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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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서 그런지 온몸이 쑤셔왔다. 샤를리즈의 무릎을 베고 사라의 풍만한 젖가슴을 만지고 자서인지 깨어나보니 사라의 젖가슴에 손이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깨어나서 주변을 살펴보니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속도는 무지 느려서 거북이가 걸어도 이보다는 빠를 것이다라고 느끼며 기지개를 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아직 떠 있는 것을 보니 새벽인 것 같았다. 불편한 트럭도 문제지만 모기도 문제였다. 성기는 다행이도 물리지 않게 물리지 않는 약을 충분히 발랐다.

그 약이란 것이 화학 약품이 아니라 토마토를 짜낸 생즙이었다. 에티오피아에서 민간요법으로 많이 쓰인다고 하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자는 동안 모기한테 물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디스아바바는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한 도시여서 낮보다는 한결 숨쉬기가 편했다. 하지만 아직도 내려가는 것이 아직은 평지로 진입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디스아바바는 에티오피아의 수도로서 ‘새로운 꽃’이라는 뜻을 가진 도시라고 한다. 19세기에 수도로 정해져 오랜 에티오피아의 역사로 봤을 때는 비중이 작기는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최전성기였던 1960년대 아프리카의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했던 도시였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아프리카연합(OAU)의 중심도시라고 한다. 

그 곳을 충분히 즐기지도 못하고 가축들에 쫓겨 이렇게 달아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성기는 그녀들이 불편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몸을 다시 누여 밤 하늘의 별을 세며 잠을 청했다.

깨어나 보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눈을 비비고 보니 버스정류장 근처였다. 성기가 가장 늦게 깨어난 것인지 여자들은 일어나 성기를 보고 있었다. 노믹스가 다가와 여기서 잠시 쉰다고 했다. 운전을 맡은 병사들의 식사와 휴식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10시간을 넘게 운전해오느라 잠을 자지 못했으니 오죽 피곤하겠는가.

성기도 내려 아침을 먹기 위해 가게로 다가갔다. 가게가 슬레이트 지붕에 양철 문으로 이루어져 한국의 오래된 가게를 연상케 했다. 성기를 따라 여자들도 가게를 향했다.

버스정류장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 여성들과 백인 남성들이 나타나자 수군거렸다. 게다가 동양인으로 보이는 성기와 노믹스도 나타나자 수군거림은 더 커졌다.

도로를 따라 학교를 가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머리에 물통을 이고 가는 여인도 보였다. 수군거리던 버스정류장의 사람들 사이로 한 무리의 꼬마들이 나타나 성기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샤를리즈에게 다짜고짜 미소를 보내며 양손을 공손히 내밀었다.

꼬마들의 행동을 이해 못하는 성기에게 자히라가 무어라 말했다. 다행이도 노믹스가 가까이 있어 그 뜻을 전해주었다.

"구걸하는 거에요. 여기서 자꾸 주게되면 아이들은 외국인만 보면 구걸하는 습관을 갖게되요. 절대 한푼도 주지 마세요. 가엾다고 해도 그러는 것이 아이들 인생을 도와주는 거에요."

"그런가?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배고파 하는 것 같은데...."

"정 줄거면 사탕이나 간식으로 주세요. 여기 에티오피아는 우리 소말리아보다는 한결 형편이 나으니깐!"

"알았어. 노믹스! 말 들었지. 소령에게 전해서 여기 꼬마들에게 사탕이나 간식 조금만 주라고 해! 일체 딴것은 주지말고!"

"네, 알겠습니다."

흑인 병사 한 명이 트럭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와 아이들 손에 쥐어주자 아이들의 얼굴은 금새 뻘개지며 손에 놓인 것을 땅에 팽개쳤다. 그리고는 이구동성으로 목이 터져라 외쳤다.

"머니! 머니! 위 니드 머니!"

아이들이 외치자 버스정류장에서 일터로 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빼고 서넛의 어른이 아이들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머니! 머니!"

화가 나기도 했지만 소리가 시끄러워 성기가 나서려 하자 자히라와 엘리야, 타마라와, 카리나가 말렸다. 유엔 사무관의 비서를 지낸 샬리나와 매기 역시 말리는 것이다. 정 도와주고 싶으면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해서 음식을 놓아주던가 하라고 하면서 말이다.

바쁜데 어떻게 가정 방문을 하나 싶어서 성기는 포기했다. 대신 사탕은 말고 트럭 위에 우리가 먹기 위해 실었던 간식을 조금씩 나누어 주라고 했다

이곳도 음식은 인제라였다. 정말이지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지만 여자들 조차 군말없이 먹고 있기에 성기는 묵묵히 뱃속으로 집어 넣었다.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도 그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500cc 컵에 나왔는데 도저히 한번에 들이키지 못할 정도로 쓴 맛이 강했다. 하지만 물자가 부족한 나라임을 생각하며 남기지 않고 모조리 뱃속으로 삼켰다.

그늘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있으니 노믹스와 자바리가 다가왔다. 

"이곳에서 2시간 정도 쉬었다가 케냐를 통해서 소말리아 남부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어, 그래?"

"네, 이곳에서 바로 소말리아로 가기에는 위험이 큽니다. 이곳 방면의 에티오피아 국경수비대는 서류를 꼼꼼히 체크하니 우리가 걸릴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케냐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자네들이 알아서 잘 해! 나는 빨리 기지로 들어가고 싶을 뿐이야."

자바리가 잠시 성기를 보더니 무릎을 꿇고 말했다.

"그런데, 저 여인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실은 나도 그게 걱정이거든. 어제 물어보았더니 다들 나를 따라가겠다는 거야. 미치겠네. 우리 엄마가 알면 날 죽이려 들거야. 게다가 난 소말리아에 파병되서 몇개월 후에는 한국으로 들어가는데....."

"엥? 그럼, 그것도 여자들한테 말했습니까?"

"말했지. 말하고 말고. 나는 파병되어 조만간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했거든. 그래도 나를 따라서 가겠다는 거야. 미치겠네. 저 많은 여자가 나를 따라 한국으로 가겠다니. 게다가 고국에도 여자가 많은데...."

"얼마나 되는데요?"

"네명! 우리 한국 여자들 성격도 보통이 아니어서 죽을 맛인데....."

"허허......"

자바리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성기는 일본 여자와 러시아 여자들의 출현을 모르니 한국 여자 네명으로만 설명했다. 하지만 성기가 모르는 것이 또 있었다. 보이네 공주와 보디가드들은 이미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창공을 나는 중이었다. 게다가 일본의 도나까와 쓰지마도 조직의 모든 일을 조직의 넘버 4이자 친동생인 무라까와 쓰지마에게 떠넘기고 현해탄을 건너는 중이었다.

도나까와는 혼자 가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친위대와 저택에 감금해 두었던 여자 50명을 데리고 출발했다. 성기를 방문하는 기념 선물로 50명을 데려가는 것이었다.

한국의 성기 집은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그것도 동네가 떠나가도록 말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성기는 아직도 아프리카 최빈국 에티오피아에서 헤매는 중이었다.

성기는 그동안 자신만 혼자 끙끙거렸던 걱정거리를 자바리가 짚어내자 속 시원히 털어놓았다. 입밖으로 털어놓으니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정작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님에도 속은 무지 가벼워졌다.

"이렇게 해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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