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8 회: 내가 왜 소말리아에 파병되는데? 왜? -- >
대대장의 말이 끝나자 이맛살을 찌푸린 이경규대위가 나섰다.
"난 이경규 대위라한다. 너희들에게 평화유지군에 대해 설명을 하고 2개월이 소요되는 장기간의 임무이기 때문에 필요한 개인의 물품, 갖고 가야될 것과 갖고 가지 말아야될 것등을 설명해 주겠다.
평화유지군의 임무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부분 무력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감시 임무를 수행한다. 또 정부군과 반군간의 충돌 예방을 위한 감시활동과 반군의 무기 회수 및 동맹군에 대한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외국에 파견됐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가 다반사이니 각별히 유의하길 바란다. 지난 1992년 7월에 파병된 미군 장병 5명이 평화유지 활동을 수행하던 중에 급류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된 적이 있었다.
또 지난달 소말리아 무슬림 반군과 교전을 벌이다 숨진 아프리카평화유지군(AMISOM)의 수가 알려진 것보다 많은 최소 53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달에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무슬림 반군조직 알 샤바브와 교전을 벌여온 평화유지군 소속 부룬디 군인 43명과 우간다 군인 10명 이상이 숨졌다.
그만큼 우리가 파병되어 가는 곳은 위험한 곳이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매사에 조심하길 바란다."
이경규대위는 잠시 목을 축이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평화유지활동을 하기 위해 가는 만큼 그곳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 것을 명한다. 지난 달과 이번 달에 평화유지군이 일으킨 성폭행사건이 5건이나 발생해 골치를 앓고 있다. 분쟁지역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임무를 망각하고 현지 민간인 부녀자를 성폭행 했을 경우 법정에 세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고친 병사들은 출신국으로 송환되면 처벌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한국은 기대해도 된다. 만일 그런 놈이 나온다면 내가 가위로 싹둑 잘라주겠다. 용기있는 놈은 성폭행을 해도 좋다. 설마 내 말을 몰래카메라로 여기는 병사들이 있다면 성불구자가 되는 영광을 친히 알려주겠다.
그리고 국방부에서 주는 월급과는 별도로 유엔에서 너희들의 평화임무에 대한 댓가를 지급하기로 했다. 은행은 어디든 상관없다. 내일 모레까지 통장을 제출하기 바란다. 참고로 너희들 한달 월급은 1200달러다.
여권은 너희들은 필요없다. 일괄적으로 국방부에서 외교부의 협조를 얻어 출국 전날까지 만들어 준다고 한다. 개인 물품은 필기도구, 속옷, 간단한 응급약품, 약간의 돈(전화통화용), 간단한 사복과 면티와 운동화다. 이렇게 말했으니 출국일인 내일 모레 오전 9시까지 준비해두기 바란다.
출국 시간과 장소는 9시 김포공항이다. 우리는 비밀작전의 일환으로 가는 것이기에 군용비행장을 이용하지 않는다. 민간인이 이용하는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Aden Adde 공항에 가기 위해 두바이 Jubba Airway 공항을 경유해 갈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죽으면 나라에서 보험을 들어주었다. 1명당 사망보험금 3억원이다. 이상이다. 질문있나?"
"없습니다."
"그럼, 그만 가보도록!"
"충성!"
오늘 저녁에 이미선을 만나기로 했는데, 김순경과 양순경도 오늘 만나자는 것이다.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인 성기였다. 여자들은 이미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기와 뜨거운 관계를 가졌다. 서로 만나서 좋은 일이 생길 리 없는 것이다.
탁자 한 구석에 앉은 성기는 그녀들을 정신없이 쳐다보았다. 예상치 못하게 차수연도 나와 있어 성기를 중심으로 네 명의 여자가 빙 둘러앉았다. 미선이와 김순경(김보경), 양순경, 차수연은 서로 성기의 양쪽 옆에 앉으려고 신경을 펼쳤다.
이미선은 연장자로서의 고집을, 차수연은 앙앙대며 우는 통에 김순경과 양순경이 성기와 떨어져 앉아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내것을 뺏긴 듯한 인상을 하는 바람에 성기는 더 좌불안석이었다. 성기는 슬쩍 모두를 살펴보았다.
이미선은 굉장히 좋아보였다. 자신과 성기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갈망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는 미장원에서 만져서 그런지 길게 풀어진 채 너울거리다가 부드럽게 볼 위로 떨어졌다. 고운 살결은 도저히 30대 후반으로 보이지 않았다. 두 눈은 삼겹살집의 붉은 빛을 받아 이글이글거리는 불길의 요정을 담고 있었다.
김순경, 아니 김보경역시 불빛에 탐스런 머리칼이 빛났고 짙은색 눈은 기사의 갑옷을 뚫고 들어가 죽일 정도로 성기를 향해 보석같이 반짝였다. 그녀의 바비 인형같은 얼굴에 긴 속눈썹은 성기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쭉 뻗은 다리와 풍만한 젖가슴을 가린 검은색 정장은 단연 돋보였다.
그녀들은 억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성기는 바보가 아니다. 성기는 삼겹살이 채 익기도 전에 소주를 모두에게 한잔씩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잔을 들어 건배했다.
"실은, 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요."
"뭐? 할말이란게 뭔데?"
"뭔데요?"
그가운데 제일 불안한 미선이었다. 성기와 나이차도 많이 나고 양순경과 차수연은 미모로 누르겠는데 김순경이라는 불여시는 자신이 보아도 감탄할 정도로 미모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혹시 성기가 김순경과 사귀겠다는 말이 아니길. 속으로 기도하는 미선이었다. 당장 칼이라도 구해서 김순경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다.
"딴게 아니고, 제가 평화유지군으로 소말리아에 파병가요."
"네? 파병이요?"
"뭐라구요? 그니깐 평화유지군이면 유엔소속인데...."
"잠깐, 성기씨는 방위라고 했잖아요. 방위가 어떻게?"
"동생들! 성기씨 기분나쁘게 방위가 뭐야! 방위가! 단기사병! 요즘은 그렇게들 부른다는데."
김순경과 양순경은 뭐야 이여자라는 표정을 지며 뾰루퉁해졌다. 하지만 성기에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그녀들과 동떨어진 분위기는 차수연 뿐이다. 그녀는 건배한 이후 묵묵히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고기를 먹었다. 가끔 호호 불어가며 성기의 입에 넣어주는 것 말고는.
미선의 눈에는 차수연 저 멍청한 표정의 기집애도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틀리지 않았는지 상밑으로 성기의 왼손을 꼭 잡는 수연이다.
그녀들에게 성기는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당장이라도 국방부에 항의와 투서를 넣겠다는 그녀들의 태도가 사뭇 진지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위험한 해외파병에 간다고 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여자가 있을까.
헤어지기 싫어하는 여자들에게 한명씩 가게 뒤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 키스해주었다. 그녀들은 서로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것인지 내색하지는 않았다. 성기는 아쉬웠다. 꽃같이 아름다운 여자 넷을 남기고 가야한다니 말이다.
헤어질 무렵 여자들이 지나가는 말투로 성기에게 주소를 물었다. 바보같은 성기는 주소를 그대로 불러주었다. 이게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는 성기다.
"신림동 XXX - XX 번지인데, 왜?"
"그냥! 알고 싶어서."
"그럼, 잘 가요!"
"성기씨, 부디 몸 조심 다녀 와!"
"성기씨, 정말로 위험한 곳은 피해다녀! 알았지?"
"흑흑. 성기씨. 조심히 다녀와야 돼!"
"아이, 울지 마요. 누가 보면 특공대가 가는 줄 알아요!"
"방위가 해외파병가면 그게 특공대지 누가 특공대야!"
"조심히들 들어가세요. 하도 요즘은 여자들한테 위험해서!"
"알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성기와 그녀들은 서로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