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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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보니 성기의 짐이 그대로 있어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서둘러 씻고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동기들 말에 의하면 6시까지 운동장으로 쓰고 있는 황무지에 모여 5km를 구보한다고 했다. 이어 다시 숙소로 들어가 씻고 식사를 마치는 시간이 7시 30분까지라고 하니, 일찍부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기는 체육복으로 입고 동기들과 함께 나갔다. 진짜 운동장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자갈과 돌멩이들이 넘쳤다. 시간이 없어 평평하게 못한다고 했다. 줄을 맞추어 서고 있는데 재수없게도 저기서 이대위와 이중사가 체육복 차림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동기들이 먼저 소곤거렸다.

"아, 저 새끼! 또 보네. 징그럽다."

"저 새끼만 보면 욕부터 나오네. 이러다 입이 더러워질 것 같아."

"누가 저 존만한 새끼 안데려가나!"

이 중사가 멀리서 성기를 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러더니 이 대위에게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성기는 저 이 중사 새끼가 자신에게 해코지하려고 수작을 부린다고 예상했다. 성기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는지 이 대위가 병사들 앞에서 성기를 호명했다.

"천성기 일병 앞으로!"

"충성! 일병 천성기!"

성기는 이 대위 앞으로 뛰어가 서더니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 대위가 군홧발로 정강이를 깠다. 

"아악!"

성기는 땅바닥에 쓰러지며 정강이를 움켜 잡았다. 아파도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남자들이 애인한테 하이힐로 걷어차여도 아픈 곳이 정강이 부위인데 거기를 태권도 초보자도 유단자로 만들어 준다는 딱딱한 군화로 걷어찼으니 얼마나 아프겠는가.

곁에 있던 이 중사가 끼어든다.

"이 새끼가 빠져가지고. 냉큼 안 일어나!"

그렇게 말하면서 성기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무자비하게 발길질했다. 보고있던 병사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폭행당하는 성기였다. 성기는 이리저리 땅바닥을 뒹굴며 피하려고 애썼다. 그것이 더 이 중사를 화나게 만들었는지 입에 거품을 물고 성기를 까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같았다.

퍽! 퍽! 퍽!

보고 있는 이 대위는 이 중사의 폭행을 말리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마치 자신의 심경을 대변해주고 있는 이 중사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같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방위 새끼가 빠져가지고 탈영을 해! 넌 새끼야, 죽었다고 생각해, 개새끼! 금발여자들한테 혹해가지고 말이야. 헉헉!"

때리는 이 중사가 지쳤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마침 그 순간 저기서 이 중령과 이 소령이 같이 대화를 나누며 걸어오다가 맞는 병사가 성기임을 알아보고 이 소령이 후다닥 뛰어왔다. 그리고는 날라차기로 이 중사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보고 있던 이 대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악!"

이 중사는 옆구리를 잡고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녀의 젖가슴은 출렁출렁해지며 거칠게 흔들거렸다. 이 소령은 너무나도 분해서 곁에서 가만히 폭행을 보고 있던 이 대위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군홧발로 남자의 중심 부위를 가격했다.

"크흑!.....으윽......"

낭심을 맞고 쓰러진 이 대위는 손으로 거시기를 잡고 좌우로 거칠게 도리질했다. 이 소령은 군홧발로 이 대위와 이 중사를 모질게 발길질했다.

"개새끼들! 지금 누굴 까고 있는거야!"

평소 괄괄한 그녀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투였다. 이 중령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이 소령 뭐하는 거야? 그리고 이 대위와 이 중사는 뭐하는 거였고? 누가 애기해봐!"

이 소령이 이 중령에게 서둘러 보고했다.

"오늘 아침에 다국적군에서 훈장을 수여하겠다는 병사가 귀대했습니다. 좀전에 말씀드린 병사가 지금 저기에 쓰러진 병사입니다. 이 대위와 이 중사가 이유없이 폭행을 가하는 것 같아서 제가 그들에게 손을 봐준겁니다."

"누가 자네한테 하라고 했나?"

이중령은 미안한 듯 이 소령을 나무랐다. 그녀와 같이 있었기에 병사를 폭행하고 있는 이 중사의 행동은 이 중령도 보았다. 다만 그가 왜 병사를 폭행했냐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없이는 폭행하지 말라고 누누이 지시를 했기에 이 중령은 더욱 큰 배신감을 느꼈다. 더군다나 병사들 모두 이국땅이어서 낯설고 집이 그리울 텐데 말이다.

"이 대위와 이 중사가 말해 보게! 뭐야? 왜 폭행한 거였어? 내가 우습게 보였나? 특별한 이유 없이는 구타를 금한다고 했는데 말이야!"

쓰러져서 고통에 울부짖던 이 대위가 눈물을 흘리며 가까스로 일어나 차렷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곳의 아픔은 전혀 가시지 않아 엉거주춤 자세를 띠어 병사들 눈에는 우습게 보였다.

"천 성기 일병이 탈영해서 혼내는 중이었습니다."

이 중령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가 탈영이라고 했나? 자네 지금 탈영이라고 했나? 최고 지휘관인 내가 모르는 탈영이 있냐고? 이 새끼가 오냐오냐 했더니 막나가네. 내 진급 막고 싶어 환장했나? 엉? 그런거였냐고?"

평소에 온화한 얼굴의 이 중령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졋다. 다짜고짜 이 대위에게 발길질하는 이 중령이었다. 힘겹게 서 있던 이 대위는 이 중령의 발길질에 힘없이 쓰러지며 떼굴떼굴 나뒹굴었다.

"개새끼가 빠져가지고. 니가 대위지! 책임자냐고. 이 소령은 모든 병사들을 이끌고 구보갔다와! 어서! 사병들한테 패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으니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가 봐!"

"충성!"

이 소령은 쓰러져 정신을 잃은 성기를 부축하다 너무 힘들어서 병사들에게 성기를 들라고 지시했다. 동기들이 튀어나와 성기를 안고 사라졌다. 이 소령은 성기를 숙소에 눕히라고 지시했다.

소령은 다른 병사들을 데리고 구보에 나섰다. 운동장으로 쓰이는 황무지에서 이 대위와 이 중사는 그날 무지하게 군홧발로 밟혔다고 소문이 돌았다. 특히 이 중사는 정강이가 부러져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숙소에 눕히던 중 성기의 바지를 벗기다 온몸에 파란 멍이 가득해서 숙소내 의무병에게 보여주었다. 의무병은 상처와 멍을 보더니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의학지식으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알약 몇개 주고 빨간 약 주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동기들에게 의무병은 빨리 한국군 의료지원단으로 후송해야한다고 재촉했다.

구보를 마치고 돌아오는 이 소령에게 동기들은 용기를 내 직접 말했다. 사병이 영관급 장교에게 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소령의 태도에서 성기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기색이 느껴졌기 때문에 말할 수 있었다.

성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에 이 소령은 이 대위와 이 중사가 후송되는 엠브런스까지 따라가 존나게 후려팻다는 이야기가 소말리아에서 떠돌았다. 그 떠도는 이야기에 의하면 고환까지 터졌다고 하니 대단한 이 소령이다.

맞아서 후송되는 이 중사는 이 소령의 지시에 의해 한참 뒤에 떠나게 되었고 성기는 앰뷰런스에 실려 한국군 의료지원단으로 떠나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김 중위가 안절부절하며 성기의 안부를 걱정했다가 이 소령에게 눈물로 호소해 시간을 내게 되어 성기를 쫓아 한국군 의료지원단으로 떠났다.

아침 일찍 성기의 귀대 여부를 확인하던 스웨덴군을 포함한 평화유지군에 이 소식이 전해져 그 날 오후 빅토리아 공주와 로타쉐린, 요한나가 같이 성기를 병문안 가기 위해 출발했다.

가는 내내 공주와 로타쉐린, 요한나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쳐야했다. 오직 자신만의 남자인데 이 요물같은 기집애들이 달라붙은 것이 서로가 못마땅한 그녀들이었다.

빅토리아 공주는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직 성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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