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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 회: 내가 왜 소말리아에 파병되는데? 왜? -- > (47/230)

< -- 47 회: 내가 왜 소말리아에 파병되는데? 왜? -- >

보이네공주는 성기가 자신이 승무원이 아니고 공주란 것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늘 자신의 신분때문에 남자들은 비굴하게 친절을 베풀고 아부했다. 그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것은 쓰라린 경험을 겪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여태 남자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눈 앞의 남자는 달랐다. 자신이 먼저 다가가 사랑을 구걸하다니.

네 여자가 성기와 끈적한 시선을 교환한 후 발을 돌려 나갔다. 이곳에 온 다른 승무원들도 냉정한 얼굴의 공주를 보고는 슬슬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녀는 화가 나며 국왕과 왕비, 오빠들도 말리지 못했기에. 남자 승무원들이 화난 표정으로 물러났다.

성기의 눈에 지금 눈앞에 있는 보이네의 표정은 예전 친구의 여친과 같았다. 예전에 친구가 양다리를 걸치다 여친 한명이 알고는 분노에 떨었던 기억이 났던 것이다. 하필 그 자리에 성기도 있어 성기친구에게 그 여친이 악의에 차서 퍼부어 댄 말도 떠올랐다.

"대그빡에 똥 밖에 안든 놈! 이 썩을 놈, 뒤져버려라!"

그게 단순히 악의에 받친 말이라고 해도 성기의 친구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성기의 친구는 그 이후 교통사고로 입원했다. 물론 크게 다친 사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성기와 성기친구는 여친의 저주에 찬 욕설때문이라고 믿었다.

보이네공주는 남자에 대해 잘 아는 듯한 사라진 네명의 여자들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성기를 되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을 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보이네공주는 밀려드는 불안과 싸우며 성기에게 다가갔다.

성기가 강하게 그녀의 턱을 붙들었다. 그의 검은 눈이 보이네공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난 당신을 영원히 풀어주지 않을 거에요, 내 사랑!"

그녀는 뜨거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어떤 말을 써야할 지 몰랐다. 그냥 마음에 떠오르는 단어로 내뱉었다.

"당신은 너무나 사랑스러워!"

성기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단지 그녀의 눈빛이 말해주는 애절함과 그녀의 온몸이 나타내는 사랑에 대한 갈구가 보였다. 공주는 입이 바짝 말랐다. 

그녀는 자신의 턱을 쥐고 있는 그의 손가락에 혀로 살짝 핥았다. 느리고 유혹적인 리듬으로 관능의 몸짓을 펼치는 댄서처럼. 성기의 귀에, 그녀의 귀에도 서로의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가 들렸다.

성기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살 돌리며 쓰다듬었다. 그녀의 아랫입술이 말라있어 까칠한 감촉이 느껴졌다. 자신이 그녀의 거친 입술을 젖게 만들어 주고 싶어졌다. 공주는 그가 자신의 입술에 키스할 것을 상상하자 얼굴이 붉어지며 몸이 뜨거워졌다.

그는 노골적인 소유욕을 드러내며 공주의 목을 감싸쥐었다. 그가 유혹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녀의 몸이 순간적으로 성기에게 기울었다. 둘은 부드럽고도 격정적으로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잠시 후 성기는 그녀의 감긴 눈을 핥으며 속삭였다. 

"하아.....당신은 내 거야!"

성기의 목소리에 공주는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워지며 하늘로 날아갔다. 그녀의 눈을 지나 코를 살짝 깨물고는 목을 핥아주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공주의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성기는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손바닥에 입술을 대고 핥았다. 그러자 공주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성기의 입술에 닿은 공주의 살갗은 따스했다. 공주의 여성적인 체취가 성기를 취하게 만들었다. 성기는 그녀을 차지하고픈 원시적인 욕구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기관차마냥 오직 앞을 향해 달릴 뿐이었다.

공주를 게걸스럽게 먹어버리고 싶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과 손바닥을 짖이기며 사나운 욕정을 배출하고 싶었다. 공주를 자신만의 것이라고 낙인찍고 싶다. 그래서 어떤 남자도 손을 대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 공주는 그의 품안에서 몸을 떨었다. 공주는 성기가 그토록 바라던 이상형이었다.

공주가 헐떡이자 성기는 잠시 입을 뗏다가 그녀의 입술을 다시 빼앗았다. 그 순간 아까 물러났던 남자승무원 둘이 다시 나타났다. 성기는 그들이 뒤에 있자 신경이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낀 공주도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를 보았다.

남자 승무원들 가운데 각진 턱을 가진 사내가 공주에게 말했다.

"공주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제발. 정신을 차리세요. 어디 정체를 알지못하는 남자와 열애에 빠지셨다는 것을 부모님과 오빠들이 아신다면 큰 일이 날겁니다."

"흥, 당신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부모님과 오빠들이 안다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 전 가족들의 뜻대로 결혼하지 않을거니깐."

"몇년째 공주님께 구애를 하신 왕족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그분은 두바이를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해주셨습니다. 자신의 사랑때문에 나라의 앞길을 망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것은 모든 두바이왕족들이 진정으로 바라지 않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성기는 그들의 대화를 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녀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고 각진 사내의 승무원은 질책하는 듯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공주를 데려가고 싶은 눈치였다. 그래서 성기는 공주에게 귓속말을 했다.

"고우!"

길게 말할 수 있는 영어를 알지못하기에 콩글리쉬를 했다. 공주는 그래도 알아들었는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성기에게 짧은 입맞춤을 하고는 공주는 등을 돌려 나갔다. 남자 승무원들이 노려보며 공주를 따라갔다.

'저 새끼들이! 눈을 파버릴까 보다! 째려보긴 뭘 째려봐!'

남자승무원들의 노골적인 적의에 괜시리 성기는 불쾌해졌다. 서둘러 젖은 담요를 치우고 서랍을 뒤져 새 담요를 꺼내들고 자리에 누웠다. 축축한 침대가 신경쓰였지만 어쩔 수없이 잠을 청했다.

"야, 성기가 안보인다."

"그 새끼 또 승무원들한테 수작부리러 간거아냐?"

"아까 그 난리에 어떻게 집적대겠냐? 그리고 성기가 말하는 영어 들어보니 순 콩글리쉬던데 그 실력으로 여자 승무원들을 어떵게 꼬시겠냐?"

수근이의 질타에 지원이가 지지않고 말했다.

"아무래도 수상해! 지난 번 유격장 근처에서 벌어진 일로 여자순경들과 연락처를 주고 받을 때부터 말이야."

그러자 이번에는 나일병이 나섰다.

"새끼야! 그거 말하지 말라고 했지. 난 아직도 꿈에서 널린 시체가 떠올라서 죽겠단 말이야. 피를 뿌리고 내장이 터져서 질질 흘러내린 시체들이 생생히 보인다구."

"아, 알았어! 그 시체들은 나도 떠올리고 싶지 않다구."

그들 뒤에 있던 이혁재가 끼어들었다.

"병신들아 아까 니들이 자고 있을 때 화장실 가던데..."

"이 새끼가 누구보고 병신이래! 너 죽을래 새꺄!"

"말 조심해!"

그들은 서로를 향해 티격태격했다. 그렇지만 주먹다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모두 징계를 먹는단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공주는 일을 하면서도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 성기와 같은 일행인 여장교를 찾아갔다. 여장교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며 기내의 끄트머리 승무원들의 휴식처로 쓰이는 곳으로 데려갔다. 거기에서 공주는 아까 보았던 성기와 1등석 고객간의 일을 설명해주었다.

1등석 고객은 남자인데 어째서 성기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또 행색을 보아하니 대기업의 사장이나 회장으로 보이는 그가 왜 성기에게 눈물을 흘리며 애정을 표하는지 여승무원 차림의 공주의 말을 들어보니 여장교도 미스테리한 일이라고 여겼다.

자신이 알기로는 파병부대내 방위들은 모두 해외에 처음 가는 것으로 인적사항에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 그들가운데 한명인 성기에게 저런 거물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예사일이 아니다. 알지 못하는 일이 성기에게 있다고 판단한 여장교는 알겠다며 자신에게 말해 준 공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여장교는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지 공주와 거침없이 대화했다.

***** 퓨전란의 <야수> 많은 관심과 추천, 선작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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