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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8 회: 내가 왜 소말리아에 파병되는데? 왜? -- > (48/230)

< -- 48 회: 내가 왜 소말리아에 파병되는데? 왜? -- >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성기를 빤히 쳐다본 여장교는 자신도 모르게 담요속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성기의 허벅지를 지나 굵직한 남성이 만져졌다. 그녀는 성기의 남성을 담요속에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여태까지 상대했던 남자들은 풋고추였어. 풋고추라는 사실을 성기의 남성을 어루만지며 깨닫는 여장교였다.

여장교는 남성의 끄트머리를 살짝 쥐었다. 그러자 성기가 몸을 뒤척였다. 성기가 깨어나는 줄 알고 화들짝 놀란 여장교는 서둘러 손을 빼내었다. 잠시 입술을 깨물고 화가 난 여장교는 성기를 흔들어 깨웠다. 성기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정신이 없는지 여장교가 있는데도 벌떡 일어나질 못했다.

"천일병, 일어나 옷입고  좌석으로 돌아가! 곧 착륙한다."

"아,네! 알겠습니다."

여장교는 말을 하는내내 성기의 불룩 솟은 부분을 빤히 쳐다보았다. 잠에서 깬 성기는 눈치를 차리지 못했다. 여장교는 입맛을 다시며 뒤로 돌아 나가버렸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말이다.

성기는 일어나 의복을 갖춰입었다. 군화까지 챙겨신고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동기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떠들 수는 없었다. 착륙이 불과 5분 남았기에 장교들이 딴짓하지 말고 승무원들의 지시에 따르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잠시 후 그들을 태운 BK-737은 두바이 Jubba Airways 3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 앞뒤 좌측문이 열리며 승객들이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다.

이 두바이 공항에서 2시간여를 기다려 소말리아행 비행기를 타야했기에 한국의 파병군도 내렸다. 그들이 안내를 받아 이곳저곳을 거쳤다. 그리곤 택시를 나누어서 타기 시작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 쭉 늘어선 택시를 타니 되려 택시가 모자를 지경이었다.

두바이 Jubba Airways은 1, 2, 3공항이 있다는데, 그 공항사이를 이동하는 수단은 택시밖에 없다고. 참 죽일 놈의 상술이라고 느끼는 성기였다. 우리나라도 버스를 없애고 공항에 죄다 택시밖에 없다면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택시를 탈 것이니 얼마나 경제에 도움이 되겠는가!

성기가 간 곳은 2공항으로, 주로 중동과 동아프리카쪽을 운행하는 항공사나 저가항공, 개인항공이 주를 이뤄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중동사람들은 여행다니면서 이삿짐을 가져가나보다. 보이는 중동사람들은 죄다 카트에 한가득 짐을 싣고 다녔다. 우리처럼 간단한 배낭을 메고 다니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기가 어려웠다. 한국군 모두는 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기다렸다.

여기저기 바닥에 앉아 배낭을 끌어안고 고개를 기대며 자기 시작했다. 성기도 자려고 하는데 저기서 보이네 공주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동기들에게 들키면 큰일인데 라고 생각하는 성기다. 또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 볼텐데. 대답할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낯선 땅에서 승무원, 그리고 네명의 여성들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꼬셨는지 분명히 물을 텐데 말이다. 성기 자신도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도통 감을 잡지 못했다. 그저 다가오는 여자 막지 않았다라고 대답하기에는 너무나 궁색했다. 자신의 얼굴이 꽃미남이 아니란 것은 길 가는 누구나 알기에 말이다. 아니, 삼척동자도 알테니 굳이 물을 필요없다는 것은 본인이 더 잘았다.

서둘러 일어난 성기는 동기들에게 화장실 다녀온다고 말했다.

"빨리 다녀와!"

"알았어."

"저 새낀 아까도 가서는 함흥차사되더만...."

"아니야, 이번엔"

성기는 되려 짜증을 부렸다. 그는 동기들 눈에서 급히 사라졌다. 장교들도 말릴 틈도 없이 쏜살같이 사라졌기에 말이다. 여장교만이 일어나서 자신이 데려오겠다고 말하곤 성기를 쫒아갔다.

성기는 공항 에스컬레이터 뒤편으로 달려갔다. 바로 앞에서 스커트를 펄럭이며 뛰어오는 보이네 공주가 보였다. 바로 뒤에 여승원들과 성기를 기분나쁘게 쳐다보는 남자승무원들이 마찬가지로 뛰어왔다. 공주가 성기의 품에 안겨왔다. 

상큼한 여체의 체취가 깊이 성기의 코로 맡아졌다. 깊은 숨을 쉬며 그녀의 향기를 깊숙이 느끼는 성기다. 공주는 그에게 입술을 포개며 혀를 내밀었다. 공주의 혀와 성기의 혀가 엉켰다.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성기와 공주는 아쉽지만 떨어져야 했다. 공주는 물기 가득한 촉촉한 눈으로 성기에게서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메모를 건네주었다. 성기도 삐뚤빼뚤한 영어로 한국의 주소를 적어 전했다. 보석을 손에 쥔듯 성기의 메모를 소중히 여기는 공주였다.

그리곤 성기에게 뺨에 뽀보하고는 등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남자승무원들 역시 따라갔다. 다만 성기를 죽일 듯 노려본 것 말고는. 여자승무원들은 남자승무원들이 보이지 않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성기의 양쪽 볼에 입술을 대었다.

영문을 몰라 당황하는 성기의 귀에 뭐라고 주절거리더니 사라졌다. 성기는 저 여자들은 또 뭐지! 야, 내가 마음먹어서 안되는 여자가 없는 건가!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을 숨어서 지켜보는 여장교였다. 여장교는 저런 쳐죽일놈이라고 생각했다. 한 여자와 그런 것도 모자라 직장 동료인 여자 둘과 불륜을 저지르다니. 

자신은 아직 맛보지도 못한 성기를 저 아름다운 이국여성들이 먼저 선점했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한국군은 2시간 이후 도착한 프로펠러비행기로 갈아탔다. 프로펠러로 돌아가는 낡은 비행기는 당장이라도 추락할 것 같았다. 게다가 승무원들이 아까와는 크게 차이가 났다. 모조리 아줌마처럼 나이 든 승무원들이었다.

눈요기도 없으니 모두들 잠만 청했다. 성기가 잠에서 깨보니 벌써 소말리아에 도착했는지 승무원들이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다녔다. 잠시 후 기장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몇분 뒤 성기와 동기들은 소말리아에 도착했다. 

성기와 동기들은 아프리카 여자들의 환상적인 속살맛에 꿈에 부풀었다. 성기도 좀 전에 나일병에게서 돈을 빌리기로 했던 것이다. 외박이 허락된다면 모두들 여자를 깔리고 밤새도록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새벽 1시 20분, 소말리아 시간으로 오후 7시 2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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