 울던 김간호사는 마음을 다잡고 겨우 눈물을 그쳤다.
“빨리 대요. 흥! 흥! 흥!”
성기는 그녀가 더 울기 전에 엎드렸다.
“엉덩이를 높이 들어요. 흥! 흥! 흥!”
“알았어요.”
“아플 거니깐 엄살 피지 말아요.”
“네.”
김간호사는 엉덩이를 평소와 달리 세차게 뚜드리고는 바늘로 푹 찔렀다. 그것도 아주 깊이 깊이 말이다.
“아악!”
“남자가 엄살은! 흥! 흥! 흥!”
김중위가 끼어들었다.
“참아요. 성기씨. 어련히 잘 놔주었겠어요.”
“흥! 흥! 흥! 잘 놔줬는데 남자분이 엄살이 심하시네요.”
그렇게 말을 하고 김간호사는 등을 돌려 나가버렸다. 가는 내내 그녀는 흥흥거렸다.
============================ 작품 후기 ============================
숯처녀가 아닌 숫처녀가 맞는 표현입니다. 제가 그동안 워드패드로만 글쓰다보니
독자님들께 혼동을 준 점 사과드립니다.
8/7은 무료라고 하니 오늘 하루 그동안 마음에 들었던 노블 소설들 많이 읽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