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1 회: 내가 왜 소말리아에 파병되는데? 왜? -- >
성기와 동기들은 그렇게 그들만의 대화를 소곤거렸다. 뒤에 있던 까까머리 방위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얼굴이 길쭉하고 턱이 삐죽 나온 것이 꼭 땅콩같이 생겨 성기와 일행들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킥킥킥"
"낄낄낄"
"푸하하"
"야, 남의 외모갖고 그렇게 웃는 거 아니다. 그만 웃어!"
"아, 알았어. 미안해!"
성기가 나서서 사과했다. 동기들도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미안해했다. 그는 괜찮다며 그들 모두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
"야, 조용히 하고 들어봐! 난 213연대 소속 무기관리병, 이혁재라고 해. 계급은 너희랑 같은 일병이거든. 나도 너희랑 같은 혈기왕성한 남자라서 엿들었어. 듣다가 참지못하고 끼어든거야."
혁재는 자신을 소개하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너희들 혹시 아프리카에 에이즈 걸린 사람이 많다는 말 들어봤냐?"
"뭔데? 에이즈가?"
이번에는 수근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듯 보였다.
"무식한 새끼들. 잘못 건들다가는 에이즈 걸려 죽어! 함부로 하면 병걸려 죽는다고. 참지 못하고 하려면 장화끼고 해야돼!"
"에이즈 걸려 죽는다고?"
"에이즈고 뭐고간에 장화끼면 느낌이 덜한데."
"그니깐 에이즈가 뭐냐고?"
지원이가 답답한지 다시 물었다. 잘 모르는 성기도 끼어들었다.
"록 허드슨이란 유명배우도, 그룹 퀸의 프레드 머큐리도 이 병에 걸려 죽었어. 무식하면 용감하다구, 죽을려면 뭔짓을 못하겠냐?"
"야, 이 새끼야. 그렇게 무서운 병이면 출발 전에 말해줬겠지. 그리고 출발 전에 말라리아주사 맞듯 예방주사 맞으면 되잖아. 뭘 그렇게 무서워하냐! 무식한 것은 너야."
성기가 되려 화를 내며 인상을 썼다. 그러자 나일병도 끼어든다.
"맞아. 예방주사 맞으면 되지. 같이 출발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의무대도 출발한다고 했으니깐."
"그래그래, 이 새끼가 형님들 거사 준비하는데, 끼고 싶어서 아주 생구라를 치네."
듣다 참지 못했는지 수근이도 거들었다. 성기와 동기들이 하나같이 화를 내며 정색하자 이혁재는 기가 막혔는지 말을 아꼈다. 그의 표정을 봐서는 이 바보같은 놈들! 에이즈나 걸려라. 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그는 지쳤는지 무릎을 굽혀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성기와 동기들은 혁재의 깨방정때문에 기분이 잡치자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새끼가, 지가 더 모르면서."
"야, 우리가 참자."
"그래, 우리 네명이 살아오면서 먹은 밥 토하면 이 새끼 깔려죽어!"
그중에서도 가장 분개한 성기였다. 중이 고기 맛을 보면 절에 빈대가 남지 않듯. 지금 성기는 고기에 중독된 스님같이 여자에 굶주린 상태다.
국민들조차 보건복지부의 적절한 대국민홍보가 없었기에 에이즈가 얼마나 무서운 병이란 것을 인식조차 못하던 시기였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 첫 에이즈 환자가 발생했지만 2000년 초까지 전체 에이즈 환자 수가 채 100명도 되지 않았기에 정부도 안심했을지 모른다.
어느새 잠이든 성기였다. 한참 후에 깨어보니 동기들도 잠이들었는지 조용히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식사까지는 10분 정도 남아있었다. 성기는 소변이 마려워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이 어딘지 두리번 거리다 통로 맨 끝에 여승무원들이 보였다.
그녀들은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서 좀 전에 안전벨트를 풀고 기내식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세 승무원가운데 준비하는 두 승무원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은 시녀들의 음식준비를 기다리는 공주같았다.
'
그녀들에게 가까워지자 예쁘장한 외모의 세 여승무원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한 명이 있었다. 그녀곁에 있는 두 여승무원이 무수리로 느껴질 정도였다. 오똑한 코와 길고 짙은 속눈썹은 그녀의 이쁜 눈을 더욱 초롱초롱하게 만들었다. 마치 맹수를 경계하는 사슴의 큰 눈망울을 연상케했다. 살짝 다문 도톰한 핑크빛 입술은 당장이라도 키스를 부르는 듯 느껴졌다.
머리카락을 올려 단정히 묶은 탓인지 얼굴의 갸름한 선이 단아하게 살아났다. 그녀의 뒤로 후광이 있기라도 한 듯 숨이 막히게 단아한 아름다움이 그녀의 전신으로 뿜어졌다. 내가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살포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성기는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곁에 있는 두 여승무원들은 살짝 눈에 노기를 띠며 바라보다 바로 눈가에 웃음을 지어보였다.
"익스큐스미, 웨어이즈 토일레?"
성기는 짧은 영어로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하지만 발음이 콩글리쉬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단아한 여성은 코를 찡그리며 뭐라고 소곤댔다. 목소리도 죽이는구만. 성기는 인내심을 갖고 다시 말했다. 세상 모든 남자들은 미인에게 인내심을 발휘한다. 성기도 예외가 아니다.
"웨어이즈 토일레?"
라고 말한 후 손을 씻는 몸짓을 했다. 그제서야 이해한 듯 그녀는 눈에 미소를 띠며 백옥같은 손을 들어 알려주었다. 성기는 이제 알겠다고 말하고 싶은데 영어가 되지 않자 고개를 숙이며 콩글리쉬를 연발했다.
"땡큐 베리머치"
그 말도 안되는 발음이 귀여운지 입가를 가리고 웃는 모습이 천사같은 그녀였다. 성기는 그녀에게서 떨어져 화장실로 가려고 발을 옮겼다. 그 순간 비행기가 흔들거렸다. 성기는 그녀에게 엎어져 쓰러졌다. 두 여승무원들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쿠구궁....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강하게 울렸다. 비행기는 계속 좌우로 흔들렸다. 놀이동산의 바이킹처럼 말이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이리저리 팽개쳐졌다. 다행히 안전밸트를 매서 성기와 여승무원들처럼 바닥에 팽개쳐지지는 않았다.
"으악!"
"뭐야!"
"악!
"어이쿠!"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아우성쳤다. 바닥에 팽개쳐진 성기는 그녀를 안고 쓰러졌기에 무척이나 아팠다. 두 팔로 그녀를 으스러지듯 안았다. 격하게 흔들리는 비행기 속에서 놓치지 않으려는듯. 또 한번 강하게 흔들렸다.
쿠구궁.
아름다운 그녀는 낯선 남자 품에 안겨 휩쓸리는 것이 매우 수치스럽게 느꼈는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면 그럴 수록 그녀의 가슴이 성기의 어깨와 가슴을 지나쳐 아랫배까지 압박했다. 성기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이 아름다운 여자와 비행기가 추락한다해도 말이다. 목적지가 천국이냐 지옥이냐 중요치 않았다. 이 순간 그녀와 함께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할 뿐이다.
성기는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품 안에 들어온 그녀를 꼭 붙잡았다. 자신의 왼쪽 어깨에 며칠 전 당한 총상이 있었지만 참을 만 했다. 한껏 달아오른 몽둥이가 흥분했는지 그녀의 허벅지를 찌르고 있었다. 괄약근이 힘을 잃었는지 쏴아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배출되는 소리가 성기의 머릿속을 울렸다.
"쏘리."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녀에게 사과하는 성기였다. 이제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냐, 지금 필요한 건 뭐! 스피드! 빠르게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성기였다.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데 성기가 뭐라고 하자 비행기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plerase, I dont know what do you said."
먼저 팬티가 축축해지면서 바지를 적시고 바닥을 적셨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그녀의 스커트가 올라가서 검정 스타킹이 감싼 허벅지를 따뜻하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것을 피하고 싶었지만 흔들리는 비행기 속에서 자칫 움직였다간 좌석에 머리를 다치면 큰일이기에 참아야 했다. 하지만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비행기는 또 한번 흔들렸다. 그러자 놀란 그녀가 성기의 목을 두 팔로 꽉 껴안았다. 자신의 몸을 격정적으로 밀착시키는 그녀였다. 탄력적인 공의 느낌이 어릴 적 만졌던 엄마 젖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녀의 가슴이 전해주는 모성에 악착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성기다.
성기는 몰랐지만 화장실 바로 앞에서 여승무원들을 지켜보는 안전요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름아닌 두바이 왕족의 보디가드였다. 세 여승무원 가운데 한 명이 공주였기 때문이다. 막내 공주는 한국태권도에 미쳐왕실에 태권도 전용 연습장을 만들기까지 했다.
승무원을 가장한 공주는 에미리트항공의 최고 경영진이었다. 공주는 단순한 최고경영자가 아닌 실무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CEO가 되고싶었다. 그래서 이틀 전부터 여승무원으로 가장해 항공사내 불만 사항을 알아보고 운항중인 기장과 승무원들의 처우 등을 파악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뜻대로는 되지 못했다. 중동의 테러 조직이 최근 비행기를 노린다는 불길한 보고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왕족들이 그녀의 뜻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경호인원은 대동하라고 했기에 보디가드 남녀 10명을 대동한 것이다. 물론 그들도 직원들로 위장해야 했다.
***** 과묵하신 독자님들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__)
오늘 제가 투베에 올랐더군요. (__)
구걸하지 않은 오만함 덕일까요...........아니겠죠. 모두 다 독자님의 덕이란 거!!!
*****처음으로 제글에 의견을 개진하신 분이 계셔서 답변드립니다.
음, 남자의 성기가 크고 사정하는 양이 많다면 혐오감이 들수도 있다는 의견...
쓰고있는 저는 부럽던데,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나 봅니다. 퍽퍽!!!!
의식이 깨어난 상태에서는 크기가 줄었다고 글에 남겼습니다.(오토매틱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