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 104 회: 5 -- > (104/230)

< -- 104 회: 5 -- >

저녁에 출발한 성기 일행은 트럭이 다섯 대로 무척이나 더디게 움직이고 있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길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여서 트럭 위에 올라탄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어찌나 심하게 요동치는지 저녁 식사가 절로 소화가 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여자들은 피곤해서 그런지 잘도 자고 있었다. 다만 두 동생만이 어둠 속에서 눈을 빛내며 성기를 노리고 있었다. 마치 사자가 누우 떼를 습격해서 해치우듯 누워서 성기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녀들은 성기의 몽둥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하자 제 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말의 이성이 남아있어 행동을 자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마저도 남아있지 않다면 벌써 성기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성기는 두 동생들의 시선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카리나의 무릎을 베고 옆에 누운 자히나의 젖가슴의 꼭지를 만지작 거리며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차량은 다시 포장도로로 들어섰는지 아까보다는 훨씬 덜컹거리지 않았다.

검은 하늘 위에 별빛 쏟아지는 길고 긴 밤의 여운이 가져다 주는 명상을 성기는 즐겼다. 가끔 들짐승의 울음 소리가 들려 이곳이 소말리아를 벗어났다는 것을 실감시켜주고 있었다. 소말리아에서는 들짐승의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총소리와 폭탄 소리가 꾾이지 않아 귀를 괴롭혔다.

눈부신 별빛이 머리 위를 맴돌다 트럭 주위에 내려 앉으면 일제히 검은 커튼이 교태를 부리며 덮칠 것 같았다. 앞의 자히라와 달리 성기의 등에 착 달라붙은 타마라가 젖가슴을 더욱 밀착시키며 접근했다.

사막의 평균 기온은 10-20도 사이라고 했다. 실제로 관광객들 가운데 밤에 반팔 차림으로 길거리에서 잤다가 죽었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대단히 크다. 성기 역시 자히라를 끌어 안고 체온을 유지하려 애썼다. 등 뒤에 젖가슴의 큼지막한 꼭지가 느껴졌다.

무릎을 내주고 자고 있는 카리나만이 모포를 덮고 있었다. 엘리야는 자히라 옆에 자고 있는데 동생들이 바짝 붙어 자고 있었다. 자히라가 몸을 뒤척이며 성기의 품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녀의 잠든 얼굴로 별빛이 쏟아질 듯 내려와 반짝거렸다. 밤의 정적이 산산이 부서져 하늘의 별빛을 적시는 것 같았다. 그만큼 고요해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별빛에 대항하는 지상의 유일한 라이벌이었다.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 성기였다. 성기는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자신에게 몸을 허락한 모든 여자들을 책임지게 해달라고 진심을 담아 갈구했다.

'신이시여!

제게 지혜를 주소서. 

허락한 삶 속에서

가장 빛나는 지혜를 주십사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무엇을 보고 말아야 할지 

무엇을 하고 말아야 할지

무엇을 말하고 말아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길을 잃은 미아처럼 

헤맨 적이 많았습니다.

신이시여!

소중한 꽃씨처럼 

소중한 생명의 불꽃을 피워

지혜의 싹을 튀우겠습니다.

타인의 상처와 슬픔을 방관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보살필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지혜의 입술과 가슴에 내 혀을 갖다대고

지혜의 엉덩이 사이를 뜨겁게 

불태우겠습니다.

지혜의 몸과 마음을 제 속에 있게하사

살아있는 동안 뜨겁게 뜨겁게

지혜를 사랑하며 늘 제 안에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기의 눈이 스르륵 감기더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성기 일행이 탄 차가 사라지며 다시 도로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덧 날이 밝아 햇살이 뜨겁게 대지를 달구었다. 성기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주위를 둘러 보았다. 맞은 편에도 차가 다녔고 60년대 한국에서 보았던 구형 버스 비슷한 버스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차들이 지나가며 사방에 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트럭 위에서 본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다른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고 있었다.  도로 위를 차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문명화된 도시에서나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고 제3세계 아프리카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슬리퍼 차림이 대부분이고 맨발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머리에 무언가를 이고 있는 여성들과 빈 손으로 어슬렁어슬렁 걷는 남성들이 대비되어 성기의 눈에 들어왔다.

아침 무렵 먼지로 가득한 에티오피아의 전형적인 도로 풍경이라고 자바리가 설명했다. 언제 일어났는지 노믹스와 자바리가 성기의 호기심에 설명을 했다. 대부분이 중국인들과 일본의 개발 원조로 지어준 도로라고 한다. 에티오피아인들은 중국제라면 이를 간다고도 했다. 도로 대부분이 부실하게 지어져 도로에 하자가 많다며 불평하는 소리가 아프리카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일례로 도로를 걷다가 움푹 파여진 구멍에 아이가 빠져 죽은 일도 있었고 장마철에 도로가 유실되는 것은 다반사라고도 한다. 게다가 무게가 많이 나가는 차량이 지나가면 도로 한쪽이 파여 울퉁불퉁해진다고 했다.

어딜가나 메이드인 차이나가 문제라고 성기는 생각했다. 아직 한국은 중국제가 많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세계 곳곳은 싼 중국제에 장악당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게다가 자원이 있는 후진국에는 원조를 핑계 삼아 뜯어가니 깡패 새끼도 이런 깡패가 없는 것이다.

차량으로 이동 중인 성기 일행에게 소리도 지르고 차량의 창문을 인상을 쓰고 막 두드리고 지나가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여자들이 무서워하며 성기에게 꼭 안겼다. 풍만한 젖가슴이 여기저기를 눌러 압박했다. 성기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인상을 쓰고 지나간 흑인 남성들에게 고마워했다. 

자바리가 지금 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다르게 생긴 사람들에 대해 에티오피아인들의 관심은 과격하다 못해 폭력적이라고 말이다. 이 사람들이 악의를 갖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중국 사람들의 진출이 시작되면서부터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먼저 씨익 웃어보이자 이들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을 보면서 에티오피아인들이 순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성기였다. 미소와 웃음은 상대방에 대해 경계심을 풀어주는 강력한 도구인가 보다라고 또 하나 깨우친 성기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