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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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로서 한아름 중령은 죽음을 수없이 목격한 터라 그 현상에 대히 아주 익숙했다. 죽어가는 환자들의 두 눈은 공허하고 흐릿하게 변해가는 듯 보였다. 피부가 잿빛으로 변하고 영혼이 연기처럼 조금씩 빠져나가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다.

의학 실습은 생에 관한 부분과 죽음에 관한 부분이 거의 같은 비율로 구성되기 때문에 한아름 중령은 이미 오래전에 차가운 환자의 시신을 놓고 죽음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주검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결코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직 멀었어요. 혈액을 계속 주입해야 한다고요. 빨리요!"

한중령이 말했다. 한국군 이혁재가 여군들을 상대로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놓고 장난치다 붙잡혀 어둠 속에서 폭행당했는데 상태가 심각했다. 그래서 이곳 한국군 의료지원단까지 와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혈압은 안정됐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고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도 못 쉬어요. 서두르지 말고 좀 기다리세요. 저 병사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저에게는 한 사람의 환자일 뿐이에요."

이경규 대위는 분노를 간신히 누르는 표정 같았다. 군의관인 한중령에게 이경규 대위는 질문했다.

"그럼, 언제쯤 의식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장담할 수가 없어요. 깨어나는 대로 연락드릴게요. 다른 일로 무지 바빠서요. 먼저 가볼게요."

"네, 충성!"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되요."

"그래도 중령님이신데...."

"알아서 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한중령은 가운을 휘날리며 복도를 걸어갔다. 모가디슈의 인근 병원 두 곳에서 환자들이 넘쳐나자 다국적군의 의료지원단까지 나서야 했다. 특히 한국군의 경우 의료 기술이 아시아 상위권이라는 사실에 동남아시아 국가의 군인들이 다투어 오고 있는 중이었다.

한중령은 응급실로 쓰이고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부족해 컨테이너를 개량해서 쓰고 있는 곳인데 구석에 조그만 구멍을 통해 피와 폐기물을 땅 속 깊은 곳에 묻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피를 뒤집어 쓴 두명의 군의관이 결연한 표정으로 수술을 하고 있었다. 그들 곁에 간호장교로 보이는 여자 네명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배수구멍이 없었다면 그들 모두는 아마도 피에 잠겨 죽었을 것이다.

한쪽에는 검은 비닐에 싸인 시체가 세구가 있었다. 지금 수술받고 있는 환자는 기관총에 발목이 잘려버린 파키스탄 군인이었다. 감염으로 인해 무릎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이었는데 마취제가 턱없이 부족했다. 본국에서 수송해왔는데 한국군을 위해 가지고 온 마취제가 벌써 동이 나 있었다. 

동남아시아 군과 미군들로 인해 마취제는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파키스탄 군인은 고통으로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으악! 내 다리! 아프다고. 아프단 말이야!......살려 줘! 제발!"

"마취제가 없으니 난감하군. 제길, 일본 의료지원단으로 간 김소위는 구했데?"

"아, 그게. 어렵나 봅니다. 본토의 허락없이는 마취제를 주지 않겠답니다. 규정이라나 뭐라나."

뒤에서 지켜보던 한중령이 끼어들었다.

"그게 일본애들의 습성인데, 어쩌겠어요. 사사건건 우리 나라에 대해 트집을 잡는 민족인데. 마취제만 있으면 되는 상황입니까?"

수술 가운을 입은 이대위가 마스크를 내리고 말을 대답했다.

"항생제도 부족합니다. 만약을 대비해 반코마이신도 준비를 해두어야 하는데.....이, 좆같은 상황이 마음이 안듭니다."

김대위가 마스크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계급도 중요했지만 여기는 수술실이었다. 그만큼 생명을 다루는 한국 군의관들은 국적을 떠나 위급한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김대위와 이대위는 참도록 해! 지금 화를 낸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 없잖아요."

"네, 죄송합니다. 한중령님!"

이대위와 김대위는 정신을 차렸는지 자신의 실수를 사과했다. 

"김소위가 올 때까지 환자 상황을 주시하세요."

"네, 충성!"

한중령은 일본과 유엔에 대한 분노로 얼굴이 뜨겁게 달구어진 채 응급실을 나갔다. 

한국군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의약품도 부족한 상황인데 환자가 밀려들고 있으니 화날 만도 했다. 환자만 보내놓고 나 몰라라하는 유엔평화유지군 사령부에 대한 원망이 쌓이기 시작했다. 지원이 아니면 각국 평화유지군에 협조 문서를 보내 한국군 의료지원단에 의약품을 지원하라고 해놓던가 말이다.

그도 아니니 이래저래 울분만 쌓이고 있는 한국군 의료지원단이다.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부족한 약품으로 인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 불쾌해진 한중령이었다.

오전 9시에 일본 의료지원단에 약품을 구하러 갔다가 오후 5시가 되어 빈손으로 귀환하던 김소위는 의기소침해졌다. 그녀의 침울한 표정에 전염이 되었는지 운전병 이하사와 동료 간호 장교 나소위와 의무병 장일병도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김소위 일행은 가던 도중 스웨덴군 기지를 지나치게 되었다. 임시로 지은 격납고 모양의 건물이 세워져 그들의 놀라운 건축 기술을 엿보게 했다. 건설의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군용 지프를 타고 기지 주변을 돌던 칼 소령은 한국군 마크를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빅토리아 공주도 침이 마르도록 한국군의 용기에 대해 칭송하고 있었고 자신 역시 그 병사의 무용담에 대해 부하들이 보고를 했기에 잘 알고 있었기에 한국군을 보자 이토록 반긴 까닭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으로 기지를 옮긴 후 한국군에 매일 연락을 취해 성기에 대해 묻는 스웨덴군이었다. 칼 소령이 부하에게 시켜 김소위 일행이 탄 의무차량을 따라가라고 시켰다.

김소위 일행은 같은 유엔 소속이지만 스웨덴군에는 아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한국군과 스웨덴군간의 교류도 없었기에 저 놈들이 왜저러나 싶은 표정을 띤 채 칼 소령을 맞았다.

"안녕하세요. 전 평화유지군 파병 스웨덴군 칼 소령입니다."

"네? 전 한국군 의료지원단 소속 간호장교 소위 김민정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우리를 세운거죠?"

"다름이 아니라 혹시 천성기 일병에 대해 알고 계신 사항이 있나해서요?"

"글쎄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

김소위는 칼 소령이 말하는 천일병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생뚱맞은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럴만도 한 것이 칼 소령은 지금 다른 평화유지군처럼 의료지원단이 부대랑 같이 있는 줄 착각했던 것이다. 미군을 비롯한 유럽 각국들이 모두 의료지원단과 같이 있었기에 물어본 것이다. 

하지만 한국군은 전혀 상황이 달랐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꼭두각시 국가인 한국군은 의료지원단을 위험한 지역에 미군과 함께 배치해 놓고 있었다.

그것을 알 리 없는 칼 소령은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뿐이다. 칼 소령은 김소위의 시큰둥한 반응에 개의치 않고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이곳에는 무슨 일로 지나가시는지? 만약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그 어떠한 요구 사항도 받아드리겠습니다."

김소위는 갑자기 나타난 칼 소령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김소위역시 아님 말고식으로 애기를 털어놓았다. 일본 의료지원단을 찾아 항생제와 마취제를 구하러 갔다가 규정을 들먹이며 보기좋게 거절당했다는 말을 늘어놓았을 때, 칼 소령의 얼굴에는 분개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런, 근본도 없는 놈들! 같은 다국적군인데 무슨 규정을 언급하고 그래!"

"그렇죠.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어따 화풀이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하하, 걱정마세요. 우리가 마취제와 항생제를 드릴테니."

"정말이요? 진짜죠?"

칼 소령은 되묻는 김소위에게 안심하라는 듯 재차 당당히 말했다.

"약속드립니다. 제 말은 우리 스웨덴의 명예를 걸고 하는 말이니 거짓이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 작품 후기 ============================

*****므훗한 신은 두편후부터 .......

       스포일러는 자제토록......음.....제가 입이 싸서......

      너무 성기 위주로 흘러가 주변상황을 언급해야 하는 때라서.....

*****오늘 남부순환로로 사당에서 양재까지 갔다왔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땡볕에 고생하는 군장병들과 피해를 입으신 분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특히 인하대생들의 피해에 깊이 조의를 표합니다. 

이런 시기에 홍대 청소부 아주머니들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홍대재단은 그냥 

자폭해라! 이 XXX들아! 니네는 대학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다.

우리 사무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역시 연세가 70가까이 되시는데 한달 월급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회에 인간의 탈을 쓴 양아치들이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으로 양심을 지킵시다.

인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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