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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과 뜨거운 애정 행위를 하고 나서 시원한 2층의 숙소로 들어가 몸을 뉘였다. 이번에는 쿠웨이트 여자 두명이 들어와 같이 자고 싶다고 손짓으로 의사표시했다.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성기였다. 좌우로 안기는 그녀들의 풍만한 젖가슴을 만끽하며 성기는 잠을 청했다. 방안에는 선풍기만이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이내 세 사람의 새근거리는 소리가 선풍기와 함께 들리기 시작했다.
레이나는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내일 아침 한국군 기지로 출발해 지휘관을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한국군 지휘관들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다시 그녀는 CIA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마찬가지로 샤론도 결혼식이 끝난 다음날 아침에 블랙 워터로 돌아가 사직서를 제출할 작정이었다.
서너 시간이 지난 후 에레나가 깨워 성기는 눈을 떴다. 그녀가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듯 내려와서 밥을 먹자고 손짓했다. 영어가 어려운 것은 자신이나 그녀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에레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미소짓자 그녀가 성기의 입술에 쪼옥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 해왔다. 그 소리에 놀란 것인지 수아레즈가 깨어났다. 성기의 왼쪽에 누워 몽둥이를 잡고 있던 와드하라역시 눈을 살며시 떴다.
성기가 일어나려하자 그녀들도 성기의 몸에 팔을 두르고 일어났다. 같이 딸려 일어난 그녀들의 몸은 벌거벗은 채여서 검은 밀림이 그대로 보였다. 성기의 커다란 몽둥이도 허공에서 덜렁거렸다. 그것을 본 에레나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옷을 입고 에레나의 뒤를 따라가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많은 여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들 모두 하얀 가운과 치마를 하고 있어 눈을 뒤집어 쓴 것처럼 보였다.
성기가 준비된 자리에 앉자 그에게 음식을 갖다주었다. 성기 옆으로 앉으려고 했지만 사만다가 행동이 빨랐다. 뒤를 쫓아오던 와드하라와 수아레즈는 아쉬운 표정을 짓고 이내 포기한 듯 다른 여자들 곁에 앉았다.
사만다가 익숙하지 않은 젖가락질로 반찬을 집어 먹었다. 이와는 반대로 왼쪽에 앉은 에레나가 능숙한 젖가락질로 반찬을 집어 성기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것을 본 사만다는 서투른 솜씨지만 성기의 입에 넣어주려고 기를 썼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잠시 의료지원단을 돌아보던 성기의 눈에 천막을 향해 걷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열악한 나라여서 그런지 민가에서 거리가 있는 이곳까지 의료지원단의 혜택을 받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짐보따리를 이고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여자부터 염소를 끌고 오는 가족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초췌하고 뼈만 앙상하게 드러난 모습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었다.
씁쓸한 기색을 한 채 성기는 입술을 깨물었다. 인류애의 발현으로 고통받는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사이로를 불러 그들을 빨리 수송하라고 말했다. 대충 의미를 알아들은 사이로는 자신이 직접 트럭을 몰고 나가 멀리 있는 사람부터 탑승시켰다.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것도 턱없이 부족했다. 성기는 자신이 면허증을 따지 못한 것이 이 순간만큼은 무지 괴로웠다. 그의 아픔을 알았을까. 여자들 가운데 차를 몰수 있는 레이나와 헬렌, 사만다등이 주차된 트럭들을 몰고 나가 사람들을 태워 천막에 내려주었다.
성기는 사만다가 모는 트럭의 조수석에 앉아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먼곳까지 나갔다. 그러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정적에 휩싸인 마을 하나를 발견했다. 아이의 울음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아 그곳으로 차를 몰라고 사만다에게 손짓했다.
마을 입구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쓰러져 죽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 시체 위로 벌레들이 달라붙어 기어다니고 있었다.
성기는 눈살을 찌푸렸고 사만다 역시 아름다운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숨을 쉬는 아주 조그만 꼬마 아이를 발견했다. 꼬마의 온몸에 벌레가 덕지덕지 붙어 피를 빨아먹는 것같았다. 차를 세우고 사만다와 성기는 내렸다. 아이에게 가보니 아주 미약하게 숨을 쉬는 지 배가 아주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꼬마의 팔다리는 앙상하게 말라있어 뼈만 보였다. 그것은 마치 한겨울에 옷을 벗어던진 고목나무와 같았다. 영양실조에 걸린 듯 배만 올챙이처럼 볼록했고 머리카락은 빨갛게 변해 있었으며 피부는 죽음을 앞 둔 노인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마침 트럭에 물통이 있어 성기는 꺼내서 천천히 꼬마의 입을 축였다. 한꺼번에 많은 물을 먹이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입술을 적셔주고 아주 조금씩 입 속으로 떨어뜨려주었다.
사만다는 꼬마의 몸에 달라 붙은 벌레를 제거했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들은 징그럽게 사만다에게 달라붙으려 하자 성기가 발로 짖밟았다. 사만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트럭으로 뛰어가 바나나를 갖고왔다. 꼬마의 감긴 눈이 떠지며 성기와 사만다를 올려다보았다.
성기가 바나나를 건네 받아 꼬마에게 주려하자 꼬마는 고맙다는 눈짓을 했다. 성기가 꼬마를 안아 일으켰다. 바나나를 쥐어주자 들고 있을 힘조차 없는지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성기는 바나나를 한개씩 떼어서 두개를 건네주자 꼬마는 양손으로 간신히 쥐었다. 이어 꼬마는 말도 없이 자신의 집으로 걸어갔다. 젖가락같이 얇은 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보였지만 꼬마는 악착같이 걸음을 옮겼다. 성기와 사만다는 말없이 꼬마의 뒤를 따라갔다.
꼬마가 집에 들어 섰을 때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서너살의 작은 아이가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이의 눈은 완전히 감겨 있어 죽은 것처럼 보였다. 순간 성기와 사만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무나 안타까운 모습에 성기는 훔치며 가만히 지켜보았다.
작은 아이는 꼬마의 동생인 것 같았다. 꼬마는 자신의 동생곁에 무릎을 꾾더니 손에 쥐고 있던 바나나껍질을 입술로 벗기고는 한입 베어물고 씹었다. 그리고는 동생의 입을 벌리고 그것을 입 안에 넣어주었다.
이어 동생의 턱을 잡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면서 동생이 씹도록 도와주었다. 성기와 사만다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너무나도 소중한 자신의 동생을 살리기 위해 배고픔을 참은 꼬마가 너무나도 대견스러웠고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성기는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가 미치도록 보고팠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이 꼬마도 자신의 동생을 살리기 위해 저렇게 하는데라며 성기는 다짐했다. 어머님께 미처 다하지 못한 효도를 해드리겠다고 말이다.
앞으로 꼬마의 행동에 영향을 받은 성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의리를 평생 자신의 가치관으로 삼았다. 그렇게 살기 위해 성기는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성기는 꼬마를 뒤에서 조용히 안아들어 가슴에 품었다. 사만다도 누워 있는 작은 아이를 껴안고 일어나 트럭으로 걸어갔다. 꼬마와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걸었다.
도착해서 물을 천천히 꼬마와 아이의 입에 묻히고는 의료지원단의 천막으로 출발했다. 도착한 성기와 사만다는 여자들을 불러 꼬마와 아이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부탁했다.
이어 사이로를 불러 일본 의료지원단의 직원들 식량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배고픈 사람들에게 주라고 말했다. 사이로는 흔쾌히 따르겠다며 창고를 열어 부식으로 쓰려던 옥수수 가루와 밀가루들을 제공했다. 아울러 취사도구가 없으니 식당도 시간을 정해 소말리아 사람들에게 개방하라고 부탁했다.
그것도 흔쾌히 따랐다. 성기의 모든 말에 사이로 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기쁨이 순수한 인간애를 끄집어 내는 것 같았다. 계산이 깔리지 않은 도움이란 그런 것이다. 성기는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나부끼는 일장기를 내리고 하얀 면티 위에다 태극기를 그려넣었다.
이 면티는 좀 전에 사만다가 입고 있던 면티를 줘서 그리게 된 것이다. 그녀는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아 풍만하고 탱탱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그리고는 자켓을 걸쳐입어 반판 자켓만 입어 성기의 머릿 속을 자극했다. 하지만 성기는 억지로 참으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성기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태극 모양을 그렸다. 사만다와 헬렌이 보더니 자신들도 돕겠다며 끼어들었다. 성기는 색을 지정하고 주변의 건곤 무늬를 완성시켰다. 투박하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태극기였다. 그것을 옥상 기둥에 걸어두었다. 밖에서는 희미하게 보일 뿐이지만 이곳의 난민들은 언젠가는 기억할 것이다. 성기의 지시로 인해 자신들이 살아나게 되었음을 말이다.
아이와 꼬마의 치료를 맡긴 성기는 제발 살아달라고 하늘에 빌었다. 사만다역시 성기의 품에 안겨 펑펑 눈물을 쏟았다. 여태 그녀의 삶은 삭막했지만 성기를 만나 풍부한 감성을 가진 여자로 바뀐 것 같았다. 벌써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만다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여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꼬마와 아이가 제발 건강히 살 수 있기를 염원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꼬마는 자기 동생을 위해 보름 동안 그렇게 해왔다고 한다. 성기에게 구출된 꼬마는 3일 뒤 끝내 영양실조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기 전에 자신의 동생이 사람들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미소를 짓고 하늘 나라로 떠났다. 꼬마의 바램 덕분이었는지 아이는 결국 살아남아 후에 성기의 도움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늘 술만 드시면 하시던 잔소리가 떠올랐다.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 성기는 멈추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매력적인 입술을 가지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가지려면
사람들 속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라.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라.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오늘 네가 하는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네가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 작품 후기 ============================
이번 편은 쓰면서도 많이 울먹거렸습니다. ㅠㅠ
댓글과 추천이 한 30개가 넘어간다면 무한 광참을 함 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