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4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아이들과 벌거벗은 상태나 다름없는 여인들에게 급히 옷을 챙겨주었다. 칼 에릭손 소령옆으로 공주가 다가왔다. 그녀는 다국적군의 철모를 눌러쓰고 있어 파란 눈만 빛나고 있었다.
"소령님! 저를 구해준 분을 찾아보았나요?"
감미로운 목소리가 그녀 입에서 흘러나와 주위를 밝게 만들었고 칼 에릭손 소령의 영혼을 울렸다. 빅토리아 공주의 외모에 대해 소문이 자자했지만 목소리마저 외모를 뛰어넘다니 칼 소령은 감탄해 마지 않았다. 그녀에게 영원한 충성을 다짐하는 칼 소령이었다.
"네, 공주님! 지금 그가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보니 낙오되었던 로타쉐린과 요한나를 데리고 오는 것으로 보아 그녀들도 그 한국 군인이 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빅토리아 공주님을 구한 병사는 일당백의 영웅인 것 같습니다."
칼 소령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성기를 칭찬하자 자신의 연인이 받는 것처럼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빅토리아 공주였다. 알 수없는 묘한 감정이 성기를 향해 싹을 튀우는 꽃처럼 피어나는 공주였다.
흑인 병사 와두즈는 옆의 병사가 가슴에 총을 맞는 걸 지켜보았고 그 다음에는 마마두가 기관총을 놓치고 나뒹구는 모습을 보았다. 비명을 지르고 피를 흘리면서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마마두는 아픔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얼굴에 땀을 뻘뻘 흘렸다.
마마두는 상처에 손을 대보니 피가 고장난 수도마냥 홍건히 흘러내렸다. 손바닥이 핏물로 엉망이 된 채 손가락 사이로 흠뻑 피가 배어나왔다. 놀라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우악!"
건물 옥상에서 숨어서 총질을 하던 흑인 열 두명 가운데 바닥에 엎드려 제압사격을 하는 성기에게 아홉 명이 총을 맞고 쓰러진 것이다. 같은 옥상 남쪽 끝에서 카다란 폭발이 일면서 아다마가 쓰러졌다. 와두즈는 가까이서 그 장면을 목격했다.
유탄이 눈부신 화염과 함께 날아와서 일미터 길이의 벽 일부를 뜯어냈다. 좁은 옥상에 귀가 상할 정도의 엄청난 소음과 진동이 일었다. 와두즈 역시 공중으로 붕 뜨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와두즈는 몸을 움직이더니 천천히 일어났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얀 먼지를 뒤집어 쓴 모습이 꼭 유령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와두즈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눈을 뜨기위해 비볐다.
"엎드려, 와두즈!"
아다마가 고함을 쳤다. 총알이 점점 더 날아들었다. 성기의 조준 사격에 아다마는 몸을 피하기 위해 일어서다 다리에 총알을 맞고 픽하며 쓰러졌다. 아다마는 놀라고 겁에 질렸다.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이 다리를 쑤셨다. 아다마는 놀라 다리에 직접 지혈을 시도했지만 아프기만 할 뿐 효과가 없어 보였다.
선혈이 계속해서 아다마 다리 사이에서 뿜어져 나왔다.
"나 맞았어! 살려줘!"
아다마는 애타게 울부짖었다. 와두즈가 눈을 비비며 다가왔다. 그의 다리에서 분수처럼 뿜어나오는 피를 막기위해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와두즈의 두 손은 핏물로 홍건히 젖어버렸다.
다른 건물의 옥상에서 어둠에서 빛나고 있는 성기의 총구방향을 향해 소총을 난사했다. 성기는 바닥을 굴러 옆으로 피하며 돌무더기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창가와 문, 옥상에서 흑인들을 찾아 소총을 겨냥했다.
성기를 따라 그녀들도 몸을 굴려 성기의 옆으로 붙었다. 울퉁불퉁한 바닥때문에 허리와 등판이 무지 아파왔지만 억지로 참았다. 죽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빼꼼히 들고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으로 흑인들의 위치를 확실히 파악했다. 성기는 탄환을 아끼려 신중하게 조준 사격했다.
Ak-47 소총의 반동으로 성기의 어깨는 무척이나 아팠다. 그렇지만 호텔샤모에 거의 다 온 지금 포기할 수는 없었다. 두 여자를 책임지고 있는 지금 더 신중하게 사격을 했다. 그녀들도 성기를 따라 소총을 들고 사격을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 다급히 성기는 그녀들을 껴안고 바닥으로 바짝 엎드렸다. 기관총이 성기와 여자들이 엄폐하고 있는 돌무더기를 쾅쾅하고 박살내는 소리가 났다. 연기가 자욱하게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여태 버티며 성기 일행을 지켜주었던 돌무더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른 건물의 옥상에서 기관총을 가진 흑인이 성기 일행에게 사격을 퍼붓고 있었고 세 사람은 제압 당할 위기에 처했다.
성기는 죽기살기로 일어나 기관총이 있는 옥상을 향해 대응 사격을 가했다. 탄창이 비자 어깨에 맨 소총을 꺼내 바꾸었다. 그러는 사이 여자 둘은 일어나 호텔샤모를 향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어둠 속에서 불꽃이 번쩍인 창가쪽으로 방향을 틀어 성기는 응사했다. 성기는 여자들을 쫓아 뛰어갔다. 두 여자는 호텔 벽 틈으로 몸을 숨겼다. 이어 도착한 성기는 옥상을 겨눠서 사격했다. 탄창이 비자 소총을 움켜잡고 벽틈으로 재빠르게 들어갔다.
벽틈으로 스웨덴군이 응사하는 모습이 성기의 눈에 보였다. 성기가 나타나자 장갑 차량에 타려던 아이들이 뛰어나와 성기에게 안겼다.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고 성기의 바지를 잡고 있기도 했고 키가 큰 소녀는 그에게 수줍게 볼에 뽀뽀하기도 했다. 나머지 여인들도 뛰쳐나와 성기주위로 몰려들었다.
그 모습에 칼 소령과 공주도 깜짝 놀랐다. 칼 소령은 저 한국 군인의 친화력에 놀랐고 공주는 수많은 여자들이 성기 주변으로 모이자 가슴 한쪽을 파고드는 질투심에 놀란 것이었다.
성기는 아이들을 안고 모두의 볼에 뽀뽀를 하고는 임산부 라일리가 다가와 입술에 뜨겁게 키스를 하자 적잖이 당황하는 성기였다.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이 여자가 미쳤나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고 생각한 성기는 적극적으로 해주었다.
뭐 어차피 소말리아를 떠나면 보지 않을 터인데라는 심리도 작용해서 성기는 그렇게 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소말리아에서는 관례법이라는 것이 있었다.
임산부 여성이 키스를 남자에게 먼저하면 청혼한다는 의미였다. 남자가 여성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키스에 응해서는 안되었고 만약 키스를 하게 되면 반드시 그 여자를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길 시에는 남자는 괜찮지만 여자는 부정한 임신으로 인해 가문의 수치가 되어 돌에 맞아 죽는 투석형에 처해지는 형벌을 당했다.
임신한 여성 라일리는 성기에게 입술을 떼며 아프리카어로 뭐라고 떠들었다. 얼굴에 미소가 서린 것이 고마움의 뜻인 것 같아 성기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 사세요. 남편 분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댁 같은 미녀와 사는 것이 복이란 사실을 알게 되길 바랄게요. 아이도 무사하길 바랍니다."
한국말로 말하는 성기의 뜻이 전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성기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 장갑 차량에 올라탔다. 뒤를 이어 아이샤와 루나티도 성기에게 다가와 입술에 수줍게 키스했다. 그리고는 연신 고맙다고 했다.
통 알아듣지 못하는 아프리카어가 생소했지만 얼굴에 드러난 표정으로 성기는 대충 알아들었다. 뒤를 이어 아이들의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나타나 고맙다고 했다.
스웨덴 의무병의 도움으로 아들은 상처를 치료했는지 상태가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나아보였다. 성기에게 두 손을 맞잡고 뜨겁게 인사하는 어머니에게 성기는 마주 고개를 숙이며 군인으로서 당연히 할 도리를 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영어도 잘 못하고 아프리카어는 더 더욱 못하는 성기로서는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어머니와 아들이 장갑차량에 오르자 수잔이 다가왔다. 수잔이 성기에게 군번줄을 건네며 성기의 상의 단추를 풀자 목에 걸린 두개의 군번이 튀어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를 달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하나를 떼어 수잔에게 건네주었다. 수잔은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며 성기의 입술에 뜨겁게 키스를 퍼부었다.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자 공주의 가슴에서 불이 치솟았다. 딱히 내 남자도 아니었지만 저 여자랑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도 저 여자와 마찬가지로 그의 입술에 열정적으로 퍼부어 주고 싶었다.
빅토리아 공주는 서둘러 둘에게 다가가 인기척을 냈다.
"큼. 큼!"
성기는 황급히 떼었지만 수잔은 아쉬운 듯 성기를 바라보았다. 성기의 목을 감싼 팔을 풀고 빅토리아 공주를 노려보았다. 성기가 이내 나서서 장갑 차량에 어서 타라고 수잔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그러자 빅토리아 공주가 저도 모르게 나서며 수잔의 손목을 잡고 있는 성기의 손을 풀었다. 바로 성기의 목을 자신의 나긋나긋한 팔로 끌어안더니 성기의 입술에 도톰한 입술을 갖다대었다.
성기는 깜짝 놀라 입술이 벌어진 상태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당해버렸다. 그녀의 혀가 안으로 들어오자 바로 옆에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수잔이 걸렸지만 공주의 나긋나긋한 몸이 밀착하자 더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의 몸을 바짝 끌어안으며 그녀의 혀에 자신의 진득한 침을 잔뜩 묻혀 넣어주었다.
빅토리아 공주는 성기의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흐뭇해했다. 성기는 그녀의 가슴이 풍만하고 탄력적인 사실에 감탄했다. 역시 북유럽 여자들은 몸매가 죽인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더는 못참겠는지 수잔이 끼어들어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빅토리아 공주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역류했다. 수잔 역시 머리는 비어있고 가슴만 큰 이런 년이 어따대고 남의 남자를 노리냐 싶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작품 후기 ============================
흠흠....
독자님들께 머리 조아려 부탁합니다.
눈먼 <조아라 이벤트>가 열리는 중입니다. 날짜가 얼마남지 않아서 걱정이지만
그래도 제 독자님들이 이벤트에 당첨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조아라 이벤트에 저도 낼부터 무한 도배로 참여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