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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는 조금 전 성기가 잠든 것을 보고 내내 손을 잡아 기도하다 이중사가 병실에 들어왔다는 말에 손을 놓았다. 그러더니 잠든 성기의 입술에 입술을 포개며 중얼거렸다.
‘내가 그 녀석의 거기를 무지하게 걷어차고 올게요. 금방 올게요. 내 사랑!’
입술을 뗀 김중위는 아쉽지만 복수를 해야 하기에 발걸음을 떼었다. 이중사가 들어간 병실에 도착하고 보니 성기의 병실과는 층이 달라서 더 좋았다. 병실을 들여다보니 환자들 대부분은 잠들어 있었고 이중사만 고통에 버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간호사는 급히 진통제를 놓아주어 한 시름 덜은 표정이었다.
간호사가 카트를 밀고 다른 환자의 링겔을 갈아주는 것이 김중위의 눈에 들어왔다. 다행이도 복도에는 아무도 들락거리지 않았다. 안을 들여다보니 간호사가 카트를 밀고 반대편 문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김중위는 이 중사에게 다가갔다. 식은땀을 흘리고 아파하는 이 중사의 입을 침대 위에 놓인 수건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이 중사의 두 팔을 침대에 묶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이도 옆 침대의 수건이 보여 그것을 이용해 손을 묶는 김중위였다. 묶고 나서 보니 김중위의 코와 눈가에 땀이 가득 맺혀 있었다.
감긴 이 중사의 눈이 뜨였지만 김중위의 손이 빨랐다. 김중위의 손은 이 중사의 눈을 가리고 다른 수건으로 재빠르께 묶어버려 눈과 입이 막힌 이 중사는 괴로움에 떨었다. 폭행을 당해서 그런지 기운이 하나도 없는 이 중사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잠에서 깨어난 환자는 없었다. 김중위는 주머니에서 준비해 온 망치를 꺼내 다른 정강이를 내리쳤다. 정강이의 연약한 피부가 금새 붉어지며 안의 뼈가 두 조각으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이 중사의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수건 사이로 흘러나왔지만 김중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중사의 발가락에도 망치질을 했다. 가격당한 모든 발가락은 뼈가 산산 조각났다. 김중위의 예쁜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지어졌다. 이 중사의 귓가에 나직이 중얼거렸다.
“한번만 더, 천성기 일병을 건드리면 넌 죽을 줄 알아! 이 개자식아!”
끝으로 그의 아랫배를 망치로 후려쳤다.
퍽!
“으웁......읍.......”
이 중사는 조건반사적으로 상체가 튀어 올랐다. 손으로 주변을 휘저으려 했지만 자유롭지 못한 이 중사는 아픔에 그저 버둥거릴 뿐이었다. 김중위는 서둘러 자리를 피해 사라졌다.
헉헉거리며 뛰던 김중위는 날씬한 금발의 여자 셋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같은 여자지만 감탄했다. 정신을 차린 김중위는 손을 씻고 싶어 1층 화장실로 들어갔다. 성기가 정확히 어느 병실에 있는지를 모르는 공주 일행은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물었다.
김간호사는 약품 창고에서 나와 눈가를 닦았다. 약품 창고를 지키던 나이 많은 간호사가 어린 것이 타국에서 고생이 많네, 라며 혀를 찼다. 하지만 자신이 조언한다고 이국 생활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중년의 간호사는 지켜볼 따름이었다.
조용히 눈가를 훔치고 지나가던 김간호사를 빅토리아 공주가 불러세웠다. 그녀역시 주입된 영어 공부의 폐해로 회화는 한마디도 못하는 토종 한국인이어서 난감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알아들은 단어는 플리즈였다. 제발 뭘 어쩌라고 그러는지 김간호사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서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녀 눈에 잡지에 나올 법한 미모의 금발 여성이 새파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그녀 눈동자의 깊은 곳에 스며든 애절함의 기운이 느껴진 것은 방금 울었기 때문일 지도 몰랐다. 다른 것은 몰랐지만 그녀 뒤로도 외모로는 전혀 손색이 없는 금발의 파란 눈동자의 여자가 둘이나 버티고 있는 것이 김간호사의 눈에 보였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이 여자들이 방문할 정도의 위치를 지닌 환자는 없는데, 라고 생각하는 김간호사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무척이나 답답해졌다. 그래서 간호사들 가운데 제일 영어를 잘한다는 그녀를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웨잇! 져스트 모멘트!”
김간호사는 콩글리쉬를 남발하며 뛰어갔다. 공주 일행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김간호사는 치마가 펄럭일 정도로 뛰어가 간호사실로 들어갔다. 문을 열었더니 두 여자가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는지 고개를 뒤로 활짝 젖히고 있었다.
“김간호사는 노크도 없이 들어오다니, 제발 예의를 갖춰!”
그중 간호사 복장을 한 예쁘장한 외모의 제법 나이가 든 30대 초반의 여자가 날카롭게 꾸짖었다. 김간호사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속으로는 저년은 꼭 나이어린 애들만 잡더라는 소문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요.”
“죄송하면 다야. 의료지원단을 이끄시는 한 중령님도 와 계시는데......급한 일이 뭐야?”
등을 돌리고 있어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김간호사는 거듭 사과했다. 진짜 한소령도 있었다면 정말이지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같은 여자가 보아도 너무나 멋진 한 중령이었다. 꼴에 장교랍시고 으스대지도 않고 여자들 고민을 의사면서도 큰 누나처럼 상담해주었기 때문에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게다가 그 심성만큼이나 아름다워서 여자들도 한 중령의 외모를 동경했다.
“저어기, 위층에 금발 여자 세명이 와 있는데, 제가 영어를 못해서요. 그래서 도움을 주십사하고......”
“으이구, 그러게 내가 평소에 영어공부 하라고 했지.”
듣고 있던 한 중령이 차를 놓고 등을 돌렸다. 김간호사는 진짜 한 중령이 와 계셨구나, 뒤늦게 후회했다.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걸 말이다. 하지만 한 중령은 개의치 않는 듯 일어나 김간호사의 무안해진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요? 그분들 지금 어디 있나요?”
“중령님, 바로 위층에 있어요.”
“그럼 나하고 가 봐요.”
“어머, 중령님 그건 제가 가 봐도 되는데요. 중령님은 여기서 좀 더 쉬세요.”
“됐습니다. 그리고 아까 이야기는 없던 걸로 생각할 테니 그리 아세요. 어서 안내해요.”
한 중령은 기분 나쁜 듯 김간호사를 따라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한 중령의 꽃다운 외모가 아까워 중매를 서 준다고 말했다가 보기좋게 거절을 당한 것이다. 그렇지만 간호사들의 우두머리 박간호사는 포기하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그렇게 나서는 까닭은 남자측에서 그녀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약속했기 때문이엇다.
돈에 눈이 먼 박간호사는 어떻게든 한 중령의 마음을 돌려 선을 보게끔 만들고 싶었다. 그 절호의 기회를 날아가게 만든 김간호사는 씹어먹어도 분이 풀리지가 않을 것 같았다. 뿌드륵 이를 가는 소리가 간호사실에 한참동안 울려 퍼졌다.
한 중령의 눈에도 모델뺨칠 정도의 금발 여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속으로 감탄하며 이 병원에 저 여자들이 찾는 환자가 있었나, 의구심이 드는 한 중령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는 이 병원은 소말리아인과 동남아시아 여러 군인들밖에 없는데 말이다.
한 중령이 먼저 다가가 능숙하게 영어로 말했다.
“누구를 찾는지 말해 주세요. 도움을 드리도록 할게요.”
빅토리아가 미소를 띠고 말했다. 어쩜 목소리가 고와도 너무 고왔다.
“한국군 병사 천성기 일병을 찾고 있어요. 어느 병실에 있는지 알고 싶어요.”
“네,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한 중령은 천성기 일병이 아까 들어온 것은 알았지만 그녀 자신도 어느 병실에 있는지는 몰랐다. 김간호사에게 물으니 이 복도 끝에 위치한 병실에 있다고 들었다.
“이 복도 끝 방에 있어요. 저랑 같이 가요. 제가 안내할 테니.”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공주뿐만 아니라 로타쉐린과 요한나도 한 중령에게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