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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6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76/230)

< -- 76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이소령은 동굴 외벽을 부드럽게 벌려 손가락을 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외벽과 내벽 사이에서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느낄 수 있는 온갖 감각을 음미했다.

이어 그녀는 계곡의 시작점인 공알로 옮겨 즐겁게 어루만졌다. 강하게 부비고 비틀고 압박하면서 성기를 떠올렸다. 성기의 무지막지한 것이 자신의 깊은 동굴 구멍에 마구 들어왔던 것이 겹쳐지며 그녀는 또 한번 엉덩이를 부르르 떨었다.

이소령은 성기를 위해 동굴 입구 부분을 오므리는 훈련을 했다. 소변을 꾾을 때처럼 여러 번 근육 수축 연습을 했다. 더욱 강하게 오므려 그의 몽둥이를 압박하고 조이고 싶었다. 한참을 연습에 몰두하는 그녀였다.

이소령은 담요 안에 벗어둔 군복 바지의 주머니에서 굵은 가지를 꺼냈다. 군복의 주머니는 넉넉해서 이렇게 굵은 가지를 넣어와도 표가 안났다.

굵은 가지를 동굴에 가져다 대고는 서서히 동굴에 밀어넣었다. 

"아흑....."

이소령은 성기의 굵기에 미치지 못하는 가지 굵기에 불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성기를 떠올리며 그녀는 가지를 깊숙이 밀어 넣었고 박아 놓은 가지를 천천히 왕복시켰다.

이소령의 동굴에서는 매끄러운 가지가 들락거릴 때마다 투명한 눈물이 번져나와 항문을 스쳐 담요로 떨어졌다. 그렇게 여군 막사의 밤은 깊어갔다.

그날 밤 새벽 천막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불침번이 소말리아 흑인의 난데없는 기습에 대비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전방을 주시할 무렵, 사병들 천막 입구에서 모포를 뒤집어 쓴 사병 한명이 여군들 막사로 다가갔다.

여군들 가운데 동기인 이하사와 김하사, 박하사는 22살의 어린 나이에 이국 땅을 그것도 소말리아 낯선 땅을 밟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들은 장교들의 눈치를 보며 담요를 뒤집어 쓰고 수다를 떨다 모두 소변이 마려웠다. 

여군 화장실은 이곳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기지 본부 근처에 있었다. 기지가 완성되면 숙박 시설도 그곳에 들어서게 되어 이렇게 천막에 자는 것도 며칠 되지 않을 터였다.

그녀들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랜턴을 들고 천막을 나서다 어두운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녀들 앞으로 점점 다가오자 그녀들은 놀라 서로를 껴안았다.

그녀들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검은 그림자는 모포를 확 펼쳤다. 그러자 그 안의 벌거벗은 몸뚱아리가 달빛에 선명히 보였다. 덜렁거리는 남자의 물건까지 적나라하게 그녀들 눈에 포착되었다.

사내는 담요로 얼굴을 가린 채 한 손으로 물건을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물건이 점점 커지자 그녀들의 눈동자도 덩달아서 커졌다.

"꺄아악!"

그녀들의 비명 소리가 한국군 기지 전체를 크게 울렸다. 검은 그림자는 황급히 사병들 천막 사이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불이 켜지고 병사들이 튀어나왔다.

"뭔 일이야?"

더벅머리에 뼈만 앙상한 10대 소년이 낡은 닛산 중고차 밑에서 뛰쳐나왔다. 소년의 오른 손에 AK-47 소총이 들려있었다. 아크하라는 어린 나이에도 군벌들의 모가디슈 함락 작전에 참가한 것이다.

아크하라는 검게 위장칠을 한 군인의 상의를 보고 미군임을 알았다. 미군이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가오자 바짝 긴장한 아크하라였다. 여러차례 공격에 가담은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미군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크하라는 서둘러 앞뜰을 가로질러 작은 문을 열고 숨었다.

교차로와 골목은 미군들로 넘쳐났고 총소리가 꾾임없이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는 호텔샤모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크하라의 집 벽은 회색 돌로 쌓아서 지었기에 언제 무너질 지 장담할 수 없었다.

새벽부터 시끄럽게 들리는 총소리에 성기는 깨어났다. 옆을 돌아보니 여자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어 위급한 상황이 그녀들의 심신을 얼마나 피곤하게 만들었는지 짐작케 했다.

죽는다는 것이 성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어떤 이유에선지 몇 개월 전부터 여자가 꼬이더니 이제는 금발 여성과 일본 여성까지 자신의 주위로 무섭게 꼬이고 있었다.

그녀들을 놔두고 죽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이 험난한 세상을 알콩달콩 살고 싶었다. 딱히 한 여자를 정하고 싶지 않았다. 백년 만년 살 것도 아닌데 한 여자에 얽매여 산다는 것이 두렵고 자신과 관계를 맺은 나머지 여자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AK-47 소총을 움켜잡고 그녀들을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성기는 수잔을 깨웠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성기에게 안겼다. 성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뜨겁게 밀착하는 그녀를 성기는 그녀를 떼어놓느라 애를 먹었다.

그녀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성기를 째려보자 성기가 그녀의 손에 AK-47 소총을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은 살금 살금 무너진 벽틈을 향해 기어갔다. 밖에는 흑인들이 몸을 드러낸 채 총을 쏘고 있었다. 그는 머리와 총만 내놓은 채 흑인들을 향해 총을 갈겼다. 어둠을 뚫고 총구의 화염이 밝게 빛났다.

소말리아 인들은 돌담 위에서 아래로 쏘고 있었다. 성기의 눈에 나뒹굴고 있는 장갑 차량과 불에 휩싸인 차량들이 보였다. 총을 쏘면서도 다국적군이 근처에 있음을 체감하자 더욱 용기를 얻고 총을 쏘았다. 실탄이 다 떨어지자 챙겨둔 탄창으로 갈아끼우고 다시 벽틈으로 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저 앞에서 미군으로 보이는 병사가 벽에 기대어 사격하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아무도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장갑 차량 뒤에서 스웨덴 국기를 새긴 군복차림의 세명이 호텔 샤모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지그재그로 달리며 총알을 피하자 소말리아 흑인 병사들이 그들을 향해 사격을 집중했다.

성기의 눈에 그들을 향해 쏘는 방향이 30미터 떨어진 나무와 가까운 건물 위에서 쏘는 것 같아 보였다. 수많은 총알이 달려오는 세명 주위의 돌과 흙을 스쳤고 불붙은 양철 깡통을 뚫는 소리가 들렸다.

호텔샤모를 달려오다 세명가운데 한 명이 맞았는지 털썩 쓰러졌다. 그러자 남은 두 명은 뒤를 돌아 그의 팔을 잡고 질질 끌며 성기 근처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흑인들의 사격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들은 급히 무릎 높이의 돌무더기 뒤로 몸을 숨겼다.

성기의 눈에 그들과의 거리는 10m 남짓이었다. 그들은 숨을 고르고 총을 맞은 동료를 살폈다. 다행이도 맞은 것이 아니라 발이 엉켜 넘어졌다가 발목을 접질러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급히 피하느라 소총도 한정밖에 없었다. 물론 허리춤에 권총이 있지만 실탄이 얼마 장전되어 있지 않아 곧 위기에 빠질 것 같았다.

그들 세명의 얼굴은 철모에 가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급한 표정인 것 만은 확실했다. 성기는 흑인들로부터 수거한 AK-47 소총을 어깨 높이로 들고 그들에게 던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오는 물건에 잔뜩 긴장한 그들은 땅에 떨어진 것이 AK-47 소총임을 알게되자 고마운 표정을 지으며 어둠 속에 위치한 성기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말리아 흑인 한명이 길가로 튀어 나오더니 총을 쏘다 멈춰 선 차량의 시체에서 수류탄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수류탄을 성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무너진 벽 틈을 향해 던졌다.

성기는 깜짝 놀라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다. 만약 저 날아오는 수류탄이 터진다면 여자들도 파편으로부터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충분히 예상했다.

어디서 그런 무모한 용기가 났는지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수류탄을 야구공 삼아 쳐냈다. 수류탄은 저 멀리 밤하늘을 날아올라 흑인들이 있던 담벼락 근처에서 터졌다.

펑!

"으악!"

"악!"

"살려줘!"

비명과 함께 살려달라는 말을 영어로 해대는 소말리아 흑인 병사들이었다. 쓰러진 병사들 몸 여기저기서 핏물이 뚝 터진 제방마냥 흘러나왔고 팔이 떨어져 나간 병사도 있는지 주인을 알 수 없는 팔 하나가 바닥에서 팔짝팔짝 튀어오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100편 이내로 소말리아 편을 끝낼 겁니다.

구출과 성기의 낙오, 그리고 다시 험난한 탈출....

죽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이 죽는 것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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