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6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성기와 여인들은 나무와 벽의 땅을 조금씩 파냈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당장 벗어날 수도 없었다. 사방에 흑인들 뿐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더우기 총과 폭탄이 난무하는 상황때문이었다.
전장에서 적의 총알에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뒤에서 날아오는 아군의 총에 죽는 것처럼 억울한 것은 없다. 성기는 누차 이경규대위의 말을 떠올리며 통신 수단이 전무함을 상기했다. 헬기라도 남아있다면 통신을 할 수 있었다. 거기다 호텔 내부의 전화를 이용하고 싶어도 내부에 혹시라도 있을 흑인 병사들 때문에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손과 소총의 개머리판을 이용해서 파내자 다행히 흙에 수분이 남아 있어서인지 부드럽게 땅을 팔 수 있었다. 무릎 정도의 깊이가 완성되자 여인들은 길게 누웠다. 성기와 수잔만 소총을 들고 쪼그려쏴 자세로 전방을 주시했다.
성기가 있는 호텔샤모의 근처 상공에서 헬기 한대가 낮게 날았다. 서서히 저무는 태양을 향해 날아가던 블랙호크가 추락한 치누크 위로 낮게 원을 그리고 있었다. 폭발로 인해 치누크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서쪽으로 선회할 때마다 햇볕에 눈이 부셨다.
아래쪽에서 흑인 병사들은 이미 모든 골목과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블랙 호크가 낮게 스칠 때면 일부는 총을 난사하며 도망갔지만 이내 다시 모여들었다. 마치 한강에서 노젖는 격이었다.
대전차화기인 RPG가 헬기 앞을 스쳐지나갔다. 헬기에 탄 병사가 총에 맞아 땅으로 떨어졌다. 쿵 소리와 함께 환호하는 흑인 병사들의 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그 순간 성기의 눈에 블랙호크가 무언가와 충돌하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조종사의 귀에 헬기의 모든 경보 시스템에서 경고음이 점점 크게 울렸다.
헬기의 오른쪽이 RPG에 맞아 다행이도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기체는 계속 갸우뚱거리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헬기 난간에 총을 거치해두고 있던 사수의 두 다리가 중간부터 잘려나가 피를 뿌리고 있었다.
하늘에서 비라도 내리는 것마냥 핏물이 점점이 날렸다. 그 광경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성기는 잔혹한 모습에 고개를 돌려야했다. 여태 살아 오면서 이런 끔찍한 장면은 본 적이 없었다.
금간 유리창 너머로 부조종사가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죽은 듯 보였다. 헬기는 조만간에 불시착 할 것 같았다. 조종사는 골목이 너무 좁아서 충돌로 인해 폭발할 수도 있음을 신경썼다.
이런 곳에 와서 개죽음 당할 수는 없었다. 도로의 길 양옆으로 전신주들이 늘어서 있어서 그것도 피해야 했다. 고개를 돌리자 호텔마당이라면 괜찮을 듯 싶었다. 이미 불시착한 헬기의 생존자들과 조우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래서 지켜보던 성기도 제발 무사히 착륙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 옆의 수잔도 희망을 갖고 지켜보았다. 헬기는 점점 속도가 떨어지면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헬기의 조종사는 호텔 마당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헬기는 호텔을 넘어 마당으로 가까스로 향했다. 헬기는 스르릉 소리와 함께 호텔 마당에 부딪치며 착륙했고 그 여파로 왼쪽으로 넘어지더니 마당에 쳐박혔다. 왼쪽 주착륙 바퀴가 좀 전의 RPG에 날아간 것이다. 조종사는 즉시 모든 동력을 차단한 채 문을 열고 조종석을 빠져나왔다.
탑승한 병사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순간 다리와 엉덩이에 총알이 박히며 피가 튀었다. 조종사는 비명을 지르며 털썩 쓰러졌다.
"악!"
탑승한 모든 병사들은 이미 죽었는 지 움직이는 자가 한 명도 없었다. 성기와 일행들은 조종사를 구하고 싶었지만 매복한 적의 총알에 목숨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숨죽이며 조종사가 어서 기어 헬기의 바닥으로 숨기만을 바랬다. 그의 염원이 통했는지 헬기 조종사는 두 팔로 바닥을 짚고 헬기 밑 부분으로 기어가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헬기가 추락한 장면을 목격한 흑인 병사들이 다시 호텔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자 또 다른 블랙호크에서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분당 3000발을 토해내는 괴물이 위력을 보이자 흑인 병사들은 꽁무니를 보이며 내빼기 시작했다. 그 중의 일부는 호텔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다 수 십명이 헬기의 기관총에 몸이 난자되며 피분수를 뿌리며 바닥에 뒹굴었다. 호텔로 들어가는 도로는 시체들로 가득했다. 화염냄새와 핏물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고상하고 야릇한 향이 주변을 물들였다.
건물 곳곳에 숨어있는 RPG가 또 다른 블랙호크를 향해 발사되기 시작했다. 블랙호크는 회피기동을 하며 아쉬운 듯 호텔 주변을 한차례 선회하더니 그대로 후방으로 달아났다.
흑인 병사들은 사라지는 블랙호크를 보며 총을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미군을 물리쳤다."
"우와! 미군은 집으로 돌아가라!"
흑인 병사들은 삼삼오오 어깨 동무를 하며 함성을 토했다. 그러자 호텔 뿐만 아니라 주변 건물에까지 그 소리가 들릴 정도로 울려퍼졌다.
흑인 병사들 수 십명이 호텔샤모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총을 들고 시체 더미를 지나 호텔 문을 발로 펑차며 들어갔다. 안의 복도를 따라 호텔 마당으로 들어섰다. 성기는 호텔 마당과 연결된 문을 열고 나타나는 그들을 향해 K2 소총으로 점사 사격으로 응수했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흑인 병사들은 당황하며 우왕좌왕하며 성기의 쏜 총에 수십 명이 쓰러졌다. 성기는 미리 준비해둔 탄창을 갈아끼우며 총을 쏘았다. 수잔도 옆에서 M16으로 흑인 병사들을 향해 난사했다.
따따당! 따따당!
드륵! 드륵!
점사 소리와 갈기는 소리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흑인 병사들 몸에 총알을 선사했다. 그 중의 일부는 바닥에 쳐박은 기체뒤로 숨어 성기를 향해 대응사격했다.
성기는 땅에 상체를 바짝 엎드리고는 철모를 두껍게 눌러썼다. 허벌나게 무거운 철모로 인해 목이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종일 썼으니 목이 부러져 나갈 것 같았지만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머리에 쓰고 있었다.
나무에 박히고 땅에 박히고 벽에 튀어 돌조각이 튀었다. 다행이도 여자들은 무사했다. 성기와 수잔은 어두워지기 전에 해치우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들은 적외선 장비가 전혀 없기에 인해전술로 야간에 몰려든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기때문이었다.
수잔에게 M60을 맡기고 미군의 M203 유탄발사기를 꺼내드는 성기였다. 적들이 숨은 헬기의 기체를 향해 아낌없이 유탄을 퍼부었다.
펑! 펑!
소리와 함께 드르륵!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흑인 병사들은 몸에 불을 붙이며 비명을 질렀다. 마치 그 모습은 불꽃에 휘말린 허수아비 같았다. 호텔 마당에 뛰어든 흑인은 모두 죽었는지 주변은 조용했다. 불붙는 타닥 소리만 간혹 들릴 뿐이었다.
성기는 그들에게 다가가 총기를 회수하고 싶었다. K2 소총은 탄창 10개를 소비하자 총열의 열기가 데일 정도로 뜨거워져 있었다. 흑인 병사들이 가진 AK 소총은 다른 것은 몰라도 내구성과 쉬운 조작성이 전 세계 2억정이 팔릴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불러모으는데 일조했다.
이현세 만화에 나오는 남벌에도 AK 소총이 등장했다. 성기는 고등학생 때 그 만화에 열광하며 만화가 나올 적마다 만화방으로 달려가 침을 흘리며 읽었다. 주인공 오혜성이 썼던 총이 바로 AK 소총이었다.
성기가 소총들을 회수하기 위해 나가려하자 여인들과 수잔은 놀라서 성기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말렸다. 수잔은 연인이 죽을까 봐, 애드자이와 루나티는 운명적인 첫사랑을, 아이샤는 그들 일행의 유일한 울타리인 남자를, 임신한 여자는 자신들의 수호천사를 잃을까 싶어 성기의 팔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성기는 말이 통하지 않는 그녀들에게 급하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살아남고 싶었지만 우선은 총이 K2 소총도 아주 우수한 소총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전장에서 실제로 통용되어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전쟁을 겪어야지만 무기가 진일보 하는 것은 인류 역사를 통해서 무수히 증명된 사례였다.
그녀들의 애원을 뿌리치고 성기는 소총을 회수하러 몸을 낮춘 채 접근했다. 성기의 뒤편 건물에서 총알이 날아와 바닥과 부딪치며 돌조각이 튀었다.
탕! 타앙!
흑인 병사들도 어두워지는 시기에 타고 있는 불빛에 의존해 사격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듯 성기 주변에만 총알이 빗발쳤다. 성기는 어렵게 흑인 병사들의 시체에서 소총과 실탄을 회수하고는 재빨리 나무틈 사이로 돌아왔다. 성기의 무사귀환에 그녀들은 모두 환한 미소로 반겼다.
애드자이는 서둘러 그에게 뽀뽀했고, 루나티는 언니를 따라 부끄러운 듯 뺨에 살며시 입술을 갖다댔다. 성기는 자매들의 행색이 지저분했지만 그녀들의 진심이 느껴져 더욱 귀엽고 사랑스러워져 저도 모르게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수잔의 눈에서 불이 뿜어지는 드래곤처럼 분노의 따귀를 성기에게 후려쳤다.
짝!
***** 성기는 천하무적 소드맛스타가 아닙니다. 다만 여자한테는 무적이겠지만.....
살아남아야 여인들과의 러브도, 또 범죄자들을 응징할 수가 있겠죠.
이게 원래 설정인데 소말리아신이 길다고 그러면, 저는 어떻게 말 할 도리가 없습니다.말이 되게 끌고가야 작품이 되는 거지. 칼질 한번에 수만이 죽고 기연을 얻어 이계를 통일하고 돈을 버니 그룹이 되고 최고 부자가 되더라는 식의 전개는 누누히 말하지만 절대 없습니다.
물론 성기는 배경이 출중한 여인들을 만나지만 결코 여인들의 덕을 보지 않는 아주 토종사나이가 될겁니다.( 너무 스포일러를 뿌리는 것 같은데....음)
또 뒷담화와 뒷통수도 서슴없이 깔 겁니다. 죄를 지은 범죄자뿐만 아니라 위정자와 매국노같은 독점기업들!
같은 글인데 어떤 글들을 보면 현실에서는 독점하는 기업을 나쁘게 평하면서도 왜 판타지글에서는 돈을 벌기위해 서슴치 않고 독점을 저지르는 것일까요.
웃기는 상황이죠.
여기까지 작가의 변이었습니다.
아울러, 제 글에 코멘트를 다신 분들은 소말리아편에 등장하지 않더라도 다음 소제목이나 그 후 소제목에 등장할 수 있습니다. 모두 등장시킬 예정이며, 님들 모두를 소신있고 신념에 찬 인물들, 고뇌하는 시대의 양심적 인물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인물들로
각기 그려나갈 예정입니다.
더불어 로맨티시스트로 추가할 예정입니다. 한여자에 죽고 못사는 그런 님! 제가 고심하고 고심해서 님들 닉 가운데 선별할 예정입니다.
^^*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