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3 회: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능력이 나타나다. -- >
차수연을 탁자 위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쭉 뻗은 다리와 고운 살결에는 산길을 헤치고 오느라 까진 상처가 곳곳에 보였다. 그녀의 검은 수풀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두목의 부인과 닮아 있었다. 게다가 얼굴과 가슴크기까지.
노인은 그 옛날의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그의 남성을 잘라 바다에 버린 두목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분노가 노인을 뒤덮었다. 치솟는 분노의 대상으로 눈앞에 펼쳐진 악랄한 년이 보였다. 남자들에게 사타구니를 벌려 자신의 음욕을 채우는 더러운 년들! 노인은 삐뚤어진 눈으로 차수연을 노려보았다.
채찍을 들고 그녀의 등뒤로 돌아섰다. 그녀의 갸날픈 등판에 대고 채찍을 힘껏 후려쳤다.
"아악!"
그녀는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살을 저미는 듯한 고통에 정신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거머리가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듯 살점을 파고드는 진한 고통은 그녀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노인의 채찍은 그녀가 비명을 지를 기회조차 주지않으려는 듯 잇따라 그녀의 등판에 작렬했다.
"악!....흐억!"
채찍은 길이가 길어서인지 그녀의 복부와 젖가슴으로 타고 휘감아왔다.
"어흑....악!"
그녀는 덫에 걸린 야수처럼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온 몸을 풍걸린 환자마냥 떨다가 이내 정신을 잃었다. 노인은 잔인한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몸에 냉수를 끼얹었다. 그녀는 몸서리치며 다시 눈을 떴다. 오직 증오에 휩싸인 노인의 매서운 채찍질이 무서울 뿐이었다. 어서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는 피와 살이 튀는 등판을 건너뛰고 엉덩이와 허벅지에다 마구 후려쳤다. 노인의 채찍이 감겨질 때마다 그녀의 살점도 같이 묻어 나왔다. 그녀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노인의 채찍질에 입으로 선혈을 토하며 기절했다.
노인의 귀로 저 멀리서 다찌가 산길을 달리며 흙먼지를 피우고 있었다. 잠시 기절한 그녀의 입에 황급히 재갈을 물리는 노인이었다. 노인의 몸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오랜만에 힘쓰는 일을 해서인지 숨이 차올랐다.
피와 살점이 튀어 그녀의 등판과 엉덩이는 난장판이었다. 노인은 그녀의 몸 위로 하얀 천을 덮어주고는 창고를 벗어났다. 창고에 열쇠를 단단히 채우고는 바로 옆 임시 집으로 쓰고 있는 폐가인 듯한 가옥으로 들어갔다.
안양경찰서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시흥구간을 책임지고 있는 대우건설의 민원이 들어왔다. 도로가 들어서는 버려진 부지에 봉고차가 버려져 있다는 것이다. 차적을 조회해서 주인보고 가져가라고 하던가 렉카차로 끌고가던가 빨리 와서 해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대우건설이 민원을 넣은 버려진 봉고차의 장소는 52사단의 유격장이 있는 운흥산과 가까운 곳이었다. 이전에 성기가 그 봉고차 부근에서 버려진 여자 둘을 구하지 않았던가.
전날 당직 근무을 선 최경위는 아침부터 걸려온 민원에 짜증이 났다. 그런 것은 시청에 전화해도 되는 사항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더욱 짜증이 나는 최경위였다. 이때 그의 앞에 모닝 커피를 들고 다가오는 여순경이 있었다.
"양순경! 자네가 이거 처리하고 와!"
최경위는 양순경이라 불리는 여순경에게 민원접수서류를 건넸다. 양순경은 서류를 훑어본 후 말했다.
"경위님, 저 혼자서요?"
"왜, 아차, 자네는 아직 운전 면허가 없지"
"네, 곧 운전면허 합격할 거니까. 도와주세요."
"그래, 김순경하고 같이 다녀와."
김순경은 여경중에서 최고의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그 미모로 인해 조만간 경찰청으로 불려간다는 둥, 영화계 데뷔를 앞두고 있다는 둥, 애인이 수십 명이라는 둥의 갖가지 애기가 나올 정도였다. 양순경은 이와 반대로 미모는 평범했다. 하지만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몸매가 탁월했다.
최경위는 1층 민원실에 있는 김순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통화한 최경위는 오전에 맡은 일을 처리하고 가겠다는 김순경의 말에 그러라고 했다.
김순경과 양순경이 다른 일을 처리하고 봉고차가 버려진 장소에 온 시간은 두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산비탈에서 내려오는 군용 다찌가 김순경의 눈에 들어왔다. 길은 좁아서 맞막뜨린 두 차량은 2미터를 사이로 정지했다.
하지만 순찰차는 도로와 가까웠다. 300미터를 후진으로 가는 불편한 사항을 제하면 말이다. 반면 다찌는 경사진 그것도 울퉁불퉁한 산길이 버티고 있었다. 그 길을 후진으로 돌아서 가라고 한다면 그것은 죽으라는 말과 같았다.
"순경님, 후진으로 빼주세요."
"이봐요. 군인아저씨. 내가 면허딴지 얼마되지 않아서 후진은 잘 못하거든요. 그쪽 운전하는 군인아저씨가 해주면 어떨까요?"
나기환 일병은 입을 헤벌쭉 벌리며 환호했다.
"네, 그렇게 해도 될까요? 운전하면 운전병이죠."
동기와 성기는 부러움에 나일병을 쳐다봤다. 운전석에서 내리는 김순경의 외모에 성기와 동기들의 입이 뜨억하고 벌어졌다. 따라 내린 양순경은 그저그런 평범한 외모여서 김순경의 미모가 돋보였다. 김순경은 당당하고 도도하지만 그렇다고 거만하게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받았던 것일까. 성기와 그 일행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것에 별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나일병은 신이난 듯 다찌에서 내려 순찰차로 내려섰다. 순찰차를 몰고 신나게 흙먼지를 피우며 맹렬히 뒤로 나갔다.
"콜록....콜록"
"에이취, 먼지를 피우면 어떻게 해"
"미안합니다. 후진하고 돌아올게요."
멀어지는 나일병은 먼지를 피워 미안하다고 소리쳤다. 순경들은 산길 주변을 둘러보다 저 멀리 봉고차가 눈에 들어왔다. 말도 없이 서있으려하니 어색했다. 그래서 성기가 용기를 내 말을 해보았다.
"여기는 어쩐 일로 순찰을 오셨나요? 우리는 유격장이 이 근처라 식사를 배달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아. 네. 여기에 봉고차가 버려져 있다는 민원을 접수받았어요. 그 차량의 차적을 조회해서 주인한테 통보하려고요."
"네. 그래도 여기는 한적한데다 인적이 드문곳이라 위험한 곳입니다. 남자 경찰이 와도 오싹한 기분이 드는 곳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분을 보내다니...."
"킥, 기분은 좋은데요."
"어머, 전 못생겨서 와도 된다는 말로 들리네요."
미모를 칭찬하는 말에 김순경은 감사의 미소를 지었고 양순경은 뾰족하게 짜증을 부렸다. 성기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들린 것 같아 당황했다. 곧 바로 양순경에게 다가가 아부했다.
"아이, 왜 그렇게 정색하십니까! 아름다운 얼굴에 주름 생기면 어떡할려고 그러십니까! 제복과 어울리는 이 몸매와 쭉 뻗은 다리, 와우, 교통 경찰을 하시면 그냥 일대가 마비될 겁니다. 아름다운 몸매를 감상하느라 운전하는 사람들이 한눈을 팔꺼니깐."
양순경은 성기의 말에 짜증이 사라짐을 느꼈다. 너무나 진부한 표현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얘기를 해서인지 그녀의 가슴에 진실한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양순경과 달리 이번에는 김순경이 뾰루퉁한 얼굴을 했다.
성기의 눈에 질투를 하는 김순경이 귀여웠다. 그녀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평범한 여자에게 시기하다니. 99마리를 가진 농장주가 1마리를 더 갖고 싶은 욕심이 보였기에. 역시 여자는 이쁘고 봐야하는가 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뭘해도 예뻐 보이니 말이다.
저기 멀리서 나일병이 뜨거운 햇볕사이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관님들. 저기 봉고차에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군인아저씨들이 왜요?"
"왜긴요? 낯선 곳이라 벌레가 나올 수도 있고해서 말입니다. 어떤 위험이 도사릴 지도 모르는데......"
성기의 말에 김순경과 양순경은 서로의 눈을 교환했다. 무언의 찬성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두 순경이었다. 취사병 동기들은 순경이라 그런지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하지만 성기역시 예전의 그였다면 그렇게 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헉헉, 오래 기다렸죠? 여기 차 열쇠입니다. 헉헉, 차는 도로 옆에다 얌전히 세워놨습니다.
"이 무더운 날씨에 천천히 걸어와도 되는데...."
"안되죠. 헉헉, 민중의 지팡이분들 기다리게 할 수는 없죠."
나일병은 100미터를 벤 존슨만큼 빠르게 달려왔다. 그렇게 빠르게 뛴다면 왕용사 선발에 나가도 될 것 같았다.
순경들과 일행은 봉고차로 다가갔다. 뜨거운 초여름의 햇빛이 그들의 머리 위로 내리쬐고 있었다. 점점 봉고차로 다가간 그들의 시야로 봉고차 옆의 교회마크가 선명히 보였다.
*****가끔 제 뜰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늘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예전에 활동했던 본인이라 글만쓰고 있거든요.
늘 가정에 평안이 깃드시길 바라며,
스트레스를 풀 1회성 글이 아닌
두고두고 교훈을 남길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쓰겠습니다.
상상으로 실현된 현실을 통해 독자분들 저마다에게 어떤 가치관이라던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음 하는 것이 제 작은 소망입니다.