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3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빗발치는 기관총탄과 소총탄이 조종석으로 집중됐다. 강화유리를 뚫은 탄환이 순식간에 죽은 조종사의 머리와 가슴에 여러번이나 명중했다.
헬기의 미니건 사수인 막버슨 병장은 요동치는 기체에 매달려 분당 3000발의 대응사격을 퍼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상병을 부축하던 멀더 병장이 저격탄을 맞아 즉사했고 다른 부상자도 총탄을 맞고 머리가 터져 나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멀더 병장과 함께 쓰러진 부상자는 살기위해 호텔을 향해 기어갔다.
수잔 중위는 땅에 납작 엎드려 기어가는 부상병을 돕기 위해 나섰다. 그 순간 MB 상병이 살려달라며 수잔 중위의 발을 잡고 늘어졌다. 수잔 중위는 붙잡은 그의 어깨를 잡고 호텔로 질질 끌었다. 이어 호텔로 기어오는 부상병의 어깨를 잡고 끌었다.
막버슨 병장은 소총과 탄약을 챙겨들고 헬기를 빠져나와 수잔 중위가 있는 곳으로 달려나왔다. 총알이 헬기쪽으로 집중되었다. 순식간에 헬기는 화염에 싸이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하얀 섬광이 터지면서 하늘을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였다.
호텔의 문에 도착한 MB 상병은 헬기의 잔해를 피하고자 문을 닫고 숨어버렸다. 막버슨 병장과 수잔 중위가 도착해서 문을 두들겼지만 MB 상병은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헬기의 잔해는 계속해서 이곳저곳으로 비상했다 떨어졌다. 불붙은 시뻘건 쇳덩어리가 수잔 중위를 덮치려했다.
곁에 있던 막버슨 병장이 수잔 중위를 밀치고는 자신이 그대로 잔해를 몸으로 받아 그자리에서 즉사했다. 입과 가슴 상처에서 꾾임없이 피가 흘러나와 주위를 적셨다.
수잔 중위는 막버슨 병장으로 인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가 죽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벽에 기대며 숨을 고르고 있던 부상병도 저격수가 쏜 탄에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수잔 중위는 다급히 몸을 낮추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때문이다. 막버슨 병장이 놓친 소총과 탄약을 들고 그들을 노리고 있는 저격수를 필사적으로 찾았다.
수잔 중위는 절망감을 느끼며 저쪽에 자리한 나무들을 발견했다. 호텔이 밋밋해서 아마도 사장이 심은 것 같아 보였다. 소말리아에 있는 땅딸보 올리브나무도 아니고 선인장도 아닌 것이 빽빽히 심어져 있었다. 그녀는 살기 위해 포복으로 나무까지 기어가기 시작했다.
총알이 땅바닥에 맞으며 돌조각이 튀었다.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악착같이 기었다. 두 손가득 소총과 M60 그리고 탄약까지 챙기느라 힘들었지만 구조대가 올때까지 버티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성기는 아까 부터 일어나 호텔 너머 건물지붕에서 쏘고 있는 두 명의 흑인 병사들을 발견했다. 추락한 헬기에서 생존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성기는 학교 선배들 가운데 운동권 출신의 선배들로부터 미국이 저지른 온갖 일들을 겪어 그렇게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몇 시간 전의 일들을 일으킨 흑인 병사들도 그에 못지않게 잔인했다. 성기는 미국 마크가 찍힌 헬멧을 쓰고 있는 조종사를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조용히 K2 소총을 들어 가늠쇠로 흑인 병사 두 명을 겨누기 시작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했다. 성기는 여유를 가지고 가늠쇠 안으로 또렷히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성기가 자신에게 단 한발의 총알이 있을 뿐이라고 꾾임없이 최면을 걸고 있었다. 군장 안에는 만일을 대비해서 실탄이 장전된 탄창이 스무개가 넘게 있었다.
흑인 병사가 들고 있는 AK 소총은 7.62mm탄을 사용해서 M16 이나 K2 같은 소총에 비해 월등히 긴 유효사거리를 갖고 있었다. 성기는 그 점이 걱정될 뿐이었다. 저 둘 말고도 K2 소총의 유효사거리를 벗어나는 지점에 또 다른 적들이 있다면 최대 위기가 될 뿐 아니라 괜시리 위치만 노출될 수도 있었다.
성기는 믿지않는 예수님과 알라신 그리고 부처님들을 떠올리며 기도했다. 맘이 놓이지 않는지 존경하는 이순신장군과 롬멜장군, 안중근을 떠올리며 원샷 원킬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빌었다.
대략 흑인병사들과의 거리는 70에서 80m 정도였다. 드디어 가늠쇠 안으로 흑인 병사 한명이 크게 보였다. 방아쇠에 걸린 검지를 당겼다. 성기가 쏜 총알이 흑인 병사의 등판에 맞았는지 피가 홍건해지며 흑인병사는 고개를 떨구었다. 다른 흑인 병사는 놀랐는지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피더니 옆의 동료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K2 소총을 들어 또 다시 남은 흑인 병사를 표적지로 삼았다. 성기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살아남은 그 흑인 병사가 자리를 뜨면 피곤한 상황이 연출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누가 보더라도 바닥을 기고 있는 수잔 중위가 쏘았다고는 생각지 않을테니 말이다.
가려진 나무 사이로 또다시 총알이 발사되었다. 흑인 병사의 옆구리에 정확히 명중했다. 성기의 사격 솜씨에 반한 애드자이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무어라 떠들었는데 영어가 약한 성기는 통 알아듣지를 못했다.
"You did it suprisingly!"
이어 그녀는 성기의 뺨에 살며시 뽀뽀를 해왔다. 성기는 흑인 소녀의 갑작스런 뽀뽀에 당황했는지 가만히 있었다. 애드자이는 한번 더 용기를 냈는지 성기의 입술에 수줍게 키스를 했다. 성기는 이런 상황에 키스를 한다는게 내키지가 않아서 그녀를 살며시 밀쳤다.
성기가 하필이면 만진 곳이 그녀의 가슴이었다. 티 아래 무언가 둘둘말은 천조각이 가슴부분에서 만져졌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성기는 그녀에게 고의가 아니었음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영어가 되지않아 눈에 진심을 담아 말했다.
"쏘리! 아임 쏘리!"
이어 성기는 나무를 향해 기어오다 총소리에 놀라 그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수잔 중위를 향해 재빨리 튀어나갔다. 그 순간 다른 곳에서 수잔 중위를 향해 쏘았는지 헬멧에 총알이 두번 강하게 명중했다.
수잔 중위는 헬멧을 울리는 강한 충격에 순간적으로 기절했다. 뜨거운 곳에서 헬멧을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던 것이 목숨을 살린 것이다.
성기는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잡고 나무사이로 질질 끌었다. 나무 사이로 내려놓고 무거운 헬멧을 벗기자 진갈색 머리가 풀어헤쳐지며 그녀의 조각같은 얼굴 주변으로 폭포수처럼 휘돌았다.
"우와!"
성기는 그녀의 미모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보이네 공주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 미모였던 것이다. 그녀의 목에 대고 숨쉬는지 체크를 해보니 숨을 쉬지가 않았다.
다급히 그녀의 상의을 풀어헤치고 풍만한 젖가슴을 가린 브래지어가 나타났다. 성기는 이건 생명을 살리려는 응급처치라고 생각하며 왼쪽 젖가슴 아래부위를 강하게 여러번 압박했다.
손안 가득 물컹거리는 느낌이 성기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다시 여러 번 압박하고 입을 열고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구체적으로 배운 것은 없지만 영화나 의학드라마에서 본 그대로 따라했다.
상큼한 입냄새가 성기의 신경을 자극했다. 순간 그의 침이 고이더니 그대로 수잔의 입속으로 떨어져 목젖을 타고 넘어갔다. 성기는 이런 줄도 모르고 연신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잠시 후 성기의 노력덕분인지 정신을 차리는 수잔이었다. 깨어난 그녀는 주변을 살피더니 상황 파악이 끝난 듯 성기를 바라보았다. 그 뒤의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다만 성기를 바라보는 수잔의 눈빛이 여간 뜨거운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그 눈빛은 마치 오랜 동안 헤어져 있던 남편을 보는 부인의 눈같다고 할 수 있었다.
*****전투 장면을 나름대로 현장감있게 쓴다고 쓰는데 잘 쓰는 것인지......
2005년도 제가 쓴 복수전기나 절대자2는 확실히 문장력이 지금보다 낫다고 할 수 있죠.
글을 다시 쓴 지 얼마 안되었으니 조만간에 그 실력의 반이나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그리고 아실 지 모르지만 제가 높은 데 끌려가면 연재는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독자님들은 소문내지 마시고 조용히 읽어만 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