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5 회: 5 -- >
성기는 수도 모가디슈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국군 의료지원단에 도착해 병실로 들어갔다. 같이 쫓아간 김중위가 접수 서루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며 같은 한국인을 만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쳤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었다면 불편했을 것 같았다.
한 중령을 만난 김중위는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의사도 있구나 라고 감탄했다. 한 중령역시 김중위의 외모를 보고 감탄했다. 김중위는 거듭 치료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는 성기가 입원한 병실로 향했다. 김중위의 걱정 가득한 표정이 한 중령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멀어져가는 김중위의 뒷모습을 보며 한 중령은 생각했다. ‘도대체 누구지? 저렇게 예쁜 여군이 애절하게 걱정하는 걸 보니. 궁금하네.’ 이따 병실로 가서 차트를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성기는 일인용 환자 침대가 쭉 늘어선 병실 가운데에 눕혀졌다. 간호사와 의무병이 들어서 눕혔는데 간호사가 다리 부분을 건들이자 성기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우흑......좀......살살......”
“미안해요. 제가 아직 미숙해서 그렇거든요.”
의료지원단 소속 김간호사는 상처 부위를 건드린 것 같아서 미안함을 느꼈다. 매일 소말리아인 아니면 동남아시아 나라의 다국적군만 보다가 같은 한국인을 만난 것이 기쁜 김간호사였다. 솔직히 이런 마음을 먹으면 안되는 것이지만 성기에게 다른 환자들보다 열배로 잘해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링게를 연결하고 카트에서 디클로페낙 앰플을 꺼내 깬 후 주사기에 주입했다. 간호사는 성기의 엉덩이 부분을 토닥이며 말했다.
“저기, 몸 좀 뒤집어 주세요. 진통제를 놔 드릴게요.”
성기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두 번 때린 후 그녀는 주사를 놔주었다. 이어 성기는 엉덩이가 마비되는 것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녀는 서둘러 환자복의 바지를 올려 준 후 말했다.
“두 시간 후에 의사 선생님이 올 테니 그 때까지 쉬고 계세요. 수액제를 놓고 있으니 어디 가지 마시고, 알았죠?”
“네, 알겠습니다.”
성기는 힘없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무릎까지 덮은 흰 치마를 펄럭이며 카트를 밀고 멀어졌다. 피곤해서인지 성기는 금새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 또 이 중사를 만난 성기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조인트를 까이고 군홧발로 짓밟혔다. 몹시도 기분 나쁜 꿈 때문에 성기는 끼어났다. 이마를 만져보니 식은땀이 맺혀있었다.
옆에서 수액을 갈아주던 김간호사가 일어났냐며 생긋 웃었다. 이어 그녀는 성기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자 손으로 훔쳐주며 말했다.
“어머, 땀좀 봐! 기분 나쁜 악몽이라도 꾸었어요? 이를 어째! 잠깐만요.”
그러더니 주머니를 뒤져 나온 분홍색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었다. 다 닦고 나서 그녀는 생긋 웃었다.
“닦았어요. 다시 주무셔도 되요.”
그녀는 자신의 손에 묻은 성기의 땀도 닦더니 다시 수액제를 갈기 시작했다. 끝마친 그녀는 허리를 숙여 성기의 손목에 연결된 주사바늘을 빼고 새것으로 교체해주었다.
허리를 숙이는 바람에 성기의 옆으로 탐스런 엉덩이가 고스란히 보였다. 하얀색 가운에 가려진 엉덩이는 무지 섹시하게 보였다. 나이는 대략 23살에서 24살쯤으로 보였고 피부는 하얀 것이 무척 고와 보였다.
단정히 머리를 묶어서 내린 것이 풀면 허리까지 내려올 것 같았다. 게다가 웃을 때마다 보이는 저 보조개는 가뜩이나 귀여운 외모를 한층 더 귀엽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가슴 사이즈는 대략 한국 여자 평균보다 높은 D컵 사이즈가 되지 않을까 성기는 추측했다. 상의 가운이 터지려고 하는 것으로 봐서 뽕이 들어간 브래지어 이거나 아니면 천연 가슴이거나 둘 중하나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성기는 갑자기 피식 웃었다.
아픈 와중에도 여자의 몸을 보고 있다니 스스로도 자신이 대단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김간호사는 갑작스런 성기의 웃음에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왜 웃어요? 뭔가 기분좋은 생각을 하셨어요?”
“네, 간호사님 몸매를 생각하며 웃었습니다. 너무 날씬하신 것 같아서요. 여자 친구가 없어서......말하고 보니 미안하네요. 나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오네요.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미 늦어 김간호사의 얼굴을 금새 빨개졌다.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몸을 보며 야릇한 생각을 했을 거란 생각에 기분이 무지 불쾌해졌다. 여자 친구 없는 것을 왜 자신의 몸을 보며 생각을 하는 건지 남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며 김간호사의 얼굴은 굳어졌다.
“흥, 기분이 무지 나쁘네요. 전 그만 가볼게요.”
성기 앞에서 바람소리가 나도록 몸을 돌린 그녀는 카트를 몰고 휑하니 사라졌다. 자기 말이 그렇게 기분 나쁜 것일까 곰곰이 생각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성기는 미안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했다.
김간호사는 병실과 한참 떨어진 의약품 창고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아까부터 그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새록새록 생겨나기 시작해 호감을 가지고 있던 차였기에 기분은 무지 나빴다. 하지만 금방 성기를 보지 못해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김간호사였다.
그가 한 말이 딱히 잘못된 것은 없었다. 자신이 이미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기에 오히려 칭찬이라고 받아 넘길 수 있었지만 그렇게 반응하지 못한 것이 무지 아쉬웠다. 그의 눈에 띄려고 일부러 엉덩이까지 들이민 것은 자신이었지 않은가. 자꾸만 누워있는 성기를 생각할수록 그를 옆에서 간호해주고 뽀뽀도 해주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숯처녀인데다가 남자와 사귄 경험이 없는 그녀로서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지금 자신의 곁에 친한 친구들이라도 있었다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친구들은 죄다 한국에 있었기에 그녀는 너무나 속이 타들어갔다.친구들에게 말해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는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날 저녁 스웨덴 평화유지군 소속의 차량이 한국군 의료지원단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총성과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어 이곳이 모가디슈와 가까운 곳이란 것을 실감했던 빅토리아 공주와 두 여자였다.
휠체어에 환자를 태우고 산책하던 의무병과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가벼운 환자들은 무슨 구경거리가 난 듯 고개를 빼꼼히 들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기는 죄다 소말리아인 아니면 동남아시아인 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 여자들에 관심은 지대할 수밖에 없었다.
차량에서 금발의 파란 눈을 한 아름다운 여성이 세 명씩이나 내리자 가뜩이나 굶주렸던 환자들과 남자들은 보물을 발견한 듯 눈동자가 커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모델 못지않게 훤칠한 키에 날씬하고 가슴까지 대형 사이즈라 그들의 눈동자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날씬한데다가 가슴도 크네.”
“카아, 죽인다!”
“내가 십년만 젊었어도, 아쉽다, 아쉬워!”
“자넨 십년이 아니라 이십년이 젊어져도 저런 여자가 자넬 쳐다볼 것 같나! 정신 차려, 이 사람아!”
“내가 어때서? 흥, 자네보다는 낫거든.”
그녀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병원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들로 인해 환자들 간에 폭행이 일어난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떡줄 생각도 않는데 자기들끼리 내가 먼저라고 서로 치고 박고 싸워 한국 의료지원단을 피곤하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자기 물건이 크다며 간호사들이 있는데서 물건 크기를 자랑하다 강제퇴원 조치를 당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녀들의 외모가 대단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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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편 부터는 한글로 작업해서 올립니다.
워드패드가 좋기는 한데,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검사가 자동으로 되지 않아
어제 부득이 설치를 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