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7 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자들 -- >
금발 미녀의 왼쪽 어깨에는 총알 자국이 움푹 파져있었다. 성기는 조심스레 어깨 상처부위를 감염되지 않게 군장 속에서 구급약으로 챙겨두었던 빨간 약을 꺼내 조심스레 발라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고통스러운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통증으로 인해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녀의 묶어올린 금발을 성기는 무의식적으로 풀어주었다. 길고 투명한 금발이 그녀의 얼굴주위에서 휘몰아치며 그녀의 미모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성기는 순간적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와우! 죽인다."
그녀가 계속해서 신음성을 터뜨리자 성기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휴지에 물을 묻혀 그녀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성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바로 성기는 자신의 허벅지를 베개삼아 그녀의 머리를 받쳐주어 편히 눕게 만들었다. 눈을 감은 그녀는 의식을 잃었는지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성기는 그제서야 나무 사이로 전방을 두리번거렸다. 좀전만 해도 바삐 움직이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지금은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헬기 소리와 총성을 계속해서 들렸다. 그러나 헬기 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총소리는 점점 가까이 들렸다. 그러다 간혹 비명소리까지 들렸다.
"으악!"
성기는 무서움에 손발이 마비될 정도였다. 죽음이라는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단어가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다짐하자 손에 쥔 K2 소총을 꽉 움켜잡았다.
총성은 꾾임없이 이어졌고 사방으로 총을 쏘는 것 같았다. 아이디드파를 포함한 군벌들은 한 곳이 아니라 사람 많은 장소에서 수백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싸운다. 그래서 전투가 사방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상황은 최악이었지만 성기는 자신이 총성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기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에 군장을 받쳐주었다. 이어 다리가 저리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총을 움켜쥐고 호텔로 뛰어들어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총을 쏘면서 수 많은 흑인들이 길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길바닥에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애 할 것 없이 죽은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아래 미국인으로 보이는 사복 경찰 복장의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그 남자는 다리와 옆구리에서 피를 흘렸고 몸을 숨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길 양쪽으로는 허름하게 회반죽한 돌담이 서 있고 작으마한 올리브 나무와 선인장 덤불이 있는 골목이 무수히 얽히고 설켜 있었다.
골목에서 먼지를 피우며 트럭이 접근해 그 남자 주변으로 접근하자 사방에서 총알이 빗발쳤다. 총알이 트럭에 박히는 소리와 함께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가 함께했다.
차는 펑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불붙은 타이어가 떼굴떼굴 굴러가다 벽에 부딪치며 쓰러졌고 차는 불이 붙으며 돌담과 부딪쳤다. 짙은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웠고 화약과 불꽃 냄새가 진동했다.
호텔샤모와 주변 건물의 회칠한 콘크리트 블록 벽마다 총알 구멍이 깊게 패였다. 전장의 소음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소음이 심했지만 점점 그 소음에 익숙해지는 듯 보였다. 성기도 더 이상 총소리만으론 놀라지 않았다.
이러는 동안 호텔의 주방에서 일하던 소말리아 남자 와이디스 먼데바는 주방내 깊숙한 곳에 숨겨둔 총을 꺼내 그동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와이디스가 보기에는 이 호텔에서 일하는 소말리아인들 가운데 자신을 제외하고는 제국주의에 동조하며 다른 나라에 기생하는 벌레같았다. 배고픔과 멸시에 시달리는 동족들을 도울 생각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기회주의자들 이었다.
피를 흘리며 주방 바닥에 쓰러진 흑인 동료들을 벌레 보듯이 쳐다보았다. 아직까지 숨이 붙어있던 뚱뚱한 주방장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에 총을 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 객실과 이어진 복도로 사라졌다.
와이디스는 호텔 문뒤로 숨어있는 모하비 가족을 발견했다. 그는 숨을 죽이며 그들의 등뒤로 다가갔다. 모하비는 숨을 헐떡이며 안타까운 생에 한조각을 붙들고 있었다.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모하비를 끌어안고 있어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자녀들은 모하비의 손을 잡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여보!"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여보!"
"여보, 나....난 가망이 없어. 나를 여기 놔두고....우욱! 어서 여길....."
"흑흑흑....."
"아빠!....."
"아버지!"
모하비는 부인과 아이들을 남긴 채 죽은게 억울한지 두 눈을 뜬 채로 숨을 거두었다. 부인과 자녀들은 오열하며 눈물이 쏟아졌다. 비록 정보를 팔아 연명했지만 남편은 누구보다도 가족을 아끼었다. 그로인해 손가락질도 수없이 받았지만 말이다.
와이디스는 통곡하는 그들에게 다가가 조용히 총을 겨누었다. 슬픔에 빠져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모하비의 부인과 자녀들은 기겁했다. 부인은 자녀들의 앞으로 나서며 자신의 몸으로 가렸다.
"손 들어!"
"뭐하는 거에요?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에요?"
"조용히 안해! 내 말을 안들으면 여기서 다 죽여버리겠다. 죽은 니 남편처럼 만들어줄까!"
남편처럼 만든다는 말에 부인과 딸은 무서워하며 손을 들고 조용히 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들이 가만히 있자 와이디스는 발길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안 해!"
와이디스의 발길질에 아들은 그대로 바닥에 팽개쳐지며 외마디 비명을 토했다.
"악!"
모하비의 부인인 아이샤는 아들의 비명소리에 저도 모르게 쓰러진 아들을 살폈다. 그녀의 황급한 움직임에 긴치마가 올라가며 허벅지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와이디스는 그녀의 흑갈색 허벅지 속살을 보며 가운데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흑갈색 젖가슴의 깊은 골도 살짝 보이는 것이 무척이나 육감적이었다.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인해 사고로 죽은 부인의 얼굴이 떠오른 와이디스였다. 부인이 죽고 난 10개월 동안은 젊은 남자의 욕망을 맘껏 배출하지 못했었다.
대부분의 소말리아인들은 남녀를 망론하고 앙상했지만 눈 앞의 중년 여인과 그 딸들은 잘 먹어서인지 살집이 붙어있어 보기에 좋았다.
군침을 삼키며 와이디스는 모하비의 부인인 아이샤에게 음란한 시선을 던졌다. 이어 와이디스는 바로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채고 일으켰다.
"아악!"
"조용히 해! 아들을 죽이고 싶지 않으면!"
그리고는 와이디스는 거칠게 그녀의 면티에 손을 집어넣었다. 큼지막한 손에 한가득 물컹한 젖가슴이 만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