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0 회: 내가 왜 소말리아에 파병되는데? 왜? -- >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성기였다. 그가 멀리 떠난 곳은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간 적외에는 없다. 대학교도 MT와 OT로 강촌과 속리산을 가본 것이 다였다.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미리트항공사 소속 비행기 BK737기를 탔다. 에미리트항공사 소속 여성 승무원들이 쓰는 붉은색 모자가 이채로웠다. 성기 옆에 탄 나기환 일병이 설명해주었다. 그것은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를 상징한다고.
여승무원들의 미모가 아주 눈이 부셨다. 왠지 세련되고 상큼한 모습이다. 최고급 서비스와 기술, 안락함을 추구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이라는 말까지 덤으로 해주는 나일병이다. 취사병 동기 이수근과 은지원도 비행기를 처음 타는지 창밖을 보며 신났다.
나일병은 입을 계속 나불거렸다. 93년도 비즈니스 여행 모임인 '비즈니스 트래블'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항공 승객 1000명 가운데 53%가 버진 애틀랜틱의 승무원들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전문 모델 같은 몸매에 인형같은 미모까지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이어 싱가포르 항공의 여승무원들이 18%로 2위,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리트 항공이 12%로 3위를 차지했다고.
비행기는 이륙하고 수평을 맞추는 중이다. 이제부터 정식비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좀 전에 기수가 하늘로 솟구칠 때 성기는 잠시 귀가 멍멍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나일병이 또 재잘거렸다. 기압이 틀려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곧 괜찮아질 거라는 말도 해주는 나일병이다.
타이트하게 밀착되는 유니폼을 입어서인지 몸매가 그대로 보이는 여승무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의 엉덩이에서 탄탄한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뭇 남성들의 눈에서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번의 여승무원은 좀전의 인사말과 안전수칙을 말해준 여자가 아니었다. 성기는 '이렇게 예쁜 여승무원들이 몇명이나 탄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한국에 남겨 놓은 김순경과 양순경, 이미선, 차수연을 잊은 성기였다. 성기역시 늑대였나 보다. 여자는 다다익선.
스피커에서 영어로 떠드는 남자 기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타신 BK-737비행기는 고도 5천, 그리고 날씨는 맑습니다. 오후 7시 20분에 OO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곧 이어 마이크를 쥐고 대기하던 여승무원이 또 영어로 말했다. 그러나 기장과는 달리 목소리가 달콤해서인지 성기와 나일병, 두 동기 이수근과 은지원은 귀를 쫑긋 세웠다. 딴 좌석에 탄 늑대같은 녀석들도 여우의 목소리에 귀를 세웠다.
'음료서비스를 시작하겠습니다. 필요한 음료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식사는 4시간 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안한 비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일병은 한국말로 나직히 떠들었다.
"편안한 비행이 되도록 나 좀 안마해 줄래!"
"킥! 미친 놈! 너에게 뭐가 아쉬워서 해준다냐!"
"야, 농담이잖아. 농담! 죽자고 덤비네!"
"나일병 말이 맞아! 지원아, 여승무원들도 우리 한국말 모르잖아!"
"하긴, 미안해, 나일병!"
"됐어! 너희들 나중에 미팅이나 해줘!"
은지원은 짜증내며 말했다.
"알았어."
은지원이 성기에게 대뜸 물었다.
"그날, 그 아리따운 여순경들하고 연락처 교환하던데, 전화했냐?"
이 귀신같은 놈! 그냥 모른 척 넘어가주지. 성기는 속으로 뜨끔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전화했지. 그때는 상황이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연락하니깐 연하라서 싫은가 보더라고. 바쁘다며 다음에 전화하자는데."
"그래? 그날 눈빛들은 꼭 너랑 사귈 분위기던데..."
포기하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은지원이다. 뜨끔했지만 부인해야한다.
"너는 새꺄! 연락처 주고받은 나이트 애들하고도 계속 연락하냐?"
"하긴....."
분위기가 애매한 상황에서 나일병이 끼어들었다. 계급도 같고 나이도 같아서 그들은 금새 친해졌다.
"야, 너희들! 돈 많이 갖고 왔냐?"
"왜? 많이 필요한 거야?"
"아프리카에 뭐가 있다고."
나일병은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직히 말해주었다.
"한심한 놈들! 흑인 여자애들이 피부가 그렇게 곱데, 우리도 한번 맛봐야지!"
성기와 취사병 동기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고개를 나일병쪽으로 기울였다. 모두들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이라 여자이야기라면 눈이 왕방울만 해진다. 눈을 가늘게 뜨고 은지원이 말했다.
"그저께 이대위가 그랬잖아. 성폭행하면 죽인다고"
"맞아!"
나일병은 코웃음치며 말했다.
"흥, 그리고 이 바보같은 놈들아! 내가 언제 성폭행하자고 그랬냐? 거기 가면 여자들이 널렸단다. 녈렸대. 서로 자기 몸을 팔려고 말이야. 식량과 바꾸기도 하고, 달라랑 바꾸기도 한대."
매춘은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고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도 있었다.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의 수는 적지만 그 합법으로 규정하는 나라에서도 매춘굴(우리나라로 따지면 집창촌)은 불허였다.
식민지를 거치며 특히 매춘이 발달한 나라가 아프리카다. 남자 관광객이 아프리카에 오는 가장 큰 목적은 아동 매춘에 있다. 서부 유럽의 돈많은 남자들이 아프리카의 13살 미만의 소년과 소녀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한국도 매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 단속은 실효가 없잖은가 말이다.
일부 여성단체들의 말도 안되는 논리는 그들 스스로를 구속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자승자박! 성범죄를 떨어뜨리려면 합벅적 매춘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이야?"
나일병은 입을 가리며 말했다.
"야, 내가 오늘 무진장 긴장되서 일찍 나왔잖아. 7시에 나왔는데 그 때 우리를 지휘하는 장교님들이 하는 말을 들었잖니."
의심병이 도진 은지원이 말을 잘랐다.
"에이, 그런 것을 어떻게 우리한테 애기해주겠냐?"
"이 새끼는 뭔 말만하면 의심부터하냐. 내가 언제 말을 했다고 했냐! 살짝 엿들었다는 거지!"
정색하며 화내는 나일병이다. 은지원이 미안한 듯 가만 있자 나일병이 다시 말을 이었다. 성기와 수근이, 지원이까지 잘 들으라는 듯.
나일병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모가디슈의 한국군기지는 지금 만드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장교들은 모가디슈의 사하피호텔에서 지내고, 사병들은 그보다 한단계 떨어지는 호텔샤모에서 숙박한다는 것이다. 호텔 주변으로 구걸하거나 매춘하려는 여성이 벌떼처럼 모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빈민국 소말리아에서 호텔을 이용하는 가난한 국민들은 없었기에 말이다. 가난한 국민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호텔조차도 한국의 장급여관보다도 수준이 떨어졌다.
흑인 여자들의 피부는 너무 고왔다. 너무나 고운 나머지 파리조차도 미끄러진다는 전설이 있다. 성기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나서 이상하게 성욕이 솟구쳤다. 어제는 너무 괴로워서 오형제를 갖고 놀았는데 사정이 되지 않았다.
1시간, 2시간, 3시간이 다 되도록 용트림만 할 뿐 꿈쩍도 않는 몽둥이때문에 제풀에 지쳐 잠이든 성기였다. 유혹하는 나일병의 말에 흑인 여자들과 밤새서 하고싶다는 불순한 욕망이 고개를 쳐들었다. 몽둥이가 마르고 닳도록 해주고 싶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갖고 올걸.하며 후회하는 성기였다. 그 순간 수근이와 지원이도 후회했다. 나일병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돈 오백원도 안되는 것으로 겁나게 할 수 있다니. 가슴을 치며 비행기에서 소리없이 통곡하는 세명이었다.
그들은 전화비용 딸랑 오천원만 갖고 온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그것도 내전을 겪는 나라에서 돈 쓸일이 뭐 있겠나싶었던 그들이었다.
*****푸른하늘구름이둥둥 //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__) 정말로요. 댓글 수가
너무 없었는데.....용기를 얻습니다.
***** 전 프로작가나, 일반작가는 아닙니다. 다만 조회수와 선작수, 투베 1위를 경험하기는 했습니다. 절대자1을 통해서 말이죠. 유아고독닉으로 했습니다만, 제가 쓴 글이라 제가 경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제글의 공통이 사실을 가미한 픽션에 있습니다. 마냥 머릿 속 상상으로만 구현되는 이야기는 아니란 겁니다.
더 흥미진진하고 아마추어답게 쓰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허영만님과 강풀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