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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리와 만나기로 한 블랙 워터는 소말리아 남서부에 위치한 부레오레지역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자바리와는 부레오레에서 남서쪽으로 30Km 떨어진 샤할란마을에서 만나기로 했다.
블랙 워터는 남자들 비율이 높고 여자들은 주로 조종사나 정보수집 업무등 비교적 전투를 벌일 소지가 없는 곳에 집중 배치되어 있었다. 자바리를 만나는 곳에 경호를 맡을 남자 특수원 10 명과 여자 정보원 5명이 임무를 배정 받았다.
대부분의 남자 특수 부대원은 넘치는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소말리아의 반군 여성들을 납치해 성폭행했다. 그마저도 지겨우면 갖은 고문을 했다. 이를 아는 상관들은 멀리 이라크 여성들이나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 여성들을 불러들여 부하들의 성욕을 달래주었다.
오늘도 자바리와 만나는 장소에서 케냐를 통해 들어오는 파키스탄 여성들을 데려오기로 했다. 이전에 있던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 여성들은 많은 화대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런 일들은 공공연히 이루어졌기에 많은 나라에서 따라하기까지 했다.
"월터! 지난 번 그년들이나 데리고 놀까?"
"자식, 난 그만 둘거야. 이따 임무에 나가야 하거든."
"임마, 소말리아 년들의 거시기는 너무 넓어졌어. 내 물건이 들어가도 헐렁할 정도니 말이야."
"새끼, 니 물건이 작은거야."
"웃기시네. 내 물건은 말만하거든. 년들과 너무 해대서 그런지 거기가 헐렁해."
"조만간 새로운 여자들이 온다잖아. 소말리아 년들은 이제 그만 먹어라."
"넘치는 내 성욕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좀전에 새로운 소말리아 년이 잡혔다고 하던데.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월터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브루스에게 말했다.
"그만해. 알고보면 불쌍한 여자들이야."
"그런 년들의 옷속에는 자살테러용 폭탄이 설치되어 있어. 너야말로 그런 인도주의 생각을 버려. 미국에 반하는 년들은 마구 범해야 된다고. 그래야 다시는 허튼 짓을 안하지."
월터는 브루스의 편협된 애국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붉은 피와 총소리에 매일 살다시피 하니 부대원들의 생각은 점점 이상해져갔다.
"적당히 해!"
"신경 끄셔! 나 간다."
월터는 숙소로 돌아가 출동 전까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발을 돌렸다. 가는 동안 잡혀온 소말리아 여성들을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들을 잡아와 정보를 캐낸다고 하지만 실상은 블랙 워터의 정액받이였다. 힘없는 나라의 여성들을 강제로 범하고 있으니 미국도 언젠가는 응징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월타와 헤어진 브루스는 소말리아 여성들이 감금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블랙워터내의 정보부 팀장인 샤론 트위드는 37살로 금발에 푸른 눈이 매력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지금 이라크에서 끌려온 여자 두 명의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매춘부로 계약을 맺고 팔려온 여자들이 알고 보니 쿠웨이트 왕족이었던 것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할 당시 수 많은 쿠웨이트 여성들이 강간당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미군에 의해 철수할 당시 이라크는 다수의 여성을 끌고 갔다. 후세인과 그의 아들들의 노리개로 삼기 위해서였다. 쿠웨이트 왕족의 여성들이 끌려갔다면 갖은 수모를 겪었을 것이다.
당시 6세의 여자 아이들은 물론이고 60세가 넘은 할머니들 조차 이라크 군인들의 정액받이로 모진 수모를 겪어야 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원치않는 아기를 낳아 미혼모가 되어야 했고 남편들로부터 버림을 받아야 했다.
후세인의 쿠웨이트에 대한 적개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니 말이다. 어찌되었던 그 사실을 안 샤론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그녀들을 풀어주기로 결론내렸다. 그녀들에 대한 정보를 상관에 보고하니 상관도 그것을 다시 미 행정부에 전했다. 그러자 미국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말고 비공식적으로 처리하기를 원했다.
미국의 입장을 생각해서 블랙워터 고위 간부들은 두 여성을 풀어주기로 했고 구체적인 방법은 샤론에게 일임했다. 샤론은 부하들에게 명해 잡혀온 쿠웨이트 여자 둘을 이번 자바리와 만나는 곳에 데려가기로 했다. 자바리에게 에티오피아까지 데려가게 한 뒤 그곳에서 비행기에 태워 쿠웨이트로 보내는 방안이었다.
성기 일행은 케냐의 소말리아 난민촌이 있는 다다브 난민촌을 지나치는 중이었다. 난민들의 아이들이 뼈만 앙상히 드러난 몸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성기는 소령에게 지시해 차를 세우도록 했다.
소령에게 말해 간식들과 물을 주기로 했다. 이럴 줄 알았는지 트럭 맨 뒤의 2대는 물자로 가득 채웠기 때문에 난민들에게 충분히 물자를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신들의 식량과 물이 난민을 돕기 위한 구호물품으로 순식간에 바뀌자 성기를 둘러싼 여성들이 성기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서로 앞다투어 키스를 했다.
특히 소말리아 출신의 여성들은 적극적이었다. 특히 젖가슴에서 아직도 젖이 나오고 있는 카리나와 타마라는 죽은 자신의 아이들이 떠올라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성기는 소령에게 말해 난민촌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라고 했다. 구호품을 무작정 나누어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도 소령이 노믹스와 함께 난민촌을 돌보고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의 의사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성기와 여자들은 의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뜨거운 태양빛이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음에도 아이들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여자들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남자들은 텐트의 그림자에서 낮잠을 즐기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가는 동안 앙상하게 마른 아기, 영양 실조로 배와 머리만 큰 아이들이 부지기수로 보였다. 배가 아픈 듯, 배를 감싼 아이의 얼굴에서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성기는 차마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아이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자히라가 먼저 나타나 꼬마를 안아들었다. 자히라에게는 꼬마의 고통스런 표정에서 자신의 동생 모습이 보였는지 몰랐다. 자히라는 꼬마를 끌어안고 성기를 따랐다.
마침 의사는 바람의 언덕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성기는 자신이 방해가 되지 않게 기다리기로 작정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 말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아직도 많은 난민이 소말리아를 탈출해 이곳으로 오는 중입니다. 벌써 수용시설의 4배가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금발의 중년 여성이 의사인 듯 카메라를 향해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성기에게 참으로 반가운 한글로 굵게 페인트된 바람의 언덕 방송의 로고와 마크가 보였다. 낯선 이국 땅에서 고국의 문자를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카메라를 든 카메라 기자 옆에 있던 취재 기자가 의사에게서 마이크를 건네 받아 카메라를 향해 능숙한 영어로 말했다.
"소말리아와의 접경에서 80㎞ 떨어진 다다브 난민촌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 의사인 나니아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전을 피해 케냐로 넘어오는 소말리아 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수용소 과밀로 폭발할 지경이라고 합니다.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다다브 난민촌의 운영주체인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가 난민들에게 깨끗한 물, 교육, 위생서비스 등을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난민촌에 새로 도착한 난민은 평균 12일을 기다려야 첫 식량배급을 받을 수 있으며, 취사도구와 담요를 지급받는 데도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한 피난민들을 수용할 목적으로 3개월 전에 설치된 다다브 난민촌은 최대 9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나 현재는 정원의 4배에 달하는 35만 명 이상을 수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케냐 정부는 지난 4월 국경을 넘어오는 피난민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말리아 내에 난민촌을 설치해 줄 것을 UNHCR에 요청했으며, 최근에는 치안불안을 이유로 케냐에 8만 명을 수용할 새로운 난민촌 건설 계획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끝으로 나니아씨는 국제사회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케냐 다다브 난민촌에서 바람의 언덕 청룡이었습니다."
청룡이라고 밝힌 취재기자는 소말리아에 있는 백발귀 로드(본명: 오미리)와는 친구 관계였다. 백발귀 로드를 따라 바람의 언덕에 입사한 그는 월급은 박봉이지만 사회의 어두운 곳을 낱낱이 파헤친다는 사실에 무척 보람을 느꼈다. 카메라 기자 케인 샤하르 역시 그런 보람을 느끼는 자였다.
영국의 BBC방송에서 일하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아 해고되었던 케인 샤하르는 기자들 사이에서 떠돌던 바람의 언덕 평판을 듣고 미국으로 건너가 CEO 천성녀의 가치관과 신념을 알게 되어 그날로 입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줄곧 해외의 위험한 지역을 떠돌며 촬영을 했지만 한번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갖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