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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의 엘리야 라자트의 동생들, 22살의 리자와 21살의 샤리파는 언니를 닮아서 아름다웠다. 두 동생들의 쌍꺼풀이 진 큰 눈에 오똑한 코, 갈색의 도톰한 입술은 모두가 사랑스럽게 느낄만한 외모였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머리카락이 짧아도 너무나 짧았다. 흑인 특유의 머리칼은 자신과 잔 네 여자도 마찬가지여서 성기를 아쉽게 했다.
그녀들은 정신을 차리고 성기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Asante!" (고마워요.)
"Thank you."
말을 마친 그녀들은 침대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기는 자바리와 셰룸에게 물었다. 자연스럽게 노믹스가 통역했다.
"어머니는 왜 데려오지 않았나?"
자바리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실은 엘리야의 어머니는 군벌에게 끌려갔다 동유럽의 인신매매 조직들에게 팔렸다고 합니다."
"뭐어? 인신매매?"
"네, 전세계적으로 인신매매하는 조직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서 동유럽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운 조직이 이라크 여성과 동아프리카의 여성들을 불법적으로 인신매매하는 중입니다. 그곳으로 팔리면 끝장입니다."
"찾을 길이 없어?"
자바리가 난감한 듯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수십 군데로 팔려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번에 거래를 할 때 한두명이 아니라 수십은 기본이고 오백 명까지 거래한다고 들었습니다. 기록은 남아있지 않기에 최초 집산지에서 찾아야 방법이 있지. 그 외는 없습니다.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팔리면 어떤 일을 하는데?"
"여자가 팔리면 뭐 하겠습니까! 그 여자를 산 남자의 정욕의 대상이 되거나 씨받이가 되는거죠. 탈출도 어려운게 마약 중독을 시키기 때문에 여자들은 살아도 산게 아닙니다. 그냥 마네킹이나 다름 없는 삶을 살아야 되는 거죠."
성기는 자바리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달나라로 우주선을 보내는 시대에 아직도 수천년전의 악습인 인신매매가 있다니 말이다. 그것도 사회적 혼란이 극심한 나라의 불쌍한 나라의 여성들을 한다니 욕지기가 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씨발놈들!"
자바리가 설명을 이어갔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동유럽의 인신매매 중심지로 부상했던 루마니아가 지금은 글로벌 인신매매 조직망의 핵심국가가 됐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온두라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중국, 콩고, 소말리아 등 전세계에서 납치 또는 매매된 아동 및 여성들이 루마니아를 거쳐 영국, 독일 등 유럽전역에 공급된다고 한다. 이 중에는 12세 이하의 어린 소녀들도 많다는 것이다.
루마니아가 이처럼 인신매매의 유럽 관문이 된 것은 지리적으로 동유럽과 서유럽의 중간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데다가 2007년 유럽연합(EU) 가입으로 거주 및 이동이 더욱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실한 경찰력과 정부의 의지부족도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이 중에는 유럽업체에 취직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남미, 아시아에서 루마니아로 들어온 후 범죄조직에 여권을 빼앗기고 사창가에 팔린 여성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루마니아는 인신매매 수출국으로도 비판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는 인신매매실태 보고서를 통해, 루마니아에서 여성들을 납치해 해외로 팔아넘기는 범죄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독일의 사창가는 지금 동구권 여성들로 붐빈다고 한다. 수요를 대기 위해 동유럽에서 여성들이 팔려와 독일의 각 술집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그녀들은 대부분 중고차 한대값에 팔린다고도 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동유럽 국가와 중국계 범죄조직들이 인신매매를 통해 자국 여성들 을 들여와 폭행, 감금 등의 방식으로 성매매를 강요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 ‘스칼렛 코드’의 관계자에 따르면 네덜란드 성매매 종사 여성 중 무려 75%가 루마니아를 비롯해 불가리아, 헝가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선 EU 및 전세계 차원의 공동노력과 일자리창출이 절실하다고 그는 말했다.
끝으로 자바리는 각국 범죄조직 뒤에는 각국의 정치권과 정부의 고위관료들과 재벌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했다. 그들은 그것으로 정적의 숙청내지는 협박으로 쓰기도 하고 자신의 성적 놀이로 삼기도 한다고 했다.
"개만도 못한 새끼들!"
성기의 입에서는 연신 욕설이 터져 나왔다. 노믹스는 고스란히 자바리와 소령에게 통역해주었다. 성기가 대단히 화가 났음을 알고 그들도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나중에 자신의 사랑하는 그녀들을 아프게 한 녀석에게 어떻게라도 복수하고 싶은 성기였다. 그러나 그 전에 이곳에서 벗어나 빨리 기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성기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내일 일찍 출발해도 되는 거야?"
"네. 차량과 기름, 그리고 혹시라도 있을 충돌에 대비해 무기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한국군 기지로 돌아가는데 며칠 걸려?"
"한 4일에서 5일 걸립니다."
"그래? 오래 걸리네."
자바리가 진지한 표정을 풀고 웃으며 말했다.
"에티오피아에서 다시 소말리아로 들어가는 길이 험해서 그런 겁니다. 여기에서 에티오피아 가는 길은 괜찮습니다만."
"왜?"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가 예전에 전쟁을 벌였죠. 그래서 양국 감정이 좋지를 않습니다. 다만 소말리아가 상황이 안좋다보니 여기에서 에티오피아로 가면 난민으로 보기 때문에 편한데, 그곳에서 다시 소말리아로 들어가는 것은 검문이 심합니다."
성기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기를 보며 자바리가 다정하게 말했다.
"혹시나 해서 엘리야의 두 동생을 데리고 있던 군벌에게 물었습니다. 두 동생을 겁탈했냐고 말입니다."
"녀석들이 뭐래?"
"팔아먹으려 건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행이네. 그런데 녀석들에게 뭘 준거야?"
자바리가 쑥쓰러운 표정을 지며 말했다.
"식량을 줬습니다. 감자와 밀가루, 통조림 등을 말이죠."
"아하, 그래?"
"총보다 식량이 급하거든요. 여기 소말리아는 소총과 폭탄은 차고도 넘칩니다. 각국의 이해관계과 얽혀 무기 원조는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자바리와 대화를 마친 성기는 그들에게 쉬라며 지시했다. 대뜸 두 사내는 성기의 손을 잡고 다정히 말했다.
"언제든지 필요하시면 부르십시요."
"아, 알았어."
성기는 잡힌 손을 빼내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이지 적응이 안되는 남자들의 스킨쉽이었다. 둘은 성기에게 끈끈한 눈빛을 보내고는 등을 돌려 나갔다. 노믹스도 나가기 싫은지 미적미적 서 있었다.
"너도 나가!"
"네! 알겠습니다."
면박이도 끈끈한 눈빛을 하고 방을 나갔다. 성기는 피곤한 듯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그러자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여인들 가운데 카리나와 타마라가 성기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들의 움직임에 대화를 나누던 엘리야의 동생들이 뭔 일이냐는 눈으로 성기를 쳐다보았다.
============================ 작품 후기 ============================
100회 입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여기까지 달렸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질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무더운 날씨에 고생하시는 직장인들과 취업 준비로 바쁜 준비생들, 수능을 준비하는 재수생, 삼수생들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연애전선에 무한한 광명이 함께 하시길 바라며.....(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