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9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오후 4시 무렵 스웨덴 군이 주축이 된 구조대는 임시로 마련된 합동작전캠프를 떠나 포르투갈군, 말레이시아군, 파키스탄군, 네팔군, 인도군들과 합류하기 위해 호텔샤모와 2Km 떨어진 모가디슈 국제공항의 진입도로로 출발했다.
스웨덴군은 단 두명의 여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남자들로 이루어진 낙하산레인저 특수부대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산악특수전2개중대와 합류하여 병력은 거의 300명에 육박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포르투갈군의 장갑차인 독일제 '콘도로'였다. 콘도르는 병력수송용 장갑차로서 한대당 6명이 탑승할 수 있었고 앞부분에는 운전자가 있었고 뒤에는 사수를 위한 총구멍이 나 있었다.
파키스탄군의 탱크는 러시아산 T80 이었다. 트럭으로 이루어진 긴 대열이 도착할 무렵 장갑 차량들은 출동 태세의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당장은 출발할 수 없었다. 다국적군만큼이나 차량들도 제각각이어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섣불리 출동하여 지휘체계가 무너져 전멸을 당할 수도 있으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장교들에게 돌아와 군생활과 안녕을 고해야 했기에 말이다.
요한 구스타스대령은 포르투갈군등을 포함한 각군의 장교들을 소집했다. 장갑차 뒤편에 탁자를 설치해놓고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요한 구스타프대령에게는 천만다행으로 각군의 장교 대부분이 영어를 했다. 다국적군 장교들 사이에 약간의 논쟁이 일었다.
"지금 모가디슈는 너무나 위험한 지역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근처까지만 지원하고 빠질겁니다. 구출은 스웨덴군이 알아서 해주기 바랍니다."
"아니, 지금 우리 스웨덴이 한 명만 구하자는 겁니까? 수도 모가디슈의 남부지역을 탈환하는 것이 목표잖습니까?"
"대령님! 남부지역의 탈환이라면 우리 병력으로 가능합니까? 말도 안되는 명령때문에 제 부하를 죽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뭐요? 우리도 목숨을 걸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미군이 헬기로 지원해준다고 약속 했으니 그대로 강행합시다. 이렇게 우리가 밀린다면 군벌들에게 모가디슈뿐만 아니라 소말리아 전체를 넘기는 꼴이 된단 말입니다."
"그래도 위험한 작전은 감행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도 파키스탄군과 마찬가지입니다."
"대령님! 우리도 파키스탄군과 같은 입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알겠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그럼, 무엇이 우리를 생각하는 작전인지 잘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파키스탄군의 장교들이 나가자 포르투갈군, 말레이시아군, 네팔군, 인도군 장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렇게 나온 것은 어찌보면 자국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다국적군의 생리상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웨덴군의 장교들은 파키스탄군이 저지르는 그 더러운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식량배급하던 도중 남자애들과 남자어른 들은 빠르게 배급을 실시했고 여자들은 천막 안에서 배급이 이루어졌는데 그 곳에서 성매매를 한다고 소문이 자자했었다.
실제로 파키스탄군 일부가 매독과 에이즈등에 걸려 본국으로 송환되기도 했었다. 그 일로 인해 각국의 장교들은 파키스탄군 장교들을 뒤에서 엄청 씹었다.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왔다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채운다는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서 대놓고 하지는 않았다. 각국의 장교나 병사들이 은밀히 소말리아 여성들에게 식량을 미끼로 성매매를 한다는 제보가 공공연히 나돌았기 때문이었다.
요한 구스타프는 각 군의 장교들에게 양보를 해야했다. 서둘러 빅토리아 공주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공주의 헌신과 애국의 이미지를 매개로 자국 여성들의 의무복무제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령은 각 군의 장교들을 불러 그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래서 장갑차를 운전한 운전수와 사수는 안에 그대로 있고 자국의 병사들만 내려서 전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대신 각국의 병사들에게 지원 업무를 확실히 하라고 요구했다. 각 국의 장교들은 기분좋은지 미소를 연신 띠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이 모든 부대를 하나로 연결할 통신체계가 없었기에 급작스럽게 핀란드군에게 지원받은 노키아 무전기를 각 차량마다 지급하기로 했다. 아군끼리 교전을 벌이는 오인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사격 통제 순서를 만들고 호출 부호와 진입 경로를 지도를 보며 정했다. 기타 부수적인 사항도 협의해 마무리를 지었다.
그 순간 한국군은 성기의 상황을 전혀 몰랐다. 대부분의 한국군은 기지 건설과 도로 보수작업에 편성되어 있어 호텔 상황을 알지 못하다 그 날 저녁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지금 자국의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구조대가 떠나는 시점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부대원들의 눈에는 트럭이나 장갑차나 목숨을 보장할 수단은 마찬가지였다. 트럭에 타고 있다가 눈알없는 총알에 벌집이 되거나 장갑차에 타고 있다가 유탄이나 폭판에 통구이가 되든가 어찌되었던 죽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각국의 병사들이 망설이며 장갑차에 올라탔다. 장갑차는 철저히 밀폐된 채 작은 구멍만 나 있었기에 밖의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실려갔다. 스웨덴군이 보기에 파키스탄군이나 말레이시아군이나 포르투갈군은 미개한 원주민과 다를 바 없었기에 그들이 운전한다는 사실도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한국군의 의무지원단은 모가디슈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오늘 아침에 도착했다. 먼 후방에 일본의 여성자위대로 이루어진 의무지원단도 있다고는 하지만 일본측은 민간인과 북미와 남미의 군인들까지만 의료구호 활동에 제한을 두었다.
도착하자마자 수도의 급박한 상황에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의 특별 지시로 수도 모가디슈에서 후퇴한 나라의 병사들을 지원하는 것이 제일 먼저 떨어진 명령이었다.
의무지원단의 한아름 중령은 외과출신으로 군의관으로 복무한 지 꽤 되었다. 타고난 미모로 남성 장교들이 추파를 던지며 접근했지만 자신의 유일한 취미이자 생의 목표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외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투복이 피투성이 된 군인들이 여기저기서 실려왔다. 땀을 흘리며 한아름은 부상자들이 내리는 것을 돕고 있는데 의무병들이 서둘러 발견하고는 급히 달려와 도왔다.
"한중령님! 여기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아냐! 너희들도 도착해서 한숨도 쉬지않았는데."
"아닙니다. 한중령님! 오히려 한중령님이 걱정됩니다."
"그만둬! 난 괜찮단 말이야!"
의무병들은 한중령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은 척도 안했다.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고 사방이 피투성이에 절인 병사들의 모습이 넘쳐났다. 똑바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지만 괜찮았다. 한중령은 자신의 손으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그때 '바람의 언덕' 이라는 마크가 선명히 찍힌 티셔츠를 입은 방송기자가 다가와 부상입은 군인들과 그들을 치료하는 간호사와 의무병을 바라보며 카메라에 대고 무어라 떠들었다.
바람의 언덕은 한국계 CNN을 꿈꾸는 천성녀씨가 세운 회사였다. 그들은 거대 자본에 맞서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목숨을 내걸고 위험한 상황도 마다하지 않았다.
***** 제글의 매니아들인 독자님들의 닉을 무단으로 사용한 점 미안합니다. 하지만 제글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출연시키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