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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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소말리아 여성들과 결혼해서 국적을 취득하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고위층에서 이중 국적을 논의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으니 조만간에 성기님도 이중 국적자로 살아가면 됩니다."

"결혼하라고? 난 아직 취업도 안한 상태라구. 어떻게 그 많은 여자들을 먹여 살려? 게다가 어머니가 허락하지 않을거야. 우리 어머니 성격 불 같아서 이 사실을 안다면 날 죽일거야. 아니면 쫓아 내던가."

성기는 말을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고개를 돌려 자바리를 보며 물었다.

"방법은 결혼 밖에 없나?"

"한 가지 더 있죠. 동거! 동거하세요. 그러다 애가 태어나면 모조리 결혼을 하게 될 여자의 호적에 올리면 됩니다."

"씨발, 미치겠네. 동거는 내가 괜찮지만 여자들한테 미안하잖아. 나를 따라 한국에서 살 텐데 말이야."

"전 현 상황에서 최상의 방법을 말씀드린 겁니다."

"그런데, 정말 이중 국적은 가능한거야? 그거를 어떻게 알았어?"

"성기님에게 여태 말하지 않았지만 전 아프리카 동부 지역을 맡고 있는 CIA 지부장입니다. 그정도는 내부 문건을 열람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래? 몰랐네. 정보원인줄."

"후후후, 조만간에 그만두고 딴 일을 할까 생각중입니다."

"뭔 일을 할 건데?"

자바리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민간 군사 기업이라고 아세요? 그곳에서 첩보 수집에 관한 업무를 할 겁니다."

"민간 군사 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 그게 뭐하는 건데?"

호기심에 찬 성기에게 자바리는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다. 민간 군사 기업은 미국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수백 개 PMC가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요인 등의 경호 업무를 넘어 전투에 참여할 뿐 아니라 군수물자 수송, 군사훈련 지도 등 한 국가의 정규군 못지않은 온갖 활동에 손을 뻗치고 있다고도 했다.

PMC는 1973년 미국이 징병제를 철폐하면서 탄생했고 1991년 PMC 인력 1만여 명이 참전한 걸프전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미국 국방부는 1994년 이후 현재까지 12개의 자국 PMC와 총 3000억 달러 규모의 3601건 계약을 채결했다.

PMC가 급속히 발전하게 된 것은 냉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군축이 이루어지면서 군 업무 능력이 떨어지게 됐고 소규모 분쟁이 유행처럼 번진 반면 정부 기능의 아웃소싱 바람으로 군사업무를 PMC에 맡기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PMC가 정치 외교적 문제를 덜 일으키는 데다 의회와 여론의 감시를 받지 않아 국내 정치적 부담도 적고 비용 절감 효과까지 있어 각국 정부가 PMC 사업을 키우게 됐다.

예전에는 경호와 물자 수송 등이 PMC의 고유한 업무로 경호업체라는 표현에 걸맞았다. 그러나 걸프전을 계기로 영역이 확장돼 현재는 아프리카 지역 대부분의 군사훈련이 PMC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전 당시에는 스텔스 전투기와 B-2 전폭기, 탱크 등의 배치에도 PMC가 관여했다.

PMC 직원들은 대부분 특수부대 전역자이지만 연봉은 특수 임무의 경우 10만 달러에 이르며 정규군 복무 때보다 2, 3배 높다. 일당은 평균 400∼600달러(약 36만∼54만 원)다. 높은 연봉으로 인해 제3세계의 특수부대 요원들에게도 PMC는 매력적인 직장이라고 한다.

자바리 그 자신은 그 중에서도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블랙워터로 취업할 예정이라고 했다. 500만불의 스카웃 비용을 받고 가는데 미국의 고급 정보도 같이 들고 간다고 하니 성기는 황당했다.

이런 녀석이 어떻게 고급 정보를 다루는 CIA에서 근무하는지 말이다. 게다가 거액의 스카웃 비용을 들고 간다면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다니, 성기는 속으로 개자식이라고 생각했다.

저기 동료를 배반한 노믹스 자식이나 고급 정보를 들고 간다는 자바리나 자본주의와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인간 쓰레기들이라고 규정짓고 그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더 이상 보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블랙워터는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성장하여 이라크 등지에서 활약을 한 최강 용병부대다. 언제든 소집 가능한 전직 특수부대 요원과 군인 및 은퇴 경관 2만 1000명, 9개국에 파견되어 있는 2300명 이상의 민간 용병과 중무장 헬리콥터 등의 20여 대 항공기 등을 소유하고 있는 블랙워터의 무장은 어지간한 나라도 상대하기 벅찰 수준이다.

또한 블랙워터는 법적 보호를 받으며 현역군인과 달리 살인과 고문을 마음대로 자행했고 무자비한 학살을 청소라는 명분으로 일삼았다. 이들은 미국의 보호를 받으며 일했고 미국의 국익을 위해 더러운 지시도 서슴치 않고 따랐다.

자바리는 서슴치 않고 이야기하며 떠들었다. 따분해서 어제 호텔에서 챙겨두었다던 맥주를 트럭 짐칸에서 꺼내오는 소령이었다. 그러면서 성기의 몽둥이 부분을 노려보고 있는 소령이었다.

성기는 흠칫하며 방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놈의 자식들은 틈만 나면 자신의 몽둥이를 탐하려고 하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성기는 주위에서 듣고 있던 여자들에게 맥주를 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곁에 여자들을 집중 배치했다.

한두잔 먹다보니 도수가 형편없이 낮은데도 머리가 헤롱헤롱 흔들거렸고 속이 울렁거렸다. 낮술도 아니고 아침부터 먹은 것이 시간을 보니 두 시간이 훌쩍 넘었다. 술 마시는 동안 자바리가 성기의 환심을 사고자 이런저런 무용담을 자랑했다. 소령 역시 자바리에게 지지 않으려는지 무용담을 과장해서 늘어놓았다.

특히 자신들의 정력을 자랑할 때는 여자들이 얼굴을 붉힐 정도로 노골적으로 성기의 몽둥이를 보며 말했다. 자바리는 한 여자랑 스물 두시간을 해서 기네스 기록을 갖고 있다고 했고, 소령은 아프리카 여자들 치고 자기 손을 거치지 않은 여자가 없다고 말했다.

여자들이 맥주를 마시다 말고 코웃음을 쳤다. 허풍도 성기앞에서 정력 자랑을 늘어놓다니, 참으로 멍청한 놈들이었다. 하긴 술이 가져다 주는 마력아닌가! 

자바리는 한 술 더 떠 꼬마 시절에 그 마을의 여자들을 자신의 몽둥이로 초토화 시켰다고 했고 소령은 이에 질세라 자신을 차지하고자 중동에서까지 여자들이 찾아와 매일 집에서 농성을 했다고 말했다.

성기는 이미 머리가 어질거려서 말릴 새도 없었다. 병사들이 출발해야 된다고 말하려다 술판을 벌이고 취한 것을 알고 그늘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소령이 자신은 나이 가리지 않고 여자들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해서 사단이 벌어졌다. 사태의 원인은 소령의 말에 흥분한 자바리가 자신 역시 50 넘은 여자를 블랙워터 용병들과 함께 집단 강간했다고 말하면서다. 그 장소가 소말리아였고 자히라의 어머니 연령대와 비슷해서 술을 마시던 자히라가 집중해서 경청했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듣자 자바리는 자신의 무용담에 모두들 뻑이 간 줄 알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 장면을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여줬다는 부분에서는 자히라가 눈물을 흘리며 괴성을 질렀다. 

"아아악! 너였구나!"

이어 그녀는 맥주병을 들고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자바리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퍽!

"으악!"

맥주병이 깨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자바리의 머리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고 얼굴 표정은 왜냐고 묻는 듯 했다. 그렇게 자바리는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피가 줄줄 흘러나와 맨 바닥을 적셔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성기는 피와 괴성에 놀라 술이 확 깼다. 소령에게 지시해 자바리를 치료하라고 말하고는 쓰러진 자바리의 몸에 발길질 하고 있는 자히라를 말렸다.

울부짖는 자히라와 말리는 성기, 다른 여성들도 일어나 성기를 도와 자히라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구경이 났는지 몰려들기 시작했다.

성기는 소령에게 말해 어서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소령은 그늘에서 쉬고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병사들은 황급히 뛰어 트럭을 몰고 나왔다. 모두들 짐칸에 나누어 탔고 성기가 탄 트럭에 여자들과 소령, 노믹스, 쓰러진 자바리가 같이 탑승했다.

트럭은 뿌연 먼지를 흩날리며 마을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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