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9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아이들은 물에 빠진 생쥐처럼 분비물에 흠뻑 젖었다. 카밀라를 비롯한 아이들은 갑자기 쏟아진 분비물에 파랗게 입술이 질려서는 아래 위로 이들을 부딪치며 덜덜 떨었다.
소말리아에서 가장 더운 달은 6~7월이다. 낮의 온도는 보통40이상까지 올라갔다. 햇빛으로부터 몸을 보호하지 않으면 100미터도 걸어가기 힘든 기후였다. 이때 밤의 온도는 30도 정도, 일교차는 보통 30도 이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저렇게 몸을 떠는 것이다.
아이들 가운데 제일 나이어리고 삐쩍 마른 와부두스가 머리까지 흔들며 떨었다.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눈물을 흘리며 울먹거렸다.
"카밀라 언니! 나 추...추워...."
와부두스를 따라 하나 둘 울먹거렸다. 아이들은 이 끈적하고 미끈한 액체때문에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아이들의 등장에 깜짝 놀란 아이샤는 아들을 조용히 놓아두고 나가려하자 두 딸이 자신들이 챙기겠다며 아이샤를 말렸다. 아이샤는 아들의 머리를 끌어안고 두 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성기는 몸을 돌려 부랴부랴 바지를 추스리고 아이들을 살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마른 상태에 옷차림은 꾀죄죄했다. 밧줄같이 성긴 머리에 다리는 모두 대나무처럼 가늘었다. 한바탕 바람에 불면 아이들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성기는 아이들의 눈과 입에 묻은 분비물을 손으로 닦아주고는 수건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수잔도 옷을 다 추스렸는지 성기의 옆에서 몸을 덜덜 떠는 아이들의 얼굴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애드자이와 루나티 그리고 임신한 여자까지 나와 아이들을 돌보았다. 애드자이와 루나티는 얼굴에 묻은 하얀 액체를 닦아내면서 몹시도 끈적거리고 미끈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학교에서 만졌던 풀 같았다. 하지만 풀과는 다른 냄새가 났다. 그녀들은 그 냄새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자매들과는 달리 임산한 여성 라일리는 끈적거리는 하얀 액체를 만진 순간 알아차렸다. 자신의 은밀한 곳에 수많은 흑인병사들이 사정하며 쏟아낸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라일리는 흑인들에게 강간당하며 아이가 잘못되었는지 뱃속의 아이가 더는 발을 차지 않는다는 것을 좀 전에 배를 만질 때 알게 되었다.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소말리아에 병원은 평화유지군을 파병한 나라의 의무지원단과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등에서 운영하는 의료팀이 전부였다.
그녀는 마음을 추스리고 무거운 배를 이끌고 아이들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많은 액체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벌써 성기의 분비물에 오염된 것인지 어떤 사내가 야밤에 정사를 벌였는지 전혀 생각을 할 수 없는 라일리였다.
어두운 곳에서 닦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수잔이 영어로 성기와 다른 흑인 여성들에게 말했다. 다행이도 두 자매와 라일리는 상류층이어서 그런지 수잔의 말에 능숙하게 대답했다.
입시로 갈고 닦은 성기보다도 훨씬 나았다. 수잔을 비롯한 그녀들은 아이들의 팔과 어깨를 잡고 호텔 마당의 수도꼭지로 향했다. 흑인 병사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교차가 큰 이곳에서 저렇게 흠뻑 젖은 아이들이 저 상태로 밤을 샌다면 죽음뿐이었다.
수잔도 익히 그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들에게 말을 나눈 것이었다. 백인이고 군벌들의 적인 미군이었지만 인도주의적 측은지심을 억누를 수가 없는 수잔이었다.
성기도 한손에 AK 소총을 들고 눈 앞의 여자아이의 손을 이끌고 그녀들을 따라갔다. 다행이도 흑인 병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는 길에 나뒹굴고 있는 흑인 병사들과 미군의 시체는 아이들의 입에서 비명이 나오게 만들었다.
"악! 언니...무...서워..."
"흑흑흑..."
총알에 얼굴을 맞아 흉칙한 모습의 시체와 여기저기 핏물을 흘리며 내장을 쏟아내는 시체가 아이들의 시선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다리를 부여잡고 죽은 시체와 기어가다 흑인의 총질에 죽은 미군 조종사까지 어른들도 똑바로 쳐다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녀들은 아이들의 눈을 가려주었다. 아이들은 그녀들의 손을 맞잡고 따라갔다. 그나마 아직도 타고 있는 잔해들이 있어 어둠을 분간할 수 있었다.
성기가 손을 잡고 이끌고 있는 아이의 손목은 정상 아이의 팔목보다도 더욱 얇았다. 살은 없고 뼈만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성기였다. 성기는 아이가 너무나도 불쌍하다는 생각에 아이를 번쩍 들고 안았다. 순간 성기는 깜짝 놀랬다. 아이의 오른 쪽 팔이 비어있는 것이 성기를 놀라게 만들었다.
성기는 아이의 잘려진 팔목부분을 만져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왜 간지럽게 만지냐든 듯 성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검은 구슬같은 영롱한 눈이 성기의 눈과 마주쳤다. 아이는 너무나 의젓하게 행동하는 것이 성기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 자신도 아버지가 아프시기 전까지는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이었다. 다치면 제일 먼저 달려가 상처난 부위를 보이면 호호 불어가며 아프게 한 땅바닥을 혼내주겠다고 했던 아버지였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그런 부모조차도 없고 팔이 없다는 사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세상에 순응하며 살고 있었다. 성기는 울컥하고 눈물을 쏟았다. 앙상한 아이의 몸을 부드럽게 쓸어안으며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성기의 눈물을 본 수잔은 그의 눈물에 그녀 자신도 전염이 된듯 눈물을 흘렸다. 애드자이와 루나티도 같은 동족의 앙상하고 뼈만 남은 모습에 울먹거렸다.
제일 연장자인 라일리도 배만 볼록 나오고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수도 꼭지를 틀었다. 겨우 눈물을 훔치고 라일리는 아이의 성긴 머리부터 물을 천천히 뿌려주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8시까지 일하고 들어와서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바로 컴퓨터에 앉아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좀전까지 쓰느라 용량이 적군요. ㅜㅜ
종일 운전하면서 병원과 약국 수금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용량이 작은 것을 용서하기 바라면서....
음, 이번 편은 좀 감동과 눈물이 펑펑!!!
내일은 7월이군요. 곧 휴가가 다가옵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월급은 그대로인 더러운 세상>
어제 공정위에서 신라면블랙 과장광고라고 판정을 내렸다는.....솜방망이로 때리는 더러운 세상...
내가 뒤통수 까겠습니다. 농심과 공정위의 유착관계????? 없겠죠. 설마 있겠습니까?????
설마가 사람잡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