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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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한국군 기지에서 10km 떨어진 마을에서 기다리던 여자들이 소령과 노믹스와 함께 일본군 의료지원단 숙소로 들어왔다. 성기는 그녀들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첼과 마가렛이 먼저 내리더니 성기를 향해 뛰어왔다. 그리고는 보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리며 품에 안겼다.

뒤를 이어 샤를리즈와 사라, 살리나, 메기, 올리나, 브룩등이 내렸다. 마지막으로 카리나와 엘리야, 엘리야의 두 동생 리자와 샤리파, 타마라와 자히라가 내렸다. 그녀들도 내리더니 성기에게 달려들어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다행이도 건물 뒤편으로 왔기에 천막에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없었다. 그녀들을 이끌고 1층의 연회장으로 갔다. 모든 여자들을 이곳에 모으고 그간의 일을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들을 놔두고 또 다른 여자들과 살을 섞어서 좀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그렇지만 책임을 져야했다. 자신의 곁을 떠나겠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심각한 표정의 성기의 얼굴을 본 그녀들은 설마 성기가 자신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인 줄 알고 속으로 조마조마했다. 그런 말이라면 결코 듣고 싶지가 았았다. 

성기의 입에서 그간 있었던 일을 들은 그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을 풀었다. 노믹스가 옆에서 당연히 통역을 해주었지만 그 자신도 성기가 자신을 버릴까봐 노심초사했다.

"괜찮아요. 우리는 당신의 여자이니까. 부탁인데 우리를 버린다는 말만 하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아름다운데 내가 왜 당신들과 헤어지겠어. 미안해서 그러지. 모두 한 남자와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당신을 만난 것이 오히려 큰 행복이니 절대로 미안한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자히라를 비롯한 여자들이 말했다. 그녀들의 인상은 이미 미소를 띠고 있어서 아까와는 사뭇 달라보였다. 의료지원단 소속의 여자들이 하얀 가운과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나타난 일본 여자들의 얼굴이 보통 아니었다. 자신들과 견주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외모여서 자히라를 포함한 여자들은 긴장했다.

자히라등에게 일본 여자들을 소개했다. 일본 여자들은 잘 부탁한다면서 그녀들에게 인사했다. 다정한 미소가 오가는 가운데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어 성기는 내일 아침 여기 있는 여자들 모두와 결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녀들은 순간 멍해지며 가만히 있었다. 듣고 싶은 말이기는 했지만 너무나 갑작스런 애기에 여자들은 숨을 죽였다. 사만다가 눈물을 흘리며 청혼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샤를리즈도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다.

갑작스런 청혼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는 성기였다. 시간이 촉박했고 이곳이 아니면 한국에서는 일부다처제가 불법인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사정을 알고 있는 그녀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해버렸다. 펑펑 우는 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성기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녀들을 안고 다독였다. 콧물까지 질질 흘리던 카리나와 타마라는 울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이 여자를 만들면서도 그 속을 모른다고 했다더니 이제는 신기까지 보이는 여자들이었다. 울면서 미소를 짓는 신공은 무협지에도 나오지가 않는 괴이한 신공이었다.

한참을 울던 그녀들은 배고프다며 식사하자고 말했다. 성기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소말리아 시간으로 벌써 9시를 넘어 가고 있어 성기조차 배가 고팠다. 

에레나를 비롯한 일본 여자들이 일어나 식사 준비는 이미 마쳤다며 식당으로 가자고 말했다. 성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고 수많은 여자들이 성기를 따라 걸어갔다.

식사를 마치자 할말이 있다면서 소령이 다가왔다. 성기는 소령을 데리고 구석진 방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노믹스도 들어갔다. 소령이 젖은 서류를 건네면서 이것을 갖고 있던 놈을 아까 여자들을 태우고 오다 발견했다고 말했다.

놈은 자신을 태워다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의를 했지만 소령은 이 제안을 뿌리쳤다고 했다. 놈이 갑자기 소령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노믹스가 품에서 총을 꺼내 죽여버렸다고 말했다. 죽어버린 사내의 품을 뒤져 서류를 확인해 보니 스위스비밀계좌와 비밀번호가 담겨있었다고 했다. 

한편 성기를 쫓던 전갈과 뱀들은 배고픈 소말리아인들이 거주하는 사흐란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다. 성인 남자들은 깜짝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그들은 긴 막대기로 뱀들을 때려잡았고 포대에 쓸어담기 시작했다. 

뱀의 대가리를 쳐내고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한 후 긴 막대기에 꼬치를 꽃아 불에 굽기 시작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갈 무렵 배고픈 여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몰려나왔다. 오랜만에 먹는 별미였기에 아이들도 뱀이란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고 뜯어먹었다.

한참 후 쫓아오던 수천마리의 전갈들을 발견한 마을 사람들은 환호하며 기뻐했다. 전갈을 불에 구워먹으면 그렇게 쫄깃쫄깃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뱀과 전갈은 사람들에게 잡혀 최후를 맞이했다. 그들의 염원인 성기를 보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그날 저녁 성기의 침대로 레이나와 아이샤가 들어왔다. 자신들은 당분간 성기를 떠나 있어야 한다면서 오늘 밤은 성기 곁에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들의 요구를 성기는 허락했다. 뒤를 이어 샤론과 사만다 일행이 들어왔다. 자신들도 결혼식 이후 블랙워터로 떠나 있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성기는 어제에 이어 그날 밤도 뜨겁게 달아오를 그녀들의 몸을 풀어줘야했다. 여자들도 당분간은 성기의 몽둥이를 맛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어제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다음날 아침 성기와 여자들은 정갈하게 옷을 입었다. 전날 급히 구한 것이 없어 자히라와 샤를리즈가 챙겨두었던 성기의 군복을 꺼내 여자들이 식당에서 후라이팬으로 다렸다.

군복이었지만 여자들 눈에는 어떤 남자보다도 멋있어 보였다. 소령이 서류를 꾸몄고 레이나가 인증을 해버렸다. 그렇게 해서 결혼식은 시작되었다. 별다른 말이 필요없었다.

여자와 남자가 결혼하는데 있어 사랑이외에 무슨 조건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한국이라면 아마도 주례사가 신랑의 약력부터 거론하며 XX대학교를 나와 유망한 XX기업을 다니는 인재라고 떠벌렸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부도 XX대학교를 나와 신부수업을 하는 착실한 여자라고 주례사는 떠들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결혼식은 남에게 보여지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성기도 대학교 동아리 선배님이 결혼한다는 말에 참석했다가 놀란 적이 있었다. 신랑 신부 축의금을 따로 받는 것에서부터 결혼식은 보지도 않고 축의금을 내자마자 식당으로 직행하는 어른들까지 눈으로 목도한 성기는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결혼하는 동아리 선배의 말이었다. 그 선배는 결혼식이 끝나고 후배들과 잠시 담배를 피웠는데 자신은 집이 없어 전세로 시작하는데 누구누구는 아파트에서부터 신혼을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

한국사회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사람이 벌써 물질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물론 그런 물질을 좋아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적어도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기에게 있어서 선배의 그런 태도는 나약하게 보였다. 아니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한심하게 여겨졌다.

여자들과의 결혼식이 끝나고 그녀들은 모두 성기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들과 순서대로 일일이 키스하고 포옹하느라 한시간이 넘게 걸려 끝이 났다. 

레이나와 아이샤는 눈물을 머금고 CIA 로 떠났다. 샤론과 사만다 일행도 블랙워터에 가서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떠나갔다. 사이로를 비롯한 일본 의료지원단은 성기가 귀국하는 날까지는 이곳에서 활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성기가 귀국을 하기 일주일 전에 먼저 일본으로 들어가 자위대에 사의를 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 여자들은 소령과 함께 있으면서 한국군 기지 근처의 마을에서 생활하겠다고 했다. 가까이에서 성기를 보고싶다고 성기를 설득했다. 성기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끝내 허락하고 말았다. 소령이 주변에 소말리아인들이 난민촌으로 떠나면서 폐허가 된 마을이 많으니 여자들의 거처를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성기는 틈나는대로 부대밖으로 나와 연락을 취하겠다고 말한 후 노믹스가 모는 차를 타고 한국군 기지로 향했다. 손을 흔드는 수백명의 여자들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모래 바람이 휑하니 불어와 그녀들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눈을 뜨기도 힘든 모래바람이 사라지고 난 후 저 멀리 있는 여자들의 모습은 손톱 크기로 줄어있었다.

성기는 고개를 앞으로 돌려 정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기지를 떠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 케냐를 들렀고 에티오피아도 횡단했다. 값진 경험을 했기에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 경험들이 가르쳐 준 것들을 까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멀리 바람에 펄럭이는 대한민국 깃발이 보였다. 가까이 갈수록 선명한 태극 모양이 보였다. 그것이 눈물나게 반가웠다. 이국 땅에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이곳에 왔기에 그 감회는 누구보다도 남달랐다.

성기의 머릿 속에 동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려지는 성기였다. 성기의 귓가로 군가가 들려왔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다리 쭈욱 펴면 고향에 안방

얼싸좋다 김일병 신나는 어깨춤

우리는 한가족 팔도사나이 힘차게 장단마춰

노래부르자~

정다운 목소리 팔도사나이~"

============================ 작품 후기 ============================

많은 독자님들의 요구와 걱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걱정하는 점은 저 역시 아주 질리는 사항입니다.

<현대물을 쓰는 많은 작가들이 정작 세상을 개탄하지만 그들이 쓰는 작품은 정당하게 노력해서 그 결과물을 얻는 사람들을 쉽게 깔아뭉겝니다. 결국 그 작가들도 노력하면 잘사는 세상보다 집안 좋은 재벌로 태어나 잘사는 세상을 원한 거였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라이벌도 없고 혼자만 뛰어난 능력을 갖고 그것을 이용해 치트질로 현대에서 돈 엄청 벌어들이고....그런 쓰레기 작품이 아주 너덜너덜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냥 먼치킨적인 능력으로 현대사 좌지우지하는 쓰레기 같은 주인공들과 그런 글을 쓰는 작가들!!!! 정신차리세요.라고 말하고 싶네요.

누가요? 저 불타는자두가요!!!!

거듭 말하지만 제 주인공 성기는 먼치킨을 아주아주 늦게 깨닫습니다. 

이것은 풍자를 띤 까는 소설이지 능력자의 활약을 그리는 글이 아니니

많은 독자님들은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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