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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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는 김간호사가 간 후 다리와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뒤척이다가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한 중령과 공주 일행은 끝 방에 위치한 성기의 침대로 다가갔다. 다른 환자들이 깨어나지 않게 조심하려 했지만 워낙 이목을 끄는 외모들이었는지 몇몇 환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 여자는 잠든 성기를 바라보았다. 얼굴에 멍이 있어 공주 일행은 마음이 무척 쓰라렸다. 누가 내 낭군 얼굴을 저리 만들었는지 분하기도 했고 얼마나 아팠을까 가슴이 아려오기도 했다.

짧은 머리칼이 제법 자랐는지 한결 낫다고 생각하는 공주였다. 한참을 누워있는 성기를 바라보며 다시 만나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신께 감사함을 전했다. 한 중령은 그녀들을 생각해서 여기에 앉으라고 의자를 권했다. 다행이도 의자는 길고 침대보다 낮아 모두가 앉을 수 있었다. 공주와 두 여자는 한동안 성기를 보지 못하면서 가을에 바람 든 무처럼 가슴이 뻥 뚫렸고 무엇을 하든 의욕이 사라진 채 기계처럼 살았다.

공주가 성기의 오른 손을 잡으려고 하자 로타쉐린이 먼저 낚아채더니 두 손으로 꼭 움켜잡으며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공주는 기가막히고 너무 화가 났지만 남들 눈도 있고 해서 참으려고 애썼다. 요한나는 한술 더 떠 자리에서 일어나 성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애정을 과시했다. 

한 중령은 그만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궁금했던 천 일병의 얼굴도 봤고 세 여자의 질투어린 간호를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고마워요. 선생님!”

공주가 그녀의 말에 응대했다. 그녀가 간호사와는 다른 가운을 입고 있어서 의사임을 간파했기에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한 중령이 미소를 띠고 등을 돌려 그녀들에게서 멀어져갔다. 김간호사도 뒤에서 멀뚱멀뚱 쳐다보다 한 중령을 따라갔다. 흥이다!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도 이상하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있으면서도 여자 친구가 없다고 자기한테 수작걸지 않았던가. 있는 놈들이 더하다고 친구들이 말했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김간호사였다. 지금 그 말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두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왜 이리 그가 다시 보고 싶지. 미치도록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았다.

이국 타지에 있는 병원이라 면회 시간에 제한이 없었다. 오는 사람이 있어야 면회 규정을 만들던지 할 텐데 오늘 처음으로 면회객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미인들이 왔기에 병원의 환자들은 멀리서 힐끔힐끔 쳐다볼 따름이었다.

환자의 사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천정에 커텐 시설을 개별적으로 해 놓았기에 요한나가 일어나 커텐을 쳐버렸다. 커텐 안에 세 여자와 침대에 누운 성기만 있어 좁아 터졌지만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아 그녀들은 더 좋았다.

빅토리아 공주가 있음에도 당당하게 로타쉐린이 자신의 가슴을 풀어헤쳐 성기의 손을 잡고 쑥 밀어 넣었다. 그러면서 공주를 향해 너는 이렇게 못하지 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공주는 기가차고 너무나도 불쾌했지만 참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두고 절대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공주는 입술을 깨물고는 자신의 군복 상의를 풀었다. 풍만한 젖가슴을 가린 하얀색 브래지어가 보였다. 브래지어를 위로 들어 올리고 로타쉐린이 잡고 있던 성기의 손을 뺐었다. 이어 성기의 힘없는 손을 자신의 젖가슴 사이로 밀어 넣었다. 금방이라도 만지면 터질 것 같은 하얀 풍선 같은 팽팽한 젖가슴을 성기의 손이 이리저리 들락거렸다. 

로타쉐린은 자신이 이렇게 행동하면 그녀가 수치심에 뒤로 물러날 줄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뒤지지 않고 도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니 애가 아주 보통이 아니네, 라고 생각했다. 어린 것이 일찍 맛을 봐서 그렇다고 여겼다. 공주는 그녀들이 더는 시비를 걸지 않고 가만히 있자 성기의 손을 내려 놓았다.

“그만해요. 우리가 이러는 것보다 일단은 이분이 낫기를 바라며 간벼하는 게 어떻겠어요?”

나이 어린 공주의 제안에 두 여자는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녀들로서도 성기의 회복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아픈데 여자들끼리 다툼을 벌인 것을 그가 나중에 알았을 때 얼마나 실망하겠는가.

“좋아요. 그럼 간병 순서를 정하는 게 좋겠어요. 이 곳은 너무 좁고 다른 나라 남자들도 많아서 여러 사람이 있는 것보다는 한사람씩 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는데, 두 분 생각은 어떠세요?”

“난 우리 셋이 같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따로 따로 오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고 말이야. 혹시 알아, 네가 임신할 지도 모르는 일이니 서로 의심하는 상태에서 간병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봐!”

공주라는 호칭은 그 나라에서나 가능했기에 로타쉐린은 친구 부르듯 거리낌 없이 빅토리아를 너라고 불렀다. 그것은 공주 자신도 그런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별 불만은 갖지 않았다.

빅토리아는 자신의 의견을 단호히 말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다부진 의지가 보였다.

“전 같이한다는 것에는 반대해요. 여기는 다른 환자들도 있어서 눈길을 끌 텐데 시끄러워질 거란 애기죠. 게다가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도 민폐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셋이 함께는 싫어요.”

여태 가만히 있던 요한나가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셋도 안 되고 혼자도 싫다니 그러면 둘이 오는 거야. 순번에 의해 한 사람은 정해놓고 같이 갈 한 사람만 매번 제비뽑기로 정하는 거지. 어때?”

“그게 좋겠는데.”

“으음......좋아요.”

“그럼, 당장 오늘부터 간병할 사람 정하는 게 어때?”

“좋아. 어차피 부대에는 전역하겠다고 말했으니 말이야. 난 상관없으니까.”

“나도 전역원을 제출해서 문제없어.”

듣고 있던 공주만 난감했다. 자신만 전역 희망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부대로 돌아가서 일을 마무리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공주라지만 부대 내의 일처리는 마무리 하고 행동해야 했다. 그래야 스웨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기에 말이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분한 듯 말했다.

“저만 못했네요. 두 분이 먼저 하세요. 전 부대로 가서 일을 마무리 짓고 내일 올 테니까. 그런데 두 분 여기서 주무시려면 속옷과 세면도구등 챙겨 오셨어요? 전 걱정이 되네요.”

“걱정하지 말라고. 미리 다 준비했거든. 여기 요한나도 아까 나랑 같이 준비했어.”

“알았어요.”

빅토리아는 분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부대로 돌아가서 서류 등을 정리해야 하는데 방금 왔는데 이렇게 일찍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성기의 손을 잡고 자신의 볼에 문질렀다. 눈물이 볼을 타고 또르륵 떨어져 성기의 손에 부딪쳤다. 

로타쉐린과 요한나도 자신들이 너무 심했나, 라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자위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을 누구와 공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직 자신만의 남자로 남아야 했다. 두 여자는 서로를 쳐다보며 너도 빨리 포기하시지 라는 미소를 서로에게 보냈다. 친한 친구사이였지만 남자를 사랑함에 있어 결코 물러서고 싶지 않은 두 여자였다.

그녀들이 이러고 있는 사이 한국군 기지에서 이 소령이 일을 마치고 성기를 간병하러 출발했다. 이 중령이 김중위가 갔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제지했지만 다른 여군들이 몸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핑계를 대며 우겼다. 다른 여군들, 이 소령의 직속 부하들인 여군들은 찍 소리도 못하고 중령에게 이 소령의 말이 맞다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애원했다.

이 중령은 입술을 깨물고 알아서들 하고 내일 모레는 귀대하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오후 늦게 이 소령이하 여군 장교들은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가는 내내 그녀들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내가 왜 병원에 가야하지?’ 

‘진짜 미친년한테 끌려가는 구나. 미치겠네.’

‘그래, 속 편히 생각하자. 저 미친년한테 찍히면 괴로우니까.’

김중위의 동기인 김혜경 중위가 이 소령에게 물었다.

“소령님, 김중위가 거기에 있습니까?”

“그래, 아까 갔으니깐 말이야.”

“병사가 많이 맞았나 보네요. 장교까지 따라가고 말입니다.”

황금빛 노을이 그들이 가는 차량 위로 수를 놓았다. 이 소령은 그 노을을 보며 성기를 생각했다. 성기가 빨리 일어나 자신의 뜨거운 몸을 덥혀주길 바랬다. 하지만 당분간은 아니었다. 어제 너무 격렬하게 해서 그런지 그곳이 빨갛게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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