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0 회: 5 -- >
샤론을 태운 험비가 도로를 따라 질주하고 있었다. 그녀 뒤로 세대의 험비가 따르고 있었고 그 뒤로 특수 트럭이 따르고 있었다. 이 특수 트럭은 현금 수송으로 쓰이는 차량을 방탄 장갑을 덧대어 블랙워터에서 인원 수송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특수부대 출신의 경호 임무를 맡은 남자 10명과 자신을 보조해줄 5명의 여자 정보원들, 그리고 쿠웨이트 왕족 출신의 여자 두명을 태운 차량들이 저물어가는 태양 빛을 받으며 달리고 있었다.
소령은 점점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다섯 대의 험비를 보며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부하들은 바짝 긴장하며 소령의 손짓을 바라보았다. 소령이 길게 휘파람을 불자 네개의 RPG가 불을 뿜었다. 후폭풍으로 인해 강한 먼지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맨 앞에 샤론과 함께 탄 테리어는 저 멀리 언덕 부근에서 밝게 빛나는 화염을 보았다. 아차 하며 샤론에게 말을 걸려던 테리어는 차량에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험비 천정에 머리를 부닥치며 쓰러졌다. 쓰러진 테리어의 철모는 벗겨졌고 머리에서는 핏물이 배어나왔다.
다행이도 RPG탄이 여러 개 날아왔지만 정면으로 맞은 차량은 없었다. 하지만 달리던 도로에 맞아 전복된 차량이 둘이나 되었다. 그럼에도 전복된 험비의 바퀴는 공회전을 하며 시끄런 소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앞의 범퍼가 바닥에 닿아 질질 끄는 소리가 귀청을 괴롭히는데도 샤론의 험비는 투우사에게 상처 입은 소처럼 거칠게 도로를 질주했다. 뒤에서 달리던 두 차량은 전복이 되어 도로 옆에 나뒹굴고 있었고 세번째 차량은 뒤집어진 채 바퀴가 거칠게 헛바퀴를 돌고 있었다.
샤론 일행의 마지막 험비만 온전했지만 그 마저도 위태로워 보였다. 또 다시 RPG가 터져 도로에 붉은 화염을 일으켰다. 도로 달리던 차가 급정거를 했다.
끼이이익!
험비의 문이 순식간에 열리더니 마지막 차량에 탑승했던 남자 특수부대원 3명이 문을 열고 도로의 움푹 파인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그 순간 성기의 소총에서 총알이 날아들어가 숨으려는 부대원의 다리를 맞추었다. 피가 튀며 쓰러지는 모습이 성기의 눈에 보였다.
"아악! 나 맞았어!"
찰리는 재수 없게도 뜀박질에 뒤쳐져 성기의 총알에 맞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동료들이 고개를 숙인 채 황급히 그를 끌고 갔다. 그들을 겨냥한 총알이 언덕에서 날아들어와 도로에 맞고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찰리, 조용히 해! 넌 살 수 있어!"
"흑흑흑. 나 살고 싶어. 나 버리지마!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병신 새끼! 조용히 해! 넌 살 수 있다구."
"고마워! 고마워!"
브루스는 험비에서 구급 상자를 가져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그는 서둘러 찰리의 허리띠를 풀러 다리의 상처부위를 지혈시켰다. 우선 급한대로 지혈은 했지만 서둘러야 했다. 다리의 상처를 그대로 놔두면 후유증으로 장애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특수 부대원으로 장애가 있는 몸으로 임무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부상을 당한다는 것은 블랙 워터로부터 퇴출당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천천히 달려오던 특수 트럭은 앞의 상황을 보고 트럭을 세우고 탈출해서 경사진 도로의 아래면으로 몸을 숨겼다. 정보부대원과 운전을 맡은 병사, 그리고 쿠웨이트 왕족 여성 2명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샤론은 험비에서 몸을 빼내 움푹 파여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그녀의 손에는 익숙한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여기까지는 군벌이 없어 방심했던 것이 큰 실수였다.
자신들의 정보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만약이라도 군벌들이 이곳까지 내려왔다면 블랙워터와 공조를 이루는 미군 사이의 연결로도 단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RPG는 다 떨어져 흑인 병사들은 소총을 갈기고 있었다. 하지만 흑인 병사들의 사격 솜씨는 정말이지 너무 형편없었다. 그나마 소령과 노믹스가 나은 편이었다.
노믹스는 성기에게 잘 보이려 자신의 국가를 배신하고 총을 난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블랙 워터 용병들의 반격도 만만치가 않았다. 벌써 그들의 소총에 죽은 흑인 병사가 열명이나 되었다. 셰룸 소령을 따라온 병사가 20명이니 절반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성기 역시 그들과 정이 들어 죽어가는 흑인 병사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그들을 향해 총알을 날리는데 적들은 어두운 곳을 볼 수 있는 적외선스코프가 있는 것인지 잘도 쏘아맞히고 있었다.
그에 반해 성기 쪽은 장비가 RPG와 소총 뿐이어서 눈 대중으로 맞히는 형편이었다. 성기는 안되겠는지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성기의 뜻과는 달리 소변은 바로 앞 3미터까지만 날아가고 땅으로 스며들었다. 브루스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일어선 성기를 향해 총을 겨냥했다.
녹색 스코프 십자선에 성기의 머리가 정조준 되었다. 브루스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잡아 당겼다. 작은 탄환이 어두운 밤공기를 가르며 성기에게 날아갔다.
그 순간 성기는 자신의 소변에 황당해하며 몸을 급히 돌렸다. 성기의 머리를 겨냥했던 총알은 천만다행으로 성기의 옆구리를 강하게 뚫고 들어가 장기에 박혔다.
피가 솟구치며 바닥을 적셨고 성기의 입에서는 다급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악!"
성기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옆구리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비상하며 주변의 땅바닥과 노믹스의 얼굴을 흡혈귀로 만들어 버렸다. 노믹스가 울먹이며 성기를 끌어안았다.
"성기님! 죽지 마세요. 제발이요. 제발!"
"아악. 난 죽지 않아. 절대로! 그러니 제....발 떠들지....마.......으윽......"
옆에 있던 소령이 성기에게 급히 다가왔다. 어느새 성기의 주변에 살아 남은 흑인 병사는 단 세명 뿐이었다. 소령과 노믹스를 제외한 인원은 그들 셋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저 세상으로 떠난 것이었다. 안일하게 대처한 이번 일은 성기에게 많은 교훈을 알려주었다.
아무리 적이 방심했다지만 장비의 열세는 극복할 수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똑같이 적외선투시 장비가 있다면 기습의 이점을 더욱 크게 살렸을 것이다.
그렇게 성기의 상처를 돌보느라 적들이 다가 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소령과 노믹스였다. 샤론은 몸에 타박상정도의 부상을 입었지만 몸을 움직이는데 크게 불편한 것이 없자 살아남은 특수부대원과 정보부대원을 이끌고 조심스레 접근한 것이다.
적들을 야간 조준사격으로 모두 격퇴했다고 믿는 브루스였다. 찰리의 복수는 이미 원없이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교전에서 상대가 사격을 멈춘다는 것은 모조리 죽었거나 후퇴했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손들어! 저항하면 죽는다!"
샤론의 삭막한 말이 어둠 속을 가르고 성기 일행의 귀에 파고들었다. 비수처럼 날카롭게 들리는 그녀의 등장은 전혀 뜻밖이었다. 그들은 서둘러 총을 놓고 손을 들었다. 소령이 샤론에게 애원했다.
"항복할테니 이 분을 살려줘라!"
"항복하는 이 흑인 놈이 흥정하려고 하네. 너희 목숨은 우리 꺼야."
"알겠다구. 그러니 너희가 어떤 말을 해도 전부 감수하겠다. 우리의 정보가 필요하면 넘겨주겠다. 소말리아내 모든 군벌들의 관계와 조직도를 말이다. 그러니 이분을 제발 살려달라고, 이 씹할놈아!"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
브루스가 소령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찼다. 비명과 함께 나뒹그는 소령이었다.
"크억!"
소령의 얼굴은 아픔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성기를 위해 참아야했다. 성기를 어서 병원으로 데려가야했다. 브루스는 소령의 검은 얼굴을 짖이기고 싶었다. 그들의 공격으로 인해 동료들이 황천으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쓰러진 소령의 가슴팍을 군홧발로 세게 눌렀다.
"으악!......제발!..."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
"브루스! 그만!"
샤론이 뒤에서 소리쳤다. 자신의 특수 부대원 부하들이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군벌들의 조직도와 위치를 안다면 그게 더 이익일 듯 싶었다. 희생당한 것보다 더 큰 정보가 들어온다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성기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연신 흘러나와 주변을 핏물로 물들이고 있었다. 샤론은 우선 정보부대원 5명에게 지시해 응급 처치를 부탁했다.
소령이 넘기려는 정보는 고급정보인데, 그런 자가 서슴치 않고 정보를 파는 조건으로 총상 입은 남자를 살리려 하다니, 성기를 대단히 중요한 인물로 생각하는 샤론이었다.
샤론의 지시로 정보부대원 5명은 지혈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녀들의 몸은 온통 성기의 피가 묻어 있었다. 샤론은 소령을 향해 말했다.
"어떻게 할꺼야? 이제 넘기시지."
"후후, 내가 바보인가! 너희 미국은 꼭 먼저 요구하더라. 여기 이분을 먼저 살리는 것이 첫 조건이다. 이것이 안이루어진다면 난 정보를 말하지 않겠다. 이분이 죽는다면 나도 죽겠다."
성기는 그말에 무척 감동을 먹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아파 힘없이 말할 뿐이었다.
"소령, 고마워! 하지만.....나....때문에....배신은 하지마......"
샤론이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마지못해 허락한다는 듯 대답했다.
"좋아! 너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이 죽어가는 놈을 살려주면 너는 니가 가진 정보를 넘기는 거야."
"난 신의를 저버리지 않아!"
소령의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이곳에서 한 시간을 달리면 일본 의료지원단이 있는 곳이 나온다. 그곳의 의료진은 훌륭하다고 하니 이 녀석을 살릴 수 있을 거야. 일본의 의술은 우리 미국과 쌍벽을 이루고 있거든. 더 좋은 소식은 그 곳은 모두 여자로 이루어진 곳이라 하더군. 대충 들으니 250명이라고 들었는데. 어때?"
소령이 일본의 의술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가 아는 한 의술은 미국과 독일이 세계적인 것으로 알 뿐이었다.
"만약 일본이 안된다면 독일로 보내서라도 살려주기 바란다."
"니 정보가 얼마나 중요하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야."
성기는 아픔으로 인해 혼절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혼절하기 전까지 소령에게 미안했다. 자신으로 인해 정보를 넘긴다니, 이것은 마치 일제 때 독립군 동료의 정보를 빼돌린 변절자와 같은 행동이었기 때문에 성기는 무척이나 괴로웠다. 자신으로 인해 소령이 그런 행동을 하다니.
============================ 작품 후기 ============================
음.....일본 의료지원단 초토화 되겠군요...
그전에 피에 중독된 정보원 5명이 먼저.....
그나저나 성기의 귀국이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월말이 되면 제가 회사 일로 바쁜 관계로 연재 속도가 떨어집니다. 그점 독자분들께 거듭 거듭 사과드리고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8월 초 휴가기간에 무한 광참을 약속드립니다.
***** 태균아! 돈이 좋아 갔어도 신의는 지켜야지. 그게 뭐니, 지진과 방사능이 무서워서 온다니, 이 XXX야. 넌 대한 남아도 아니야.
남자는 의리야! 신의로 사는 거야! 쪽바리가 먼저 뒤통수쳤다면 니가 그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치졸한 변명은 하지 마라.
니가 정치인이냐!
너때문에 일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은 어찌되는 거냐!!!
하긴 너의 잘못만이 아니다. 돈만을 아는 놈들이 여기 조아라에도 허벌나게 많으니 말이다.
같은 작가로서 부끄럽거든. 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