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0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성기는 아이들을 여자들에게 맡기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호텔로 향했다. 수잔이 깜짝 놀라 성기의 손을 잡았다. 수잔은 영어로 말리는 듯 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성기는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자신의 짧은 영어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성기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자신의 옷을 가리키자 그제서야 이해하는 수잔이었다. 성기는 수잔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호텔의 문을 살짝 열고 안의 기척을 살폈다. 어둔 복도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성기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계단을 찾았다.
계단의 난간을 잡고 방향을 가늠한 그는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움직였다. 2층 객실에 도착한 성기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방문을 열었다. 성기는 창문으로 비치는 달빛의 도움을 받아 담요와 시트를 걷어내고 창문을 열어 마당으로 던졌다. 다음 방에서도 똑같이 반복했다.
성기는 서둘러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내려왔다. 가는 길에 무언가 먹을 것을 찾기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어두워서인지 식당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우격다짐으로 문을 연 성기의 발에 무언가가 걸렸다. 라이터로 아래를 확인한 성기는 기겁했다.
시체가 즐비했기 때문이었다. 혀를 내밀고 죽은 시체에서부터 싱크를 부여잡고 죽은 시체까지 다양한 자세로 죽은 그들은 하나같이 눈을 뜨고 죽어 있었다. 성기는 시체들로 인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과 여자들을 생각하며 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용기를 내어 싱크대 전부를 뒤져 옥수수 알갱이와 통조림 수십개를 찾을 수 있었다. 성기는 서둘러 보자기에 챙겨넣고는 식당을 나섰다. 식당의 문을 닫자 등에서 식은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자신의 총알로 무수히 많은 흑인을 죽였지만 지금처럼 무섭지는 않았다. 폐쇄된 공간에 눈뜨고 죽은 시체들과 같이 있었더니 성기는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했다.
여자들은 아이들의 몸에 시트와 담요를 걸치게 하고는 나무들이 우거진 곳으로 향했다. 성기도 그녀들의 뒤를 쫓아갔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스웨덴 금발 미녀의 몸에 붙은 분비물은 닦고 나서야 생각난 성기였다.
어쩔 수 없이 군장 속에서 두루마리 휴지 한개를 꺼내 그녀의 얼굴과 팔에 묻은 하얀 액을 닦아냈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누렇게 변색되어 마치 원래의 피부인양 달라붙은 분비물이었다.
스웨덴 금발 미녀의 얼굴이 곰보빵마냥 말라 붙어버린 분비물로 인해 흉칙해 보이기까지 했다. 성기는 조심스레 닦아내다 깜짝 놀랐다.
상처부위의 피부가 아까보다도 나아보였던 것이다. 성기는 조심스레 라이터로 살펴보니 확실히 상처부위의 살이 너덜너덜 해진 것이 아니라 두부 속에 젖가락을 꽃은 것마냥 총알 구멍만 나있고 주변의 피부는 원래처럼 깨끗했다.
신기한 일을 목격한 성기는 믿기지 않는 듯 상처부위의 구멍을 만져보았다. 그러자 통증이 느껴지는지 스웨덴 금발 미녀의 눈이 떠졌다.
"아아...."
그 소리에 수잔이 아이들을 다독이다 말고 다가왔다. 수잔은 눈을 뜬 금발 미녀의 미모에 깜짝 놀랐다. 라이터 불빛을 통해 본 그녀의 미모는 자신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수잔도 그녀가 부상당한 것만 알뿐 다른 것은 알지 못했다. 성기를 째려보며 금발 미녀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는 수잔이었다. 수잔은 금발 미녀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성기는 도통 알아듣지를 못했다.
수잔과 금발 미녀가 중간 중간 성기를 가리키며 무어라 떠드는 데 답답한 성기였다. 성기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말을 마치고 수잔은 그녀에게 물을 건넸다. 배고픈 아이마냥 성기의 수통에 붉은 입술을 갖다대고 줄기차게 빨아 넘기는 그녀의 모습에서 성기는 섹시함을 느꼈다. 아픈 여자에게서 느끼다니 성기는 스스로의 민망함에 고개를 돌렸다.
수잔이 그녀에게 핫바와 알사탕을 건넸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는 그녀였다. 수잔이 그녀를 부를 때 빅토리아하는 것을 보니 이름이 빅토리아인 것 같았다.
성기는 배고픔에 통조림을 까기 위해 군장에서 맥가이버 칼을 꺼냈다. 라이터를 마냥 켜둘 수가 없어 달빛에 의지해 통조림을 깠다. 배고픈 아이들은 핫바와 알사탕을 남김없이 먹었다. 옥수수 알갱이도 먹었지만 어제부터 굶은 아이들의 배에서는 아직도 꼬르륵 소리가 났다.
성기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팔이 부러져라 통조림을 깠다. 그렇게 삼십 분이 걸려 스무개를 깐 통조림을 아이들과 여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아까부터 먹으면서 성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특히 제일 많은 분비물을 뒤집어썼던 카밀라가 알 수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며 통조림을 먹었다.
정확히 무어라고 딱히 정히 내릴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성기를 향해 시선을 불태우면서 말이다. 속에서는 뜨거움이 있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과는 달리 임신한 여성은 성기로 인해 심장이 벌렁거렸다.
자신은 애를 가진 여성이라며 스스로를 책망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커져가는 성기를 향한 마음이었다. 임신한 라일리는 당황하며 자신의 욕구를 억제했다. 그녀의 은밀한 곳은 좀 전부터 뜨거운 눈물을 흘려 가린 부분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깊은 동굴을 그의 것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불순한 욕망에 휩싸였다.
임신한 여자 라일리는 뜨거운 욕망을 감추며 성기에게 자꾸 시선이 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성기는 그녀에게 통조림을 건넸다. 순간 그녀의 손이 성기의 손과 엉겁결에 부딪쳤다.
그녀의 몸에서는 전율이 스쳐지나가며 여태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쾌감이 그녀의 손을 타고 전신으로 뻗어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성기의 손을 움켜잡았다.
성기는 그녀가 실수해서 잡은 줄 알고 손을 풀고 그녀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불쌍한 이 흑인 임신한 여성은 아름답고 풍만한 가슴을 가졌지만, 수많은 흑인 병사들에게 강간을 당했기에 성기는 측은지심이 들었다.
라일리가 자신의 불룩한 배를 앞으로 내밀고는 성기의 손을 강하게 끌며 자신의 젖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손에 이끌린 성기의 손바닥 가득 풍만하고 물컹거리는 젖가슴이 만져졌다. 그 위에 두툼하고 진갈색 꼭지가 느껴졌다.
성기의 손길을 민감한 젖가슴으로 느낀 라일리는 아까보다도 더욱 많은 눈물을 하복부 깊은 곳에서 토해냈다. 어둔 밤을 타고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처럼 그녀의 은밀한 곳을 타고 허벅지 안쪽을 지나 무릎까지 흘러내린 맑은 눈물이었다.
성기는 혹시라도 아이들이 볼까봐 그녀의 손을 황급히 뿌리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의 옆에는 금발 미녀와 수잔이 자리했다. 성기는 좀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그녀의 검은 젖가슴을 떠올렸다.
미끄러운 감촉이 들은 대로 부드러움의 끝인 것 같았다. 어찌나 매끄럽던지 그의 손바닥이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 했던 것이다. 성기는 그 촉감을 떠올리며 위급한 상황이 아쉬웠다.
성기와 아이들, 그리고 여자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꾸며 잠을 청했다. 어둔 밤이 모두에게 수면제를 뿌렸는지 빠르게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