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4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지구의 여러 곳에서는 분쟁과 전쟁이 항상 벌어지고 있고, 그 분쟁과 전쟁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
또한 이런 분쟁 속에서 어린아이들까지 총을 들고 분쟁과 전쟁의 참화속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해 장애자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아동 군사비율이 높다고 한다. 독재자들과 전쟁을 통해 부를 거머쥐려는 세력들이 이제 연필과 책을 들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배워야 할 시기에, 사람의 머리에 총알을 어떻게 잘 박아넣어야 죽일 수 있는가를 훈련시켜 어린 아동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분쟁지역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불순한 자들이 있다. 바로 음성적으로 자생하는 무기상들이다. 소말리아도 예외가 아니다. 각종 무기들은 예멘을 통해 소말리아로 들어온 것들이며, 대부분의 군벌들은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에서 무기상들을 통해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군벌들은 유엔의 식량과 구호물품을 무기상을 통해 넘기고 무기상들은 군벌들에게 온갖 종류의 무기들을 판매하는 것이다. 자바리는 저명한 무기상이자 사업가로 아이디드파의 군벌과 아토파의 군벌 양쪽을 위해서 일하는 압둘라 알리와 친해지도록 자히라를 소개했다.
한달 전 자바리는 자히라를 의도적으로 만났다. 그녀는 바레 정권이 무너지기 직전에 미스 소말리아에 뽑힌 미녀였던 것이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사내인 자바리조차도 다리가 후둘거릴 정도로 그녀의 미모에 감탄했다. 자히라는 매우 아름답고 섬세하고 연약해 보였으며 남자라면 누구라도 그녀를 갖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키는 도도한 분위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나도 이렇게 흔들리는데, 군벌들의 거물이나 무기상의 거물들이 저 여자를 갖고 싶어하겠군.'
그녀는 해외 유명잡지의 모델로 발탁되어 국외로 나가게 되었다. 그 와중에 정권이 무너지고 내전이 발발한 것이다. 그녀는 부모와도 연락이 두절되어 생사를 알지 못했다. 한달 전 생면부지의 자바리로부터 연락을 받아 이렇게 소말리아로 돌아온 것이다.
그녀가 자바리를 소말리아와 접하고 있는 케냐 국경 동쪽부근의 마카호텔에서 만나 알게된 소식은 놀라웠다. 그녀의 부모와 남동생들이 모하메드파에 의해 죽었다는 것이다. 그가 서류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자히라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사진을 쳐다보았다. 곧 자히라는 큰 충격에 빠진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내지른 소리에 놀라 호텔 라운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보았다. 하지만 자비라가 신경끄라는 듯 손짓을 이내 신경을 꺼버리고는 각자 자신들의 일을 보았다.
자히라는 큰 충격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수그린 채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창자가 쏟아지고 손발이 짓뭉개진 아버지의 고통스런 얼굴과 수많은 남자들의 정액받이가 되어 죽어버린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창자를 쏟고 죽은 남동생의 사진이 그녀 앞에 놓여있었다.
"오우, 하나님! 제발!"
그녀가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제발 이것이 꿈이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아이디드파 군벌들이 저지른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 미국도 원치않는 일입니다. 이슬람세계를 부르짖는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거짓이고 실상은 학살과 강간, 방화를 통한 사회불안 조성과 무정부상태죠."
후에 진실을 쫓는 바람의 언덕 방송에 의해 알려지게 되겠지만 그녀의 부모님과 남동생을 죽인 범인은 다름아닌 CIA 였다.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 진실을 덮고 거짓을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만! 그만! 흑흑흑!"
자비라의 다그치는 말투에 열 여덟 자히라는 발작하듯 소리를 질렀다. 자비라가 팔을 그녀의 어깨에 두르며 진정시키려 하자 그녀는 그의 팔을 뿌리쳤다. 그녀가 다시 앉으며 경련을 일으키며 마구 소리를 내지르자 자비라가 미리 준비했는지 손짓을 하자 바로 옆 테이블에서 대기하던 의사가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 진정제를 주사했다.
자히라는 마카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자비라는 그녀에게 복수와 소말리아 국민으로서의 의무, 그리고 미국에 협조하면 얻게 될 혜택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충격에서 가까스로 벗어나자 그녀는 복수를 다짐했다. 필요하면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라도 하겠다고 그녀 스스로 다짐했다. 그래야 죽은 부모님들과 남동생이 편히 쉴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부모님은 교육을 받으셔서 자히라에게 할례를 강권하는 부족의 권유를 거부했다. 그것으로 인해 부족안팎에서 말들이 무성했다. 딸이 저주를 받아 부모들은 곧 죽을 거라는 애기에서부터 부족의 권유를 거부해 삼대가 곧 멸망할 거라는 말들까지 저주스런 말들이 그녀 집주변으로 쉴 새없이 나돌았다.
그런 부모였기에 그녀가 느끼는 슬픔은 더욱 컸다. 아프리카에서는 열 살에서 열 네살 무렵의 여자들은 면도칼 하나에 의해 클리토리스가 통째로 잘려나가는 고통을 겪어야했다. 그리고 그 상처부위를 대충 꼬매고 후에 남편 될 사람이 실밥을 푸는 것으로 여인으로 인정했다.
압둘라 알리는 자히라에게 금방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러 번 초대를 받아 방문한 자히라가 미군과 다국적군의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했기 때문이었다.
자바리가 예상한대로 알리가 두 군벌의 거물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자히라가 유용한 수단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알리는 아이디드파의 서열 두번째 압둘라 셰룸소령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셰룸소령은 알리의 저택을 가끔 방문했다. 민병대로 이루어진 삼엄한 경비를 통과해 알리를 만날 때마다 그의 곁에는 항상 자히라가 함께했다.
자히라를 이용해 셰룸소령을 통제하려던 계획은 점차 이루어가는 듯 보였지만, 군 당국에서 눈치채고는 CIA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바람에 그를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여태까지의 노력을 무시하고 군정보부에 넘기자니 배가 아팠다. 사촌이 땅을 사면 이유없이 아픈 것이 전세계인의 공통된 점인가보다.
그러던 와중에 스웨덴 공주가 수도 모가디슈의 호텔샤모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CIA였다. 그래서 자히라가 흑인 여성인점을 이용해서 그녀와 알리와 부하들, 셰룸까지 가세해 빅토리아 공주를 중간에 가로채기로 했다. 성공한다면 스웨덴을 국제사회에서 꼭두각시로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엄청난 도박을 걸고 하는 것이다.
자히라와 알리와 그의 부하들은 수도 모가디슈의 북부에서 셰룸소령과 만나기로 했다. 만난 후 호텔샤모를 향해 같이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3대 군벌은 수도 모가디슈 탈환작전을 진행중이어서 큰 탈이 없는한 호텔샤모까지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으리라 내다보았다.
그들이 탄 트럭이 황야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출발하자 뜨거운 정오의 태양빛이 저주를 퍼붓듯 더운 열기를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