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6 회: 5 -- >
성기는 머리가 흔들려 술을 먹지 않은 샤를리즈에게 자히라의 일을 알아내라고 말했다. 소령에게는 자바리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지 알아내라고 시켰다.
그리고는 머리가 흔들려 구석에서 잠을 청했다. 여자들은 서로 성기에게 달라붙어 딱딱한 종이로 부채질을 해주었다. 많은 사람이 있어 가뜩이나 무더운 더위에 체온까지 더해져 짐칸은 그야말로 찜통을 방불케했다. 여인들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옷이 몸에 착착 달라붙어 비에 맞은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짐칸을 덮은 천을 위로 올려 옆이 터져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온다는 점이다. 성기가 자고 있는 동안 소령 역시 피곤했지만 사랑하는 성기가 시켜 억지로라도 해야했다.
여전히 자히라는 울부짖으며 눈물을 쏟고 있었다. 같은 흑인 여성들이 자히라를 안고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시키고 있었고 샤를리즈는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꺼어억.....흑흑흑...."
한참을 울던 자히라는 진정이 되었는지 여자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 놓았다. 기막힌 사연에 다들 놀라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모두들 잔인한 사실에 스멀스멀 피어나던 잠 기운이 사라지고 귀를 기울였다.
성기 역시 잠에서 깨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다정히 끌어안았다. 자히라는 다시 눈물을 터뜨리며 성기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었다.
"흑흑흑......흑흑흑......."
성기는 손으로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녀가 슬픔을 이겨내길 바라면서 말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연을 듣지 못했지만 그녀와 자바리간에 원한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녀가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눈물에 세상 그 어느 남자도 약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토닥이며 고개를 돌려 밖을 보았다. 달리는 트럭 위에서 스쳐가는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여태까지 황량한 벌판과 집들만 있던 소말리아만 봐서 그런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트럭은 전혀 흔들림없이 잘 달리고 있었다. 도로 포장이 무척이나 잘 되어 있었다. 우리 나라 국도 수준의 도로가 이어져 있는데 한국 기업인 경남 건설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서쪽으로 갈수록 기온이 온화해지고 아름다운 초록빛 풍경이 나왔다. 수채화로 그려놓은 것 같은 산이 이어지고 소박한 시골 풍경이 이어졌다.
가끔 맞은 편에서 달리는 미니 버스가 스쳐 지나갔다. 시장도 지났는데 원색을 입은 사람들이 엄청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이 흥정하는 사이로 염소가 시장을 돌아다니며 먹을 거리를 찾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끝없이 달리는 트럭 위에서 일몰을 보았다. 눈물을 흘리던 자히라는 어느새 잠을 자고 있었다. 새근새근 자는 그녀를 안고 일어나 자신이 누웠던 자리에 뉘였다. 그녀의 치마가 올라가 저절로 탐스런 허벅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오르락 내리락거렸다.
성기는 그녀의 치마를 내려 주고는 물러났다. 좁은 짐칸에 많은 사람이 있어 다른 여자들은 눕지 못하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소령을 불러 다른 차에 노믹스와 함께 다른 차에 옮겨 타라고 시켰다.
소령이 무전기를 들어 운전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차는 급정거를 했고 다섯 대의 트럭은 연달아서 멈추었다. 성기의 말에 따라 소령과 노믹스는 자바리를 들어 뒤따르던 차에 올라 탔다.
완만한 경사가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산등성이 너머로 막 저물고 있는 붉은 일몰을 보았다. 도시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성기로서는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일몰이었다.
성기는 넋나간 사람처럼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성기가 가만히 있자 여자들이, 특히 샤를리즈가 등 뒤에서 성기를 안았다.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이 등판을 통해 느껴졌다.
붉으면서도 노란 색을 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일몰을 보며 성기는 다짐했다. 이 모든 여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이다. 어떠한 난관이 오더라도 그녀들을 버리지 않겠다고 가슴 속에 맹세했다.
오후 8시가 되어서야 목적한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국경 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달리는 차안에 있어 몸도 마음도 지쳤다. 병사들도 피곤에 절은 파김치가 되어 생기가 없었다.
에티오피아의 다른 지역보다 낮은 때문인지 모기떼가 가득했다. 서둘러 토마토를 꺼내 모두들 즙을 내어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성기 역시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발랐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샤를리즈가 웃으며 발라주었다. 성기 스스로 발랐음에도 여자들이 다가와 얼굴과 드러난 피부를 번갈아가며 발랐다.
에티오피아의 모얄레 마을에서 케냐 국경 마을인 모얄레까지는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양국의 마을 이름은 같았고 에티오피아에서 미리 챙겨두었던 위조 여권과 비자를 보여주니 무사통과였다. 위조에는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는 자바리가 주도했다.
케냐로 넘어오니 거의 다 온 것 처럼 느꼈졌는지 한결 차분해졌다. 일단 숙박할 곳을 찾았다. 국경 바로 코앞에 호스텔이 있어 소령이 다가가 아프리카어로 물어보았다.
남아공에서 배낭여행을 온 일단의 학생들이 있어 방이 몇개 없다는 것이다. 그거라도 일단 잡고 나머지는 호스텔 인근의 그늘진 곳에 텐트를 치고 자기로 했다.
당연히 성기와 여자들이 호스텔에 묵고 나머지 흑인 병사들과 소령, 노믹스가 텐트에서 자기 위해 돌멩이를 고르고 있었다. 노믹스가 와서 자바리가 잠시 깨어나 사실을 확인해보니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개새끼만도 못한 놈이었다.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남자라고 성기는 생각해 왔었다. 아버지가 살아 생전에도 그렇게 말씀해주셨으니 그것이 성기의 가치관이 되어버렸다.
혹시 몰라서 자바리의 물건을 뒤져보니 달러로 500만불이나 있다고 했다. 권총과 각종 여권과 소지품은 성기의 객실에 놓아두겠다고 말했다. 그런 큰 돈을 자신의 방에 갖다 놓는다고 하니 깜짝 놀랬지만 그 돈은 어차피 자바리가 죽으면 누군가는 써야 될 돈이라고 여겼다.
성기,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곳에 쓰기로 마음 먹었다. 방 하나에 달러로 1.5달러여서 무지 저렴한 비용에 방을 빌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방에 들어오니 싼 이유가 다 있었다.
물과 전기 사정이 안좋은지 샤워기는 아예 없었고 빗물을 받아 둔 뒤뜰의 물탱크에서 일인당 양동이 한통을 준다는 것이었다. 방에는 전기 콘센트가 없어 프런트에서 양초를 나누어 주고는 전기 대신 쓰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안쓰는 양초를 이런 곳에서 써보다니, 참으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성기는 여자들에게 물을 받아놓고 먼저 씻으라고 손짓 발짓을 써가며 말하고는 노믹스에게 갔다.
마침 소령도 있어 말하기가 편했다.
"자바리는 좀 어때?"
"힘들 것 같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데다가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않아서 위험합니다."
"자바리가 없어도 우리가 목적한 곳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
"네, 물론 어렵지 않습니다. 준비를 잘 해두어서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소령이 말끝을 흐렸다.
"뭔데? 빨리 말해 봐!"
"케냐를 거쳐 소말리아 국경으로 들어가서 자바리의 인도로 미국 군사기업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소말리아 후방의 다국적군 기지를 지나 한국군 기지로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꼭 만나야 돼?"
"만나야 하는 것이 자바리가 우리들의 이동 경로를 미리 보고를 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지 않거나 회피한다면 그들은 끝까지 쫓아올 겁니다. 자신들의 동료를 죽인 놈들은 끝까지 죽인다고 합니다. 그래야 군인들이 아닌 용병으로 이루어진 자신들을 깔보지 않는다는 신조로 뭉친 놈들이니."
"으음....난감한 문제군. 그나저나 소령도 그들을 잘 아는군."
"예전에 그 용병 부대에 가려고 지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
"보기 좋게 떨어졌죠."
"에구. 안됐지만 잘 된 일이야. 어려운 국가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청소부가 되어 힘없는 자들을 핍박하는 임무일 테니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일 하루만 더 고생하면 소말리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드디어 한국군 기지와 가까워진 것을 느끼며 동기들도 보고팠고 이소령의 풍만한 젖가슴도 떠올랐다. 외국 여자들과는 다른 한국 여자를 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성기의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었다.
"그럼, 잘자!"
"네, 성기님도 편히 주무십시요."
그러면서 성기에게 안기는 소령이었다. 도저히 정이 가다가도 싹 사라지게 만드는 소령의 스킨쉽이었다. 성기는 후딱 그를 밀치고 방으로 뛰어갔다.
============================ 작품 후기 ============================
음.....추천/선작 많이 부탁드립니다.
많이 해주신다면 진정 고마움을 느낄 겁니다. 아울러 연참을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편당 추천 30에 댓글 10개는 달려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과묵한 독자들이 많은 저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각외로 댓글과 추천, 선작이 없다면.......음......
삐뚤어질테다!!!!!!!!!!!!
참견하지 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