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5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어느덧 해가 지려는 지 석양이 길게 하늘을 울긋불긋 수놓고 있음을 성기는 수잔의 눈빛을 피해 고개를 위로 쳐올리고서야 알아차렸다. 그 순간 아이샤를 비롯해 애드자이, 동생 루나티와 임산부 여성까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들은 민망해서 모두 고개를 돌려 성기의 시선을 피했다.
성기는 갑자기 생각난 듯 군장 속에서 초코파이와 알사탕 그리고 핫바를 꺼내들었다. 모두가 잠시의 배고픔을 잊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그 양이 많았다. 입맛에 맞지않을 것을 걱정해서 한국에 있는 네명의 여자들이 손수 챙겨주었던 것이다.
아이샤와 두 딸들, 임산부 여성은 성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특히 애드자이와 루나티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성기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러자 뒤에서 지켜보던 수잔 중위가 눈에 불을 켜며 제지하려고 했다. 성기는 순수한 두 흑인 소녀의 행동에 흐뭇해하며 수잔 중위의 질투를 저지했다. 모두가 일직선으로 나무와 벽에 있는 위치라 성기가 수잔 중위에게 고개를 돌리자 나머지 여성들은 수잔 중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수잔 중위는 성기옆으로 바짝 다가오더니 그에게 입술을 포갰다. 성기는 갑작스런 키스에 당황하며 그녀를 밀치려고 했지만 오히려 가슴을 밀착시키는 그녀때문에 곤혹스러워졌다.
언제 흑인 병사들이 공격할 지 모르는 상황에다 바로 곁에는 여성 넷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잔 중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성기의 아랫 입술을 살짝 살짝 깨물면서 성기의 손을 잡고 자신의 젖가슴께로 이끌었다. 이어 그녀는 브래지어를 풀어 그 속으로 성기의 손으로 만지게 했다.
성기의 손에 하얀 탐스런 젖가슴이 한가득 만져졌다. 수십 번 만지고 수천 번 만져도 적응이 안되는 게 여자의 몸인 것 같았다. 어쩜 이리도 부드럽고 그 살결이 부드럽단 말인가. 게다가 여자마다 특이한 체취가 있어서 남자의 성욕을 마구 자극하는 것 같았다.
성기는 살짝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꼭지를 비틀었다. 입술로는 한 가득 고인 침을 그녀의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수잔 중위는 배고픈 지 성기가 한가득 뱉은 침을 남김없이 받아 먹고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녀는 성기의 목덜미에 혀로 핥고 입술로 빨았다. 튀어나온 목젖도 혀로 살짝살짝 핥았다. 그녀의 애무에 성기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성기는 참지 못하고 일을 치루려다 뒤의 여자들을 떠올리며 수잔 중위의 귀에 속삭였다.
"웨이트!"
시간은 딱히 정할 수가 없어서 그냥 기다려 달라고 콩글리쉬로 말했다. 하지만 수잔 중위는 똑똑한 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랑스러운 눈빛을 담아 성기의 눈과 코에 정성스레 키스를 퍼부었다.
성기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이런 초울트라급의 미녀에게 키스와 애무를 받다니 결코 죽지말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수잔과 뜨거운 밤을 보내리라, 뜨겁게 불타올라 영원히 꺼지지 않는 태양처럼 말이다.
순간 한국에 있는 여자들과 비행기에서 만난 여자들이 떠올랐지만 눈 앞의 현실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먹으며 그녀들을 지웠다.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그녀들은 추후에 살아남아야 볼 수 있는 여자들이었다.
바지를 뚫고 나올 듯 거대하게 솟은 성기의 남성을 바지위로 살며시 잡는 수잔이었다. 수잔은 성기의 남성을 잡고 놓치지 않겠다는 듯 굳세게 잡았다.
"I'll wait for you! i love you!"
성기는 그녀의 말가운데 아이 러브유만 알아들었다. 수잔과 뜨거운 눈빛을 교환하고 두 손으로 K2 소총을 꽉 움켜잡았다. 누구든 우리를 죽이려고 덤비는 녀석들은 다 죽이겠다는 확고부동한 신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요한 구스타프대령은 장갑 차량과 트럭을 지휘하는 모든 장교들과 교신하여 그들의 상황을 분명하게 청취한 후 각자가 해야 할 일을 명령했다. 작전참모 역활을 맡은 칼 에릭손 소령은 아군의 장갑 차량들을 마을 내에서 종대대형을 취한 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군벌들의 대전차 매복 화기에 관해 구스타프대령에게 보고했다.
구스타프대령은 작전장교 칼 에릭손 소령에게 장갑 차량 네대의 탑승인원을 하차시켜 매복중인 적의 대전차화기인 RPG-7 을 도보로 공격하도록 제안했으나 중간에 끼여드는 사람이 있어 실행하지는 못했다.
미군의 2개 중대 병력이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이곳을 통과하면 공항이 나오고 그 도로를 따라 진격하면 목표로 하는 호텔샤모가 보일 것이다. 미군은 원래 헬기로 지원공격만을 한다고 했다가 번복했다.
수잔 크로포드 중위가 가진 위치가 무시할 수 없는 가문의 딸이기 때문이었다. 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쉬 크로포드 상원의원이 노발대발할 것이 자명했다. 게다가 조쉬 의원의 집안은 대대로 군수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미군은 독자적으로 구출 부대를 급파한 것이다.
미군의 장갑차 16대와 지프 20대를 지휘해 수잔 중위를 구출하라는 명령을 받은 지휘관 안키로 오노 중령은 중얼거렸다.
"씨발, 수잔 중위가 대체 어떤 년이길래 이 많은 병사를 사지로 내몬단 말인가! 고위직의 애인인가! 퍽큐다."
티클하나 다치지 않도록 구출하라는 명령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안키로 오노 중령이었다. 도대체 말이 되지않는 명령이었다. 헬기 부조종사로 적지에 추락해 있다는 교신 내용을 생생히 듣고 그 곳에 몰려든 군벌의 병력은 대략 2만 명에서 4만명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더군다나 민간인들도 살고 있는 도심 한복판이라 더욱 어렵고 힘든 작전인데 인질을 상처 하나없이 구출하라니. 애꿋은 수잔 중위에게 욕을 해대는 안키로 오노 중령이었다. 생각같아서는 이런 말도 안되는 명령을 때려치우고 전역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었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은 너무 늙었기에 아들에게 그 희망을 걸고 있었다. 아들의 이름은 안톤 오노였다. 처음 스케이팅복을 입었을 때 가운데가 너무 볼록 튀어나왔다며 울고불고 떼를 쓰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일본계 미국인인 자신의 가르침을 군말없이 따라준 아들이 고마웠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게 있었다. 지금 안톤 오노는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친구인 MB 코믹스와 대마초를 피우고 있는 중이었다. MB 코믹스는 이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군에 지원한 MB 노믹스의 아들이다.
"누군가?"
"우리는 미군이다. 독자적으로 호텔 샤모까지 진격하겠다. 스웨덴군의 양해를 바란다."
구스타프는 갑작스런 미군의 등장보다 지금 교신 내용이 더욱 황당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작스런 단독행동이라니, 같이 싸우는 다국적군은 미국의 허수아비인가. 충분히 사전교섭을 통해 작전을 짜야하는 것이 동맹군의 수칙아니던가.
"경고하겠다. 들어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고 기다려라. 우리가 먼저 진입하겠다."
협소한 도로에 또 하나의 장갑 차량을 밀어넣는다는 것은 하나도 유리할 것이 없었다. 작전 장교 칼 에릭손과 중대장 카알 테닐손 대위가 마을 동쪽 부근에서 적의 대전차무기와 박격포탄을 이용해 아군을 공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